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尾註)알 고주(考註)

 

EP. 5

 



미주알고주알: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미주알: 항문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

 

고주알: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의미 없는 단어

 

미주(尾註): 논문 따위의 글을 쓸 때, 본문의 어떤 부분의 뜻을 보충하거나 풀이한 글을 본문이나 책이 끝나는 뒷부분에 따로 달아놓은 것

 

고주(考註): 깊이 연구하여 해석하거나 풀이함 또는 풀이한 주석



















[주석을 단 책] 


* 칼 세이건 브로카의 뇌: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2020)






1

 

 

* 43

 

 “열두 살 때, 나는 에우클레이데스(Eucleides, 기원전 300년경)[1] 평면 기하학을 다룬 작은 책 한 권에서 완전히 성질이 다른 두 번째 경이를 경험했다.”

 

 

[1] 에우클레이데스는 기하학 원론의 저자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고대 이집트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의 수학자 유클리드(Euclid)의 그리스어 이름이다. 유클리드는 영문 이름이다. 본 책 51쪽에 유클리드 공간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2

 

 

* 51

 

 1919년에 휴전 협정이 체결되기 전, 영국에서는 개기 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별빛이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예측하는 바와 일치하는 방식으로 굴절하는지 관찰하기 위해 아프리카 서해안 앞바다의 프린시페 섬과 브라질로 가는 원정대가 소집되었다. 결과는 예측과 일치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입증되었으며, 두 나라가 아직 전쟁 중인 가운데 이루어진, 한 독일 과학자의 업적에 대한 영국 원정대의 검증과 인정은 과학 공동체의 선량한 찬성을 대중에게 호소하는 상징적 사건이 되었다. [2]

 







 









[참고 도서]

 

* 매튜 스탠리 아인슈타인의 전쟁: 상대성 이론은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했나(브론스테인, 2020)

 

* 애덤 하트데이비스 슈뢰딩거의 고양이: 물리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50가지 실험(시그마북스, 2017)





[2] 프린시페 섬에 파견된 영국 원정대를 이끈 사람은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 경(Sir Arthur Stanly Eddington)이다(본 책 124, 207, 209쪽에 그의 이름이 또 나온다). 프린시페 섬 팀과 브라질 팀은 동시간대에 개기 일식을 관측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브라질 팀은 스물여섯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프린시페 팀은 단 일곱 장의 사진만 가까스로 건졌다. 관측 사진을 찍는 날에 프린시페 섬의 날씨는 좋지 않았다(아침에 심한 천둥이 쳤고, 오전 내내 하늘에 짙은 구름이 드리워졌다). 운이 나쁘게도 프린시페 섬 팀이 찍은 사진 전부 화질이 좋지 않았다. 그나마 쓸모 있는 사진 일곱 장을 건졌지만, 이 사진들만 가지고 태양 부근에 지난 별빛은 휘어진다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할 수 없었다. 반면에 브라질 팀이 촬영한 사진들은 화질이 좋았고, 사진으로 확인 가능한 측정값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1911년 말에 영국왕립학회와 영국왕립천문학회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 입증되었다는 사실을 공동 발표했다


에딩턴을 비롯한 영국 과학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소원해진 영국 과학계와 독일 과학계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국 과학계는 자신들의 대선배인 뉴턴(Newton)의 역학을 뒤집어버린 독일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양국의 평화를 위해 에딩턴이 브라질 팀의 측정값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브라질 팀이 촬영한 사진의 측정값은 뉴턴 역학에 근접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일반 상대성 이론과 크게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에딩턴의 개기 일식 관측 결과와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과정에 논란이 있었지만, 1979년에 일반 상대성 이론의 효과로 별빛이 태양 근처를 지난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었다.






3

 

 

* 64

 

 오늘날 살아 있는 많은 사람들이 최초의 비행기가 만들어지기 전에 태어나서 바이킹 호가 화성에 착륙하는 광경과 최초의 성간 탐사선인 파이오니어 10호가 태양계 끝에 도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3]

 





 










[참고 도서]

 

* [품절] 돈 벌리너 목숨을 건 도전 비행: 열기구에서 비행기까지(지호, 2002)




[3] 책의 초판이 나온 해는 1979년이다. 바이킹 호가 화성에 착륙한 날은 1976720일이다. 파이오니어 10호는 197233일에 발사되어 1974124일 목성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동력 비행기를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1903년에 날린 플라이어(Flyer) 1를 최초의 동력 비행기로 보고 있다


본문에 적힌 오늘날의 시점을 1979년이라고 한다면, 우주로 향한 바이킹 호와 파이오니어 10호를 본 사람이 있을까? 1879년부터 190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 오래 산다면 두 번의 역사적인 순간(바이킹 호가 화성에 착륙한 일과 파이오니어 10호가 목성에 접근한 일)TV로 전달된 장면을 볼 수 있다.






