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rus의 주석이 달린 장미의 이름》 #1


생 빅토르의 후고






이번 달부터 장미의 이름을 읽기 시작했다. 매일 10분씩 읽는다. 5년 전에 완독한 책인데도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재미있다. 처음 읽었을 때 무심코 쓱 스쳐 지나갔던 문장과 단어들이 눈에 띈다. 장미의 이름양장 합본(교보문고 한정판) 146에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5년 전에 보지 못했던 이름이다.

















*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 1(열린책들, 2009)

 


 호르헤의 말에 윌리엄 수도사가 겸손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아페오파기타가 가르치고 있듯이, 하느님께서는 가장 왜곡된 것을 통해서만 명명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생 빅토르의 위고가 일렀듯이, 직유법이 상이한 것을 유사한 것으로 묶을수록, 진리가 끔찍하고 상식을 벗어난 모습으로 드러날수록 인간의 상상력은 세속적인 재미를 누리지 못합니다. 따라서 기괴한 형상에 깃든 비밀은 체득이 빠른 법입니다.

 


생 빅토르의 위고(Hugh of St. Victor, 라틴어: Hugues de St-Victor). 이 이름을 보자마자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를 떠올리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혹은 프랑스 작가 이름을 따온 가상 인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 빅토르의 위고는 실존 인물이다. 중세에 살았던 위고는 후고로 표기해야 한다. ‘() 빅토르의 후고로 표기하는 저자도 있다.

 

생 빅토르의 후고는 12세기의 수도사다. 신학, 성경, 신비주의 등에 관한 여러 편의 글을 남겼으나 그에 관한 자세한 삶은 알려지지 않았다. 후고는 독일에 태어났지만, 프랑스에 있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성 빅토르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사가 되었다. 그는 평생 그곳에서 살았으며 말년에 수도원장이 되었다.

 

호르헤 수도사는 우스꽝스러운 묘사로 가득한 채색 사본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러자 윌리엄 수도사는 후고의 말을 인용하면서 세속적인 웃음을 부정하는 호르헤의 견해에 맞선다.

















* 이반 일리치, 정영목 옮김, 텍스트의 포도밭: 읽기에 관한 대담하고 근원적인 통찰(현암사, 2016)

 

* 정지인 엮음, 공부의 고전: 스스로 배우는 방법을 익히기 위하여 (유유, 2020)

 



생 빅토르의 후고는 성경 읽기를 위한 지침서인 <디다스칼리콘>(Didascalicon)이라는 책을 썼다. 부제는 읽기 공부에 관하여라고 되어 있다. 성경, 신학, 수사학 등을 공부하는 성 빅토르 수도원 학생들을 위해 쓴 글이다. 이반 일리치(Ivan Illich)텍스트의 포도밭에서 <디다스칼리콘>읽기 기술을 소개한 최초의 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쇄술이 보급되기 전에 이미 책 중심 읽기행위가 시작되었으며, <디다스칼리콘>의 등장으로 읽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공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서구 지식인들의 글을 선별한 공부의 고전에서 첫 번째로 나오는 글이 <디다스칼리콘>. 이 책에서는 <디다스칼리콘> 서문, 1, 3권의 일부만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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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1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넌 이제 독서가 경지에 이르렀구나.
그렇지 않아도 장미에 이름 번역이 좀 아쉽다고 하던데
이참에 번역에도 도전해 보면 어떨까?^^

cyrus 2023-05-15 06:29   좋아요 1 | URL
그건 너무 힘든 일이에요. 번역을 지적하려면 이탈리아어를 공부해야 해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