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알라딘에 들어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이 연습장을 보게 됐는데, 아ㅏㅏㅏㅏㅏㅏㅏㅏ, 나 슬프다. 이 연습장 이름이 무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중성지 연습장


인거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슬퍼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표지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표지라고...그러니까 이 연습장에다가 빽빽이(라는게 요즘도 있나;;)하면 서울대나 연고대 갈거라는 어떤 믿음같은게 생기는걸까. 내가 지금 이런 페이퍼를 쓰고 있지만, 만약 내가 고등학생이었다면 나도 이 연습장을 샀을것 같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서울대 연고대, 대체 대학이 뭐야! 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그런데 학창시절에 선생님들이 빽빽이를 많이 시켰는데 나는 빽빽이 한다고 뭔가 외워진 적이 한 번도 없다. 남들 다 빽빽이한다고 나도 빽빽이 했는데, 나한테 맞는 공부방법은 그게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지하철안에서 정신집중해서 읽기' 가 가장 적절했는데,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대학 4학년때. 그때야 비로소 시험지 답안지를 채울 수 있었던거다. 그러니까 무작정 열심히 하기 보다는 나한테 맞는 공부방법이 무엇인지를 찾는게 가장 중요할것 같다. 나한테 맞는 걸 찾으면 시간도 절약되고 더 효율적이며 공부가 싫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앗.

이거 잡스런 페이퍼였는데 뭔가 교훈적으로 끝맺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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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2-1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등학교 때 대학교 놀러가면 꼭 연습장 사오고 그랬었어요. 그때는 인터넷으로 시키는 게 없었으니까. ㅋㅋㅋ
그런데 랜덤발송이라니 뭔가 ㅎㄷㄷ해요... ;; 어디든 가면 된다는건가....ㅋㅋ

다락방 2012-02-14 09:16   좋아요 0 | URL
전 고등학교 때 대학교 놀러간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ㅎㅎ 원서 쓸 때만 가봤네요. 외대 가보고 너무 쪼끄매서 깜짝 놀랐던 기억만 있어요. 대학이 뭐랄까...고등학생이 품는 낭만이 전혀 없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몇년전에 아트하우스 모모 가기 위해 이화여대 갔다가 완전 깜짝 놀랐어요. 대학교가 엄청나게 럭셔리 한거에요. 그 안에 피트니스센터까지 있고. 진짜 대박이더라고요. 그래봤자 여자들밖에 없긴하지만. ( '')

레와 2012-02-14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했어요. 빽빽이. 심지어 볼펜 2개 들고 빈공간을 채우던 친구들도 있었어요.
선생님도 빽빽이가 공부엔 별 도움이 안된다는 걸 알았을텐데, 왜 그렇게 시킨걸까요.

대학교엔 당연히(!) 푸른 잔디가 깔린 교정이 반드시 있을꺼라 믿었는데, 왠걸. 허연 콘크리트 바닥만 있고..ㅋ

다락방 2012-02-14 09:3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빽빽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빽빽이를 하면 하지 않은 것 보다는 단 어 두개쯤은 더 외울 수 있었을까요? 흐음. 그러니까 시킨걸까요? 아무것도 안하는 것 보다는 빽빽이가 낫다, 뭐 이런거?

저도 대학교에 가면 긴 생머리 늘어뜨리면서 흰 면티에 청바지 입고 교정을 활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 반바지에 쪼리 신고 노란 고무줄로 머리 대충 묶고 다녔네요. 여대라 그랬나 ㅋㅋㅋㅋㅋ 과 애들이 동네 마실왔냐고 막 놀려댔었는데 말입니다. ㅎㅎㅎㅎㅎ


turnleft 2012-02-1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저는 무려 "하바드" 연습장에 물리 과목 전체를 정리했었어요. 앞면에는 이론, 뒷면에는 예제, 이런 식으로.
나중에 후배한테 물려줬는데 엄청 감동했지요 ㅋㅋ

다락방 2012-02-14 09:52   좋아요 0 | URL
아, 하버드 법대를 졸업했다고 말해보는 것이 로망인 저로서는 하바드 연습장에 공부하신 턴님이 정말 위대해 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역시 목표가 커야(응?) 성공하는것이군요!

그런데 앞면에 이론, 뒷면에 예제, 라니. 오! 완전 공부잘하는 포스가 철철 흐르네요. 히야- 짱이에요, 턴님! 제가 진작에 턴님 같은 분과 친구였다면 저도 공부를 잘했을까요? 라고 물어보려니, 사실 전교1등하고 정말 친한 친구이긴 했네요. 하하하하. 친구가 공부를 잘하든 말든 저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2012-02-14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4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12-02-14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카이 대학 연습장 잘 팔려요. 제 친구도 지금 지방에 사는데도 과외 학생에게 주기 위해서 서울대 왔다가 노트 잔뜩 사가고 그랬어요. -_- 대학 문구점에서 팔죠. 연습장까지 학벌이라니 현실이 참 그렇죠.

다락방 2012-02-14 14:22   좋아요 0 | URL
아, 실제로 대학에서는 저렇게 생긴 노트를 파는군요. 전 왜 저희 학교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것 같을까요. 우리학교는 후져서 연습장 만들 생각도 안했나? 워낙에 아무도 안사니까? ㅋㅋㅋㅋㅋ 웬디양님의 댓글을 봐도 그렇고 대학에서 일반적으로 파는 노트인것 같은데 저는 지금 처음 봤네요.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2-02-1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진짜 ㅎㄷㄷ한 연습장 ;;;;
아아 빽빽이 (저는 빡빡이라 그랬었지요^^) 진짜 싫었어요. ㅠ_ㅠ 저도 공부할 때 저렇게 연습장에 쓰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빡빡숙제 나오면 한숨이 -_-;;;;;

다락방 2012-02-14 14:2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빽빽이 하는것 자체에 집중하지 내용에 집중하는 게 아닌 것 같더라구요. 이것을 빨리 채워야 한다, 뭐 이런 사명감에 공부와 전혀 상관 없게 되어버리는 ;;
정말 싫었어요 정말. 아우. 요즘 선생님들도 빽빽이 시키려나요? 어쩐지 시켰다가는 난리날 것 같아요. 요즘 애들 학원이다 뭐다 갈 데도 많을텐데....히융.

이진 2012-02-1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런게 있단 말이에요?
저는 이제 고등학생인데도 별로 저런것에는 끌리질 않는군요.
저런데에 쓴다고 스카이대 가는것도 아니고, ㅠㅠㅠ

다락방 2012-02-14 14: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저는 제가 스카이대를 갈 성적이 안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저런 연습장을 썼을것 같아요. 이거 쓰니까 가라가라 막 이러면서 자기 최면을 걸 것 같은. 하하하하하.
참, 그런 약한 마음을 노리다니, 노릴 수 밖에 없다니, 뭔가...슬퍼요. orz

BRINY 2012-02-1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손은 책상 서랍 속에 찔러놓고 한 손은 머리를 받치고 '수학의 정석'을 눈으로 보고만 있는 애들이 많아서 전 빽빽이를 강제로 시켜볼까하던 참이었어요.

다락방 2012-02-15 12:4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빽빽이가 아주 사라진건 아니군요! 저기 위에 레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볼펜 두 자루를 한꺼번에 쥐고 빽빽이 하는 애들도 있었는데 요즘애들은 어쩐지 더 기발한 방법으로 해낼 것 같아요. 하하. 다른 반 친구에게도 한장씩 부탁하던 애들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BRINY 2012-02-15 15:34   좋아요 0 | URL
요즘은 빽빽이 하는 애들 못봤어요. 그래서 강제로 시키려고 해볼까하는 거였는데, 아마 다락방님 말씀대로 요령만 피울 거 같길래요...

