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타츠루(內田樹)대세를 따르지 않는 시민들의 생각법이라는 책에 요시모토 다카아키는 오직 혼자였다라는 글이 실려 있다. 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隆明)2012년에 세상을 떠난 일본의 사상가이다. 그의 이름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그의 둘째 딸은 국내에 많이 알려진 소설가다. 그녀는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吉本ばなな).

    

 

 

 

 

 

 

 

 

 

 

 

 

 

 

* 우치다 타츠루 대세를 따르지 않는 시민들의 생각법(바다출판사, 2019)

 

    

 

타츠루는 고인이 된 다카아키를 추모하기 위해 요시모토 다카아키는 오직 혼자였다라는 글을 썼다. 다음에 나오는 문장은 타츠루의 글에서 인용했다. 생전에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로 추앙받은 다카아키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요시모토 다카아키라는 사상가가 우리 세대에 미친 영향은 더할 나위 없이 심오하고 예리하고 압도적이었다. 우리는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언어를 본받아 이야기했고,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술어를 사용해 논의했고, “, 요시모토 다카아키 책을 읽지 않은 놈이군하고 선고를 두려워했다. 어떤 조직이나 당파에도 속하지 않고 요시모토 다카아키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한 시대를 온전히 휘어잡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지적 영향을 발휘했다.  (56)

 

 

다카아키는 1960년대 일본 학생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주목받았고, 사회적인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앞장서서 싸웠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국내의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 싸웠고, 말과 행동에 차이가 없었던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언급했다. 그녀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로하는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한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다카아키는 마르크스(Marx)자본론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책이라고 극찬했으며 자신을 좌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장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당파의 행보를 반대했고, 전체주의로 변질한 스탈린주의와 내부 비판에 소극적인 일본 좌파 세력을 비판했다. 1968년에 발표된 공동환상론은 다카아키의 대표작이다. 다카아키는 이 책에서 국가의 정의를 새롭게 정의한다.

 

17~18세기의 계몽주의자들은 국가를 사회계약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마르크스는 국가를 부르주아지 계급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억압하는 기관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다카아키는 이 두 가지의 입장을 거부한다. 그는 국가가 여러 사람(공동)이 모이면서 만들어진 환상이라고 주장한다. 국가에 대한 그의 입장은 일본이라는 동아시아 국가의 존재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민족 또는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국가를 민족이 모여서 세워진 거대한 실체가 아닌 환상으로 호명한 다카아키의 주장은 파격적이었다. 공동환상론은 전후 일본 청년 세대의 필독서가 되었으며 그 책을 가슴에 품고 다닌 일본 여학생과 남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 동아시아출판인회의 동아시아 책의 사상, 책의 힘(한길사, 2010)

 

    

 

공동환상론2009년에 한국과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 5개 지역 출판사들의 모임인 동아시아출판인회의가 공동으로 기획한 동아시아 100권의에 포함되었다. 20세기 후반 동아시아에서 출간된 인문 서적 가운데 학술 가치가 높은 책들이 동아시아 100권의 책에 선정되었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동아시아 100권의 책을 아시아 5개 지역의 언어로 동시에 출간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났지만, 한국어로 된 공동환상론》 출간은 깜깜 무소식이다. 동아시아 100권의 책에 대한 해체를 담은 동아시아 책의 사상, 책의 힘을 참고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공동환상론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독서 방식이다.

    

 

 

 

 

 

 

 

 

 

 

 

 

 

 

 

 

* [절판] 요시모토 다카아키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내 안의 행복(호박넝쿨, 2003)

 

* 요시모토 다카아키 진짜와 가짜(서커스, 2019)

    

 

 

다카아키는 광범위한 주제에 관한 에세이를 많이 썼다. 제목이 너무 평범하게 느껴지는 내 안의 행복과 다카아키가 세상을 떠나기 일 년 전에 나온 진짜와 가짜(저자명이 요시모토 타카아키로 되어 있다)는 에세이집이다. 내 안의 행복번역본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라는 문구가 삽입되었다. 이 번역본이 나온 해가 2003년이었고, 이때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다. 두 권의 책 모두 읽기에는 수월한 편이다. 한 번쯤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각해봐야 할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다카아키의 글을 읽어 보면 우치다 타츠루의 글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두 사람이 쓴 에세이는 읽기 쉽다. 또 그들의 관심사도 거의 비슷하다. 우치다 타츠루도 가끔 자신의 글에 철학으로서의 마르크시즘을 긍정하는 입장을 드러냈는데, 아마도 이러한 생각은 다카아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우치다 타츠루는 다카아키의 언어와 생각을 본받아 글을 쓰고 있다. 그는 요시모토 다카아키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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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11-1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치다 타츠루의 책을 두 권 가지고 있어요. 철학에 조예가 깊은 저자로 느낍니다.
이 페이퍼를 읽으니 ‘다수를 따라 악을 행하지 말지어다.‘라는 성경? 문구가 생각납니다.
옳은 소수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합니다.

cyrus 2019-11-18 22:00   좋아요 0 | URL
다수 한가운데서 개인의 솔직한 생각과 의견을 드러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 사람들 눈치를 봐야 하죠, 그리고 또 다수 중에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지지해주는 사람을 적어도 한 두 명 정도는 있어야 해요. 소수의 마이너리티가 되는 것은 정말 외로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