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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태도 - 꾸준히 잘 쓰기 위해 다져야 할 몸과 마음의 기본기
에릭 메이젤 지음, 노지양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3월
평점 :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법은 없는지 조언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글을 쓰면 된다. 시간을 탓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글쓰기 습관을 들인다면 시간은 되레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애써 시간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홀로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능력에 회의감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감정은 어느덧 좌절의 감정으로 옮겨가고 글쓰기가 문득 두렵고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이 공포를 극복하려는 이들에게 에릭 메이젤(Eric Maisel)의 《글쓰기의 태도》는 좋은 길라잡이다.
이 책은 글을 잘 쓰기 위한 사람을 위한 책이 절대로 아니다. 가끔 글을 쓰는 사람 또는 직접 글을 써보려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이 책은 문장 표현력을 높이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글을 쓸 때 갖춰야 할 태도를 알려준다. 작가는 글 쓰는 일에 집중한 만큼 작품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특히 글 쓰는 태도를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서 글쓰기 활동의 질과 양이 달라진다.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는 성공하는 습관 제1 법칙으로 ‘자기 주도성’을 꼽았다. 주도적 인간은 오랫동안 깊이 생각한 가치를 토대로 선택하고 행동한다. 주변 여건이나 분위기 탓을 하지 않는다. 이 원리는 글쓰기 행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글을 쓰기 위해서도 능동적인 태도는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습관은 단기간에 기르기 어렵다. 평소에 꾸준히 자신의 생활 습관과 글 쓰는 태도를 점검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규칙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일단 글을 쓰려면 제일 먼저 창작에 적합한 내면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내면의 공간’이란 자아, 즉 나 자신을 말한다. ‘일상인의 자아’를 훌훌 털어버리고 ‘창작자의 자아’를 찾아야 한다. ‘일상인의 자아’는 글을 쓸 겨를 없이 일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에 집중한다. 그리고 온갖 핑계를 대며 글쓰기를 거부한다. ‘창작자의 자아’를 갖춰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작가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를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목적의식을 가지라는 뜻이다. ‘창작자’가 되기로 한다면 본격적으로 글을 쓰면 된다.
글을 쓸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이 있으면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다. 글이 잘 써지는 공간이 많을수록 좋다. 집은 혼자 사는 창작자에게 꼭 맞는 글쓰기 공간이다. 그러나 가족과 같이 사는 창작자에게 개인 공간은 ‘그림의 떡’이다. 개인 공간이 없으면 밖으로 나가 찾아야 하거나 아니면 만들어야 한다. 글쓰기 공간은 외부인이 들어와서는 안 될 ‘창작자의 자아’의 은신처다.
이 책은 작가라면 한 번쯤 겪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진 작가의 삶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창작자’로서의 고민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묘한 공통점과 함께 자기 자신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 글을 많이 써본 작가들도 자신감에서 좌절의 단계를 끊임없이 반복 순환하는 과정을 가진다. 어느 날은 창작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찼다가 또 그 다음 날은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면서 자괴감을 느낀다. 좌절감이 오래가면 슬럼프를 겪게 되는데 그럴 때 《글쓰기의 태도》를 읽으면 된다.
잡념과 게으름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글쓰기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축 처진 ‘창작자의 자아’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쓰기는 잠시 멈추고 자신의 감정을 먼저 관찰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글을 쓰는 데 방해하는 불필요한 감정들을 버린다. 마음을 싹 비우고 나면 어떤 글을 써야할지 스스로 질문해보자. 글쓰기를 방해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알면, 그것들에 잘 대처하면서 글을 쓸 수 있다.
보통 사람이 글을 쓸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문장력보다 추진력이다. 글쓰기에 몰입하게 되면 쾌락과 고통 사이의 경계도 없어지게 된다. 마라톤 선수들이 느끼는 ‘러닝 하이(running high)’의 순간을 맞이한 것과 비슷한 감정이다. 거리를 조금씩 늘려 가며 훈련하면 누구나 1km는 거뜬히 달릴 수 있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려면 일단 글을 꾸준히 써봐야 한다. 누구나 처음에는 글을 쓴다는 사실 자체를 어렵게 느낀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 글을 쓰는 습관으로 극복될 수 있다. 《글쓰기의 태도》는 슬럼프 단계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무언가 쓰려고 했다면 정말 하고자 하는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쓸 시간에 차라리 내가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쓰는 게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남들이 뭐라 하건 상관없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을 글로 표현하면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