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 - 대한민국 1호 도슨트가 안내하는 짜릿한 미술사 여행
김찬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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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점


3.5점  ★★★☆  B+






미술 입문자는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한다. 그들은 미술이라는 이상한 세계에서 헤매는 앨리스(Alice)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앨리스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웃는 체셔 고양이(Cheshire cat)를 만난다. 그녀는 고양이에게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소연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중에서, 182

 


앨리스: 죄송하지만 제가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체셔 고양이: 그건 네가 어디에 가고 싶은 건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앨리스: 어디든지 저는 별로 상관없어요.


체셔 고양이: 그러면 어느 길을 가든 문제없어.




앨리스와 체셔 고양이의 대화는 독자에게 자유와 용기, 모험을 독려하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과 용기만 있으면 누구나 그림을 보고 즐길 수 있다. 그림을 보는 것은 눈으로 캔버스에 들어가 모험을 하듯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행위다. 14년 차 전시 해설가가 쓴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미술에 관심 있는 애호가나 미술에 다가서고 싶은 입문자를 위한 교양서. 저자는 이상한 미술 세계의 앨리스들에게 편안하게 그림을 감상하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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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에서 작품을 안내하거나 강단에서 미술 관련 강의를 하다 보면 미술사 공부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질문을 받곤 합니다. 이 질문에 저는 한결같이 답변하죠. 어디든 상관없으니, 좋아하는 데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저자는 미술을 좋아하는 만큼’ 그림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동안 미술 입문자들은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구절을 만나면 기가 죽었다. 미술사를 알아야 그림이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저자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트 내비게이션이 된 저자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인상주의, 야수파, 입체주의, 개념미술, 현대미술을 안내한다인상주의는 미술을 본격적으로 이해하는 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미술사조다. 그렇지만 그림을 볼 용기가 있으면 저자의 안내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미술 세계를 모험하는 일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에서 시작하면 된다.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은 미술이 무엇인지 감이 안 잡히는 사람에게 유용한 책이. 하지만 부족한 점도 있다. 이 책에 언급된 여성 예술가는 총 여섯 명이다.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 메리 카사트(Mary Cassatt), 신디 셔먼(Cindy Sherman), 니키 리(Nikki S. Lee),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세라 루커스(Sarah Lucas). 저자가 비중 있게 소개한 예술가는 신디 셔먼과 니키 리다. 나머지 네 명은 이름만 언급되었다. 호기심이 많은 독자와 미술 애호가는 그들이 누군지 알아보려고 한다그러나 대다수는 전시 해설가의 안내에 열중하기 때문에 예술가 이름을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다. 예술가 약력이 없는 저자의 안내가 아쉽다. 이름만 언급된 남성 예술가들도 있다. 책에 이름만 나온 예술가들이 누군지 간략히 알려주는 주석이나 인명사전 형식의 부록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저자는 1911년에 일어난 모나리자도난 사건에 대한 비화를 알려주는데, 그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절도 용의자로 지목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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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20세기 천재 예술가로 이름난 파블로 피카소가 용의자 중 하나로 지목되었기에 언론에서도 대대적인 보도가 이어지며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의 비서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훔친 이베리아 조각상을 아폴리네르의 친구였던 피카소에게 팔았고, 이러한 이력이 발각되면서 피카소가 <모나리자> 도난 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던 거죠.

 사건 발생 28개월 만에 이탈리아 출신의 빈센초 페루자가 진범으로 밝혀졌고 <모나리자>는 다시 루브르 박물관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피카소 역시 누명을 벗게 되었고요.



이 이야기에 중요한 사실이 하나 빠졌다. 실제로 모나리자도난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피카소와 아폴리네르였다. 피카소는 용의자로 의심만 받고 금방 풀려났지만, 아폴리네르는 부당한 판결을 받아 억울하게 6일 동안 옥살이를 했다. 다행히 그도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언론은 아폴리네르를 불법 체류자라고 주장하는 악의적인 기사를 냈으며, 실제로 파리 경시청은 아폴리네르의 추방을 논의하기도 했다아폴리네르는 비서를 잘못 만나는 바람에 인생이 한 번 꼬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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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21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는 있지만 더 좋아하게 되려면 역시 선생님들의 안내가 필요하더라구요. ^^ 그래서 이런 책들이 끊임없이 출판되는 거겠죠.

cyrus 2021-03-24 10:10   좋아요 0 | URL
미술 입문자가 자전거를 처음 타기 시작한 아이라면, 도슨트는 그 아이를 도와주는 부모와 같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도슨트의 안내에 의지해야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미술이 점점 좋아지면 혼자서 즐길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