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고양이 - 물리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50가지 실험
애덤 하트데이비스 지음, 강영옥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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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점   ★★   C





과학이라고 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서양 출신의 과학자들을 떠올린다. 과학자들의 이름을 아는 대로 말해보자. 왕관 실험을 통해 부력의 실체를 확인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낙하운동 법칙을 발견한 갈릴레이(Galileo Galilei).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뉴턴(Isaac Newton)과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있다. 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인 실험을 소개한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 And 49 Other Experiments that Revolutionised Physics)는 서양 중심의 과학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저자가 물리학이 과학사의 중심 학문이라고 강조하는 건 아니다. 이 책은 물리학과 연계된 화학, 천문학, 우주론에 관한 중요한 성과들도 나온다.   


국역본의 부제는 물리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50가지 실험이다. 국역본에 한 가지 주제의 내용이 추가되었다(저자가 추가했는지 아니면 역자가 추가해서 썼는지 알 수 없다. 만약 후자일 경우라면 역자가 이 사실을 언급해서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역자는 원서의 부제와 국역본의 부제가 왜 차이가 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저자가 최근에 쓴 책 피보나치의 토끼원서의 부제는 ‘And 49 Other Breakthroughs that Revolutionised’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피보나치의 토끼》 에 소개된 수학 이론은 50가지다). 그 주제는 바로 힉스 입자(Higgs particle)’. 이 책을 쓴 저자 애덤 하트데이비스(Adam Hart-Davis)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초판 발행연도는 2018년이다. 그런데 국역본 앞 장에 있는 서지정보를 보면 2015년에 발행된 사실(‘Elwin Production Limited 2015’)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상하기 짝이 없지만, 일단 이런 특이 사항이 있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자.


이 책에 비중 있게 언급된 동양 출신의 과학자는 아라비아 출신의 과학자 이븐 알 하이삼(Ibn al-Haytham)이다. 라틴어 이름인 알하젠(Alhazen)이다. 저자는 알하젠이 세계 최초로 체계적인 실험을 한 과학자라고 말한다. 알하젠은 어두운 방이라는 뜻을 가진 광학 장치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를 만들어 빛이 직진하는 성질을 증명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리학의 역사를 압축하고 요약 정리한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단점은 서양 중심의 과학사 위주의 서술 방식이다. 서양 중심의 과학사에 익숙한 과학사가나 독자들은 동아시아와 중동에서 독자적으로 발전된 과학을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동양 출신 과학자들의 업적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다음에 나올 인용문은 서양 중심 과학사에 초점을 맞춘 서술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52년 동안 츠바키와 바데는 120개의 초신성을 발견했다. 사실 초신성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었다.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학자가 없었을 뿐이다. 1572년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가 초신성을 관측했다는 기록이 있다. (140)


 

저자가 초신성 관측의 역사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티코 브라헤(Tycho Brahe, 튀코 브라헤)가 초신성을 관측한 사실만 달랑 언급하고 넘어간 점은 과학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 저자의 간략한 설명을 본 독자는 튀코 브라헤가 최초로 초신성을 관측한 학자라고 이해할 수 있다. 최초로 기록된 초신성은 185년 중국의 천문학자들이 관측했다. 그 밖에 이슬람 천문학자들도 초신성을 관측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아시아와 중동 출신 천문학자들의 초신성 관측 기록은 튀코 브라헤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나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독자를 당혹스럽게 하는 이상한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제일 마지막에 나온 힉스 입자에 대한 설명이 정말로 어이가 없기 때문이다.

   

 

 1964년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교의 피터 힉스가 표준모형 내에는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소립자가 있을 거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소립자가 보손일 것이라 했다. 이후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보손을 찾으려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이 입자를 발견한 학자는 없다. (169)


 

201310월에 스칼라 보손(scalar boson, 스핀이 0인 보손)의 유일한 기본 입자인 힉스 입자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런데 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힉스 입자에 대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171)”라는 문장이 있다. 이 책(원서와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는데도 말이다. 본 책 170쪽에 결론: 힉스 입자는 이미 발견됐을지도 모른다라는 아리송한 한 줄의 문장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책 앞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엠페도클레스의 클렙시드라 실험부터 힉스의 신의 입자발견까지 


이 세 가지 문장을 종합해서 본다면 필자가 왜 이 책을 이상하다고 느꼈고 당혹스러워했는지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책 앞표지와 뒤표지에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넌지시 알린 말이 있지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과학책이 이렇게 겉과 속(내용)이 다르면 곤란하다슈뢰딩거의 고양이피보나치의 토끼보다 먼저 나온 책인데, 이 책의 만듦새는 피보나치의 토끼와 비슷하다. 아무튼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단점이 많이 드러난 책이다이런 허술한 책이 과학 비전공 독자들의 손에 들려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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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암흑기에는 종교 교리가 학문 전반을 지배했다. 심지어 철학자들도 교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신의 뜻입니다로 정해져 있었다. 암흑기를 벗어나면서 어떤 현상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려는 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1620년대에 발표된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저서에서는 경험론적 증거와 실험과학을 강조하고 있었다.[]

 

 

[] 저서의 정체는 노붐 오르가눔(Novum Organum)이다. 1620년에 발표된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저서이다. 국내에 신기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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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


 피조의 친구인 레옹 푸코도 결국 의학 공부를 중도에 포기했다. 그는 찰스 다윈처럼 색맹이었고[] 자신이 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1825년에 에든버러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으나 해부학 수업(환자의 몸이나 시신에 흘러나온 피와 해부학 실습실에 있는 해부학용 시신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해 1827년에 중퇴했다. 그런데 다윈이 색맹이라는 이유로 의학 공부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다윈은 붉은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록 색맹일 것이다. 이 내용이 확실한지 알고 싶다(“에잇, 읽어야 할 책들이 또 생겼군.”). 참고로 색맹으로 유명한 과학자는 원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존 돌턴(John Dalt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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