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원예학자 안드레아스 바를라게(Andreas Barlage)의 《선량한 이웃들》은 정원 식물뿐만 아니라 정원에 거주하는 곤충도 소개한다. 하지만 어제 쓴 서평에 언급했듯이 곤충의 습성과 관련된 저자의 설명이 상세하지 않다.
저자는 사람을 공격하는 ‘살인 괴물’로 오해받은 말벌이 실은 ‘같이 살아도 괜찮은 동료’라고 말한다. 말벌은 자신이나 벌집이 적으로부터 위협받을 상황에 맞닥뜨리면 먼저 공격한다.
*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선량한 이웃들: 우리 주변 동식물의 비밀스러운 관계》 (애플북스, 2022)
살인 괴물이라는 말벌은 실은 천년만년 같이 살아도 괜찮은, 충분히 무해한 우리 동료다. 한마디 덧붙이면 식물에 해를 가하는 벌레들을 몰아내야 할 경우에 말벌은 아주 훌륭한 조력자다.
( 「41. 말벌에 쏘이면 죽을 수 있다는데 정말일까?」 중에서, 139쪽)
저자는 말벌이 식물에 해를 가하는 벌레들을 몰아내는 조력자라고 강조하면서 말벌에 대한 과장된 오해를 불식시키는 글을 마무리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저자의 견해에 궁금증이 생긴다. ‘식물에 해를 가하는 벌레’란 구체적으로 어떤 종일까?
곤충의 습성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두루뭉술 넘어가는 저자의 문제점은 나방에 대한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나방은 항상 빛을 쫓아다닌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밤에 불이라도 켜져 있으면 나방들은 끝날 줄 모르는 자극을 쫓아 때로 밤새도록 불빛을 맴돌며 운명처럼 춤을 추어댄다. 그러니 나방을 위해 선행을 하고 싶다면 집과 정원의 야간 조명을 최소화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등 스위치는 완전히 꺼두어야 한다. 이는 전기를 아끼는 길이기도 하다.
( 「9. 나방은 왜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을 지닐까?」 중에서, 43쪽)
이 인용문 역시 글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런 두루뭉술한 결말을 좋게 보자면 독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능동적 읽기에 익숙한 독자는 말벌이 좋아하는 해충이 어떤 것인지, 나방이 왜 빛만 보면 환장하면서 날아다니는지 알아본다. 하지만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해서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면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저자의 문제점이 가려지는 건 아니다.
*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플라스틱 먹는 애벌레부터 별을 사랑한 쇠똥구리 까지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모든 것》 (웅진지식하우스, 2019)
《선량한 이웃들》에 소개된 해충들은 생태계와 인간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 해충이라고 알려진 곤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바를라게의 시선과 유사한 책이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이다. 이 책의 저자인 노르웨이의 곤충학자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Anne Sverdrup-Thygeson)도 곤충이 정원 생태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하면서 말벌을 예로 든다. 하지만 말벌의 장점을 처음 밝힌 문헌의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밝힌다.
곤충은 정원의 질서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말벌을 예로 들어보자. 한참 성장하는 말벌들에게는 많은 영양분이 필요하다.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말벌 한 마리가 수백 제곱미터의 정원에서 약 1킬로그램의 곤충을 처리한다는 얘기가 있다. (93쪽)
이 책에 나방이 불빛에 달려드는 이유가 나온다. 비록 가설이지만, 독자의 궁금증을 해갈시켜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방은 하늘의 달(또는 별빛)을 기준으로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비행한다. 그런데 나방은 인공 불빛과 달빛을 구분하지 못한다. 결국 인공 불빛을 달빛으로 착각한 나방은 인공 불빛 주변을 맴돌면서 날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