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X-파일
이반 투르게네프 외 / 문학수첩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공포 X파일괴기 X파일1995년에 나온 책이다. 부제는 세계의 대작가가 쓴 공포 · 괴기 걸작선이다. 두 권의 책 모두 부제가 같다. 1995년에 나는 국민 학생이었다. 미국 드라마 <The X File>199410월부터 KBS에서 방영되었다.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후부터 방송, 언론, 출판 모든 업계에 ‘X 파일을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괴기 X파일이다. 짝을 맞추려면 공포 X파일도 있어야 하겠지만, 공포 X파일에 있는 작품 대부분은 다른 번역본에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공포 X파일을 당장 구매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내가 처음 보는 단편소설 서너 편이 공포 X파일에 포함되어 있어서 사지 않을 수가 없다.

 

 

 

 

 

 

대작가다운 기상천외한 발상, 치밀한 구성

세계 전통 호로물(...)의 진수!

 

 

 

    

 

괴기 X파일에 총 열두 편의 이야기가 있다. 이 중에서 한 편은 작가가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괴담(‘유령의 구두’)이다. 괴기 X파일수록작 중에 새로 번역되어 알려진 것은 다음과 같다.

 

    

 

* 탑 속의 방(Room in the tower, 1912)

에드워드 프레더릭 벤슨(Edward Frederic Benson)

탑 실 (뱀파이어 걸작선)

 

 

* 저주받은 일가(The Old Nurse’s Story, 1852)

엘리자베스 개스켈(Elizabeth Gaskell)

늙은 보모 이야기 (세계 호러 걸작선 2)

 

 

* 복수의 불(The Cone, 1895)

원뿔 (허버트 조지 웰스: 눈먼 자들의 나라 외 32)

솔방울 (세계 호러 걸작선 2

 

 

* 이상한 인형(The Dancing Partner, 1928)

제롬 K. 제롬(Jerome Klapka Jerome)

댄싱 파트너 (세계 호러 단편 100)

 

 

* 보이지 않는 지배자 호를라(Le Horla, 1885)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오를라 (기 드 모파상: 비곗덩어리 외 62)

 

 

 

괴기 X파일의 번역자는 작품 원제와 발표 연도를 표기하지 않았다. 이러면 공포 소설을 수집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특히 우리말 제목만 보고 이 작품이 국내 초역인지 아닌지 단번에 확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제와 다른 우리말 제목이 붙여진 번역작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나는 새벽에 구글(Google)을 이용해서 작품 원제와 발표 연도를 확인했다. 하지만 영국 괴담 유령의 구두출처는 확인하지 못했다.

 

 

 

 

 

 

 

악마의 유혹

러시아어 원제: Pokhozhdeniya podporuchika Bubnova (1842)

The Adventures of Second Lieutenant Bubnov

Bubnoff and the Devil

이반 투르게네프(Ivan Sergeevich Turgenev)

 

 

 

국내 초역. 투르게네프의 초기 작품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악마는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익살스럽다.

 

이반 안드레비치 부브노프 중위(번역본에는 소위라고 적혀 있는데, 오역이다)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기 없는 평범한 인물이다. 어느 날 부브노프는 악마를 만난다. 악마는 생긴 건 무서워도 성격이 유쾌하다. 악마는 부브노프를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그 집에 악마의 할머니와 악마의 손녀가 살고 있다. 손녀의 이름은 바베비보부. 손녀는 부브노프에게 사랑한다면서 고백한다. 하지만 부브노프는 손녀의 고백을 거부한다.

 

할머니는 부브노프와 바베비보부를 결혼시키고 싶어 한다. 여기에 악마도 껴서 결혼을 부추긴다. 그 와중에 바베이보부는 부르노프를 잡아먹고 싶어서 입맛을 다시고, 부프노프는 자신이 악마와 결혼한 이후의 일을 상상한다. 그는 한가하게 악마와 결혼해서 태어난 자녀의 사회적 신분이 어떻게 될지 생각한다. 악마에게 잡아먹을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부브노프는 속물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이제야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부브노프는 악마의 집을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덫에 걸린 먹잇감을 그냥 보내줄 악마들이 아니다. 악마들은 소위의 몸을 갈가리 찢어서 잡아먹는다.

