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미그래픽 - 인류가 창조한 우주의 역사
마이클 벤슨 지음, 지웅배 옮김 / 롤러코스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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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인류가 만든 가장 멀리 떨어진 물체(Most remote man-made object). 1977년에 지구를 떠난 우주 탐사선 보이저 1(Voyager)가 남긴 기록이다. 이것은 영원히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여행자(Voyager)는 지금도 여행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Toy Story)의 주인공 버즈(Buzz)가 자주 외치는 말이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To Infinity, and Beyond)!’. 이 말은 모험심을 품은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하지만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를 품은 외로운 여행자의 심장은 그렇지 않다. 강철처럼 튼튼해 보이는 여행자의 심장이 구슬프게 떨린다. 가장 멀리 떨어진 여행자의 고독은 우주만큼 무한하다

 






골든 레코드는 혹시라도 만날지 모를 외계 생명체를 위해 만든 지구인의 선물이다. 금빛 선물 안에 지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들, 여러 나라의 음악과 인사말이 함께 실려 있다(‘안녕하세요도 포함되어 있다). 보이저의 역할은 성능이 우수한 기계로 이루어진 최고급 선물 포장지이자 NASA(미국항공우주국) 소속 우주 전문 배송직원이다. 십 년 전에 NASA는 보이저가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나 성간우주(Interstellar Space)로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계속 멀리 날아갈수록 여행자의 수명은 닮는다. 여행자의 목소리도 희미해진다. 작년 12, 여행자와의 연락이 끊어졌다. 보이저, 보이저, 들리는가. 여행자는 말이 없다…‥









코스미그래픽: 인류가 창조한 우주의 역사(Cosmigraphics)는 지구인을 위한 골든 레코드. 이 책은 우주와 예술을 사랑하는 독자를 위한 선물이다. 선물을 펼치면 고대부터 현재까지 우주를 상상하고, 바라보고, 관찰한 지구인들이 기록한 시각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처음으로 하늘을 유심히 바라본 지구인은 고대 점성술사였다. 미래를 알고 싶은 점성술사는 밤하늘의 별이 어떻게 반짝거리는지 확인했다. 별빛이 희미하다 싶으면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별빛의 기운을 받은 하늘 바라기의 점성술은 정확하지 않다지혜를 사랑한(Philosophy) 지구인 소크라테스(Socrates)가 아테네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었을 때 또 다른 지혜를 사랑한 지구인들은 자연에 관심을 쏟았다. 자연 철학자로 알려진 지구인들은 신화에 묘사된 우주를 지우려고 했다. 그들은 실험과 관찰을 통해 우주를 새로 그려서 이해하려고 했다. 아리스타르코스(Aristarchus of Samos)는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아닌 태양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구 중심의 우주가 지구인들의 머릿속 한가운데에 우뚝 서서 오랫동안 지배했다. 중세 천문학자와 종교인 모두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os)의 천동설을 믿었고, 지구 중심의 우주를 제법 멋지게 그렸다.


코페르니쿠스(Copernicus)는 조심스럽게 태양 중심 우주를 그렸다. 지동설은 그가 영원히 잠들어 우주로 떠난 뒤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망원경을 비롯한 관측 기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지구인들은 행성과 별을 관찰했다. 비록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눈동자에 맺힌 우주를 그렸다. 천문학자와 화가들은 여백처럼 남은 우주의 수수께끼를 어떻게 했을까? 그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상상력을 붓에 묻혀서 우주를 그럴듯하게 묘사했다







과거 지구인이 생각한 우주는 지구가 중심에 있으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공간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천문학이 발전될수록 우주의 형태를 묘사한 시각 자료들이 다양해졌다. ‘천문학은 점성학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실증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았고, ‘자연 철학자는 가설을 검증하는 과학자가 되었다. 우주의 형태뿐만 아니라 색감도 달라졌다. 우주 그림의 여백에 희미한 상상의 색깔 대신에 명확한 과학의 색깔이 입혔다. 과학과 천문학자의 시대에 나온 우주 그림은 과거에 비해 더 명징해졌다지금은 슈퍼컴퓨터가 지구인 대신에 우주를 그린다. 슈퍼컴퓨터는 축적되어 온 우주에 관한 지식을 이용해서 가늠하기 어려운 광활한 우주와 셀 수 없이 많은 별, 행성, 위성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묘사할 수 있다.









