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등신대의 대리석상 빅토리안 호러 컬렉션 9
이디스 네즈빗 / 올푸리 / 2020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이디스 네스빗(Edith Nesbit)의 단편소설 등신대의 대리석상은 한 남자가 자신의 경험과 관련된 절망스러운 진실을 들려주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진실을 믿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남자가 들려줄 진실은 그가 겪은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초자연적인 사건이다.

 

그와 그의 아내 로라는 아주 싼 집을 운 좋게 구한다. 남자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로라는 글을 쓰는 일을 한다. 집안일은 부부가 고용한 가정부 도먼 부인이 한다. 그녀는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부부는 도먼 부인이 들려준 옛날이야기를 잡지에 기고해 짭짤한 수입을 챙긴다.

 

그러던 어느 날 도먼 부인은 아픈 조카를 보살펴야 한다는 이유로 가정부 일을 그만두겠다고 밝힌다. 그녀는 1031일 핼러윈(Halloween) 전날에 이 집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사실 그녀가 이 집을 떠나는 진짜 이유는 부부의 집을 둘러싼 괴이한 소문 때문이다. 부부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된 교회가 있다. 그 교회 안에 갑옷 입은 기사들의 모습을 한 대리석상이 있다. 도먼 부인이 들은 소문에 따르면 만성절(All Saints Day: 기독교의 모든 성인을 기념하는 축일) 전날, 즉 핼러윈에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밤이 되면 교회 안에 있는 대리석상이 살아 움직여 부부의 집으로 걸어간다고 한다. 대리석상의 인물은 옛날 마을에 악행을 저지른 재앙 같은 존재. 부부의 집은 그들이 살았던 집이었다. 부인은 밤에 움직이는 대리석상을 만나면 불길한 일이 생길 거라고 경고한다. 남자는 예민한 성격을 가진 로라를 위해서 대리석상 이야기를 로라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다행히 핼러윈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다음 날에 남자는 도먼 부인이 알려준 소문을 두 눈으로 확인한다.

 

등신대의 대리석상의 이야기 구조를 보면 유령 들린 집이야기. 다만 이 단편소설에서 유령 들린 집이야기의 형식과 다른 점이 있다면 특정한 날이면 집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마을의 약탈자들은 죽어서 교회에 안장되었는데(그들의 후손이 재물을 쓴 덕분에 조상들은 교회에 안장할 수 있었다) 대리석상에 그들의 악령이 깃들어 있다.

 

이 소설에서도 공포영화의 클리셰가 나온다. 공포영화의 주인공은 저렴한 가격의 집을 구한다는 점. 영화 속 주인공은 유령이 나오는 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집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그 집을 구매한다. 등신대의 대리석상의 부부도 그 집의 말도 안 되는 염가에 혹해서 구매한다. 그러나 남자는 도먼 부인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그 집과 관련된 무서운 소문을 모르고 있었다.

 

등신대의 대리석상20세기 이전에 나온 고전 공포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초자연적인 현상을 무시하다가 큰코다치는 오만한 이성(=남성)을 보여준다. 남자는 도먼 부인이 들려준 소문을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여긴다. 그리고 그는 지나치게 신경이 예민한 로라를 비이성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그가 무서운 경험을 겪게 된 것은 인과응보로 볼 수 있다. 소설의 결말과 조금 관련된 거라서 이 리뷰에 만성절에 일어난 일을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날 그는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그 실수만 아니었으면 끔찍하면서도 불가사의하고, 절망스러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알고 보면 그는 그림을 잘 그릴 뿐 그렇게 이성적으로 뛰어난 인물이 아니다.

 

 

 

      

 

Trivia

 

이 전자책에 정말 재미있는 주석 하나가 있다. 주석 내용은 이렇다.

 

 

 8. 루빈스타인: 유럽에서 활약한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 작곡가 · 지휘자 안톤 루빈스타인(1824~1894). 많은 피아노 협주곡 · 솔로 피아노 · 교향곡 등을 작곡했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오페라 마왕(The Demon)이다. 독자께서는 이 마왕의 줄거리를 알고 계시는가?

 

 

정말로 이게 주석에 있는 내용이다. 독자에게 갑자기 툭 질문하는(갑툭질) 주석 내용은 처음 본다. 오페라 마왕의 줄거리가 뭔지 궁금해서 알아봤는데 러시아의 시인 레르몬토프(Lermontov)가 쓴 장시 악마가 원작이라고 한다. 사실 루빈스타인의 오페라는 마왕보다는 악마라는 제목으로 더 알려져 있다. 사족(TMI)을 붙이자면, 클래식 음악 중에서 가장 유명한 마왕이라는 곡이 있다. 그 곡은 슈베르트(Schubert)가 괴테(Goethe)의 시를 바탕으로 만든 가곡이다.

 

, 나는 역으로 이 주석을 쓴 번역자에게 질문하고 싶다. ‘솔로 피아노는 무슨 장르인가()? ‘피아노 솔로 곡이라고 써야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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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20-03-0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스토리로 영화만들면 재미있을것 같아요~

cyrus 2020-03-01 23:50   좋아요 0 | URL
네. 단편영화나 공포를 주제로 한 단막극로 각색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야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