꽃핑키 2012-02-1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락방님 저는 고등학생아닌데도ㅋㅋ
울대,연대,고대 다 갖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쟁여놨어요! 날잡아서 왕창 살거예요!! ㅋㅋ
하아 ㅋㅋ 그런것이었군요ㅋㅋ 저는 빽빽이를 몇십장씩해도 ㅠㅠ 절대 안 외워지길래
난 정말 머리가 나쁘구나. 도저히 가망이 없구나 하고 공부를 포기해버렸는데;;;;; ㅋ
내게 맞는 공부방법을 아직 못찾아서 그런거지 ㅋㅋㅋ 머리는 괜찮은거겠죠? 막이래~ ㅋㅋ

다락방 2012-02-16 13:07   좋아요 0 | URL
핑키님 근데 연습장 사면 뭐하실건데요? ㅋㅋㅋㅋㅋ 저도 노트 몇권 사뒀었는데 도무지 쓸 데가 없더라구요. 공부를 하는것도 아니고..일기 쓰기도 뭣하고. 그래서 사뒀는데 애물단지. 결국 동료도 주고 동생도 주고 막 퍼주고 두 권 남았는데 그게 어디다 뒀는지 기억도 안나고 ㅋㅋㅋㅋㅋ

네, 머리 나쁜거 아니에요, 핑키님. 방법을 못찾아서 그런게요. 진짜에요. 진짜란 말이에요!!!(아무리 빽빽이해봤자 아무것도 외우지 못했던 1人)
 


아, 이 영화가 참 좋은데 더이상 알라딘에 40자평을 쓸 수 없어서 안타깝다. 나는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아, 40자로 어떻게 말하지, 하고 잠깐씩 고민하곤 했는데. 이제는 더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네, 쓸수가 없으니까.


오래전에 자식을 잃은 부부가 나온다. 아내는 자식을 잃은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늘 집 안에서만 지낸다. 바깥에서 신문을 가져오는 일 조차 할 수가 없다. 남편은 단골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와 사년째 잠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이 부부 사이에 별 대화는 없다. 그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다툼도 웃음도 없이, 그저 그렇게. 남편은 또한번 소중한 사람을 잃는 상처를 받게되지만 그것을 아내에게 말하지 못하는채로 차고에 들어가 혼자 흐느낀다. 그리고 그는 업무차 출장을 간다. 출장을 간 곳에서 그는 죽기전의 자신의 딸과 비슷한 나이의 스트립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에게 랩댄스를 춰주고 돈을 받기를 원하지만 그는 그녀를 손끝하나 건드릴 생각이 없다. 그는 회사를 팔아치우고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당분간 당신에게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뒤, 스트립 걸을 돌봐주기로 한다. 그녀의 집에 다시 전기가 들어오도록 해주고, 그녀의 옷을 빨아주고, 그녀 집의 화장실 막힌 변기를 뚫어준다. 그녀가 일을 끝내면 데리러 가주고 그녀에게 꼬박꼬박 생활비도 준다. 그녀도 역시 점차로 그를 좋아하게 되고, 그가 자신에게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와 함께 지내면서 거칠게 말하는 것도 고쳐가려고 애쓴다. 그런참에 그의 아내가, 그를 만나러 그가 있는 곳으로 온다. 그의 아내, 그녀로서는 아주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혼자서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고 지도를 보고 운전을 하고 하는 것들. 그녀에겐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서 그녀는 내내 긴장한다. 


아내는 드디어 그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에게 전화를 건다. 나 여기 있다고, 당신이 있는 이곳에. 남편은 아내의 전화를 받고 놀란다. 그녀가 내게로 오다니, 그녀가 외출을 하다니. 남편은 거기에 그대로 있으라고 말한뒤에 그녀가 있는곳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녀를 만난다. 당신이 바깥으로 나올 줄 알았다면 내가 좀 더 일찍 낯선곳으로 올걸 그랬어. 남편은 아내의 외출을 진심으로 행복해한다. 아내는 남편을 만나서 이제 웃는다. 치유될 수 없었던 그녀의 증상은 그녀 스스로 사랑하는 남편을 찾으러 오면서 치유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장면은 사실 이 장면 말고도 여럿 있었지만, 나는 이 장면이 무척이나 좋았다. 삼십년이나 함께 살아온 부부. 그들은 삼십년을 함께 지내면서 같은 아픔을 겪었고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들에게 더이상의 대화는 없었고 그들에게 더이상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듯 보였다. 둘은 해야할 말들을 하지 않은채 살았고 아픔은 각자 삭혀야했다. 상처가 없었다고 해도 서로에게 권태를 느낄지도 모를 삼십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건만, 그런데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걱정하고 있었다. 삼십년이 지나도 상대의 치유를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는 것이 내게는 사랑의 완성으로 보였다. 아, 저런건가. 저런게 사랑인건가. 사랑은 저런건가 싶어졌다. 사랑이란 건 한 순간의 열정이 지나도 서로에게 지치지도 지겨워지지도 않는거라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상대에게 여전히 행복과 웃음을 줄 수 있는거라고. 나는 늘 사랑이란 한 순간이라 믿어왔지만, 아니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거라고, 그런 생각이 그 장면에서 들었다. 여전히 나는 영원한 사랑이란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도대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니까), 그러나 어쩌면 아주아주 오래 지속되는 사랑은 존재할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남자도 엄청 좋았지만(웃는 모습이 진짜 귀엽다!), 영화 『트와일라잇』에서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훨씬 더 좋아졌다. 그녀는 이미 엄청난 인기를 받는 스타가 되어 있었는데, 이 영화속에서는 예쁘장한 하이틴 여자배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세상사에 찌들어서 입이 거칠어졌고, 세상은 온통 더러운 욕망으로 가득차있다는 걸 깨달은 여자지만, 그러나 자신이 아끼는 상대가 자신에게 화내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마음 약한 소녀로 나온다. 게다가, 엄청나게 예쁘다. 오와- 스트립댄스를 추기위해 망사스타킹을 입은 모습보다, 헐렁한 청바지와 커다란 박스티를 입은 그녀가 세상에 얼마나 예쁜지. 진정한 여자의 아름다움은 박스티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어졌다. 박스티를 입고 예쁜 여자가 진짜 예쁜 여자가 아닐까. 하아- 


만약 이 영화가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로 끝을 맺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이 영화를 좋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 이건 너무나 뻔한 영화잖아, 라고 신경질을 냈을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말해준다. 나를 당신들의 딸처럼 취급하지 말아요, 나는 당신들의 딸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들도 한순간 딸같은 그녀에게 몰두했었음을 알게된다. 그녀를 딸 취급했음을. 저 아이는 우리의 딸이 아니에요. 그러나 그런 것을 스스로에게 또 상대에게 납득시키고 받아들이는 그 과정동안 이미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일들이 그들에게 일어났다. 그러니 괜찮다. 이제 그들이 서로 떨어져 각자 산다고 한들 분명 그들이 서로 만나기 전보다는 더 나은 삶이 펼쳐지게 될테니까.




백진희가 했다, 고백을. 거절당했다, 역시. 여동생 같다, 는 것이 이유였는데, 사실 그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그녀에게 일어난 일은 '거절' 이다. 여동생 같다고? 흥. 개나 주라지. 사실 나는 하이킥에서 백진희 캐릭터를 참 안좋아라 하는데(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박지선. 박지선 짱임!!), 이날 고백씬은 아니아니, 거절씬은 흠뻑 빠져들었다. 그녀가 괜찮다고 해서, 억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은 괜찮다고 해서, 혼자 좀 앉아있겠다고 해서, 그곳이 어느 공원의 벤치여서, 그녀가 캔커피를 들고 있어서, 그가 떠난 뒤에 홀로 앉아 눈물을 흘려서, 그녀가 생각하는 건 그와 단둘이 있었을 때의 일들이어서, 그녀가 짧은 치마를 입었을 때 그가 자켓을 벗어 덮어주던 일, 아아, 그런걸 왜 떠올리는지 나는 알겠어, 그렇지만 이 여자야, 자켓을 벗어주는 건 사랑이 아니야, 그렇지만 그럴 때 사랑을 느꼈다한들 당신에겐 잘못은 없어, 당신은 사랑을 느낄만 했어, 어떻게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어. 캔커피 대신 맥주캔을 쥐어줬다면,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백진희는 영락없이 과거 어느 한 때의 나다. 아 젠장, 남자 때문에 속상해서 공원 벤치에 앉아 우는 일이 생기다니, 그런 일을 겪게 되다니. 그렇지만 그 시간을 견디는 것도 그리 나쁜건 아니다. 그 시간은 반드시 지나간다. 그것만큼은 내가 장담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혼자 늦은밤에 우는 일, 그거 괜찮아, 해도 된다. 그러나 물론,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 앨범은 도대체 어떻게 살 수 있는걸까? 디지털로만 판매하는걸까? 젠장. 게다가 내가 올리고 싶은 노래의 동영상 조차도 찾을 수가 없더라. 대체 왜?



