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의 화학 공부 - 완전히 새로운 화학 입문
여인형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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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물리학, 화학, 수학. 자연과학대를 굳게 지키는 것은 이공계 삼 대장이다. 자연과학대 소속 학생들은 삼 대장을 무찔러 넘어서야 한다. 전부 날려버리지 않으면 성적이 날아간다. 대장 한 명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대장 두 명이 합세하면 공부해야 할 양이 많아진다.[주1] 물리학과 수학은 최강 단짝이다. 이 둘이 만날 때마다 이론과 법칙들이 태어났다. 두 대장이 과학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똑똑한 아인슈타인(Einstein)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물리학과 수학을 동시에 상대하느라 애먹었다치열한 지적 결투 끝에 아인슈타인은 승리했고, 과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승전보를 남겼다. 거기에 담긴 내용이 특수상대성이론이다.[주2]


물리학과 수학이 너무 어려운 학문으로 많이 알려지다 보니 화학 공부의 어려움이 덜 알려진 편이다. 이공계 삼 대장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교과서 특유의 딱딱한 문체다. 교과서 문장은 눈으로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길고(만연체), 눈을 피곤하게 만들 정도로 건조하다(건조체)여기에 전문 용어까지 가세하면 공부하기가 수월하지 않다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은 용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외운다.

 

여인형의 화학 공부(약칭 화학 공부’)교과서 같지 않은 화학 교과서. 이 책은 화학 교과서가 맞다. 저자 여인형은 화학 교과서를 집필한 이력이 있는 대학교수다. 저자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사용한 화학 교과서와 교재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국내에 출판된 화학 교과서 대부분은 외국의 과학 교과서를 번역한 것이거나 외국 교과서의 주요 내용을 참고해서 쓴 것들이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문과 용어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교과서 저자 또는 역자의 글쓰기 역량이 부족하면 피해를 보는 건 학생들이다. 단점이 많은 화학 교과서를 만난 학생들은 삼중고를 느끼면서 공부한다. 방대한 화학 이론과 생소한 전문 용어를 이해하는 것도 힘든데, 계속 읽어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문장이 공부를 방해한다.


저자는 《화학 공부》에서 기존 화학 교과서와 차별화된 글쓰기를 시도한다. 그는 화학을 우리말로 설명하거나 풀어 쓰면 학생들이 시간적 · 정신적 부담을 덜어내면서 공부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의 원래 제목은 국어로 읽는 화학이었다공부하다 보면 반드시 외워야 할 화학 지식이 있다. 특히 화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암기하는 것이 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소들이다저자는 자신만의 암기법을 알려준다화학 공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이 책을 화학 사전’처럼 읽을 수 있평소 궁금했거나 알고 싶은 화학 이론이나 용어가 색인(찾아보기)에 있는지 찾아본다.


교과서는 지식을 가르치려고 한다. 독자의 수준을 배려하지 않은 채 설명한다. 하지만 화학 공부는 지식을 가르치기 전에 그 지식이 우리 삶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화학 지식은 교과서나 연구실에만 있는 건 아니다. 화학에 흥미가 있으면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화학 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우리 가까이에 있는 화학이라면 재미 삼아 공부해 볼 만하다.




 


[주1]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해군 대장 삼인방을 패러디했다. 가장 유명한 해군 대장 3인은 볼사리노, 사카즈키, 쿠잔이다. 이 세 사람의 높은 인지도 때문에 한때 삼 대장 관련 밈이 유행했다.

 


* 자연과학대를 굳게 지키는 것은 이공계 삼 대장이다.


→ 그 눈 아래에서 처형대를 굳게 지키는 것은

해군본부 최고 전력

3인의 해군 대장’ 

(<원피스> 원작 550해군본부중에서)

 


* 전부 날려버리지 않으면 성적이 날아간다.


해군 대장이든 사황이든 간에 전부 날려버리지 않으면!!!

