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선보이는 공연작 다섯 편 중 두 편은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살로메>(Salome)와 <엘렉트라>(Electra)다. 나머지 세 편의 공연작은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Giuseppe Verdi)의 오페라다. 10월 6일에 <살로메>가 스무 번째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10월 21일과 22일, 이틀 연속 막이 오른 <엘렉트라>는 국내 초연작이다. 나는 22일 토요일 공연을 예매했다. 베르디의 오페라 세 편도 예매하고 싶었으나 오페라 공연을 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 소포클레스, 천병희 옮김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도서 출판 숲, 2008년)
* 소포클레스, 김종환 옮김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지만지드라마, 2019년)
원작은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Sophocles)의 동명 비극이다. 오스트리아의 시인 ·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이 각색을 맡아 오페라 대본을 썼다.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 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1》 (도서 출판 숲, 2020년)
* 에우리피데스, 강대진 옮김 《메데이아: 「메데이아」, 「힙폴뤼토스」, 「엘렉트라」, 「알케스티스」》 (민음사, 2022년)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 아이스킬로스, 천병희 옮김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도서 출판 숲, 2008년)
* 아이스킬로스, 김기영 옮김 《오레스테이아 3부작》 (을유문화사, 2015년)
* 아이스킬로스, 두행숙 옮김 《오레스테이아》 (열린책들, 2012년)
* 아이스킬로스, 김종환 옮김 《아가멤논》 (지만지드라마, 2019년)
* 아이스킬로스, 김종환 옮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지만지드라마, 2019년)
* 아이스킬로스, 김종환 옮김 《에우메니데스》 (지만지드라마, 2019년)
소포클레스와 함께 거론되는 아이스킬로스(Aeschylos)와 에우리피데스(Euripides)도 엘렉트라가 나오는 비극을 썼다(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 세 편 중에 문학성이 높은 <엘렉트라>는 소포클레스가 쓴 것이다.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 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2》 (도서 출판 숲, 2021년)
* 에우리피데스, 김종환 옮김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지만지드라마, 2019년)
엘렉트라는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Agamemnon)과 클뤼템네스트라(클리타임네스트라, Clytemnestra) 사이에 태어난 둘째 딸이다. 장녀는 이피게네이아(Iphigeneia)다.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는 연합군의 총지휘자였다. 수많은 함대가 항구에 집결하지만, 순풍이 불지 않아서 2년 동안 출항하지 못한다. 신탁에 따르면 이피게네이아를 희생 제물로 바치면 신의 분노가 풀려서 순풍이 생긴다. 이피게네이아는 아가멤논의 간계에 속아서 희생되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클뤼템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을 복수하기로 결심한다(에우리피데스의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을 복수하려는 아이기스토(Aegisthus, 아이기스토스)와 합세하여 트로이 전쟁 종전 이후 십 년 만에 미케네로 돌아온 아가멤논을 살해한다(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1부 <아가멤논>).
아이기스토와 클뤼템네스트라가 미케네를 지배하면서 아가멤논의 아들이자 엘렉트라의 남동생 오레스트(오레스테스, Orestes)는 후환을 피하고자 탈출한다. 혼자 남은 엘렉트라는 아가멤논의 무덤에 찾아가 복수를 꿈꾼다. 여기서부터 오페라 <엘렉트라>가 시작된다.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에 엘렉트라의 여동생 크리소테미스(Chrysothemis)가 등장한다. 엘렉트라는 크리소테미스에게 어머니와 아이기스토를 함께 죽이자고 제안하지만, 크리소테미스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미케네 전역에 오레스트가 죽었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엘렉트라는 복수를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좌절하지만, 극적으로 오레스트와 재회한다. 그녀는 오레스트와 힘을 합쳐 아이기스토와 클뤼템네스트라를 살해한다.
* 최혜영 《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 (푸른역사, 2018년)
* [품절] 김기영 《신화에서 비극으로: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삼부작》 (문학동네, 2014년)
엘렉트라는 어머니와 새 남편을 증오한다. 그녀는 두 사람의 손에서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위해서 복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신 또한 어머니처럼 살인으로 불의를 응징하고자 한다. 엘렉트라와 클뤼템네스트라는 강인한 여성상과 표독스러운 악녀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지만 엘렉트라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가멤논이 잃어버렸고, 오레스트가 가질 수 없는 ‘권력’이다. 오페라에 생략되었지만, 비극에 묘사된 오레스트는 어머니를 죽인 죄로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3부 <자비로운 여신들>). 그는 또다시 유랑자 신세가 된다. 아이기스토와 클뤼템네스트라를 싫어하는 세력이 있다고 해도 엘렉트라는 현실적으로 미케네의 실권자가 되지 못한다.
존 싱어 사전트
『맥베스 부인 역의 엘렌 테리』
1889년
복수에 성공한 엘렉트라는 미케네 왕관을 아버지의 무덤에 바친다. 이때 왕관을 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미국의 화가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가 묘사한 맥베스 부인을 연상시킨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맥베스》 (민음사, 2004년)
* 권오숙 《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 (예경, 2008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비극 《맥베스》의 맥베스 부인은 스코틀랜드 영주인 남편을 설득해 덩컨 왕(Duncan)을 죽이도록 부추긴다. 맥베스 부부는 왕권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지만, 맥베스 부인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몽유병을 앓다가 자살한다. 아주 잠깐이지만, 엘렉트라는 ‘왕관’을 직접 손에 쥠으로써 눈부시게 빛나는 권력의 무게감을 느껴본다. 그 순간 그녀는 황홀감에 취해 춤을 추다가 무덤 앞에서 죽는다. 엘렉트라가 심장으로 들은 무덤 속 아버지 목소리의 실체는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권력’이다.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름이 없다. 부인에게 권력에 대한 야망을 숨기지 않은 ‘엘렉트라’라고 부르면 이상한가. 이번 주 오페라 공연작은 베르디의 <맥베스>다. 베르디는 맥베스 부인 역에 매우 높은 음을 내는 소프라노 배우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아, 이건 꼭 봐야 하는데‥…. 어떡하지?
* 유진 오닐, 이형식 옮김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지만지드라마, 2019년)
[제목에 대한 주석] 오페라 공연 리뷰 제목을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Eugene O’Neill)의 희곡 제목에 따왔다.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대 그리스 비극 <엘렉트라>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