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 ‘페가나북스’가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Clark Ashton Smith)의 대표작인 ‘조티크(Zothique)’ 연작을 출간했다. 스미스는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의 러브크래프트(Lovecraft)와 ‘코난 연대기(Conan Saga)’의 로버트 E. 하워드(Robert Ervin Howard)와 동시대에 활동한 미국 장르문학의 거장이다[주1]. 그의 작품은 이미 선집 형태로 출간된 적이 있다. 러브크래트트 전집의 ‘특별판’으로 소개된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황금가지)은 총 1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선집을 통해 소개되었던 조티크 연작은 다섯 편이다. 조티크 연작 중 하나이자 좀비(Zombie)가 등장하는 『Necromancy in Naat』는 ‘나트에서의 마법’이라는 제목으로 《좀비 연대기》(책세상)에 선보였다.
*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조티크》 (페가나북스, 2018)
*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조티크 (샘플 북)》 (페가나북스, 2018)
*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황금가지, 2015)
* 정진영 옮김 《좀비 연대기》 (책세상, 2017)
조티크는 스미스가 창작한 가상의 대륙 이름이다. ‘고대’를 뜻하는 ‘앤티크(Antique)’의 운을 따서 만든 명칭이라고 한다. 조티크는 과학 기술과 종교가 완전히 사라진 지구 최후의 대륙이다. 그곳에는 악마를 숭배하는 밀교와 고대 마법만이 남아 있다. 스미스는 조티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조티크 연작은 단편 16편, 시 1편, 희곡 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페가나북스는 조티크 연작 전부 번역했다. 페가나북스 판과 황금가지 판에 수록된 조티크 연작은 다음과 같다. 스미스의 작품 대부분은 환상소설과 공포 문학을 주로 소개한 펄프 픽션 <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를 통해 발표되었다.
* The Empire of the Necromancers (1932년 9월, <위어드 테일즈>)
마법사들의 제국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조티크》
* The Isle of the Torturers (1933년 3월, <위어드 테일즈>)
고문자들의 섬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조티크》
* The Voyage of King Euvoran
(1933년, 스미스의 단편집 <이중 그림자>에 수록, <위어드 테일즈> 1947년 9월 호에 게재)
에우보란 왕의 항해
《조티크》
* The Weaver in the Vault (1934년 1월, <위어드 테일즈>)
지하묘지의 방직공
《조티크》
* The Witchcraft of Ulua (1934년 2월, <위어드 테일즈>)
울루아의 마법
《조티크》
* The Charnel God (1934년 3월, <위어드 테일즈>)
납골당의 신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시체를 먹는 신 (《조티크》)
* The Tomb-Spawn (1934년 5월, <위어드 테일즈>)
무덤 속 괴물
《조티크》
* Xeethra (1934년 12월, <위어드 테일즈>)
지트라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조티크》
* The Dark Eidolon (1935년 1월, <위어드 테일즈>)
검은 곡두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검은 신상 (《조티크》)
* The Last Hieroglyph (1935년 4월, <위어드 테일즈>)
마지막 상형문자
《조티크》
* The Black Abbot of Puthuum (1936년 3월, <위어드 테일즈>)
푸툼의 수도원장
《조티크》
* Necromancy in Naat (1936년 7월, <위어드 테일즈>)
나트에서의 마법 (《호러 연대기》)
나트의 강령술 (《조티크》)
* The Death of Ilalotha (1937년 9월, <위어드 테일즈>)
일라로타의 죽음
《조티크》
* The Garden of Adompha (1938년 4월, <위어드 테일즈>)
아돔파의 정원
《조티크》
* The Master of the Crabs (1948년 3월, <위어드 테일즈>)
게의 지배자
《조티크》
* Zothique (1951년, 시집 <검은 성>에 수록)
조티크
《조티크》
* The Dead will Cuckold You (1951년에 쓴 것으로 추정됨, 1989년에 공개됨)
죽은 자가 부정(不貞)을 저지르리라
《조티크》
* Morthylla (1953년 5월, <위어드 테일즈>)
모르틸라
《조티크》
스미스의 작품 속 인물들은 현실보다는 환상, 삶보다는 죽음에 가까운 곳에 서 있으며, 비이성과 광기의 세계를 대변한다. 그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속에서 헤매거나 꿈과 환상 속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세계에는 기괴하게 생긴 괴물들이 나타난다. 이번에 처음으로 소개된 『마지막 상형문자』는 러브크래프트에서 영감을 받은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 분위기를 제대로 담아낸 작품이다. 『아돔파의 정원』은 인간의 신체 일부와 식물을 접붙인 괴물이 등장한다. 『게의 지배자』는 스미스가 절필한 지 10년 만에 발표한 작품이다. 조티크 연작에서 유일한 1인칭 소설이며 흥미진진한 모험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조티크 연작을 읽기 전에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샘플 북을 꼭 챙겨 보는 것이 좋다. 이 샘플 북에는 조티크 연작 일부만을 수록하고 있는데,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샘플 북’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모를 정도로 스미스의 생애, 조티크 연작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등이 채워져 있어서 내용이 알차다. 샘플 북이 아니라 ‘해설서’이다.
다시 한 번 언급하자면 이 책을 만든 출판사는 ‘페가나북스’이다. 1인 전자책 전문 출판사이다. 번역, 출판물 제작, 홍보 등 모든 업무를 ‘엄진’이라는 분이 다 하고 있다. 2014년에 처음으로 페가나북스를 알게 됐는데, 매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한편으론 종이책으로 나와도 잘 팔리지도 않는) 장르문학 작품들을 소개하는 엄진 님의 노고에 이 글로나마 감사를 표한다.
[주] 스미스와 러브크래프트의 관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쓴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리뷰를 참고하면 된다.
http://blog.aladin.co.kr/haesung/9659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