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무 때나 새로 나온 전자책이 있는지 확인한다. 어제 발견한 신간 전자책은 ‘빅토리안 호러 컬렉션(Victorian Horror Collection) 네 번째 시리즈인 《오비의 빛》이다. 출판사 이름은 ‘올푸리’다. ‘올푸리’는 ‘올풀이’를 발음할 때 나는 소리인데, 올풀이는 ‘작은 규모로 가게 따위를 하는 장사치가 상품을 낱개로 파는 일’을 뜻한다. 내 생각이지만, 출판사 이름의 뜻은 ‘빅토리안 호러 컬렉션’ 출판 의도와 부합된다. ‘빅토리안 호러 컬렉션’은 분량이 짧은 영국(아일랜드, 웨일스 등 과거 영국의 지배를 받은 나라들도 포함된다)의 고딕 호러 소설을 한 편씩 소개하는 시리즈다.

 

 

 

 

 

 

 

 

 

 

 

 

 

 

 

 

 

 

 

* [e-Book] 아서 맥킨 《오비의 빛》 (올푸리, 2019)

 

 

 

《오비의 빛》의 원제는 ‘The Inmost Light’이다. 직역하면 ‘가장 깊은 곳의 빛’이다. 역자는 제목의 의미가 모호하다고 생각했는지 ‘오비의 빛’으로 의역했다. 오비는 일본 여성들이 기모노를 입을 때 두르는 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소설 제목에서 말하는 오비(奧秘)는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다. ‘가장 깊은 비밀’이라는 뜻이다.

 

 

 

 

※ 아서 매켄의 작품을 수록한 책들

 

 

 

 

 

 

 

 

 

 

 

 

 

 

 

 

 

* 정진영 옮김, 《러브크래프트 전집 6: 외전 (하)》 (황금가지, 2015)

『검은 인장의 소설』 수록 (원제 ‘Novel of the Black Seal’)

 

 

 

 

 

 

 

 

 

 

 

 

 

 

 

 

 

 

* 이한음 옮김, 《불타는 피라미드》 (바다출판사, 2011)

『불타는 피라미드(The Shining Pyramid)』, 『검은 인장 이야기-라이스터 스퀘어의 젊은 여성(Novel of the Black Seal)』, 『하얀 가루 이야기(Novel of the White Powder)』 수록

 

 

 

 

 

 

 

 

 

 

 

 

 

 

 

 

 

* 정진영 옮김, 《세계 호러 단편 100선》 (책세상, 2005)

『궁수』 수록 (원제 ‘The Bowmen’)

 

 

 

 

 

 

 

 

 

 

 

 

 

 

 

 

* [절판] 김정미 옮김, 《톨킨의 환상 서가》 (황금가지, 2005)

『공포의 엄습』 수록 (원제 ‘The Terror’)

 

 

 

 

 

 

 

 

 

 

 

 

 

 

 

 

 

* [절판] 윤효송 옮김,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 (자유문학사, 2004)

『위대한 목신』 수록 (원제 ‘The Great God Pan’)

 

 

 

 

 

 

 

 

 

 

 

 

 

 

 

 

 

* 정진영 옮김, 《세계 호러 걸작선》 (책세상, 2004)

『악마의 뇌』 수록 (원제 ‘The Inmost Light’)

 

 

 

 

이 작품은 웨일스 출신의 소설가 아서 매켄(Arthur Machen)이 썼다. 켈트인(Celts)의 후예답게 매켄은 시적 상상력으로 환상소설과 고딕 호러 소설을 썼다. 《오비의 빛》은 1894년에 발표했고, 이듬해에 그의 대표작인 《위대한 목신(The Great God Pan)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뇌수술을 받은 여성이 초자연적인 존재인 목신을 만나 끔찍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러브크래프트 《공포 문학의 매혹》 (북스피어, 2012)

* 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프트 전집 4》 (황금가지, 2012)

* 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프트 전집 1》 (황금가지, 2009)

 

 

 

 

《위대한 목신》을 수록한 유일한 번역본이 절판되었다. 이 작품의 전체 줄거리는 러브크래프트(H. P. Lovecraft)의 공포 문학 비평서 《공포 문학의 매혹》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공포 소설 『안개 속 절벽의 기묘한 집』(《러브크래프트 전집 4》에 수록)은 고대의 신인 노덴스(Nodens)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사실 러브크래프트가 노덴스라는 신을 창조한 것이 아니다. 노덴스는 켈트 신화에 나오는 바다와 치료의 신이다. 《위대한 목신》에 노덴스를 언급한 대목이 있다. 매켄은 러브크래프트에게 영향을 준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위대한 목신》의 영향을 받은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이 『던위치 호러』(《러브크래프트 전집 1》에 수록)이다.

