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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 5단계로 이해하는 생물학
폴 너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1년 1월
평점 :
평점
3.5점 ★★★☆ B+
호기심 많은 소년은 훨훨 나는 나비를 졸졸 따라다녔다. 나비의 날갯짓을 지그시 바라보던 소년의 마음속에 궁금증이 솟았다. ‘살아 있다는 것이 진정으로 어떤 의미일까? 생명이란 무엇일까?’ 소년은 세포를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되었고, 2001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년은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에 나비를 보면서 생긴 궁금증을 잊지 않았고,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한 권의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 책이 바로 《생명이란 무엇인가》다.
책을 쓴 소년의 이름은 폴 너스(Paul M. Nurse)다. 책 제목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가 쓴 저서에서 가져온 것이다. 폴은 1949년에 태어났다. 폴이 태어나기 5년 전에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가 나왔다. 이 책에서 슈뢰딩거는 생명의 핵심이 유전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폴은 생명의 핵심이 하나만 꼭 집어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고 본다. 그는 ‘생물학의 다섯 가지 개념’을 제시하면서 생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폴이 생각한 ‘생물학의 다섯 가지 개념’은 세포, 유전자,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 화학으로서의 생명, 정보로서의 생명이다.
저자는 세포 연구의 권위자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세포이다. 물질의 기본 단위가 원자이듯이 ‘생물학의 원자’는 세포이다. 세포는 생명의 기본 단위다. 세포는 살아 있는 모든 실체 중에서 가장 작고 단순하다. 세포 안에 유전자가 있고, 유전자 속에 염색체가 있고, 염색체 속에 DNA가 있다. DNA는 세포와 그 세포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생물이 성장하고 번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진화는 강한 것만이 살아남는 단선적인 자연현상이 아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아주 기본적인 진화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그 다양성은 종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는 다양한 생물들을 나오게 하는 창조적인 과정이다. 지금도 생명체 속의 세포는 쉴 새 없이 화학 반응을 수행한다. 세포의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면 생명체는 살지 못한다. 저자가 언급한 생물학의 기본 개념들은 하나의 생명체가 태어나고 자라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꼭 알아야 할 정보이다. 저자는 생명의 핵심을 세포나 유전자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세포와 유전자 너머’로 확장해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인류는 멸망할 때까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안으면서 살아가야 한다. 또 다른 누군가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 권의 책으로 써서 세상에 내놓을 것이다. 이 답변이 무수히 많아지려면 ‘인류만이 지구의 생명체’라는 편협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폴 너스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생명의 정의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크고 작든 간에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는 생태계의 상호의존성을 잘 아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우리는 자연을 쉽게 이용하고, 동식물(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포함해서)을 인간보다 한 단계 낮은 존재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생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야 당연히 인간이지!’라고 대답하지 말자.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나면 그런 유치한 대답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