코스미그래픽은 한 권의 타임캡슐이다. 이 타임캡슐을 개봉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든지 타임캡슐을 펼칠 수 있다. 거기에 담긴 수많은 우주 그림은 미래의 지구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하늘과 우주에 호기심을 높이 쏘아 올린 고대 지구인들은 지구가 영원히 고정되어 있고, 변하지 않는 우주를 상상했다. 망원경으로 자신의 눈빛을 쏘아 올린 근대 지구인들은 천동설의 지배를 벗어났다. 로켓과 우주 탐사선을 쏘아 올린 현재 지구인들은 우주 전문 배송직원들이 보내는 자료들을 받아서 계속 커지고 있는 우주를 조사하고 있다서로 다른 시대를 살다 간 지구인들의 그림 편지에 묘사된 우주는 제각각 다르다. 어떤 우주 그림은 논리의 비약이 심하다면, 또 다른 우주 그림은 예술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우주를 아름답게 그린 회화 작품 중 하나다). 슈퍼컴퓨터와 우주 탐사선이 정확히 그린 우주는 그림이기보다는 기호로 가득한 지도에 가깝다. 미래에 우주를 여행하는 지구인들이 우주 지도를 참고할 수 있다.


우주 그림은 이미 지구를 떠난 사람들의 입이 되어준다. 편지에 동봉된 우주 그림은 다양하지만, 거기에서 나오는 우주의 목소리는 비슷하다. 고대인들의 지식과 예술이 버무려진 우주는 말한다


안녕하세요, 지구인. 우주는 천국보다 아름답습니다

지구인, 제 목소리 들리십니까? 








※ cyrus의 주석




* 20

 

 기원전 5세기에서 4세기에 활동한 트라키아의 레우키포스(Leucippus)[1]와 아르데라의 데모크리토스(Democritus)는 우주가 더 이상 작게 쪼갤 수 없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1] 레우키포스의 출신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고대 철학자들의 생애를 모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Diogenes Laertios)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김주일 · 김인곤 · 김재홍 · 이정호 옮김, 나남출판, 2021, 2)에 따르면 레우키포스가 엘레아 사람인데도 누군가는 그를 압데라 사람 또는 밀레투스 사람이라고 주장한다(번역본 2권 참조). 반면 스토아학파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는 레우키포스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 21

 

 기원전 3세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수석 사서였던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는 지구의 둘레를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는 하짓날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는 정오가 되면 이집트 남부 도시 스웨네트(오늘날의 아스완)[2]에 있는 깊은 우물 아래로 태양 빛이 수직으로 들어오며 우물 속 물을 직접 비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 이 도시의 옛 지명은 시에네(Syene)’.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둘레 측정법을 설명한 대부분 책은 시에네로 표기되어 있다.





* 44~45

 

 이 그림은 1685[3]이 되어서야 뒤늦게 출판되었던 물리학자 뉴턴(Isaac Newton)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등장한다.

 

[3] 1687년에 라틴어로 쓰인 초판이 출간되었다. 본서 152쪽에 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의 출판 연도를 ‘1687으로 쓴 문장이 나온다.





* 139


그리스의 태양신 아폴로 [주4]


[4] 그리스 표기법은 아폴론(Apollon)’이다. 아폴로(Apollo)’는 로마 표기법이다.




