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가기 전에 - 미리 보는 미술사, 르네상스에서 아르누보까지
아당 비로.카린 두플리츠키 지음, 최정수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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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아 쓴 서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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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전시해설사(docent)는 미술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바탕으로 관람객에게 전시된 작품을 설명해주는 사람이다. 소위 어렵다고 느껴지는 작품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감상해야 한다. 현대미술은 난해함의 극치라서 전시해설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시해설사는 미술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관람객들에게 즐겁고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는 한 권의 책이 된 전시해설사다. 이 책은 미술 비전공자들도 몰입하게 만들 정도로 미술가와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해설사 역할에 충실하다. 놀랍게도 이 책을 쓴 두 명의 프랑스인은 전시해설사가 아니다. 한 사람은 예술 관련 도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며, 다른 한 사람은 미술 연구자다. 두 저자는 서양미술사에 자주 언급되는 유명한 미술가와 걸작들뿐만 아니라 실력은 뛰어났으나 거장들에게 가려진 미술가와 그들의 대표작도 소개한다. 150여 명의 미술가를 시대별 및 지역별로 분류했는데 13세기 중세 말부터 19세기 말 아르누보까지 서양미술사의 전체 흐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아르누보 이후 현대미술과 고대 및 중세 미술은 다음에 나올 2권에 다룬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의 매력은 사족(Too Much Information)에 가까운 미술가와 작품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들이다. 두 저자는 전문 용어를 써가면서 작품을 가르치듯이 설명하는 전시해설사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선호하는 미술관은 즐거운 놀이터와 같은 곳이다. 놀이터 같은 미술관은 자유롭다. 이곳에 온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전시해설사와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 감상과 전혀 관련 없는 미술가들의 재미있는 일화도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들이 작품 분석 및 해설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미술가들의 주요 특징과 미술사 발전에 큰 영향을 준 작품들의 가치와 같은 핵심 내용을 밑줄로 표시해두었다.


그런데 이 책에 앙리 루소(Henri Rousseau)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루소는 상상으로 이국적인 분위기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을 남겼다.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아마추어 화가인 그는 원근법을 무시하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런 자신을 스스로 사실주의 화가라고 평가했다. 루소는 특정 미술사조에 분류하기 어려운 화가다. 피카소(Pablo Picasso)가 극찬한 루소가 왜 이 책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두 저자는 앵그르(Ingres),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를 하나의 범주, 즉 미술사조로 분류할 수 없는 화가라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앵그르와 블레이크는 19세기 낭만주의, 마네는 19세기 사실주의 화가로 분류했다. 두 저자의 화가 선정 기준에 의문이 든다.


의문점이 또 하나 있다.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화가 알폰스 무하(Alphonse Maria Mucha)를 소개한 내용이 왜 없을까무하가 관능적인 포스터를 그린 화가로 알려졌지만, 말년에 조국 체코의 역사를 주제로 한 연작 그림을 제작했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이름은 한 번 언급되지만, ‘인명 색인에 그의 이름이 없다.


전시해설사는 정확한 정보를 관람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책이 된 전시해설사가 들려준 이야기에 정확하지 않거나 오류가 있다.






라파엘로(Raffaello)<라 포르나리나>는 제빵사의 딸이자 화가의 정부(情婦마르게리타 루티(Margarita Luti)를 그린 초상화로 알려져 있다(52). 그렇지만 <라 포르나리나> 속 인물이 누군지 확실하지 않다. 마르게리타 루티라고 추정한 것은 19세기부터 시작되었다그래서 이 작품을 젊은 여인의 초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운데에서 플라톤(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이목구비를 하고 있음)이 자신의 대화편 중 하나 티마이오스를 들고 손가락으로 하늘과 이데아의 세계를 가리키고 있다. 그는 윤리학을 들고 땅과 인간들의 법을 가리키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대화한다.

 

 그의 뒤에는 두 천문학자 차라투스트라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천구의를 들고 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설명한 내용 중에서, 53)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저서 윤리학의 정확한 제목은 니코마코스 윤리학(Ethika Nikomacheia)’이다. 차라투스트라(조로아스터)는 고대 페르시아에 발원한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그는 마법사점성술사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점성술은 천체 현상을 관측하여 미래를 점치는 기술이다. 점성술은 비과학적인 방식이지만, 과거에 정식 학문으로 인정받았으며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점성술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점성술사의 원어(Astrologer 또는 astrologist, 프랑스: astrologue)는 천문학자(astronomer, 프랑스: astronome)의 원어와 비슷해서 번역하면서 혼동하기 쉽다. 차라투스트라는 천문학자가 아니라 점성술사다.













 <180852>(마드리드 프리도 미술관)은 모든 유럽 국가의 봉기의 상징이 되고 나중에 피카소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 170)

   


피카소에 큰 영향을 준 고야(Francisco de Goya)의 그림 제목은 <180853>이다. 피카소는 <1808년 5월 3일>의 구도를 참조해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ée, 1951)을 그렸다.






 작업 중인 노동자들을 그린 최초의 그림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날 것의 사실주의로 살롱전 심사위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카유보트의 <마룻바닥에 대패질하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문 중에서, 218)

 











<마룻바닥에 대패질하는 사람들>1875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카유보트보다 먼저 쿠르베(Gustave Courbet)가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 작품이 바로 <돌 깨는 사람>(1849)이다. 그런데 일하는 노동자의 범주에 여성의 노동을 포함한다면 쿠르베의 작품이 최초는 아니다. 18세기에 활동한 프랑스의 화가 샤르댕(Jean-Baptiste-Siméon Chardin)부엌에서 일하는 하녀나 부인의 모습을 담은 작품 몇 점 남겼다.


209쪽에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라고 되어 있는데, 와일드는 영국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머니 플로라 트리스탕1840년대의 문인이자 사회주의 투사, 페미니스트로서 사회적 논쟁에 참여하고 국제주의를 표방한 주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폴 고갱, 239)

 


플로라 트리스탕(Flora Tristan)은 고갱(Paul Gauguin)외할머니.






정오표

 


* 119: 다비트 테니르스(David Teniers) 

인명 색인(283)에는 다비트 테니어르스로 표기되어 있다.

 





* 211: 에술적 허용 예술적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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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28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로라 트리스탕과 고갱 이야기 소설로 본 기억나요. 카유보트의 대패질 그림 넘 좋아요 *^^*

cyrus 2022-07-02 08:40   좋아요 1 | URL
mini님은 호세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 곳에>을 읽어보셨군요. 고갱과 플로라 트리스탕을 소재로 한 소설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