3215



보고싶어서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무작정 그 버스에 올랐어
나를 안으며, 사랑한다 말하던
우리 추억이 사는 그 동네를 가는 길

많이 변했다 예전같지 않은 풍경에
너무 놀라서 바보같이 눈물이 났어
그렇게 다짐을 했었는데

많이 변했니?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보다
밥은 챙겨먹는지 아픈곳은 없는지
가끔 걱정되곤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땐 몰랐지 우리가 헤어지게 될 순간을
참 많이 싸웠었고 참 많이 미워했지
돌이켜 생각하면 너에게 미안해

많이 변했니?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보다
밥은 챙겨먹는지 아픈곳은 없는지
가끔 걱정되곤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땐 몰랐지 우리가 헤어지게 될 순간을
참 많이 싸웠었고 참 많이 미워했지
돌이켜 생각하면 너에게 미안해

잊을 수 있니? 우리가 사랑했던 그 기억들
참 많이 좋아하고 너무나 사랑했던
그때의 계절을... 그 기억의 시절



3215란 제목만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었다. 뭐지? 그러나 노래를 들으면서야 비로소 아, 버스 번호구나 싶었다. 나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버스 번호가 있는데, 그렇지만 여정이 훤히 드러나는 그 버스의 번호를 적지는 않겠다.

사람들이 사는건 별반 다르지가 않다. 헤어진 사람이 그리워서, 만날 수 없을거란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미친 기대감으로 그 사람과 함께 탔던 버스를 타고, 그 사람과 함께 갔던 장소엘 가고. 하하하, 웃음만 나온다. 나 역시 그런 장소에 몇 번이고 가보았지만, 내 기대는 언제나 불발에 그쳤었다. 한번도 그곳에서 그 사람을 만났던 적은 없다. 그러면서도 다음에 또 가보고, 또 가보고. 대체 그런 미친짓을 왜 했던걸까. 만났다면, 그랬다면 또 뭘 어쨌을라고? 나 너를 만나려고 수도없이 이곳에 왔었다, 라는 따위의 말을 하려고?

밥은 챙겨먹는지, 반찬은 어떤걸 먹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춥진 않은지, 수면 양말을 신고 자는지 따위를 이제는 내가 물어서도 안되고 또 설사 물었다 한들 다 부질없는 것들이지만, 나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 3215 를 들으면서, 자꾸만 흥얼대고 고개를 끄덕인다. 잊을 수 있니? 그래 잊혀지긴 하겠지. 그렇지만 때때로 문득 가끔 생각나지 않을까. 내가 기억하는게 당신의 손이 움직이던 모습이라면 당신은 내 휘청거리던 발걸음을 떠올릴지도 모르지. 우리는 아마도 다른 것들을 생각하겠지. 그렇지만  그 다른 생각들 속에 우리는 함께 있었는데. 너를 읽었는데, 너의 행간을 읽지 못했어. 그렇게 나는 너를 잃었지.



그나저나 에피톤 프로젝트 새 앨범 언제 나오는걸까? 콘서트에서 언제쯤 나올거다, 라고 말했던 건 생각나는데 그게 언제쯤인지는 통 기억이 나지를 않네.



출근할 때부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반복하고 있는 월요일이다. 슬라이스 햄이 몇 겹으로 겹쳐져 있고 체다 치즈가 들어있는, 양상치도 아주 푸짐하게 들어있는 그런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 오렌지 쥬스도 곁들여 마시고 싶다. 햇볕이 따뜻했으면 좋겠고,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가 흘러 나왔으면 좋겠다. 집에 가고만 싶다. 집에 가는 길에 로또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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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3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3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3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3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2-02-1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웰컴 투.." 어제 보려다가 늦잠 자는 바람에(열두 시 삼십분에 한 번 상영 -_-) 미뤄뒀는데. 수요일에 꼭 볼래요. 기대기대 ^^ 크리스틴 스튜어트. 진짜 너무 예뻐요. >.< 연기도 잘 하고, 얼굴도 예쁘고. 거기다 그 몸은 사람의 몸이 아니에욧!!! (왜 화를 내고 있;;;)

여기는 눈오는 월요일이에요. 아아. 집에 가서 이불 덮어쓰고 잠들어버리고 싶어요. -_ㅠ 점심 든든히 드시고 오늘도 우리, 힘내자구요. ^^

다락방 2012-02-14 09:04   좋아요 0 | URL
저 트왈랏에서는 잘 몰랐었는데요(에드워드 보느라 정신이 없엇;;) 이 영화 보니까 와, 몸매 진짜 장난 아니에요. 너무 마른것 같아서 그게 좀 그렇지만, 세상에, 다리가 완전 길어요. 사람의 다리가 아니에요. 엄청 길어요 엄청. 다리가 끝이 안나. 하아-

저는 오늘도 집에 가서 일찍 잘래요. 당분간은 그냥 집에 가서 일찍 잘거에요. 잠만 잘거에요. ㅠㅠ

치니 2012-02-1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스 티가 잘 어울리는 것과 비슷한 사례로, 여자가 남자 옷(하얀 와이셔츠 등)을 입어 박스 티의 효과가 나는데 눈이 부시게 이쁠 때, 후아 - 이건 같은 여성으로서도 홀라당 넘어가게 되는 매력 포인트인 듯. 이젠 너무나 많은 광고에서 써먹어서 클리셰가 되었지만요. 암튼 그래서 모든 코디에서 마른 몸매가 유리한가 봐요 힝.

굿바이 2012-02-13 12:52   좋아요 0 | URL
치니님의 댓글을 읽고 꼭 남기고 싶은 에피소드 하나!
제 친구가 말이죠, 드라마의 한 장면, 그게 아마 뉴욕에 사는 여자 네 명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여튼 주인공이 연못인가 강에 빠진 후 남자친구 집에 가서 셔츠를 빌려입고 자기 집에 가는 장면이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남자친구의 셔츠에 벨트를 하자 미니드레스처럼 연출이 되거든요, 그런데 제 친구는 완전.... 친구는 허리가 길고, 남자친구는 체구가 작고....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웃겼을지 ㅋㅋㅋ
여튼 그 이야기 듣다가 기절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락방 2012-02-14 09:21   좋아요 0 | URL
스미스 부부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와이셔츠 입고 총싸움했던 거 생각나네요. 어휴...완전 멋져. 그여자는 뭘 걸쳐도 멋져. 맞아요. 모든 코디에서 마른 몸매가 유리한 것 같긴 해요. 일단 뭘 걸쳐도 뽀대가 나니깐요. 일전에 이효리가 어떤 뮤비에서 박스티 입고 나왔는데 엄청 예쁘더라구요. 저 그 뮤비보면서 박스티 입고 친구들하고 등산갔는데 그냥 막 스스로 초라하고, 나는 왜 이효리가 아닌 것인가 이런 좌절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온...................


굿바이님, 일전에 제가 작고 마른 남자랑 교제한 적이 있었는데요, 뭐 교제라기보다는 음 친하게 지낸 정도? 암튼 녀석은 꽤 장난끼가 다분한 놈이었는데, 툭하면 저한테 바지를 바꿔 입어 보자고 했었어요. 내 바지는 자신한테 클것 같다며 -_- 반면 그녀석 바지는 제 무릎에도 안 들어갈것 같았어요. 녀석이 복고풍으로 입고 다녀서 몸에 딱 붙는 바지를 즐겨 입었거든요. 키 작은 근육질의 녀석이었죠. 아우..

2012-02-13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4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2-02-14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동생 같다. 라는 대사 들으니까.. 토이의 좋은 사람. 생각 나는 걸요...
뭐... 남자도 비슷하답니다.

다락방 2012-02-14 09:23   좋아요 0 | URL
그쵸, 사실 너무 식상한 말인데 누구나 한번쯤 말해보거나 들어본 경험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여동생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고, 넌 남자가 아니라 친구야 따위의 말을 누군가에게 한 적도 있네요. 하하하하하. 이런건 그때 당시에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말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정말 오글거려요.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92년 4월
평점 :
절판


엄석대이거나 엄석대의 쫄따구이거나. 우리는 한때 그런삶을 살았거나, 살고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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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0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0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바다 2012-02-1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열 작품 중에서 개인적으로 <황제를 위하여>와 더불어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이문열은 <변경>을 읽다가 멀어졌습니다..

