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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수학 - 최소한의 수식으로 이해하는
스토 야스시 지음, 전종훈 옮김, 강성주 감수 / 플루토 / 2024년 4월
평점 :
평점
4점 ★★★★ A-
천체물리학자는 우주에 관심이 많은 물리학자다. 천체(天體)는 우주에 살고 있는 행성, 항성, 성단, 성운 등을 아우르는 용어다. 사실 천체물리학자를 천문학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천문학자 심채경이 쓴 책 제목처럼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천문학자들이 보는 것은 별이 움직이는 현상을 설명하는 법칙이다.
일본의 천체물리학자 스토 야스시(須藤 靖)는 우주를 보지 않는다. 그는 우주에 깊이 스며든 수학을 본다. 야스시는 우주가 ‘수식과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다. 그가 쓴 《우주의 수학》은 오랫동안 우주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수학 법칙들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과 수학이 있다고 믿는 파’에 속한다. 기호로만 이루어진 수식이 저자의 눈에는 아름답게 빛난다.
대부분 물리학자와 수학자는 설명하기 복잡한 자연 현상을 단순하면서도 간결하게 표현한 방정식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하지만 수학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수식이 낯설다. 이런 사람들은 수학으로 가득한 우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믿고 있는 ‘수학-우주론’이 우주를 설명하는 유일한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을 다 읽은 독자에게 ‘우주가 법칙과 수학의 지배를 받을 리 없다는 파’를 계속 지지할 것인지 말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저자는 솔직하다. 자신도 어려운 수식을 보면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의 겸손한 태도는 수학이 싫어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즐거움조차 포기할 것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랜다. 저자는 수식이 도출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우주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수식만 알려준다. 물리학자는 수식으로 법칙을 표현한다. 법칙이 ‘우주는 이렇다’라는 형태로 된 문장이라면, 수식은 그 문장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글자다. 글자 한두 개 빠지면 읽을 수 없는 어색한 문장이 되듯이, 수식이 없으면 법칙을 오롯이 설명할 수 없다.
우주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법칙은 크게 세 가지다. ‘제1 법칙’, ‘제2 법칙’, ‘제3 법칙’으로 알려진 케플러(Johannes Kepler) 법칙은 행성이 움직이는 경로인 궤도가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뉴턴(Isaac Newton)은 자신이 발견한 운동법칙(물체의 질량과 가속도의 곱은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같다)과 케플러 제3 법칙을 결합하여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다. 만유인력은 ‘중력’을 뜻한다. 사실 만유인력은 뉴턴 역학을 다룬 외국 서적을 접한 일본 학자들이 ‘universal gravity’를 한자로 번역해서 나온 단어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질량을 가진 물질이 중력을 발생시켜, 시공간이 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는 곡면을 이용한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영감을 얻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견한다. 케플러, 뉴턴, 아인슈타인은 수학의 도움을 받아 인류가 나타나기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한 우주의 법칙들을 이해했다.
망원경이 발명되기 전까지 천문학자들은 맨눈으로 밤하늘을 관측했다. 하지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그들이 정말로 보고 싶은 것은 맨눈으로 볼 수 없다. 천문학자는 우주 어딘가에 숨어 있는 법칙을 보고 싶어 한다. 시력이 좋은 눈을 가진 천문학자가 매일 밤하늘을 관측해도 우주가 꼭꼭 숨긴 법칙을 찾지 못한다. 법칙을 발견하려면 눈은 밤하늘을 바라보되 머리로 생각하면서 우주에 물어봐야 한다. 우주를 향해 법칙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질문하고, 우주가 천문학자에게 알려준 법칙과 관련한 단서를 분석하려면 수학이라는 언어가 있어야 한다.
우주가 수학을 잘 아는 존재라면 천문학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수학을 모르는 천문학자는 날 보려고 하지 마!”
<cyrus의 주석>
* 69쪽
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당시 발명된 망원경을 처음으로 천체 관측에 사용했습니다.[주1] 이전의 천문학자나 철학자들은 맨눈으로 천체를 관측해야만 했죠.
[주1] 영국의 천문학자 토머스 해리엇(Thomas Harriot, 1560?~1621)이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보다 4개월 먼저(정확한 날짜는 1609년 7월 26일)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했고, 달의 표면을 세밀하게 묘사한 그림을 남겼다. 하지만 해리엇은 달 그림을 발표하지 않았고, 갈릴레오는 1610년에 자신이 직접 그린 달 그림을 발표했다.
[참고문헌 1] 로베르타 J. M. 올슨 & 제이 M. 파사쇼프, 곽영직 옮김
《COSMOS 우주에 깃든 예술》, 북스힐, 2021년
[참고문헌 2] 마이클 벤슨, 지웅배 옮김
《코스미그래픽: 인류가 창조한 우주의 역사》, 롤러코스터, 2024년
* 153쪽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세계지도는 지구 표면을 평면으로 펼친 지도입니다. 하지만 지구는 실제로는 구형이어서[주2] 완벽하게 평면으로 펼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2차원 평면으로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죠.
[주2] 지구는 완전한 구형이 아니다. 적도 지방이 부푼 타원체다. 따라서 지구는 찌그러진 형태라서 지역마다 중력의 강도가 다르다. (출처: [‘지구는 더 이상 둥글지 않다?’ 사진 공개… 맞을까 틀릴까] 매일경제, 2011년 4월 2일 입력)
* 203쪽
2019년 4월 10일 천문학 역사에서 중요한 날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날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공통 연구팀이 타원은하 M87[주3]의 중심에 위치한 초거대 블랙홀의 첫 이미지를, 전 세계에 있는 전파망원경에 연결해 촬영했습니다. ‘사건의 지평선’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다른 표현으로,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의 경계를 말합니다.
[주3] M87은 처녀자리에 있는 타원은하다. ‘처녀자리 A 은하’라고도 부른다. ‘M’은 ‘Messier’의 약자로, 천체 목록을 만든 프랑스의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Charles Messier)에서 따왔다.
* 참고 문헌 237쪽
매튜 스탠리, 《아인슈타인의 전쟁: 상대성이론은 어떻게 국가주의를 극복했는가?》, 국내 미출간. [주4]
[주4] 《아인슈타인의 전쟁: 상대성이론은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했나》(김영서 옮김, 브론스테인, 2020년)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