냄새의 쓸모 - 일상에서 뇌과학까지
요하네스 프라스넬리 지음, 이미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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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  A





코는 얌전하다. 은 밤에 눈꺼풀이 닫힐 때까지 계속해서 빛을 받아들인다. 사람이 음식물을 먹거나 말할 때은 늘 열려 있다그렇다면 코는 뭘 하고 있을까? 코는 냄새를 풍기는 손님들을 환대한다두근두근. 낯선 냄새가 확 달려들면 코는 긴장한다킁킁. 코는 손님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벌름거린다눈과 입은 가만히 일하는 코가 부러워하고 샘냈다. 눈과 입이 부지런히 일하는 덕분에 잘 살아 있는 우리는 코에 무관심하다못생긴 코는 구박당한다. 코의 겉모습이 못마땅한 사람은 성형외과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메스에 찢긴 코는 아파도 묵묵히 일한다. 쓰디쓴 약품 냄새가 상처투성이 코를 찌른다. 코는 병원을 떠도는 손님을 맞이한다.


눈과 입을 편애한 우리는 후각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음식을 만나면 음식이 어떻게 생겼는지 눈으로 확인한 다음, 음식물을 입안에 넣는다. 음식 냄새를 아주 잠깐 맡을 뿐, 냄새가 어떤지 제대로 느끼지 않는다. 우리는 코를 잘 모른다단순히 냄새를 맡는 신체 부위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하지만 코는 알쓸신부이다자세히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신체 부위냄새의 쓸모일상에서 뇌과학까지는 코가 인간을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알 수 있는 노동 일지다.


코는 우리 몸을 지켜주는 경호원이다. 코는 모든 냄새를 무조건 환대하지 않는다. 후각은 낯선 냄새가 위험 물질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냄새 자체가 독성인지 탐지한다. 위험한 냄새를 감지한 후각은 뇌와 다른 신체 부위에 경보를 신속히 전달한다후각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감각이다. 신생아의 시각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다. 얼굴의 형태와 색깔을 알아보지 못하는 원시(遠視). 신생아는 시각이 발달할 때까지 후각과 청각에 의존하면서 자란다. 신생아의 귀는 어머니의 목소리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구분할 줄 안다. 태아가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코는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태아의 후각은 양수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을 감지한다. 양수를 구성하는 성분은 어머니의 체취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신생아는 어머니의 체취를 기억한다. 어머니 체취는 신생아의 울음을 그치게 만드는 안정제다. 코는 신생아와 어머니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코도 나이가 들면 후각이 점점 떨어진다특히 알츠하이머병과 치매에 걸린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후각 능력이 부족하다냄새의 쓸모후각을 강화할 수 있는 비결을 알려준다. 저자는 소믈리에처럼 냄새를 자주 맡는 훈련을 하면 후각이 발달할 뿐만 아니라 뇌도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의 후각점막에 있는 후각 수용체6주 또는 6개월마다 새로 만들어진다. 후각 수용체는 냄새에 대한 정보를 대뇌변연계에 전달하는데, 이때 뇌가 활발히 움직인다. 후각에 익숙한 뇌는 냄새를 맡는 순간, 그 냄새와 관련된 기억을 떠올린다. 


우리는 오랫동안 코의 성실함과 후각의 다재다능함을 알지 못했다. 코와 후각에 대해서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얼굴에 거울을 비추면 코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거울은 콧속을 보여주지 못한다. 후각의 진가를 알아보려면 콧속을 들여다봐야 한다. 냄새의 쓸모는 제일 가까우면서도 친해지지 못한 코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은 책이다.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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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자극을 뇌의 언어라 할 수 있는 전기 자극으로 바꾸는 것이 다양한 감각계의 수용체 세포들이 떠맡는 과제다. 이런 과정을 형질 변환(transduction)[주1]이라 부른다.

     


[1] ‘transduction’ 변환 또는 형질 도입, 두 가지의 뜻을 지니고 있다. 형질 도입이란 박테리아에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에 의해서 유전물질이 다른 생물에 옮겨지는 현상을 말한다의약학 관련 정보를 소개한 각종 문헌이나 인터넷 자료 대다수는 ‘transduction’형질 도입으로 번역했다. 형질 변환’은 의약학 전문 사전에 등록된 정식 용어가 아니다. 인터넷에  형질 변환’으로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다. 형질 전환은 있는데 원어는 ‘trans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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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 비부비동염으로 환자가 고통당하고 있다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만성 비부비동염이 잘 치료된다는 점이다. 이 염증은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나 알약 형태의 코르티손으로 치료할 수 있다.[2]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이비인후과 의사가 외과적으로 개입해 해당 점막을 잘라낼 수 있다.



[2] 코르티손(cortisone)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코르티손을 많이 복용하면 고혈압, 당뇨병, 백내장 등의 부작용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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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장애 후각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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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10-08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당시, 완치된 사람들이 후유증으로 호소한 것이 후각 상실과 입맛을 잃어버린 일이라고 해서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저는 걸렸다가 나았는데 후각 상실은 없었거든요.

지금은 거의 증상이 없어졌는데, 한때는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제법 고생했거든요. 코 때문에 괴로운 적이 많았죠. 나이가 드니 눈도 코도 귀도 점점 기능을 잃어간다는 것이 느껴져요.

cyrus 2024-10-10 06:31   좋아요 0 | URL
이 책에 후각을 상실한 코로나 환자의 사례를 언급해요. 왜 그런 증상이 생기는지 밝혀진 게 없다고 해요. 후각은 살아가는 데 엄청 중요한데, 다른 감각에 비해 연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과학자들도 모르는 사실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