 

다음 날 아침에 마을 사람들은 길에 누워 있는 부브노프를 발견한다. 의식을 회복한 부브노프는 악마와 만났던 일을 잊지 못한다. 그는 내가 만일 나폴레옹이라면, 악마를 모조리 없애 버리겠어!”라고 큰소리친다. 여기까지만 보면 해피엔딩이지만, 소설 마지막 문장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위는 장수했지만, 죽을 때까지 그의 계급은 중위였다.

 

 

 

 

 

 

 

죽은 자의 약속

Keeping His Promise (1906)

앨저넌 블랙우드(Algernon Blackwood)

    

 

 

국내 초역.

 

에든버러 대학교 만년 4학년생 마리오트(Marriott)는 졸업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열심히 공부한다. 어느 날 마리오트의 하숙집에 필드(Field)라는 친구가 불쑥 찾아온다. 필드는 마리오트와 어렸을 적에 사립학교에 같이 다닌 사이였다. 마리오트는 반가운 마음에 시험공부를 제쳐두고 필드를 위해 음식을 차린다.

 

마리오트는 먼 길 오느라 피곤한 필드를 방에 재운다. 그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그런데 팔에 통증을 느낀다. 마리오트는 피곤해서 눈 좀 붙이려고 방에 들어간다. 그 순간 마리오트는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방에 자고 있어야 할 필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필드가 누운 침대에서 숨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마리오트는 방 구석구석 살펴보지만, 아무런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은 마리오트는 흥분한 기분을 가라앉히려고 잠깐 외출한다. 마리오트가 다시 하숙집에 돌아가 보니 마리오트의 대학 친구 그린(Greene)이 있었다. 그린은 통증이 있는 마리오트의 팔을 살펴보다가 팔뚝에 난 상처를 발견한다. 마리오트는 상처와 관련된 과거의 일을 떠올린다. 어린 시절에 마리오트와 그린은 우정의 서약을 맺었다. 두 사람은 팔뚝에 상처를 냈고, 상처에 난 피를 서로 교환했다. 그 과정이 상당히 위험한데, 마리오트가 자기 피 한 방울을 필드의 상처에 떨어뜨리고, 필드도 자신의 피 한 방울을 마리오트의 상처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린: 도대체 그런 짓은 뭣 때문에 했지?) 두 사람은 먼저 죽는 사람이 살아 있는 친구에게 나타나기로 맹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리오트는 어린 시절의 서약을 잊고 있었다.

 

마리오트는 누이에게 편지를 보내 그린의 근황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일주일 후에 마리오트는 누이의 답장을 받았다. 답장에 있는 내용에 따르면, 필드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아버지에게 쫓겨난다. 한순간에 무일푼 신세가 된 필드는 집을 떠나지 않고 지하실로 내려간다. 필드는 지하실에서 지내다가 굶어 죽는다. 답장을 읽은 그린은 필드가 죽은 날짜가 13일이었고, 필드가 마리오트를 만나러 온 날도 13일이었다고 말한다. (알고 보니, 13일은 금요일이었다하더라‥….)

 

 

 

 

 

 

 

노퍽에서 겪은 기이한 사건

My Adventure in Norfolk (1924)

A. J. 앨런(A. J. Alan)

    

 

 

번역본의 작가 소개에는 영국의 작가, 약력 미상이라고 달랑 아홉 글자로 된 문장이 적혀 있다.

    

본명은 레슬리 해리슨 램버트(Leslie Harrison Lambert, 1883~1941). A. J. 앨런은 필명이다. 2차 세계 대전에 해군 정보부에 근무했다. 램버트는 자신이 직접 라디오에 출연하여 완성된 단편소설을 낭독하면서 공개했다. 사후에 단편 선집 <The Best of A. J. Alan>이 출간되었으나 현재는 잊힌 작가가 되었다.

    

화자는 노퍽에 있는 별장에서 겨울 휴가를 보낸다. 별장은 너무 조용하고 외딴곳에 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밤, 자동차 한 대가 별장 근처에 선다. 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시동이 멈춘 것이다. 운전자는 젊은 여자다. 그때 마침 멀리서 우유 통을 가득 실은 화물차가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화물차 운전자도 여자를 돕겠다고 나선다. 화자와 화물차 운전자는 여자의 차를 별장 차고에 넣는다. 화물차 운전자는 여자가 원한다면 화물차에 태워주겠다고 말한다.

