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의 공통점은? 첫 번째, 미국 출신이다. 엘리엇은 미국 중부에 있는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고, 샐린저는 뉴옥에서 태어났다. 엘리엇의 아버지는 벽돌 회사 사장이었는데 1919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해 1월 1일에 샐린저가 태어났다. 젊은 시절 엘리엇은 미국과 유럽(영국, 프랑스)을 왕래하면서 활동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영국에 지내게 된다. 그는 타지에서 첫 번째 아내 비비안 헤이우드(Vivien Heigh-Wood)를 만나 결혼하고, 은행에 일하면서 시를 쓰게 된다. 엘리엇 집안은 삼위일체를 인정하지 않는 기독교 교파인 유니테리언(Unitarian)이었다. 영국 생활에 익숙해진 엘리엇은 1927년에 영국 성공회로 개종하고, 영국 시민권을 얻는다.

 

 

 

 

 

 

 

 

 

 

 

 

 

 

 

 

 

 

 

* [절판] 케니스 슬라웬스키 《샐린저 평전》 (민음사, 2014)

* 심상욱 《J. D. 샐린저 생애와 작품》 (동인, 2011)

* 김성곤 《J. 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살림, 2005)

 

 

 

 

 

 

 

 

 

 

 

 

 

 

 

 

 

 

 

 

 

 

 

 

 

 

 

 

 

 

 

 

 

 

 

 

 

 

 

 

 

 

 

* T. S. 엘리엇 《황무지》 (민음사, 2017)

* [절판] T. S. 엘리엇, 김천봉 엮음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 (이담북스, 2014)

* [e-Book] T. S. 엘리엇, 김천봉 엮음 《프루프록의 사랑 노래: T.S. 엘리엇 시선 1》 (글과글사이, 2017)

* [e-Book] T. S. 엘리엇, 김천봉 엮음 《황무지: T.S. 엘리엇 시선 2》 (글과글사이, 2017)

* 최희섭 《엘리엇의 전기 시와 동양사상》 (한빛문화, 2017)

* [품절] 한국T.S.엘리엇학회 《T. S. 엘리엇 시》 (동인, 2006)

 

 

 

 

두 번째, 동양사상에 심취했다. 엘리엇은 1914년 하버드대학원에서 인도철학과 산스크리트어(梵語)를 공부했다. 그의 대표작 『황무지』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자연과 인간성이 파괴된 근대 문명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노래한 시다. 엘리엇은 『황무지』 1부에 얼어붙은 땅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는 4월을 역설적으로 고통의 달로 묘사했다. 이게 그 유명한 구절,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로 시작되는 1부의 도입부다. 이 구절은 탄생 속에 죽음이 있고, 그 죽음 속에 새 생명이 잉태한다는 불교의 윤회 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샐린저는 선불교에 심취했다. 그는 1940년대 말에 미국선불교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선불교는 195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 미국 청년층을 매료시키면서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이 시기 미국 청년층은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거부하여 자유를 추구했는데, 이들을 가리켜 ‘비트 세대(beat generation)라고 불린다. 당시 미국은 전후 세계에서 전례 없는 정치적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인의 영혼은 피폐해지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현실은 답답했고 미래는 암울했다. 인간이 만든 원자폭탄 앞에서 이성이, 또는 미래의 희망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눈앞에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 [절판] 로버트 그리피스 《마녀사냥: 매카시/매카시즘》 (백산서당, 1997)

 

 

 

여기에 공산주의자 색출에 혈안이 된 매카시즘(McCarthyism)이 몰아치면서 약해질 대로 약해진 미국인의 영혼은 힘없이 무너졌다. 낡은 기성 질서 기반에 균열이 커지면서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려는 비트 세대는 전통적인 미국 문화를 강력히 거부하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전망의 문을 열었다. 그리하여 비트 세대 사이에서 선불교는 미국 전역에 광범위한 호소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명상을 통해 일종의 궁극적인 황홀경을 느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선불교는 종종 왜곡되어 전해졌으며 실제 수행은 매우 드물었다. 미국인들은 현실의 고뇌와 문제를 잊게 만드는 동양의 신비에 이끌렸을 뿐 힘든 수행을 실천하려는 의지는 거의 없었다.

 

 

 

 

 

 

 

 

 

 

 

 

 

 

 

 

 

 

* J. D. 샐린저 《아홉 가지 이야기》 (문학동네, 2004)

* J. D. 샐린저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문학동네, 2004)

* J. D. 샐린저 《프래니와 주이》 (문학동네, 2015)

 

 

 

샐린저는 선불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1945년부터 1965년까지 총 36편의 중 · 단편소설을 썼다. 1945년 이전에 쓴 습작기의 작품들은 동양사상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데, 샐린저는 그 작품들이 존재해 있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동양사상의 영향을 받은 샐린저의 작품으로는 1948년 「바나나피쉬를 위한 완전한 하루」를 시작으로 1965년 「하프워스 16일, 1924년」으로 마무리되는 ‘글라스 가(Glass family) 이야기’ 총 7편과 그의 유일한 장편 《호밀밭의 파수꾼》 등이 있다. ‘글라스 가 이야기’로 분류되는 작품명과 이를 수록한 번역본은 다음과 같다.

 

 

 

 

 

일곱 편의 ‘글라스 가 이야기’를 발표연도 순으로 살펴보면 주요 인물인 시모어 글라스(Seymore Glass)의 모습은 중년기에서 어린 시절로 역행하면서 묘사되어 있다. 일곱 편의 ‘글라스 가 이야기’는 시모어 글라스가 동양사상에 심취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중년의 시모어 글라스가 등장하는 「바나나피쉬를 위한 완전한 하루」에 엘리엇의 『황무지』 1부 도입부에 있는 구절을 인용한 문장이 나온다.

 

 

 

“어떻게 그 이름이 튀어나올 수 있었는가?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면서.”

 

(최승자 옮김, 「바나나피쉬를 위한 완전한 하루」, 31쪽)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 길러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둔한 뿌리 일깨운다.

 

 

(김천봉 옮김, 『황무지』 1부 「사자들의 매장」, 143쪽)

 

 

 

어떻게 엘리엇의 시구가 샐린저의 소설에 튀어나올 수 있었을까? 엘리엇과 샐린저, 이 두 사람의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의 주제(전후 세계 이후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현대사회와 그 속에 살아가는 개인의 피폐한 모습)와 그들에게 영향을 준 동양사상을 생각해보면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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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1-15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무지>는 길어서 많은 부분을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첫 부분은 많이 들어서 그런지 조금 더 금방 알아보게 됩니다. 유명한 작품이지만 단행본으로 나온 책이 없어서 조금 이상했는데, 작년인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어서 새로 읽었던 것 같아요.

cyrus 2019-01-15 20:19   좋아요 1 | URL
<황무지> 번역본이 두 권 있었는데, 지금은 민음사 한 권만 남았어요. 절판된 번역본은 전자책으로 다시 나왔어요. ‘황무지’라는 시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시의 유명한 첫 문장만 알려졌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