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 - 노동, 노동자, 노동권을 이해하는 첫걸음
김철식 외 지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기획 / 오월의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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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노가다는 온종일 거칠고 험한 막일을 일컫는 속어다. 이 단어는 건설 노동자를 뜻하는 일본어 도카타(土方)’에서 유래되었다. 단순 반복적인 허드렛일도 막일의 의미에 가깝다. 그렇지만 대다수 사람은 막일, 허드렛일, 노가다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심지어 어떤 국어사전에는 노가다의 의미를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그래서 때로는 노가다가 막노동꾼, 3D 직종 노동자, 단순 업무 노동자 등을 비하하는 속어로 쓰이기도 한다이와 반대로 근로 또는 근로자라고 하면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일해서 얻은 임금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노동자이면서도 근로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과 노동자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단어다. 노동도 엄연히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행위인데도 사람들은 노동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노동은 우리와 아주 가깝지만, 너무나도 멀게 느껴지는 단어이다그동안 노동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른 채 노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노동자로 살아왔다.


노동절(근로자의 날) 전날에 나온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는 우리 삶에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노동, 노동자, 노동권의 의미를 알려준다이 책을 기획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부당한 차별을 받으면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노동으로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이다. 이 단체에 소속된 일곱 명의 활동가를 포함한 총 아홉 명의 집필진은 노동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을 바로 잡고, 노동의 참된 의미와 노동권 보장을 촉구해야 하는 이유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정규교육에서 노동과 노동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노동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답습하면서 자란다. 학력이 낮은 사람은 노가다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임금 · 장시간 · 고강도 노동을 해야하는 직업을 기피한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반노동적 인식 탓에 청소년들은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지 않은 채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한다. 그리고 일하지 않고 돈을 한 번에 많이 벌 수 있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에 더 관심을 보인다노동권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청소년은 고용주로부터 받은 부당한 처우를 참고 넘기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들은 자신의 노동문제를 직접 해결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회사의 잘못된 관행이나 노동법을 위배한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다.


노동권은 노동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면서 일할 수 있게 만든 권리다. 임금 인상이나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려면 여러 노동자와 함께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파업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합법적으로 결성된 노동조합과 파업을 불법 단체집단이기주의로 이해한다. 노동법상에 명시된 노동조합파업의 의미를 가르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친기업 정책을 선호하는 정치권과 언론은 노동조합과 파업을 비난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노동은 우리에게 점점 더 멀어지는 단어로 남게 될 것이며 우리가 누려야 할 노동권의 위상도 낮아진다.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는 오래전부터 나온 비정규직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에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노동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문제도 다룬다. 학습지 교사, 화물 운송 지입차주, 골프장 캐디,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는 개인 사업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러면 특수고용 노동으로 분류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노동권을 누리지 못한다.


공적 영역의 노동/사적 영역의 노동, 남자만 할 수 있는 노동/여자만 할 수 있는 노동,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노동자/이주노동자, 장애인의 노동/비장애인의 노동,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구분된 이분법적 위계 구조는 차별을 양산한다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는 노동 문제에 작동되는 이분법적 위계 구조를 해체하여 노동과 노동자의 의미를 확장한다노동권은 일하는 인간이 가져야 하는 권리다. 여기서 말하는 일하는 인간은 국적, 성별, 나이, 신체적 조건을 불문한다. 이주노동자,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 성소수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 고령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는 일하는 인간이다. 노동과 노동자의 의미를 넓게 본다면 일하는 모든 인간이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하게 노동권을 가져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Mini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주1]


* 154~155쪽


 문재인 대통령 당선 첫 해인 2017년에는 2018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16.4퍼센트로 인상된 7,530원으로, 2018년에는 2019년 최저임금을 10.9퍼센트 인상된 8,350원으로 정해 큰 폭의 인상이 이루어졌다. [주]



[주] 2020년 최저임금은 8,590(전년 대비 2.9% 인상), 올해 최저임금은 8,720(전년 대비 1.5% 인상)이다.





[주2]


* 203

 



 

 초기 노동자들은 주로 피해 노동자를 중심으로 생존권 확보 투쟁과 산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투쟁을 진행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결정적 계기를 형성한 것은 1988년 급성 수은중독에 걸려 사망한 15[] 소년 문송면 사건과 원진레이온 집단 직업병 발병 사건이었다.


 

 

[] 문송면은 1971214에 태어났으며 향년 17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문 씨의 호적상 생년은 1973년이다. 문 씨의 호적을 참고한 언론은 향년 15로 표기했고, 이로 인해 문 씨가 15세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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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5-11 09: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떤 의미에서 모든 이들은 다
노동자인데, 노가다니 하는 말로
폄하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자영업하는 친구는 최저임금을
너무 올렸다고 뭐라 하던데,
제 눈에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덜 주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겠
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더군요.

마르크스 이래 모두가 요구해온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제대로
평가받는 날은 요원해 보이기만
합니다.

cyrus 2021-05-17 05:45   좋아요 0 | URL
저는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지만,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노동자나 사업자가 있다면 이들의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입장도 들어봐야죠. 물론 이 문제를 침소봉대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