4

 

 

* 85

 

 20세기 초반에 읽고 계산할 줄 알며 세상의 정치적인 사건들에 깊은 식견을 보이는 말이 있었다. 혹은 그렇게 보이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은 영리한 한스(Clever Hans, 1895~1916)[4]라고 불렸다.

 

















[참고 도서]

 

* 프란스 드 발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세종서적, 2017)

 

* [절판] 조엘 레비 프로이트의 말실수: 프로이트도 몰랐던 매혹적인 심리학 사전(휴머니스트, 2014)



 

[4] 영리한 한스는 수를 세고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영리한 말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뛰어난 지능을 가진 게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감지하여 계산 문제의 정답을 맞힌 것이다(실험자의 기대나 행동이 피험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실험 결과에 반영된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영리한 한스 효과’라고 부른다). 그러나 한스의 주인과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말이 고도의 지능을 가졌다고 믿었다. 말이 계산 문제를 푸는 과정이 알려지자 한스의 주인은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한스를 저주한 채 1909년에 사망했고, 한스는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1차 세계 대전 기간인 1916년에 한스는 군마로 징발되었는데, 그 후로 한스의 생사는 알려져 있지 않다.






5

 

 

* 106

 

 화성에는 약 10억 년 전에 만들어진 높이가 거의 24킬로미터에 이르는 화산이 있다. 심지어 금성에는 이것보다 더 큰 화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5]

 

 

[5] 화성에 있는 올림푸스 산(Olympus Mons)은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화산이다. 이 화산의 높이는 25km에 이른다. 본 책 255쪽에 올림푸스 산이 언급된 내용이 나온다.






6

 

 

* 369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들 10명은 아직은 어떤 컴퓨터도 두려워할 일이 없다. 최근 한 컴퓨터가 미네소타주 체스 대회에 첫 출전할 만큼 충분히 좋은 성과를 냈다. 지구에서 인간이 아닌 존재가 주요 스포츠 게임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로봇 골퍼나 로봇 지명 타자가 출전할지도 모른다. 돌고래가 자유형 수영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말한 것도 없고 말이다.) 컴퓨터가 체스 대회에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대회에 진출할 만큼 충분히 잘한 첫 번째 사례였다. 체스를 두는 컴퓨터의 실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6]

 

 

 

[6] 인간과 (슈퍼)컴퓨터가 체스로 맞붙은 최초의 공식전은 1989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 IBM의 딥 소트(Deep Thought). 이 대결의 승자는 가리 카스카로프다. 1996년에 IBM은 성능이 향상된 딥 블루(Deep Blue)를 선보였고, 가리 카스파로프에게 재도전했다. 딥 블루는 인간 체스 챔피언에게 한판승을 거둔 최초의 컴퓨터다. 하지만 624패의 성적을 거두면서 가리 카스파로프에 완패했다. 이듬해에 가리 카스카로프 대 딥 블루 2차전이 열렸고, 딥 블루가 승리했다.


세이건이 언급한 미네소타주 체스 대회가 언제 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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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1-02-0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시루스님!
이런 글을 쓸 수 있군요.
정말 흥미진진한 글이예요.

주1번은 한국 출판사의 실수인 듯 한데, 번역원고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고유명사를 옮기는 일이죠.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인물이라면 그래도 찾아볼 자료가 있으니 다행이지만, 간혹 우리말로 된 자료가 아예 없는 경우는 난감해요. 제가 출판사에 있을 당시 책임편집을 맡은 책 중에 그런 고유명사들 때문에 엄청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요.

cyrus 2021-02-04 13:34   좋아요 0 | URL
에우클레이데스와 유클리드 중에 하나만 쓰면 되는데, 이 두 개의 이름을 같이 쓰면 (에우클레이데스와 유클리드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독자 입장에서는 혼동하기 쉽죠. 1번 주석은 그걸 지적하고 싶어서 이 글에 언급했어요. 제 의도를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