다락방 2012-02-14 09:23   좋아요 0 | URL
저는 이문열은 삼국지 말고는 읽어본 게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려고 했었는데, 좋아하는 친구가 이 책이 엄청 재미있다고 해서 읽어보게 됐거든요.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테레사 2012-02-1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입학하니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인가(?)이 베스트셀러였나 그랬어요..그런데 정말 더럽게 재미없어서,내가 지적연령이 낮나보다고 생각했어요.아무튼 그 뒤에도 그리 재밌지 않더라고요. 헌데 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재밌었어요. 하지만,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가리도 재밌었던 기억이 나네요...그 왼 인상적인 책이 없었고,또 왠일인지 그의 행보가 마음에 안들어 읽지 않기 시작했죠...

다락방 2012-02-14 09:25   좋아요 0 | URL
대학 교양수업 때, 이문열의 [선택] 이 시험범위였던 적이 있어요. 전 그 책 한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시험범위라는 말에 내팽개쳤죠. 안 읽었어요. 난 시험으로 인한 독서는 하지 않겠어! 이런 어떤 미친 자존심? ㅎㅎㅎㅎㅎ
저도 삼국지 이후에는 아웃오브안중 이었는데 이 책은 정말 재미있더군요! 아주 잘 읽혔어요.

웽스북스 2012-02-10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절대로! 그런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가카말투로 읽는게 포인트)

다락방 2012-02-14 09: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제가 살아봐서 아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로 안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넷 2012-02-10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석영 작가의 단편중에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지금은 거의 기억도 나지 않지만[작가가 맞는지도 모르겠네요], 황석영 작가의 작품이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보다는 더 재미있고 인상깊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 <금시조>가 굉장히 인상깊었는데, 생각해보니 단편이긴 하지만, 전문을 읽은 기억은 없는 것 같네요. 음; 이것도 곧 읽어봐야겠어요.ㅎㅎ

다락방 2012-02-14 09:28   좋아요 0 | URL
황석영의 작품도 그리고 [금시조]도 저는 뭔지 알 수조차 없네요. 이 책도 남들 다 읽었는데 너무 늦게 읽은것 같아요. 하핫. 그래도 친구가 아니었으면 아예 읽을 생각도 안했을 거에요. 그런데 읽으면서 끝이 다르게 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조금 했어요. 예상외로 고위 관직에 있게 되면서 여전히 사람을 부리는 ... 뭐 그런...나쁜 결말을요. 하핫 ;;

가넷 2012-02-15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라는 단편이었네요.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선생님이 전문을 갱지에 인쇄해서 준 걸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네요. 아마 듣기로는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관련해서 표절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네요. 기억이 안나서 방금 찾아봐서야 기억이 난건데, 흥미롭게도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도 어떤 일본작가의 작품에 대한 표절 의혹도 있었나 보네요. ㅋ

다락방 2012-02-16 13:09   좋아요 0 | URL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발표당시 이상문학상 수상했던데, 표절인 작품에 그런 상을 주면 안되는것 아닐까요? 흐음. 이문열은 황석영을 황석영은 일본 작가를...표절했다는 의혹인건가요? 아, 씁쓸하다. 흐음..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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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다.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데, 책이 내게 주는건 재미뿐만은 아니다. 책은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해주고,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펼쳐 보여준다. 다른사람들의 삶을 엿볼수 있는것과 또 지식을 주는 것, 그것이 책이 주는 대표적인 것이라면, 나는 아주 당당하게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내가 생각해왔으나 미처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것', 인데, 그래, 이 책이 그것을 했다. 때때로 아, 그래, 내가 말하려고 했던게 이거였어, 했던 것을 나는 책에서 만나곤 하는것이다. 아, 책은 정말이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나는 대부분의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게 주는 이미지는 정의롭거나 명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의롭거나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입밖으로 내야할지 모르겠어서 단순히 그건 아닌것 같은데, 로 입장 정리를 하고 있었다. 삼성 불매운동에 대한것이 대표적인데, 주변에 삼성 불매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던 거다. 왜? 그게 정말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걸까? 삼성을 불매한다면, 삼성에서 일하는 그 많은 사람들은 뭐가 되지? 삼성을 불매하면서 원하는게 뭐지? 삼성이 망하는건가? 불매가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걸까? 최선의 방법이라고? 그런데 왜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질 않는거지? 그러나 나는 삼성 불매를 하는 사람들에게 '불매하지 말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도덕적으로 확신을 가진것처럼 보여서, 내가 불매를 중단하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정해지는 것 같다는 스스로의 생각 때문에. 불매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부자의 편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또한 누가 나에게 불매를 강요하는 것을 내가 못견디듯이, 내가 그들에게 불매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못견디는 것일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 책에서 김어준이, 내가 확실히 말하지 못했던것을 아주 단호하게 말해준다. 아, 정말 나는 소름 돋았다니까. 감동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디어가 자기로부터 나오고 그 구현을 직원들과 함께 하잖아. 이건희 일가가 잘하는 건 그게 아니지. 그 일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하는 건 자기 재산을 지키는거지. (웃음) 그런데 아까 이야기한, 이건희가 곧 삼성이라는 상징화가 워낙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이건희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사회적 불안을 유발하는 거야. 그러니까 삼성을 제대로 문제 삼으려면 삼성이란 기업의 상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할 게 아니라 삼성과 이건희를 분리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이건희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삼성의 상징화 작업에 자신도 모르게 포섭되어 이건희를 비판해야 할 걸 삼성  제품을 비토하는 걸로 가는 경우가 있다고. 삼성 물건 좋은 거 많아. 왜 기업의 정상적인 제품을 미워해. 물론 삼성 제품을 비판하는 게 상징적으로 이건희를 비판하는 거라 여길 수도 있어. 삼성 문제에 대해 개인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들의 프레임에 넘어가는 거야. (p.165)


삼성과 다른 재벌들과의 차이는, 다른 재벌들은 법을 피해 가려고 한다면 삼성은 자신들을 위해 법을 만든다는 거야. 삼성은 이미 국가보다 강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p.166)


문제는 이건희 일가가 상속과 지배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국가 시스템을 자신들 사익을 위해 조작할 정도의 힘을 가져버렸다는 거야. 국가는 이익을 좇는 사조직이 아니잖아. 국가는 공동체를 위한 운영체제잖아. 이게 일개 가족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더구나 그 과정에서 그 가족은 단순히 자신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익까지 뺏고 있다고. 그러면서도 자기들 아니면 니들 굶어 죽는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하지만 삼성이란 기업 집단은 그 자체로는 악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삼성과 이건희를 분리해야 한다고. 그건 오로지 법으로만 할 수 있어. (p.169)


개인적으로는 내가 구체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던 것을 큰 목소리로 말해준 김어준이 고맙고, 더 크게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고맙다. 사실 나는 [나는 꼼수다]를 듣지는 않는다. 두 번 쯤 들어봤는데, 이상하게 불편한거다. 그게 정확히 어떤 불편인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그게 전혀 재미있질 않은거다. 이걸 사람들은 왜 재미있다고 하는걸까. 나는 도무지 모르겠는거다. 정말 이게 재미있나? 나는 불편한데? 그 불편함에 대한 정확한 대상을 찾을수가 없어서, 나는 이 책도 사두고는 한동안 읽지 않았다. 그 방송을 듣는것처럼 어떤 식으로든 나를 불편하게 할까봐. 세상 모두가 좋다고 말해도 나는 불편할 수 있는거니까. 그런데 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말 그대로 재.미.있.다.


