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의학의 역사 - 엉터리 만병통치약에 대한 무시무시한 이야기
리디아 강.네이트 페더슨 지음, 부희령 옮김 / 더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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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돌팔이는 아는 것이 없고 실력이 부족하다. 돌팔이는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자신의 기술이나 물건을 판다. 돌팔이 의사는 병도 제대로 못 고치는 주제에 의료비를 두둑이 챙겨 호의호식한다. 그리고 방송에 나와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유사 의학을 뻔뻔스럽게 말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혼란스러웠던 작년 초에 거짓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는 돌팔이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이리저리 누비면서 증명되지 않은 의학 정보를 퍼뜨렸고, 어수선한 시국에 편승해 이익을 추구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불안에 떤 사람들은 비전문가가 주장한 코로나 예방법을 지나치지 못한다. 건강보조식품이 코로나19를 막아준다는 광고를 믿고 돈을 낭비하기도 한다. 바이러스 전문가나 전문의들의 의견은 뒷전이다.


그래도 대부분 사람은 엉터리 의학 정보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하지만 이들의 속마음은 혹시 모르니까 한 번 믿어볼까?’일 것이다의학의 역사가 알려주지 않은,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엉터리 의학들을 소개한 돌팔이 의학의 역사를 읽는다면 돌팔이와 사기꾼들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이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리디아 강(Lydia Kang)은 한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Korean American)이다.


코난 도일(Conan Doyle)셜록 홈스(Sherlock Holmes) 시리즈를 읽어보면 왓슨(Watson) 박사가 실신한 사건 의뢰인에게 브랜디를 떠먹여 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당시에 브랜디는 의료계에서 가장 많은 칭송을 받았던 알코올 음료였다. 실제로 의사들은 브랜디를 각성제로 사용했다. 때때로 산고를 겪는 임부에게 브랜디를 직접 주사하기도 했다. 지금도 어떤 의사들은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부정한다. 이들은 담배회사에 유리한 증언을 하고 있다. 담배회사는 담배가 만병통치약으로 대접받던 시절을 잊지 못한 듯하다18세기 영국에서 엉덩이에 연기를 불어 넣는 담배 연기 관장이 유행했다. 환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담배 연기 관장을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일반인이 혼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휴대용 담배 연기 관장 세트도 있었다. 담배 연기의 효능을 믿는 사람들은 담배 연기가 몸속의 독소를 제거한다고 믿었고, 입과 항문으로 니코틴을 빨아들였다.


술과 담배는 건강을 해치는 기호품이다. 우리는 술과 담배가 치료제였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우습게도 돌팔이 의학의 역사에 소개된 것들은 한때 의사들도 믿었던 상식이었다. 무지한 의사들은 엉터리 치료법의 문제점을 미처 알지 못했다. 이들은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엉터리 치료를 시행했다. 소독법의 선구자인 영국의 외과 의사 조지프 리스터(Joseph Lister)도 환자들에게 아편 주사를 놓았다사실 브랜디와 아편 시술법은 다른 엉터리 치료술과 비교하면 조금은 봐줄 만하다. 수은과 안티몬은 각각 매독 치료제와 소화제로 사용되었다. 이 두 가지 물질을 과다 복용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난다. 1941년에 안티몬이 함유된 알코올중독 치료제가 판매되었다. 안티몬이 유해물질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알코올중독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사기꾼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상식이 뛰어나다고 자부한 독자라면 돌팔이 의학의 역사를 흥미롭게 볼 것이다. 그러면서 오래 살기 위해서 듣도 보도 못한 기상천외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겠지건강과 장수를 바라는 인류의 욕망이 돌팔이 의학의 역사를 만들었다. 매사에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인간은 생각보다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 펄쩍 날뛰는 욕망을 힘껏 붙들어 잡다 보면, 너무 지쳐서 이성의 힘이 느슨해지는 순간이 온다. 이때 돌팔이들의 엉터리 정보는 귓속으로 들어와 마음에 침투한다돌팔이에 속았으면 그 사람들만 욕할 게 아니다. 돌팔이의 엉터리 정보를 무심코 받아들일 정도로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자신에게 먼저 욕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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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45


 르네상스 시대의 오즈 박사[]가 보증해주는 것만으로도 구토 유도제 복용을 시도할 만하다고 당신은 생각하겠지만, 안티몬의 인기에 불이 붙은 것은 가공의 수도사가 이를 극찬했기 때문이었다.

 

[] 미국의 토크 쇼 프로그램 <The Dr. Oz Show>의 진행자 메흐멧 오즈(Mehmet Oz)의 별명이다. 그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건강 전문가로 출연했으며 <The Dr. Oz Show>가 큰 인기를 끌면서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의사가 되었다. 그러나 <The Dr. Oz Show>에서 소개된 의학 정보 가운데 상당수는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서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2

 

 

* 79


 영화 <제임스 본드 골드핑거>[]에서 피부질식으로 죽게 되는 황금 여인의 죽음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것은 시선을 사로잡는 장면이기는 했으나, 그저 현란하기만 할 뿐 과학적 근거는 없다.

