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않은 시간은 금방 잊힌다. 평범한 일상이어도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 그날의 순간을 기록해야 한다. 5월 달력을 떼어내면서 올해 상반기의 마지막 달인 6월이 성큼 다가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예전에는 한 달 끝날 때마다 달력을 한 장씩 떼어내는 일을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달력을 떼어내면 지나간 시간을 후딱 내다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을 그냥 버리기가 너무 아까워 이제야 주섬주섬 줍기 시작한다. 분해되어 산산이 흩어져버린 시간의 파편들을 완전한 형체로 복원하기 위해 기록을 시도해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엔트로피(Entropy)의 힘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 제러미 리프킨 엔트로피(세종연구원, 2015)

 

 

 

우리가 겪는 모든 현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일어난다. 엔트로피는 우리말로 번역하기 힘든 용어다. 가장 많이 알려진 엔트로피의 의미는 무질서’ 또는 ‘비가역성이다. 물에 잉크를 떨어트리면 잉크 분자는 물 전체에 골고루 퍼진다. 물에 들어가기 전의 잉크를 질서가 있는 상태라고 하면, 물에 퍼지는 잉크 분자들은 무질서한 상태이다. 자연은 무질서한 상태로 나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비평가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엔트로피 개념을 가져왔다. 대부분 사람은 기술이 발달하면 풍요로운 사회로 발전하여 인류의 삶이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리프킨은 1980년에 엔트로피라는 책을 발표하면서 미래에 대한 낙관론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세상은 점점 더 무질서한 상태, 즉 혼돈 상태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리프킨은 물질만능주의 사의 여러 가지 문제점(인구 급증,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들을 엔트로피가 너무 증가해서 생긴 결과물로 보고 있다. 그는 자연과 자원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낮은 엔트로피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 리처드 뮬러 나우: 시간의 물리학(바다출판사, 2019)

 

 

 

시간 역시 엔트로피의 영향력 안에 있다. 시간은 계속 흐르기만 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예전 과학자들은 엔트로피(의 증가) 때문에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우(Now): 시간의 물리학의 저자이자 물리학자인 리처드 뮬러(Richard Müller)는 시간의 특징을 엔트로피 이론으로 설명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시간이 무조건 앞으로만 향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대안적인 근거로 양자물리학과 빅뱅(big bang)을 거론한다.

 

지금의 세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며 때론 무질서한 상태에 임박한 듯한 느낌까지 든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리프킨의 엔트로피가 출간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때쯤이면 식자들은 이 책을 언급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든가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리프킨의 엔트로피를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김상욱 교수는 리프킨이 엔트로피 개념을 잘못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엔트로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과학자들의 설명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 출처: <[김상욱 교수의 과학 에세이] 모든 길은 빅뱅으로 통한다>, 동아일보, 201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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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0-06-01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엔트로피 읽지 마세요~ 라고 말하려던 참인데..ㅎㅎ 일리야(기억이 안나네요 풀네임이^^; 어쩌고 하는 러시아사람이 쓴 엔트로피가 훨 도움이 될 듯

cyrus 2020-06-01 21:13   좋아요 0 | URL
테레사님이 언급한 저자 이름이 ‘일리야 프리고진’이겠죠? 그 사람이 쓴 책도 읽어볼게요. ^^

테레사 2020-06-0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 노벨화학상 받은 그 프리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