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탈》 읽기’ 첫 번째 모임이 있었습니다. 여성학을 공부하고 계시는 ‘책갈이’ 님이라는 분이 모임 후기를 썼어요. 책갈이 님은 서론1장 『여성 거래 : 성의 ‘정치경제’에 관한 노트』에 대한 내용 정리를 A1 용지 한 면에 다 채웠어요.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왜냐하면 1장에 나오는 내용들이 엄청나요. 마르크스(and 엥겔스), 프로이트, 라캉, 레비스트로스의 사상이 나오고, 루빈이 네 사람이 주장한 이론을 비판합니다. 아주 깔끔하게 핵심 내용을 요약한 글이라서 《일탈》을 혼자서 읽기 시작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책을 먼저 읽고 난 뒤에 요약문을 읽으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무려 900쪽에 달하는 <일탈>의 첫 모임은 거칠게 퍼 붓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하는 빗발을 뚫고도 지난주 못지않은 인원이 참석했습니다. 그만큼 푸코의 <성의 역사> 이후 가장 급진적인 성 이론 실천가로 알려진 게일 루빈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서론과 1장 ‘여성거래’를 읽고 난 대부분 참석자는 “특히, 서론이 좋았다”라는 느낌을 나눴습니다. 서론에서 게일 루빈은 <일탈>에 게재된 논문이 저자의 삶, 그녀가 살아온 시대적, 공간적 상황 속에서 어떠한 맥락에서 연구 결과가 도출될 수 있었는지를 에세이처럼 풀어놓습니다. 인종차별과 종교적 우익 성향이 지배적인 미국 남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게일 루빈은 남부를 지배하는 세계관과 의제에 익숙했던 자신의 태도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이후에도 삶의 과정에서 자신의 실수나 오류를 감추지 않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독자로 하여금 저자가 세계와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변화’에 있으며, 위치성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페미니즘의 명제를 실천하는 연구자로서 저자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합니다.

 

특히, 1970년대 후반 ‘뉴라이트’의 부상과 백래시 현상, 젊은이에 대한 성적 순결을 권장하고, 낙태의 범죄화, 외설과 포르노 논쟁, 동성애 혐오 등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자신들의 이익과 상반되는 투표를 하도록 설득하는 데 성과 인종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주요한 수단이 되었다는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1장 여성거래는 여성 억압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재생산’과 ‘가부장제’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두 용어는 ‘경제적 체계’와 ‘성적 체계’ 사이의 구분과 성적체계가 일정한 자율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하지만 루빈이 주장하는 섹스/젠더 체계는 단순히 생산양식의 단순한 재생산적 계기가 아닙니다.

 

 

“섹스/젠더 체계는 한 사회가 생물학적 섹슈얼리티를 인간 행위의 산물로 변형시키고 그와 같이 변형된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련의 제도입니다” (93쪽).

 

 

엥겔스레비스트로스가 주목한 친족체계는 섹스/젠더 체계를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 형태입니다. 또, 레비스트로스는 여성 교환이 사회의 기원을 형성하고 근친상간 금기를 문화와 자연의 경계에 위치시킵니다. 나아가 정신분석학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성적 인격(젠더)을 생산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고 강제적 이성애 제도를 합리화하는 이론적 배경입니다. 결론적으로 여성 억압의 원인은 여성 교환을 통해 친족제도를 성립시키고 여성 억압을 생물학이 아니라 사회 체계 속에 위치시킵니다. 따라서 여성교환은 섹스/젠더 체계들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의 무기고가 될 수 있으며 섹스/젠더 체계는 불변의 억압 장치가 아니라 정치적 행동을 통해 재조직될 수 있습니다.

 

루빈이 꿈꾸는 페미니즘 혁명은 여성억압의 해방 그 이상입니다. 강제적 섹슈얼리티와 성역할들의 제거, 즉 젠더가 없는 사회에 대한 꿈입니다. 그 꿈에는 한 사람의 해부학적 성이 그 사람이 누구이고, 무엇을 행하며 누구와 사랑을 나누는가 하는 문제와도 무관합니다. 즉, 섹슈얼리티가 사회와 정치적 의제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으로 밀려나는 꿈입니다. 여자답다, 남자답다, 엄마답다, 선생님답다, 학생답다 등 “답다”의 구속복을 벗어버리는 꿈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일탈>을 읽고 토론에 참석한 구성원 모두가 꾸는 꿈이기도 합니다.

 

다음 모임은 2장 “인신매매에 수반되는 문제”, 4장 “가죽의 위협”을 읽고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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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7-10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들 한 데 모으면 한 사람이 못 들겠네요.

cyrus 2018-07-11 07:51   좋아요 0 | URL
월요일 모임에 안 오신 분들의 책을 포함하면 무게가 어마어마해져요.. ^^;;

2018-07-11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7-11 07:53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건 아니고요, 읽고 토론할만한 챕터를 선별해서 읽을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