54페이지의 '뇌에 구김살이 없어' 라는 표현을 읽을 때는 지하철에서 혼자 소리내서 푸핫,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76페이지의 '해맑아, 해맑고 투명해' 에서는 어떤가. 아..나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 80페이지의 '어찌나 수줍은 검찰인지' 에서는 진짜 빵터졌다. 아..검찰들 수줍구나..수줍은 검찰들이구나. 하하하하. 이런식이라면 나꼼수도 재미있겠구나. 그런데 왜 방송을 들었을때는 나는 이런식의 재미보다는 불편함이 먼저 와 닿았을까?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읽고 이 책을 쓰게 됐다는 김어준의 말을,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내가 그 책을 읽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읽지 않았어도 무었을 말하는지 대부분 사람들이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은 중간중간 김어준의 표현들이  빵터지게 웃게 만들어서 그 재미때문에 읽기 시작하긴 했지만, 52페이지의 김어준의 복지에 대한 생각이 이 책을 계속 읽게 만들었다.


복지란 불쌍해서 돕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공동으로 보장해주려는 사회적 염치라는 걸 이해할 수가 없는거야. 나는 우리나라 우파는 원시인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백 퍼센트 해석된다고 봐. (p.52)



재미있어서 책장 넘기기를 멈출수가 없는데, 그가 하는 말이 그릇된 말이 없다. 게다가 한번쯤 들어볼 만한 말들이며 때로는 내 생각을 대변한다. 또한 문재인의 책을 읽어보고 문재인을 좀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하게도 만들었다. 이만하면 이 책은 책이 갖추어야 할 것들을 모두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리뷰를 쓰면서 별점을 클릭하는건 때때로 고민스러운데, 이 책은 기꺼이 넷 이었다가, 삼성 불매에 대한 그의 말에 깊은 공감과 또한 모두들 이 책을 읽고 복지에 대한 생각을 확고히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그의 생각들이 다른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기를 바라는 응원까지 별 하나에 담아 별 다섯개를 찍는다. 나는 이 책을 선물할 몇몇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들에게 재미와 생각을 동시에 줄 수 있다면 나 역시 기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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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2-02-09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아아~~~ 다락방님 ㅠㅠ 이런 리뷰라니 계속 미루고 미루고만 있었는데ㅠ
땡스투하고 ㅋㅋ 당장 지르러 가야겠어요ㅋ
어제 오늘 좀 우울해서 하루에 몇 번씩 카드 긁게 되네요.
흑;; 나 백순데 ㅠㅠ 담달 카드값어쩔;;; ㅋㅋㅋ

다락방 2012-02-10 14:36   좋아요 0 | URL
오늘 보니까 이 책의 땡투가 두 권 들어와 있던데...한 분은 핑키님이십니까? ㅎㅎ
이거 재미있어요, 핑키님. 전혀 어렵지 않게 팔랑팔랑 잘 넘어갈겁니다. 훗.
스트레스 받았을 때는 소비가 정말 해소에 도움이 되죠. 저도 우울이 극에 달했을 때 백화점에 가서 백화점 털고올 뻔한 적이 있어요. 털고 오고 싶었지만.....돈이.............orz

테레사 2012-02-0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드뎌 이 책 읽으셨군요. 진짜진짜 통쾌하죠? 저 역시 참 통쾌하고 속 시원하고, 그러면서도 재밌는 정치책은 생전 처음이에요.무겁고 진지하고, 비장한 책들이 얼마나 많아요? 헌데 그런 책은 안 읽히잖아요. 전 정말이지 김어준씨가 우리와 동시대인이라서 다행이고 고맙고, 뭐 그래요.

다락방 2012-02-10 14:3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무겁고 진지하고 비장한 책들은 안 읽히고 또 그럴까봐 아예 시도조차 안하게 되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이 책은 재미있더라구요. 게다가 이렇게 동의할 수 있는, 그러니까 제 생각과 같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까 막 더 신났어요! 저는 이제 [건투를 빈다]도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히히.

기억의집 2012-02-09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 리뷰 넘 재밌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삼성불매하지만, 타인에게 절대로 강요하지 않아요. 혼자만 불매. 집에 삼성 제품 아예 없어요. 애아빠한테는 은근 불매를 강요하긴 하지만.

사실 저의 애아빠도 기업을 다니는데, 어떤 기업이 사회적으로 떳떳할 수 있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애아빠가 다니는 기업이 과연 삼성만큼 부도덕하진 않지만 사회에 기여를 하거나 공정하다고 보지는 않거든요. 어떤 기업이든지 불공정의 사슬에 매여있기에 거기에 소속되어 있는 이상, 특정한 기업에 대한 집단적인 불매운동은 또 한편으론 노동자의 살인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삼성은 부자이기에 나 혼자 불매하자. 나 혼자 불매한다고 꺼지지 않으니깐. 절대 강요하지 말자 이런 주의에요.

김어준은 사회에 품고 있었던 의문들을 아주 논리적으로 풀어주죠. 저도 짧게 리뷰 썼지만, 말빨이 쎈 거 보다 김어준은 논리적이어서 말빨이 센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읽고 나서 왠지 속시원해진 느낌.

검찰에 대한 글도 진짜 웃겼어요. 검찰이 고3 선도부장이라니~ ㅋㅋ

다락방 2012-02-10 14:54   좋아요 0 | URL
네, 사실 그렇게 따지고 들면 떳떳하기만 한 기업이 어디 있을까 싶더라구요. 사회적으로 떳떳한 일을 한다해도 그 안으로 들어가보면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와 갈등을 갖고 있기도 할거구요. 말씀하신것처럼 특정한 기업에 대한 집단적인 불매운동은 단순히 그 기업의 정신에 반대한다고 하기엔 잔인하게 생각되어지기도 하구요, 그런데 불매가 아니라면 어떤식으로 그 기업에 반박할 수 있을것인가 싶기도 하구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아주 좁지 않나 싶어요.

전 위에 리뷰에도 썼지만 아~ 뇌에 구김살이 없다는 표현 때문에 진짜 많이 웃었어요. 하하하하하

비로그인 2012-02-0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이나 재밌는 백분토론을 시청한 느낌이네요 :)

다락방 2012-02-10 14:54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재미있어요, 수다쟁이님. 흣 :)

레와 2012-02-0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문재인의 '운명' 읽어볼라고..^^

다락방 2012-02-10 14:5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책 검색해봤는데 두꺼운것 같더라구요. 아, 소설이 아닌 책들은 좀 안두꺼웠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래서 나는 또 보류...( '')

moonnight 2012-02-09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는 확실하죠. 모든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

다락방 2012-02-10 14:55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더라구요. 저는 대체적으로 거의 모든 의견에 동의했던 것 같아요. 오, 오, 오, 오 그렇군! 하면서 말이죠. 문나잇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치니 2012-02-09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이게 재미있었고 복지 문제에 대해 저런 의견에 동의한다면 비그포르스도 읽어 봐요 ~ 분명히 힘이 나실 거에요!

다락방 2012-02-10 14:56   좋아요 0 | URL
치니님 댓글 읽고 비그포르스 검색해봤는데, 어휴, 이거 너무 어렵게 생겨서 저는 읽을 엄두가 안나요. orz
제가 읽을 수 없는 종류의 책일 것 같아요.

Kir 2012-02-09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다락방님도 읽으셨군요! 마침 바로 옆에 이 책이 있는 터라 리뷰가 더 반갑습니다^^

다락방 2012-02-10 15:23   좋아요 0 | URL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읽은건데 오, 재밌었어요. [달려라, 정봉주]보다는 이 책이 더 재미있더군요. ㅎㅎ

마늘빵 2012-02-1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랑 많이 다르게 느끼셨네요. ^^ 전 김어준의 저 부분이 젤 잘못 짚은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삼성. -_- 동의할 수 있는 의견, 없는 의견 둘 다 있지만 재미는 있는 책이에요. 나꼼수를 꼭 닮은.

다락방 2012-02-10 15:24   좋아요 0 | URL
저기 위에 문나잇님도 말씀하셨듯이, 네, 물론 모든것에 동의할 수는 없겠죠. 동의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거에요. 저는 대체적으로 동의했지만 말예요. 저는 특히 인용한 삼성에 대한 부분과 박근혜에 대한 부분에 많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달사르 2012-02-1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기존에 알고 있던 단어였는데 김어준 입에서 나오면 빛이 반짝반짝하는 거 같애요. 저는 '깔대기'라는 표현이 매번 나와도 못 알아먹다가요. 최근에서야 이해했다니까요. 거의 외국어를 이해못하고 계속 듣다보면 어느날 저절로 이해되듯이 말에요. 그정도로 김어준 말은 팍팍 꽂히는 거 같애요. 뇌에 구김살이 없어. 완전 대박. ㅎ

저도 김어준이 삼성에 대해서 한 말과 박근혜 부분에서 공감했습니다. 김어준은 일반 대중의 정서 부분에 대한 탁월한 분석, 본능적인 분석을 하는 듯해서요.

