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다시 읽기》의 저자 안병억 교수님이 내가 쓴 서평을 읽고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셨다. 저자의 의견을 수용하여 내 서평을 검토하고, 서평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 안병억 《셜록 홈즈 다시 읽기: 홈즈의 비밀을 푸는 12가지 키워드》 (열대림, 2022)
이 글에 서평을 읽은 저자의 반박 의견을 재반박한 내용도 있다. 저자의 의견이 틀려서 재반박한 것은 아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믿는 진리의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다른 관점으로도 생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 《셜록 홈즈 다시 읽기》 231쪽
영국 소설가 브램 스토커는 1897년에 『드라큘라』를 출간했다.
[231쪽에 인용한 내용 비판] 브램 스토커(Bram Stoker)는 영국에서 활동한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다.
[저자의 반론] 아일랜드는 1921년에 독립하기 전까지 영국(UK, United Kingdom)에 속했기 때문에 스토커의 국적은 영국이다.
[재반론] 1921년 영국-아일랜드조약이 체결되면서 아일랜드 자유국(Irish Free State)이 출범했다. 하지만 완전한 독립 상태가 아니었고, 1937년부터 아일랜드 자유국은 헌법을 수정하면서 영국으로부터 완전 독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국명은 아일랜드(Ireland)와 에이레(Éire, 아일랜드어)로 변경되었고, 영국 식민지 국가들로 구성된 영 연방을 탈퇴한다고 선포했다. 1949년에 영국은 아일랜드의 영 연방 탈퇴를 승인했고, 아일랜드의 국명은 아일랜드 공화국(Republic of Ireland)으로 변경되었다.
영국령 아일랜드에서 태어나고 활동한 인물의 국적은 ‘아일랜드’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에는 스토커의 직업이 ‘Irish author’로 기재되어 있다.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윌리엄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국적도 영국이다. 요즘에 이 두 작가를 영국 출신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가? 예이츠는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참여한 시인이다. 그런 그가 영국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국적을 영국이라고 주장하는 건 어폐가 있다.
* [절판] 피터 애크로이드 《엘리엇: 영혼의 순례자》 (책세상, 1999)
2019년에 영국 소설가 피터 애크로이드(Peter Aykroyd)가 쓴 평전 《엘리엇: 영혼의 순례자》를 읽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본 적이 있다.
* 《엘리엇: 영혼의 순례자》 431쪽
엘리엇은 영국인으로는 키플링, 타고르, 예이츠, 쇼와 골스워시에 이어 여섯 번째 노벨상 수상자였다.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은 1907년,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는 1913년, 예이츠는 1923년,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1925년, 존 골즈워디(John Galsworthy)는 1932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타고르가 상을 받을 당시 인도는 영국 식민지였다. 그렇지만 그는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아시아인이다. 영국 식민지 인도에서 활동한 타고르의 국적을 영국이라고 주장하게 되면 아시아인 첫 수상자라는 기록이 소멸한다. 예외로 아일랜드 출신 작가인 쇼는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국적이 영국으로 되어 있다.
* 《셜록 홈즈 다시 읽기》 117쪽
당시 가정교사는 교육받은 여성이 선호하는 직업이었다. 학생 집에 들어가 함께 살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폈다. 가정교사 양성소도 전국에 몇 군데 생긴 것으로 보아 ‘신여성’을 꿈꾸는 여성들의 열망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돈을 벌고 어느 정도 대접을 받으며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었다.
[117쪽에 인용한 내용 비판] 실제 가정교사의 급여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교양이 있는 직업인데도 하녀로 취급받았다. 그리고 남성 고용주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가정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알 수 있는 사료가 남아 있는데도 저자는 가정교사가 ‘돈을 벌고 어느 정도 대접받으며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견해는 사실과 다르다.
* [절판] 이영석 《영국 제국의 초상: 19세기 말 영국 사회의 내면을 읽는 아홉 가지 담론들》 (푸른역사, 2009)
[저자의 반론] 영국사 연구의 권위자이자 《영국 제국의 초상》의 저자인 이영석에 따르면 중간계층의 젊은 여성 가운데 일부는 가정교사로 진출하거나 중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19세기 전반까지만 하더라도 중간계급 출신 미혼 여성에게 개방된 직업 중의 하나가 가정교사다. 박봉과 나이 때문에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없었지만, 미혼 여성에게 인기가 있었다. (《영국 제국의 초상》 5장 「딸들의 반란?」 193~196쪽)
「너도밤나무 집」(The Adventure Of The Copper Beeches)에 등장하는 의뢰인인 바이올렛 헌터(Violet Hunter)를 제외한 나머지 가정교사들은 보수를 충분히 받았으며 고용주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