* 170


조르다노 부르노 [주5]



[주5] → 조르다노 브루노





* 192

 

 1781313, 윌리엄 허셜은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 행성에는 천왕성이라는 이름이 붙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망원경을 통해 행성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동안 발견해 온 행성들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후 프랑스 수학자 위르뱅 르베리에는 해왕성[6] 너머에 또 다른 행성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천왕성의 궤도에서 당시까지 알려진 행성들의 효과만으로는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궤도의 섭동을 확인하고,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적용하여 여덟 번째 행성의 위치를 추정했다. 해왕성[6]의 발견 이후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1846923, 천문학자 요한 갈레는 실제 관측을 통해 그 미지의 행성을 발견했고 르베리에의 추정을 입증했다. 르베리에는 이 발견의 공로를 함께 인정받았다.

 

[6] 문장이 이상하다. 위르벵 르베리에(Urbain Jean Joseph Leverrier)와 요한 갈레(Johann Gottfried Galle)해왕성을 발견했다. 원문에 오자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번역자가 착각해서 천왕성을 해왕성으로 잘못 쓴 것인지 확인이 어렵다. 아무튼 해왕성 너머해왕성 발견 이후는 틀린 표현이다. 천왕성 너머 천왕성 발견 이후라고 써야 한다.





* 233

 

 우리는 쌍둥이자리를 카스토르와 폴룩스[7]라는 두 별로 이루어진 선으로 연결된 모습만 생각하지만, 사실 별자리 지도를 보면 쌍둥이자리는 미국의 일반적인 중서부 지역 주들처럼 불규칙한 상자 모양의 경계 안에 들어오는 한 영역을 아우른다.


[7] 카스토르(Casto)와 폴룩스(Pollux)제우스의 아들들이라는 뜻의 디오스쿠로이(Dioscuri)’로 알려진 신화 속 영웅이다. ‘폴룩스는 로마 신화에 적용되는 이름이며 그리스 신화에서는 폴리데우케스(Polydeuces)’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 238

 






 한국에서 제작한 이 둥근 구형 별자리 지도는 1777년에 출판되었다. 원래는 1395년 돌기둥에 새겨져 있던 것을 탁본으로 옮긴 것[8]을 바탕으로 다시 제작했다. 이 지도에 그려진 별자리들은 사람이나 동물 형태가 아니다. 이 지도를 연구한 한국의 학자들은 이 그림에 담긴 밤하늘이 대략 기원전 1년에 기원후 6년 사이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 그림에 담긴 정보는 수 세기에 걸쳐 마치 달리기 경주에서 계속 배턴을 넘기듯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다.

 






[8] 1395(조선 태조 4), 돌에 새겨 만든 천문도는 국보 228<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태조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은 마모 상태가 심해서 판독이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687(숙종 13)<복각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만들어졌다. <복각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보물 제837호로 지정되었다. 238쪽 도판으로 실린 별자리 지도 위에 한자로 된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확인할 수 있다.





* 249

 

 이이손과 아르고호 선원들을 태운 함선 모양의 아래쪽 별자리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창안한 48개의 별자리 가운데서 지금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별자리다. 프톨레마이오스가 만든 함선 모양의 별자리는 너무 커서 이후 18세기 말 천문학자들에 의해 여러 개의 별자리로 쪼개졌다. 이 별자리는 (각각 함선의 용골, 선미 갑판, 돛대, 돛에 해당하는) 용골자리, 선미자리[9], 나침반자리, 돛자리로 나뉘어 있다.


[9] 국제천문연맹이 공인한 별자리 목록에 제외된 아르고자리에 대한 설명이다. 선미(船尾)는 배의 끝부분에 해당한다. 또 다른 명칭은 고물이다. 선미자리가 아니라 통용되고 있는 명칭인 고물자리’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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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01-24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글 읽으며 이 책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책 값이 장난 아니겠군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글을 다 읽고 책 정보를 보러 가보니,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군요. 흑흑 이런 류의 책들은 항상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군요.

cyrus 2024-01-27 20:48   좋아요 0 | URL
책이 생각보다 큽니다. 전시회 도록 크기와 비슷해요. 여기에 완전 천연색 도판이 실려 있어서 책값이 비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