다락방 2012-02-14 09:56   좋아요 0 | URL
저는 나꼼수를 안들어서 그런지 깔대기란 표현을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그냥 추측추측 ㅎㅎ 저 진짜 뇌에 구김살에 없다는 표현 읽다가 지하철에서 혼자 소리내서 웃었다니깐요. 아마 그날 지하철에서 저 본 사람들중에 이 책 산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왜 미친년처럼 웃지, 저책 재미있나? 이러면서요. ㅋㅋㅋㅋㅋ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대다수가 말하는 선' 혹은 '대다수가 말하는 정의'를 좀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스스로가 '선' 이나 '정의' 에 대해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확신을 가지고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왜 저사람은 저렇게 생각하지? 하는 의문도 함께요. 그런면에서 김어준은 다수를 파악하고 자신의 확신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히히.

버벌 2012-02-12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행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셔서. 전 재미있게 읽지를 못했어요. 재미없다라기 보다. 손에 잡고 끝까지 읽기는 힘들더라구요. 늘 같은 말만 반복되는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김어준은 팬입니다만 그는 글보다 목소리로 만나는게 아직은 더 좋은것 같아요. 막 욕하는 것 들어요 ㅎㅎㅎㅎ

부럽기도 해요. 그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딱딱 자리를 맞게 찾아가는 걸 보면서요.

다락방 2012-02-14 09:57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김어준을 몰라요. 딴지일보도 나꼼수도 한번도 그를 접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나꼼수도 두 번인가 듣다가 말아가지고 ㅎㅎㅎ [닥치고 정치]가 그를 처음 만난 책인건데, 참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그의 다른 책도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한참 후에요. 지금은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그에게 먼저 자리를 내어줄 수는 없거든요. ㅎㅎㅎㅎㅎ

테레사 2012-02-1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친절한 안내 너무 감사드리고요, 전 문준태님의 시집을 선택했어요.정말 감사드려요^^. 다락방님은, 정말이지...참....^^

다락방 2012-02-14 09:58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참 뭐요? 예뻐요? 히히히히히

문태준을 선택하셨군요, 네, 잘 선택하신 것 같아요.
:)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을 읽었다. 이 소설에는 뇌속에 종양이 있어 시력을 잃는 엄마가 나오고 그런 엄마를 대하는 가족들이 나온다. 아픈 엄마와 식구들이란 이야기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장면들은 별로 다를바 없을것이다. 아프면서도 가족들의 끼니걱정을 하는 엄마와, 엄마가 아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지만 적극적으로 엄마의 간호에 뛰어들지는 못하는 자식들,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는 남편. 


소재가 이미 강한것이라면, 그러니까 모두를 울릴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하는 것은 작가의 몫일것이다. 『엄마를 부탁해』라는 제목만 보더라도 우리는 신경숙의 소설이 우리를 얼마나 울릴 것일지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조로증에 걸린 아들을 보는 부모는 어떠할까.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을 보면서 눈물이 고이지 않기란 힘들것이다. 그러나 『엄마를 부탁해』도, 『두근두근 내인생』도 내게 결코 만족스런 소설은 아니었다. 그것들이 어떻게 건드릴지 이미 알고 시작한 독서였기 때문일것이다. 또한 어떻게 풀어내야 독자를 움직일 수 있을지도 작가들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고. 


그러나 김곰치의 이 소설은 '아픈 엄마'가 등장함에도 격하지 않다. 담백하다. 아니, 담백하지 않다. 아니, 담백하다. 내가 읽은 이 소설은 담백하지만 책 속의 남자가 겪은 감정은 담백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는 있겠다. 남자는 당황하고 울고 걱정에 휩싸인다. 엄마가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에도 휩싸인다. 왜 안그렇겠는가. 그러나 그의 그런 감정 변화를 보면서 내 마음이 격해지지 않는다. 대체 이건 어떻게 한걸까. 어떻게 격렬하기도 한 감정들을 표현하는데 나는 격렬해지지 않을수 있을까. 읽는 내내 나는 아, 그렇지, 그럴거야, 그런 감정 나도 알아, 그저 조용하고 얌전하게 그의 감정들에 공감할 뿐이고, 그의 말들에 동의할 뿐이다. 그러니까 김곰치의 이 소설은 '독자를 울리기 위해' 만들어진 소설이 아니라 마치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쓰여진 소설같다. 그래서 나는 같이 울기 보다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나 혼자만 못난 자식이었던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위로도 받게 되는것이다.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다들 이렇게 살아.



김곰치를 더 읽어볼 것. 나는 책장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그래, 김곰치를 더 읽어보자.



책속에서 남자의 자형이 남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옮겨본다.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의 이야기.


근데 처남, 참 이상한 게 말이다. 아버질 선산에 묻고 집에 돌아와 며칠 잠도 잘 자고 잘 지냈는데, 어느 날 방 안에 누워 있으니까, 그때만 해도 형님들은 돈 번다고 외지 나가 있제, 엄마는 안방에서 주무시제, 그러니까 집이, 세상이 문득 적막강산이라. 있으나 없으나 말없는 아버지가 없는 것뿐인데, 아무 소리 없이 벙어리 같은 아버지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질 낀데, 그런데 그게 아이라. 그래도 화장실 가는 소리, 기침 소리, 세수하는 소리, 자전차 끌고 나가는 소리 ‥‥‥이래저래 아버지 소리가 났던 거라. 근데 이제 집안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같이 괴괴한 거라.

그라더니 말이다, 밤에 불 끄고 베개 베고 누우면 엤날 생각이 살살 나. 보슬비처럼 보슬보슬 나다가 한여름 소나기 붓듯이 나. 그게 얼매나 신기한지 아나? 아, 내가 그때 아버지한테 그런 말 했제, 아버지가 내한테 무슨 말을 하려다가 쓱 쳐다보기만 하고 끙 하셨제, 그럴 때 아버지 표정, 그 눈빛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거라. 변소에 아버지가 계시고 내가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를 때, 아버지가 허겁지겁 나올 때, 내가 짜증부린 거, 언젠가 내가 '돈 좀 주이소' 하고 말한 거, 그때 아버지가 돈 주고 나서 한참 텅 빈 외약간을 보다가 '어데 쓸라꼬?' 하신 거, 그런 사소한 것, 아무것도 아닌 것, 근데 그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거라. 생생해서 미치는 거라. 우와, 내가 이런 걸 우째 다 기억하노? 우와, 이것들이 우째 아직도 안 잊혀지고 있노? 너무너무 신기해. 다, 다, 다 기억나. 

(중략)

처남, 처남, 그러면서도 잊힌다. 그게 또 서글픈 기라. 아버지, 벌써 가십니꺼? 허공에 대고 하는 말이라도 내 귀에 참 섭섭하게 들린다. (pp.221-222)





내가 가는 인터넷의 공간이라고 해봤자 거의 없다. 타 블로그는 지인들 몇의 블로그만 간혹 들어갈 뿐이고, 그 외에는 알라딘이 전부다. 나는 포털싸이트의 뉴스나 연예인 기사에도 흥미가 없고 검색어1위가 무엇이든 별 관심이 없다. 무심함 그 자체인지라, 간혹 다른 사람들의 화제에서 빗겨나갈 때가 있다. 아 그래? 하고 몰랐다고 말을하면 인터넷에서 한참 시끄러웠는데 왜 너는 모르냐 라는 말들을 하곤한다. 그러게, 나는 인터넷이 시끄럽든말든 별 신경을 안쓰고 사는것 같다. 어쨌든 나는 알라딘에 올려진 대부분의 글을 읽는다. 글쓴이에 대한 호감도와는 상관없이 알라딘서재-최신서재글-마이페이퍼 로 들어가서 올려지는 글들을 대부분 훑어본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렇게 마이리뷰도 보게됐는데, 아, 놀랐다, 소설에 대한 리뷰가 별로 없다!! 나는 막연하게 사람들이 소설을 많이 읽을거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독서인들은 소설을 읽을거라고 생각한거다. 그런데 알라딘 마이리뷰에 등록된걸 보노라니 자기계발서와 참고서 인문서적등 비소설 류가 좌르르륵 올려져 있는거다. 물론 소설을 읽는 이들은 리뷰를 올리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인걸지도 모르지만, 오, 나는 정말 놀랐다. 나는 내가 잘 안읽기 때문에 비소설류의 책이 이렇게나 많이 읽히는지 몰랐다. 오. 뭔가 신선해. 사람들은 소설을...잘 안읽는걸까? 생각해보니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에는 언제나 자기계발서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내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는 책'을 읽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오, 아닌가보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는 책은 안읽는가보다. 오.....