 

 

[] <007 골드핑거>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007 시리즈세 번째 작품이다. 영화 원제는 ‘Goldfinger’. 원서에 나온 영화 제목은 ‘James Bond Goldfinger’. 역자는 영화 제목을 직역해서 썼다. <007 골드핑거>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James Bond)를 연기한 배우는 작년 10월에 영면한 숀 코너리(Sean Connery).






3

 

* 163


 몇 년 동안 브랜디는 의료계에서 가장 칭송을 받는 알코올음료의 지위를 누렸다. 각성제로 간주되어 기절을 했을 때 응급조치로도 자주 사용되었다. 레이디 아라벨라[]가 당신의 멋진 등장을 보고 황홀해서 기절했던가? 브랜디 한 잔으로 정신을 차리게 하라.

 

 

[] 레이디 아라벨라(Lady Arabella)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공동 저자나 역자가 아라벨라가 어떤 인물인지 언급해줬어야 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이 작곡한 오페라 <아라벨라>에 나오는 동명 주인공의 이름이긴 한데, 오페라에 나오는 아라벨라가 저자가 말한 아라벨라를 말한 건지 알 수 없다.






4

 

 

* 179[수치의 전당 2. 해독제 편]

 

진주


 클레오파트라는 포도주를 발효시킨 식초에 크고 비싼 진주를 녹여서 마신 것으로 유명한데,[] 그 경우는 해독제로 먹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안토니우스와의 내기에서 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자존심을 치명적으로 다치는 일이었을 테니까.

 

 

[] 진주를 녹인 식초를 마신 클레오파트라 이야기는 과장된 전설이다. 진주는 식초와 같은 산성에 빨리 녹지 않는다.






5

 

 

* 221~222

 

 최음제로서의 리타 베시카토리아(Lytta vesicatoria), 혹은 스페인 파리(spanish fly)라고 불리는 딱정벌레[]의 명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수포제로 사용한 것은 몇 세기 전의 일이다. 만지지는 말고 보기만 해야 한다. 그 곤충의 몸에는 칸타리딘(cantharidin)이라는 화합물이 있어서 닿기만 해도 물집이 생긴다. 그 종은 수놈이 암놈보다 칸타리딘을 더 많이 지니고 있다.

 

 

[] 해당 원문은 ‘Blister beetle’이며 가뢰를 뜻하는 단어다. 스페인 파리의 정확한 명칭은 스페인청가뢰. 가뢰는 딱정벌레목 가뢰과에 속하는 곤충이라서 딱정벌레의 일종이다.






6

 

 

* 326~328

 

 히스테리라는 용어는 19세기에 만들어졌으나, 히포크라테스는 훨씬 전에 이 증상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여성의 건강 문제는 방황하는 자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고, 그는 섹스를 통해 여성들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성행위로 만족한 자궁은 방황을 멈추고 병도 낫는다고 한다. 임신을 한다면, 결혼을 해야만 한다. 처녀들, 과부들, 그리고 독신 여성들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히포크라테스는 또한 섹스를 하면 여성의 산도가 넓어져 더 청결하고 건강한 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옳은 추측이었다. 최근의 연구를 살펴보면 원래 산도가 넓거나 혹은 출산 경험으로 넓어지면 월경 경련으로 인한 통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히포크라테스는 여성이 결혼해서 적극적인 성생활을 즐기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많은 의사들, 즉 로마의 갈레노스는 여성이 금욕하면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들은 모두 남성 의사들이었다.

 11세기 이탈리아에서 살레르모의 트로타[]가 등장했다. 중세 유럽 최초의 여성 의사이다. 트로타는 성과 관련된 질병을 여성 환자가 남성 의사와 상의하기에는 지나치게 사적인 부분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지적했을 것이다. 그녀는 금욕을 질병의 원인으로 보았으며, 결혼 생활의 테두리 안에서 적극적인 성생활을 하라고 충고했다.

 

 

[] 해당 원문은 ‘Trota of Salerno’. 따라서 살레르모가 아니라 살레르노.






7

 

 

* 412

 

 11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주민들에게는 왕이 연주창에 감염된 소작농을 만져주는 관행이 의료 행위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치유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영국의 에드워드 참회왕(1000~1066)[]과 프랑스의 필립 1(1052~1108)은 연주창을 치유하는 공개적인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 이 병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으리으리한 왕실 행사에 모여들었다. 왕들은 그 자리에서 병자들을 어루만졌다.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 에드워드 참회왕(Edward the Confessor)의 출생연도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학자들은 1003년에서 1005년 사이로 추정한다.






8

 

 

* 420


 1689년 윌리엄과 메리가 영국 왕좌에 오르자 왕의 손길을 호의적으로 보는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영국에서는 카톨릭[]과 미신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개신교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통치자들은 왕실의 손길에 대한 요청에 부응하지 않았다. 그 관습은 가톨릭과 결부되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 가톨릭의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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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21-01-18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익과 재미를 주는 글이예요~^^ 요즘 cyrus님 글이 많이 올라와서 좋네요~

cyrus 2021-01-19 08:08   좋아요 2 | URL
재미있는 글을 쓰는 건 어려워요. 유익한 글을 쓰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

2021-05-20 0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