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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 미세 플라스틱, 각종 세제, 바디 케어에서 항생제까지 인간을 위협하는 청결의 역습
한네 튀겔 지음, 배명자 옮김 / 반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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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하루에 손 소독제를 몇 번이나 쓰는지 세어본 적이 있다. 필자는 도서관과 책방에 자주 가기 때문에 손 소독제를 2번 사용한다.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올 때 무조건 손 소독제를 사용한다. 이제는 어느 곳에나 손 소독제가 있다. 손 소독제가 보이면 두 손은 저절로 그쪽으로 향한다.그래서 손 소독제를 5번 이상 사용했던 날도 있다. 젤 형태로 된 손 소독제를 자주 써서 그런 것일까. 젤을 손에 바르고 나면 손바닥 피부가 몇 분 동안 건조해진다. 손 소독제에 들어있는 알코올 성분이 피부 건조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피부가 땅기는 느낌이 싫어서 양 손바닥을 마주 대고 비빈다.
아무리 잘 씻고, 소독제를 써도 손은 세균에 노출되기 쉬운 부위다. 스마트폰이 화장실 변기 시트보다 세균이 많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변기보다 더러운 것을 손으로 만지고 얼굴에 가져다 대고 사용한다. 청결을 유지하는 습관은 개인위생을 지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렇지만 완벽할 정도로 깨끗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독일 출신의 과학 전문기자가 쓴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는 청결한 삶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는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다. 지나친 청결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박테리아와 유익한 미생물마저 없애버린다. 청결의 역설은 그뿐만이 아니다. 나쁜 세균을 죽이는 화학물질을 자주 사용하면 인류의 전체적인 위생 관리 수준이 높아진다. 그러나 항균 비누에 들어있는 트라이클로산(triclosan)은 하수 정화 시설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화학물질이다. 트라이클로산은 수생 생물을 위협하는 독이 된다. 손 소독제와 살균제 내용물을 담은 플라스틱 용기도 분해되지 않는다.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폐기물이 되어 썩은 내가 진동하는 ‘쓰레기 산’이나 망망대해에 떠도는 ‘쓰레기 섬’의 일부가 된다. 이렇듯 인류의 청결지상주의는 지구를 멍들게 하는 거대하고 더러운 점, 즉 오점이다.
저자는 각종 연구 결과와 통계자료를 통해 ‘결벽증 환자’에 가까울 정도로 과도하게 청결을 유지하는 인류의 현실과 그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보여준다. 그리고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대안들도 제시한다. 이미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독자들은 이 책에 소개된 대안들이 익숙할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말한 모든 대안을 한꺼번에 실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각자가 생각하기에 어렵지 않은 친환경적인 대안들 위주로 실천하여 일상을 서서히 변화시켜줘야 한다.
※ Mini 미주알고주알
1
* 145~146쪽
가장 작은 생명체를 직접 눈으로 보고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해준, 첫 번째 사람은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다. 그는 부유한 세계적 무역도시였던 델프트에서 1632년에 태어난 수건 제작자가 되었다.[주1]
레이우엔훅은 수건의 품질을 점검하기 위해 확대경을 사용했다.[주2]
[주1]
[독일어 원문]
Der erste Mensch, der es schafft, die Kleinstlebewesen zu sehen und für andere sichtbar zu machen, ist Antoni van Leeuwenhoek, geboren 1632 in Delft, einer wohlhabenden Kaufmannstadt mit Kontakten in alle Welt. Leeuwenhoek selbst wird Tuchhändler.
‘Tuchhändler’는 포목상, 옷감상인, 직물장수를 뜻한다.
[주2]
[독일어 원문]
In seinem Gewerbe werden Vergrößerungsgläser genutzt, um die Qualität der Stoffgewebe zu prüfen.
‘직물의 품질(Qualität der Stoffgewebe)’이라고 번역해야 한다.
2
* 212쪽
건강한 사람들의 대변, 즉 매우 다양한 장 박테리아 혼합물이 이 연구에 참여한 참가들[주]의 질병을 치료했다. 과학자들은 연구 참가자에게 장 박테리아 혼합물을 투입하는 대변 이식을 위해 환자의 건강한 친척의 대변을 액화하여 호스를 통해 환자의 코에 주입했다. 16명 중 15명이 치료 세 번 만에 다시 건강해졌고 재발도 없었다. 그 뒤로 높은 회복력이 재확인되었다. 감사해야 할 대상은 약물의 효능 물질이 아니라 공여자의 박테리아였다.
[주] ‘참가자들’의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