여기서 다시 『엄마를 부탁해』와 『두근두근 내인생』을 언급하게 되는데, 이 두책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 이라든가 '내가 사랑하는 작가'에 포함시키지는 않지만, 만약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 소설을 읽고자 한다면, 그보다도 책을 잘 안읽는 사람들이 앞으로 책읽기를 시도하고 싶다면 이 두 소설을 권하기는 할것이다. 이 책들은 그런점에서 꽤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 읽기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이야기와 문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기는 어렵지 않을것이다. 이 책들은 또 소설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해줄 수 있을것이다. 



마이리뷰에 소설이 별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걸 보면서, 아 사람들은 더 잘 살고 싶고 더 지혜로워지고 싶은거구나,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어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욕망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망이 더 큰걸까.  나는 왜 소설만 읽을까?



아침 출근길에는 오랜만에 루시드 폴의 [그대, 손으로]를 들었다. 무척 좋았다.







1월1일에 3개월 순수구매금액이 69만원이었는데, 지금은 53만원으로 줄었다. 우하하하하하. 앗싸~ 할 수 있어!! 10만원대로 낮춰주겠어! 1월 16일에 구매한 것이 나의 2012년 유일한 구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뒤에 출간된 황정은의 신간과 노인과 바다를 읽을 수 있었다. 우하하하. 다 친구들을 잘 둔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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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2-02-0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다던데, 그게 다 버는 돈을 책값으로 써서 그런가 봐요 ㅎㅎ

다락방 2012-02-08 10:18   좋아요 0 | URL
아....그래서 제가 가난한거군요!! 이런.. ㅋㅋ

turnleft 2012-02-0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바쁜 이유 중 하나가 제가 만든 iReadItNow 에 큰 업데이트가 있어서거든요...
일단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서 이제 슬슬 그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데, 재밌는 정보가 나오기 시작하네요.

아직 덜 정제된 데이터라 좀 오차는 있겠지만, 대충 한국 iReadItNow 사용자들이 가장 공통으로 많이 가진 책 순위가 어떻냐면요,

1) 닥치고 정치
2) 정의란 무엇인가
3)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4) 스티브 잡스
5)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런 순이구요 -_-;;; 문학작품은 1Q84 1권이 6위로 top 10 에 겨우 한 권 들어있어요..;;
보면 사람들이 참 문학을 안 읽어요... 왜 그럴까요?

다락방 2012-02-08 13:0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저는 1번을 가지고 있고 2번을 읽었네요. 5번은 관심이 아예 없어요. 2,3번에 있어서도 딱히 관심이 있는건 아니지만. -_-

그러게요. 왜 사람들이 소설을 읽지 않을까요? 왜그럴까요? 재미 없어서일까요? 아무것도 얻을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저는 소설이 엄청나게 재미있는데 말입니다. 그들과 제가 생각하는 재미는 아무래도 다른가봐요. 소설 좋은데...참 좋은데..... 하핫 ;

웽스북스 2012-02-0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그런 고민을. 다락방님은 비소설도 일반인들보다 훨 많이읽을거에요. ㅎ

다락방 2012-02-08 13:08   좋아요 0 | URL
아니 뭐 딱히 고민이라기보다. ㅎㅎ
신기하더라구요. 최신서재글 보는데 소설 리뷰는 잘 안올라오는게 말이지요. 제 기준에서는 제일 재미있는게 소설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웬디양님, 점심 드셨습니까?

테레사 2012-02-0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군요..물론 약간, 약 5도 정도는 비스듬한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서도...저는 소설이 참 좋거든요. 세상에서 소설이 젤 좋다고 생각하고 소설만 읽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살았죠. 지금도 전 소설에 젤 손이 먼저 가요. 다만, 언제부터인가, 물리나 수학, 뭐 이런 자연과학류에 손도 가더라고요. 고것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단 사실을 경험으로 알기 시작했죠...뭐랄까 내가 모르던, 존재의 비밀, 사물의 이치, 세상의 진실이랄까..소설을 읽는 이유도 결국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누군가의 생을 들여다보거나 듣거나, 공감하면서. 사람냄새를 맡는것. 세상을 대신 살아보는것, 그런 것 같아요...물론 저도 가난해요ㅠㅠ

다락방 2012-02-08 13:10   좋아요 0 | URL
저도 소설이 참 좋아요. 세상에서 소설이 제일 좋다고 저도 생각해요. 지금도 소설에 제일 손이 먼저 가는게 사실이구요. 으윽, 물리나 수학, 이런 자연과학류에는 여전히 무심하며 아마 앞으로도 손이 갈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사물의 이치나 세상의 진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걸까요?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에 소설을 좋아하는건지 그것도 아리송해요. 그렇지만 말씀하신것처럼 누군가의 생을 들여다보거나 듣거나 공감하는 것, 그건 제가 무척 좋아해요. 때때로 비슷한 삶들을 읽어가면서 아아, 나만 그런게 아니야, 하는 위로를 받기도 하구요. 소설읽기는 제게 즐거움이고 위로인것 같아요.

저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을 끊지도 못하겠고 고기를 끊지도 못하겠기에 책 구매를 자제할 것입니다!!!!!

레와 2012-02-0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옮겨놓은 인용문에 반했어요. 나 이책 읽을래요.

^^

다락방 2012-02-08 13:11   좋아요 0 | URL
레와님, 이 소설 좋아할 것 같아요. 저도 좋았어요. 아주 잘 읽힐거에요.
:)

moonnight 2012-02-08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만' 읽지는 않지만 자기계발서'류'도 안 읽어요. 아마도 한 십년쯤 전까지는 거의 소설만 읽었던 것 같아요. 다락방님 덕분에 절대 알지 못했던 작가들과 책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

다락방 2012-02-08 13:13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덕에 저는 존 코널리의 [모든 죽은 것]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있습니다. 너무너무 읽고싶은거 있죠!!! 제 독서의 99프로는 소설이라서 저는 소설만 읽는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ㅎㅎ 그런데 이건 앞으로도 그럴것 같지 뭡니까. 하핫.

간장게장을 반찬 삼아 점심을 먹었는데 으음, 배가 별로 안부르네요, 문나잇님. 뭘 더 먹어야 하나요? (시무룩...)orz

무스탕 2012-02-08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책의 98%가 소설이니 다락방님과 비슷한 정신세계라고 우겨도 될까요? ㅎㅎㅎ
근데 전 한가지 더 단서조항을 넣다면 한국소설이 98%에요.
그러니까 간단정리하면 읽는 책의 98%가 소설책이고 그 소설책의 98% 한국소설이라는거죠.
그런고로 전 다락방님이랑 정신세계가 조금 다를지도 몰라요.
나머지 2%는 뭘까요? 그 2%의 95%는 만화책이라죠 :)

다락방 2012-02-08 14:3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비슷한 정신세계는 바로 조금 다른 정신세계가 되어버렸군요. ㅎㅎ
저도 만화책을 읽기는 하는데, 제가 읽는 만화책은 무스탕님이 읽으시는 만화책과는 다를거에요. 전 주로 학원폭력물 같은걸 봐서. 최근에는 [폭두방랑 타나카]를 봤어요. 타나카 시리즈는 다 봤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반항하지마] 와 [오늘부터 우리는] 이에요. 둘다 대박 폭소. 전 순정만화는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하하하하하. 고딩시절 이은혜의 만화를 즐겨보긴 했었는데, 아우, 한 여자한테 여러 남자가 들러붙는게 꼴보기가 싫더라구요. 누군 한 명 만나기도 힘든데 누군 여러명의 구애를 동시에 받고 뭐 이런게요. ㅋㅋㅋ 역시 반항하지마의 영길선생이 짱이구나, 이러면서 봤어요. 하하하하.

