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작가 레오 페루츠(Leo Perutz)의 재능을 눈여겨본 어느 비평가는 그를 ‘환상소설의 만능선수’라고 평가했다. 페루츠의 주된 관심사는 작중 인물을 교란하게 만들거나 광기로 몰아넣는 초자연성이다. 페루츠가 1936년에 발표한 《스웨덴 기사》는 환상소설의 형식을 갖춘 역사소설이다.
* 레오 페루츠 《스웨덴 기사》 (열린책들, 2020)
4점 ★★★★ A-
《스웨덴 기사》는 작가 생전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돋보이는 걸작이다. 페루츠는 기묘하면서도 그럴듯한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으며 그 속에 환상과 유머를 적절하게 삽입했다.
《스웨덴 기사》의 중심인물인 무명의 도둑은 악한소설(picaresque novel)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인 도둑은 자신과 동행하게 된 귀족 크리스티안 토르네펠트를 속이고, 그의 인생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다. 신분을 바꾸는 데 성공한 도둑은 ‘스웨덴 기사’라는 별명을 가진 영주 ‘크리스티안 토르네펠트’로 살아간다. 타인의 인생을 빼앗는 일은 악행이다. 도둑은 자신의 악행에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다. 그는 도둑질하면서 절대로 가난한 사람의 재물을 노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고리대금업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페루츠는 유대인 출신이다. 고리대금업자는 천대받은 유대인들이 생존하기 위해 선택한 직업이다. 작가는 왜 도둑의 입을 빌려 고리대금업자를 경멸하는 대사를 넣었을까. ‘고리대금업자=악랄한 유대인’이라는 오래된 부정적 인식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것일까, 아니면 너무 가혹하게 채무자를 대했던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에 대한 작가의 비판으로 봐야 할까? 아무튼 도둑은 악한소설 주인공처럼 사회악에 반감을 드러낸다.
《스웨덴 기사》는 처음에 진부한 상황에서 전개되어 조금씩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이른다. 그러다가 소설 마지막에 독자에게 놀라움을 주면서 마무리된다. 처음에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어, 그래’라는 무난한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반전이 있는 결말에 이르면 ‘아! 그래!’라고 감탄하게 된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한마당, 1999)
《스웨덴 기사》에 있는 작가 연보에 따르면 페루츠의 첫 번째 장편소설 《세 번째 탄환》(Die dritte Kugel, 1915)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시 『코르테스의 병사들』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코르테스의 병사들』은 브레히트의 시 선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수록되어 있다.
※ Mini 미주(尾註)알 고주(考註)알
[주1]
* 218쪽

어쩌면 주교님은 영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를 수도 있어요. 누군가 그분께 지금 상항을 전달해야 해요.
[주] 상항 → 상황
[주2]
* 265쪽

내 비명 소리을 듣고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