 

‘The Inmost Light’는 정진영 씨가 번역한 적이 있다. 제목은 ‘악마의 뇌’다. 그러나 번역이 좋지 않다. 꼼꼼한 주석을 달았고, 작품 속 인물들이 다니던 런던 구역의 주요 위치를 약도로 표시한 《오비의 빛》과 비교하면, 정진영 씨의 번역은 실망스럽다. 키안티(Chianti) 포도주를 ‘칸티’로, 런던에 속한 구역인 노우드(Norwood)를 ‘노르우드’로 표기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잘못 번역된 문장도 있다.

 

 

 

 

 “London is always a mystery. In Paris you may say: ‘Here live the actresses, here the Bohemians, and the Ratés’; but it is different in London. You may point out a street, correctly enough, as the abode of washerwomen; but, in that second floor, a man may be studying Chaldee roots, and in the garret over the way a forgotten artist is dying by inches.

 

 “런던은 항상 미스터리입니다. 파리에서라면, ‘여기 여배우가 살고, 저기 보헤미안이 있고, 아무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러나 런던에서는 다르죠. 여자 세탁부가 어디에 사는지 그 거리를 가리킬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집 이층점성가가 연구 중이고, 또 다락방에서는 무명의 예술가가 조금씩 죽어가고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악마의 뇌, 정진영 옮김, 88쪽)

 

 “런던은 언제나 미스터리야. 파리에선 이렇게 말할 수도 있네. ‘여기엔 여배우들이 살고, 여기엔 보헤미안들, 여기엔 인생의 낙오자들이 삽니다.’ 하지만 런던에선 달라. 자네는 세탁부들의 거주지라며 한 거리를 그런대로 정확히 가리킬지도 모르지만, 그 건물의 삼층에선 어떤 사람이 칼데아인 혈통을 연구 중일 수도 있고, 길 건너 다락방에선 세상이 잊은 예술가가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는 거야.

 

(오비의 빛, 임명익 옮김, 10쪽)

 

 

 

Raté’는 프랑스어로 ‘낙오자’, ‘실패자’를 뜻한다. 정진영 씨는 ‘아무개’라고 번역했다. 그리고 정진영 씨는 ‘second floor’를 ‘2층’으로 번역했는데, 영국에서 쓰는 ‘second floor’는 ‘3층’이다. 미국의 건물 층수와 영국의 건물 층수의 의미는 다르다. ‘a man may be studying Chaldee roots’도 엉뚱하게 번역되어 있다. ‘Chaldee(칼데아)’는 고대 바빌로니아 남부에 있는 지명이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칼데아의 지식계급에 속한 신관(神官)은 점성가였다. 하지만 원문의 의미를 봐서는 ‘Chaldee’를 점성가로 번역할 수 없다.

 

《오비의 빛》의 저자명을 ‘아서 맥킨’으로 되어 있는데, 이 또한 ‘아서 매켄’ 또는 ‘아서 매컨’으로 표기해야 한다. 간혹 ‘아서 메이첸’ 또는 ‘아서 매첸’

으로 쓰는 역자도 있는데, 이것들도 잘못된 표기법이다.

(2019419일에 취소선을 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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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4-1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완벽한 번역으로 읽고 싶은데... 번역 문학의 한계군요...

cyrus 2019-04-17 13:28   좋아요 0 | URL
서양 고전 문학 작품은 번역이 제일 중요해요. 번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작품 속 인물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과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해석이 달라지거든요.

2019-04-17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4-18 12:1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답변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자님의 글을 읽고 나니 제가 작가의 이름을 표기하는 것에 ‘맞다/틀렸다’는 식으로 너무 성급하게 단정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맥킨’으로 발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편집자님 덕분에 새로운 정보를 배웁니다. ^^

저는 책 정보를 잘못 전달한 리뷰가 있으면 다른 분들이 지적한 의견을 반영하면서 고치는 성격입니다. 편집자님의 답변을 첨언해서 <오비의 빛> 리뷰를 다시 고치겠습니다.

2019-04-19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