이매지 2012-02-0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야기가 너무 좋아요.
읽는 책의 80프로 이상은 소설인 것 같아요.
가끔 다른 책도 좀 열심히 읽자 하면서도 역시 남의 이야기만한 텍스트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

제가 소설 리뷰의 지분을 늘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텐데 요새 정말 너무 바빠서 읽은 책 리뷰도 못 쓰고 있어요.
1월에 정말 리뷰 쓰고 싶은 책을 몇 권이나 읽었는데 말이예요. ㅠㅠ

다락방 2012-02-08 14:50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바쁘면 백자평이라도 올려봐요. 짧은 감상이라도 좀 읽게 말이죠. 참고로 저는 [변호측 증인] 별 재미가 없었어요. 어어, 이게 다야? 싶은 그런 느낌이랄까. ㅎㅎ

흐음. 이매지님의 댓글 중 '소설 리뷰의 지분을 늘리는데' 라는 부분을 읽으니 저도 이제 페이퍼 말고 리뷰를 써볼까 싶어지네요. 그런데 저는 리뷰만 쓰면 메롱이 되서..리뷰는 너무 자신이 없어요. orz

sslmo 2012-02-08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소설도 아니고, 무려 '장르소설'만 탐독합니다여~^^
장르소설 빼고 나면 약간의 시집과 인문학(전공서적이지만, 인문학이라고 우기는~)만 남겠죠~

다락방 2012-02-08 17:22   좋아요 0 | URL
저는 양철나무꾼님의 마음이 가끔은 걱정되요. 시집이든 인문학이든 장르소설이든 그게 뭐가 됐든간에 양철나무꾼님은 그걸 꼼꼼히 읽으시고 본인의 것으로 소화시키시잖아요. 그런데 그게 양철나무꾼님께 꽤 '감정적으로도' 영향을 미쳐서 양철나무꾼님을 녹초로 만드는 것 같아서요. 물론, 그렇게 된 데에는 단순히 그 책 한권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그 즈음에 일어난 주변 일들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복합적으로 섞인 탓도 있겠지만요. 물론 제 이런 작은 걱정이 별거 아니라는 건 알아요. 누구보다도 양철나무꾼님 본인께서 스스로를 잘 알고 계실텐데 계속 독서를 하신다는 건, 그 모든것들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일테니까요. 앗. 양철나무꾼님 닉네임을 보니 그간 계속 생각했던게 떠올라서 댓글을 길게 달아버리고 말았네요. 하핫 ^^;;

다락방 2012-02-08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2-02-08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2-08 16:52   좋아요 0 | URL
땡스얼랏. ㅋㅋ

비로그인 2012-02-0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겐 다락방님도 놀라워요. 아무리 '소설만'이라 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 많은 소설들을 그 짧은 시간에 다 읽어내고(회사도 다니시니까) 리뷰까지 쓰시는지 도대체 셈이 안 돼요 셈이! 전 작년에 구입해둔 소설도 아직 못 읽고 있는데 말이죠ㅠㅠ 암튼 소설만 읽기에도 벅차요. 세상엔 왜 이렇게 소설이 많은 걸까요?

다락방 2012-02-09 09:57   좋아요 0 | URL
저 책 별로 많이 안읽어요 후와님. 회사 때려치고 책만 읽고 싶어요. 책만 읽고 페이퍼만 쓰면 돈이 나오는...뭐 그런 직업은 없을까요? 그러면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저도 작년에 구입해둔 소설을 아직도 못읽고 있어요, 당연히. 그뿐입니다. 재작년에도, 그전해에도, 또 그 전해에도 사두고 읽지 못한 책들이 먼지만 쌓이고 있어요. 아아. 어째야 할까요.
네, 소설만 읽기에도 벅차요. 그런데 집에 쌓아둔 소설만 읽는것도 벅차요. orz

Kitty 2012-02-0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 반대의 고민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왜 비소설'만' 읽을까요? 그것도 인문서와 에세이류만 완전 편식...
왜 소설을 못읽는 것인지 ㅜㅜ 전 남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걸까요? ㅜㅜ

다락방 2012-02-10 14:3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런데요 키티님, 소설을 잘 안읽는 사람들이 제가 보기엔 훨씬 더 많은것 같아요. 인문서나 에세이 자기계발서가 훨씬 더 많이 읽히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저는 알라딘에 등록된 마이리뷰로만 판단한거지만 말이죠.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편파적인 책 읽기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실 애써 개선할 의지는 없는거군요. ㅎㅎ

기억의집 2012-02-09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이 좋아요.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 서점 알라딘 서재을 알면서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을 읽긴 하지만 소설은 내 인생의 양념인걸요.
소설 좋아하는 사람 여기도 있더군요.http://www.booksfear.com/

김곰치의 인용구읽으면서 갑자기 나희덕의 허공 한줌이라는 시가 생각나네요. 사실 내용하고는 상관없고 제목만.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슬픔이 정말 허공한줌이거든요. 아버지 돌아가실 때 그리고 간간히 생각날 때 슬프서 눈물이 나긴 하는데,,,,,딱 내가 죽은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허공 한줌을 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다락방 2012-02-10 14:48   좋아요 0 | URL
저 기억의집님이 링크해주신 거 어제 들어가봤거든요. 충동적으로 댓글까지 남기고 왔지 뭐에요! ㅎㅎ

죽은자를 떠나보내는 것도 그렇고 살아있는 사람과 이별을 하는 것도 그렇고, 처음에는 잊지 못해서 발악을 하다가 나중엔 잊혀지는게 서운해지고..그렇게 되는가봐요, 기억의집님. 아프고 허무해요.

sweetrain 2012-02-0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새 책이 안 읽어져서 큰일이네요.(요새, 라기엔 몇달 전에도 똑같았던거 같지만;)

엄마를 만날 수 없는 이상한 세상에서 11년째 살고 있는데,
지금 와서 기억나는 건 아주아주 사소한 일들이에요.
딸의 식성을 과소평가한 건지 매일 아침 밥을 반공기씩만 퍼주던 엄마,
거의 매일을 같은 반찬만 해주던 엄마,
같이 거리를 걷고 같이 심야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라디오를 같이 들었던 엄마,
그냥 그렇게 아주 사소한 기억이네요.

그 기억들을 떠올리는 내가 아무렇지 않아서, 내가 괜찮은 것 같아서, 그게 슬플 때가 있어요.

다락방 2012-02-10 14:50   좋아요 0 | URL
떠나간 사람을 잊는게 잘못일까요? 그렇진 않을거에요. 그렇지만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다는게 스스로 서운하고 슬플 때가 있는거겠죠. 잊지 못하기도 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것이기도 하구요.

이별은 어떤 형태로 다가오든, 그리고 다음만남을 기약하든 안하든,
처절하게 슬프고 아픈것 같아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예전만큼 오랜시간을 떠올리는건 아니더라도 불쑥불쑥 생각나겠죠.

Kir 2012-02-09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다락방님은 두루두루 읽으면서 소설을 선호하시는 거잖아요.
방금 <닥치고 정치>에 대한 멋진 리뷰를 읽은 참인 걸요.

다락방 2012-02-10 14:51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저는 비소설류 읽은건 아주 손에 꼽아요. 진짜 몇권 안되요. 소설 스무 권에 비소설 한 권, 이런 비율이려나... 하하하하. 다른건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소설만 재미있어서.. 하핫 ;;

달사르 2012-02-10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김곰치의 저 책이 새로 나왔군요! 후와님 덕에 김곰치를 알게 된 후로 김곰치 책을 좀 읽었는데요. 저 책은 새로 재발간 중이라는 말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하하.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땡투! 하겠슴돠~

다락방 2012-02-14 09:05   좋아요 0 | URL
아하! 달사르님이 김곰치의 책을 읽으신것도 후와님 덕이었군요! 저는 달사르님의 페이퍼에서 김곰치의 페이퍼를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때 달사르님이 언급하셨던 김곰치 책도 읽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오! 우리는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어 있나봐요! 히히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