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분의 1 - 이정모의 자연사 이야기
이정모 지음 / 나무나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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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라면 정신없이 빠져드는 게 하나쯤 있다. 그중 하나가 공룡이다. 공룡 그림을 보고 그 이름을 맞추고 초식공룡인지 육식공룡인지 구별해내는 꼬마 공룡 박사님들이 많다. 어린이들 사이에 공룡에 관한 지식은 상식이 돼 있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도 공룡 이름이라도 몇 가지 모르고는 자녀들과 눈높이를 맞춰 놀아주기도 힘들게 됐다. 요즘 아이들은 책만으로도 부족하다. 진짜 공룡 화석을 만져 보고 싶어 한다. 예전 박물관은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게만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 박물관은 체험할 것들이 푸짐해지면서 ‘재밌는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시간적 노력과 경제적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자연과 역사를 배우는 체험의 장으로 손색이 없다. 서울시립과학관 초대 관장인 이정모 씨는 예전에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으로 일했다.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기로 유명한 이정모 씨의 신작 《250만 분의 1》(나무나무, 2018)《공생 멸종 진화》(나무나무, 2015)의 속편이다. 저자는 전작에서 공생, 멸종 그리고 진화라는 주제로 지구 생명의 역사를 들려준다. 지구의 역사, 즉 자연사는 멸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멸종은 지구 생태계에 빈자리를 만들어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게 된 자연사의 결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250만 분의 1》의 ‘250만’은 현재 지구상에 사는 생물종 수(2017년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가 발표한 지구의 생물종 수는 2,528,677종이다). ‘1’은 인간이다. 우리는 억세게 운 좋게 살아남은 250만 종 중 하나이다. 저자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오래 살아남으려면 다른 생명과 공생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생에 대해 생각해보려면 우리보다 하찮은 생명에게 배워야 한다. 《250만 분의 1》은 진화와 멸종의 역사를 거친 생명이 주는 교훈을 펼쳐 보인다.

 

학창시절에 단선적 진화론을 공부한 사람들은 공룡의 전성기인 중생대가 끝난 다음에 포유류가 본격적으로 출현한 신생대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공룡과 포유류 중 무엇이 먼저 나타났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공룡’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중생대에는 몸집이 큰 공룡과 몸집이 작은 포유류가 같이 살고 있었다. 분명 포유류는 공룡처럼 중생대의 주연급 동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포유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자신의 시대가 될 신생대를 조용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신생대의 주인공들은 어두운 밤을 주 무대로 삼아 야행성 동물로 살아온 덕분에 먹잇감을 노리는 공룡들의 눈치를 피할 수 있었다. 포유류는 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턱뼈 일부를 청각을 향상하는 뼈로 진화했고, 색을 구분하는 시각 능력 대신에 빛을 감지하는 시각 능력을 선택했다.

 

《250만 분의 1》 1부 『공룡 되살리기』 편은 꼬마 공룡 박사님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싶어 하는 부모라면 꼭 읽어야 한다. 1부에 잘못 알려진 공룡 상식을 바로잡는 깨알 같은 저자의 의견뿐만 아니라 공룡에 관한 ‘최신 상식’까지 나온다. 익룡은 우리말로 풀이하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공룡’이다. 그런데 ‘날아다니는 공룡’이 익룡의 정확한 의미가 아니란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날개 달린 도마뱀’, 날아다니는 파충류’이다. 공룡은 골반에서 수직으로 내려오면서 형성된 다리가 있고, 땅에서 걸으면서 살았던 파충류를 의미한다.

 

 

 

 

 

 

다음 달에 <쥬라기 월드 : 폴론 킹덤>이 개봉된다. 이 영화에 거대한 익룡이 뒷발로 사람을 낚아채는 장면이 나온다면 “저건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야!”라고 자신 있게 말하자. 새의 깃털 역할을 한 익룡의 날개막(비행막)은 아주 얇다(프테라노돈의 날개막 두께는 1mm). 아무리 거대한 날개를 가졌다고 해도 날개막이 찢어지면 영원히 날 수 없다.

 

책에 대한 지적을 끝으로 서평을 마무리한다. 33쪽에 아이에게 공룡(엘라스모사우루스)을 설명해주는 아빠의 모습을 묘사한 내용이 있다. 공룡을 사랑하고,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의 관심사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은 아빠뿐인가? 엄마도 어렸을 적에 공룡을 좋아했고, 아빠 못지않게 아이에게 공룡을 제대로 가르쳐줄 능력이 있다. ‘아빠’ 대신에 ‘부모’라는 표현을 썼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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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9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5-09 19:42   좋아요 1 | URL
따님이 들으면 서운하겠는데요.. ㅎㅎㅎ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분명 어린 시절 따님도 특출한 능력이 있었을 거예요. ^^

psyche 2018-05-10 0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까먹고 있었는데 우리집 막내도 공룡에 빠졌을 때가 잠깐 있었네요. 푹 빠지기 전에 포켓 몬스터로 넘어가는 바람에 저는 공룡이름 외우다 말고 포켓 몬스터 이름을 줄줄 외우게 되었네요.ㅎㅎ

cyrus 2018-05-10 08:15   좋아요 0 | URL
포켓몬 중에 공룡과 닮은 녀석들이 많죠. 저는 포켓몬 1세대를 좋아했던 포켓몬 키드였습니다. 포켓몬 빵에 들어있는 스티커를 열심히 모았어요.. ㅎㅎㅎ

psyche 2018-05-10 10:29   좋아요 0 | URL
cyrus님 연세가??? 제 큰딸이 포켓몬 1세대 포켓몬 키드였는데...ㅎㅎ

cyrus 2018-05-10 12:26   좋아요 0 | URL
30대 초반입니다... ㅎㅎㅎ 우리나라에 포켓몬스터가 처음 방영되기 시작했을 때 저는 초딩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