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개된 두 편의 글에 언급했지만, 린다 리어(Linda Lear)의 《레이첼 카슨 평전》은 정말로 좋은 책이다. 이 책이 복간되지 않아서 아쉽다. ‘레이첼 카슨 전집’ 출간을 기획한 에코리브르 출판사가 펴낸 카슨 평전은 전기 작가 윌리엄 사우더(William Souder)가 쓴 것이다(이 책을 번역한 김홍옥 씨는 리어가 쓴 카슨 평전의 역자이기도 하다. 그 외에 김 씨는 카슨의 책을 번역했다). 이 책은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2012년)에 맞춰 나왔다. 원제는 <On a Farther Shore: The Life and Legacy of Rachel Carson>이다.
* [절판] 윌리엄 사우더 《레이첼 카슨: 환경운동의 역사이자 현재》 (에코리브르, 2014)
* [품절] 린다 리어 《레이첼 카슨 평전: 시인의 마음으로 자연의 경이를 증언한 과학자》 (샨티, 2004)
사우더는 리어의 카슨 평전을 참고하면서 썼다. 리어의 책을 참고하는 일은 카슨 평전과 전기를 집필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두 권의 책을 읽어 보면 중복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우더는 리어의 평전을 답습하면서 쓰지 않았다. 리어는 카슨과 관련된 수많은 자료(생전에 카슨이 공개하기를 꺼려했던 편지들도 포함된다. 예를 들면 카슨이 도로시 프리먼에게 보낸 편지들이다)를 면밀히 조사하여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카슨의 삶을 복원했다. 그뿐 아니라 카슨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정보까지 설명했다. 그래서 평전의 분량이 방대하다. 책의 분량이 많다는 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다만 사우더의 평전은 600쪽이 넘는 책이라 분량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사우더는 카슨의 생태주의 관점에 영향을 준 학문적 배경과 그녀가 화학 살충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회적 배경에 중점을 두면서 평전을 썼다. 사우더는 ‘사회를 바꾼 지식인’ 카슨의 면모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리어의 평전은 카슨을 포함한 여성 지식인들이 겪어야 했던 부당한 차별들을 제대로 보여준다. 카슨은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보는 시선을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 엘렌 레빈 《레이첼 카슨》 (나무처럼, 2010)
평점: 3.5점 ★★★☆ B+
* 알렉스 맥길리브레이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 (그린비, 2005)
평점: 3.5점 ★★★☆ B+
평전의 분량에 부담을 느낀다면, 평전을 대신할 ‘차선책’을 찾으면 된다. 엘렌 레빈(Ellen Levin)의 《레이첼 카슨》(Up Close: Rachel Carson)과 ‘세상을 뒤흔든 선언’ 시리즈 네 번째 책인 《세상을 뒤흔든 침묵의 봄》은 차선책으로 삼을 수 있는 책이다. 레빈의 책은 가벼워서 모든 연령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의 부록은 자연 생태 보호 및 환경 보전을 위한 국제협약과 의정서(몬트리올 의정서, 생물다양성 협약, 기후변화 협약, 교토 의정서 등)를 간략히 소개한 내용이다. 하지만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
여름 내내 레이첼과 메리는 PCW 과학클럽을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이름은 ‘무 시그마(Mu Sigma)’라고 정했는데, 스킨커 교수의 이니셜을 그리스어로 표기한 것이다. (《레이첼 카슨》, 48쪽)
저자나 역자의 실수인지 아니면 잘못 인쇄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학생 시절 카슨과 친구들이 결성한 과학클럽 이름이 틀렸다. 정확한 이름은 ‘무 시그마 시그마(Mu Sigma Sigma)’다. 카슨이 장래희망을 과학자로 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메리 스콧 스킨커(Mary Scott Skinker) 교수의 이름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134쪽의 ‘알바토로스 호’와 187쪽의 ‘몬샌토’는 각각 ‘앨버트로스 호(카슨이 해양생물 연구를 했을 때 탑승한 배 이름)’와 ‘몬산토(Monsanto, 지금은 합병되어 사라진 다국적 농업 기업)’로 고쳐 써야 한다.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은 평전이 아니라서 카슨의 일생을 언급한 내용이 적다.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을 저자는 그린피스에 일한 적이 있는 환경 시사 전문가다. 저자는 《침묵의 봄》이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을 탄생시킨 산파 역할을 한 ‘녹색 선언’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는 이 책에서 카슨 이후에 전개된 국제적 환경운동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책도 ‘옥에 티’가 있다. 토속적인 느낌이 나는 ‘조류 보호를 위한 오두봉협회(15쪽)’와 ‘전국오두봉협회(17쪽)’는 전국오듀본협회(National Audubon Society)를 말한다. 《북아메리카 조류 일람》 등을 남긴 박물학자이자 삽화가인 존 제임스 오듀본(John James Audubon)을 기려 만든 비영리 환경단체다. 여담이지만 경남 거창군과 전북 정읍시에 ‘오두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산봉우리가 있다.
천연자원의 사용을 놓고 자연보호운동가와 정부 · 기업 간의 갈등도 점점 더 커져갔다. 1905년 밀렵꾼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관리를 살해하는 사건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결국 자연보호운동가들은 헤치헤치 계곡(Hetch Hetchy Valley)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고, 1913년에 그 계곡은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 이 해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아 있던 나그네비둘기 마서(Martha)가 동물원에서 사망한 것도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17쪽)
나그네비둘기(passenger pigeon)의 또 다른 이름은 ‘여행비둘기’다. 마지막 나그네비둘기는 1913년이 아니라 1914년 9월 1일에 멸종되었다.
전 상원의원인 위스콘신 주지사 게일로드 넬슨은 1970년에 제정된 첫 번째 지구의 날 행사에 우드스톡(1969년 8월 16일 뉴욕 주에서 열린 록 음악제. 30만 관중이 운집했다) 못지않은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12쪽)
우드스톡(Woodstock) 록 페스티벌은 1969년 8월 15일부터 3일간 뉴욕에서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