난 해적왕이 될 수 없다고!!! (몽키 D. 루피의 대사)




[2] 필자가 쓴 B. 캐럴(Sean B. Carroll)우주의 가장 위대한 생각들: 공간, 시간, 운동》(김영태 옮김, 바다출판사, 2024년) 서평을 참고할 것.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아인슈타인은 리만 기하학을 이용해 특수상대성이론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 56~57

 




 수소 원자에서 전자의 운동을 행성의 공전에 비유하고, 전자는 불연속적인 각운동량 값만을 가질 수 있다는 모형을 처음 제시한 과학자는 네덜란드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였습니다. [3] 그 모형은 수소 원자의 방출 스펙트럼을 근거로 양자화 개념을 제시한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음전하를 띠는 전자와 양전하를 띠는 원자핵 사이의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전자가 등속 원운동을 한다고 가정해 수소 원자의 반지름(52.9m)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어 모형에는 수소 원자의 다른 특성, 그리고 수소보다 더 많은 전자를 가진 원자의 특성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존재했습니다. 더구나 양자 역학에 따르면 전자는 원운동을 하면서 일정한 고정된 궤도를 따라서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 아니며, 원자핵으로부터 보어의 수소 반지름만큼 떨어진 위치에서 전자를 발견할 확률이 가장 크다는 식으로 서술되어야만 했습니다.


[3]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처럼 원자핵 주변에 원운동을 하는 전자 모형을 처음으로 제시한 과학자는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하지만 러더퍼드 원자 모형은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을 설명하지 못했다. 그리고 원운동을 하는 전자는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에너지를 잃은 전자는 원자핵과 충돌한다. 따라서 러더퍼드 원자 모델을 따르는 모든 원자는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되지 못한다. 닐스 보어는 러더퍼드 원자 모형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양자 개념을 도입한 원자 모형을 제시했다. 보어가 네덜란드 물리학자로 잘못 소개되었다. 보어는 덴마크 출신이다.





* 60



 


 전자가 파동이라는 사실의 이해는 파동 방정식의 발명으로 이어졌습니다. 파동 방정식은 1926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가 고안했고, 그것으로 1932 노벨 물리학상을 받습니다. [4]

 

[4] 슈뢰딩거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연도는 1933년이다. 이 해의 노벨 물리학상은 공동 수상자가 나왔는데, 또 다른 한 명은 폴 디랙(Paul Dirac)이다. 193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 88

 

 그는 노벨상을 받는 행운은 없었지만, 화학 분야에 정말로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미국의 명문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 화학과를 설립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5]

 

[5] 미국의 화학자 길버트 뉴턴 루이스(Gilbert Newton Lewis)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화학과를 설립한 사람이 아니다. 화학과가 처음으로 설립된 날짜는 1872312일이다. 길버트 뉴턴 루이스는 1912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화학 대학 제2대 학장으로 임명되었다. (출처: “A brief history of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chemistry.berkeley.edu)





* 559


영국 과학자, 로버트 보일(Robert Boyle, 1627~1691) [주6]

 

[주6] 로버트 보일은 아일랜드인이다. 위키피디아(Wikipedia)는 보일을 Anglo-Irish natural philosopher, chemist, physicist, alchemist and inventor’로 소개한다. 앵글로 아일랜드의 조상 대부분은 아일랜드로 이주한 잉글랜드 출신이다.





* 561~562

 

 프랑스 과학자, 자크 샤를(Jacques Charles, 1746~1823)의 이름을 딴 샤를의 법칙(C)은 일정한 압력(P)에서 기체의 부피(V)는 절대 온도(T)에 비례한다는 뜻입니다. [주7]

 

[주7] 샤를-게이뤼삭의 법칙또는 게이뤼삭의 제1 법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샤를은 1787년에 기체의 팽창 현상을 연구했으나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게이뤼삭(Joseph Louis Gay-Lussac)은 샤를의 실험 결과를 인용해서 1802년에 기체 팽창의 법칙을 발표했다.





참고 문헌

 





* 615


로얼드 호프만,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이덕환 옮김, 까치, 1995) [주8]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덕환 옮김, 까치, 2003) [주9]

 





* 616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책갈피, 2008) [10]



[주8] 초판 발행 연도는 1996이다. 2018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주9] 2020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10] 2019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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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4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4-01-25 07:0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 의견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제 의견도 검토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 있거나 더 보완해야 할 내용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다시 정리해서 쓰겠습니다.

2024-01-25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2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4-01-27 20:46   좋아요 0 | URL
가끔 책을 너무 많이 읽는 삶에 단점이 있다고 느껴요. 이 책 저 책에 관심을 두면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책 좋아하는 이미지가 상대방이 호감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될 수 없거든요. 누군가는 잘난 척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책 밖에 몰라서 대화를 재미없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인제 와서 독서의 재미를 완전히 포기하는 건 늦었구요.. ㅋㅋㅋ 이대로 살아가려고요.

페크pek0501 2024-01-2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같습니다. 그런데 6백 쪽이 넘네요. 요즘 벽돌책이 많이 나오고 많이 팔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책을 완독하고 나면 완전 뿌듯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