 

날씨가 풀릴 때까지 두 남자는 별장 안에 들어가 몸을 녹이면서 위스키를 마신다. 그러나 여자는 화물차 운전사에게 얼른 가자고 재촉한다. 결국 운전사는 바깥에 나가서 시동을 건다(음주 운전을 해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화자는 여자에게 돈이 충분한지 묻는다. 여자는 문제없다고 대꾸한다.

 

두 사람이 떠나고 난 후에 화자는 여자가 탄 차를 확인한다. 화자는 차 안에 총상을 입어 죽은 남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는 시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옷을 뒤져보지만, 건진 건 지갑에 있는 9파운드 지폐다.

 

다음 날 아침에 화자는 차고로 들어간다. 그런데 차고에 있어야 할 여자의 차와 시체 모두 사라졌다. 화자는 경찰에 신고하고, 여자가 손댄 유리잔은 자신이 따로 챙긴다. 그는 유리잔을 가지고 지문과에 가서 유리잔에 남아 있는 지문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한다. 3분 만에 여자의 정체가 밝혀진다.

 

여자는 절도 전과가 있는 조직 폭력단의 일원이었다. 두 폭력단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는데 여자의 남자 친구가 총에 맞았다(여자의 남자 친구도 조직 폭력단의 일원인지 아니면 폭력단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 여자를 잘못 만나 억울하게 죽은 건지 소설에 상세히 언급되어 있지 않다). 여자는 남자 친구의 시체를 유기하기 위해 자기 차에 실었고, 노퍽을 지나다가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여자는 차와 시체를 남의 차고에 맡겨 두고는 화물차를 타고 도망쳤다. 그러나 그녀가 탄 화물차는 사고가 났고, 운전사와 여자 모두 사망했다.

 

화자는 운전수과 여자를 만난 일이 어젯밤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자 여자의 사망 소식을 알려준 친구는 반문한다.

    

 

 어젯밤 사건? 미쳤어? 19192월에 일어난 일이야. 자네가 말하는 그 사람들은 죽은 지가 벌써 수십 년은 된다고!”

  “뭐라고?”

  그럼 지갑에 들었던 9파운드 지폐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백지 명함의 비밀

 

The Most Maddening Story in the World (1920)

랠프 스트라우스(Ralph Straus)

 

    

 

 

번역본에 사망 연도가 ‘?’로 되어 있다. 랠프 스트라우스는 1882년에 태어나 1950년에 사망했다. 그는 1928년에 찰스 디킨스 전기를 발표했다.

 

 

 

 

 

 

 

 

 

야수

The Brute (1906)

조셉 콘래드(Joseph Conrad)

 

 

유령 우편마차

The Ghosts of the Mail (1837)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두 편 모두 국내 초역이다. 글의 분량이 길어지는 관계로 줄거리 요약을 생략한다.

 

조셉 콘래드는 항해와 창작 활동을 병행한 바다 사나이. 야수에 나오는 인물들도 항해와 관련된 일을 한다. 조셉 콘래드의 소설을 안 읽은 지 오래됐고(유일하게 읽은 그의 소설이 암흑의 핵심이다),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모른다. 나중에 콘래드의 소설을 읽는 날이 오면 좀 더 자세하게 야수를 다시 소개하겠다.

 

찰스 디킨스는 ‘GALA’에 포함될 후보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단편으로 된 디킨스의 유령 소설과 공포 소설들(국내에 번역된 것)을 한 번에 모아서 소개할 예정이다.

 

 

 

 

 

Trivia

 

작가 소개E. F. 벤슨을 캔터베리 대주교 아서 크리스토퍼 벤슨의 동생이라고 잘못 언급된 내용이 있다. 아버지 E. W. 벤슨이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되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3-16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16 22:01   좋아요 0 | URL
노스트라다무스... 추억의 이름이네요. 옛날에 나온 문제집 이름이 노스트라다무스였어요. ^^;;

카스피 2020-03-1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옛날에 본 기억이 나는 책인데 아마 시골집 박스 어딘가에 있을것 같군요^^;;;

cyrus 2020-03-16 22:02   좋아요 0 | URL
구하기도 힘들고, 찾기도 힘든 책이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