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91 | 892 | 893 | 894 | 89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읽고 있던 책 '정미경'의 『아프리카의 별』을 출근할때 깜빡잊고 들고 나오질 못해서 출근길에 음악들으며 멍 때렸는데, 퇴근길에도 멍때리긴 싫어서 강남역 가판에서 [시사 IN] 을 샀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뒤에서부터 읽어나가다가 문화 in 코너의 [금주의 저자]에서 '김진혁'을 만나게 된다. 지식e 의 김진혁 피디가 책을 냈구나, 하고 반페이지 정도 되는 그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당장 그의 책을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김 PD는 항상 지식의 '프레임'을 경계했다. 가끔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나갈 때면 항상 마지막에 "내 말 역시 특정 프레임이 담겨 있으니 반드시 의심하라"고 말한단다. 이 책에서도 무엇이든 함부로 정의내리고 해석하지 않았다. "내가 [지식채널 e] 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어떤 느낌을 받았듯이, 독자들도 이 책으로 스스로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다."  -시사 IN 147호 中에서 

(일부만 발췌한 것이니 더 읽고 싶다면 시사 IN을 사서 읽어보도록 하자.)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정말 그가 무척이나 좋아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지? 내 선택이 얼마나 현명한지 알지?  내가 하는 말은 진실이지, 하고 자만에 가득차 살고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이 때에, 그러니까 곳곳에 나만 믿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깔려있는 이 때에 '내 말도 의심해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니. 그런 그의 책이라면 당장 사도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그 기사를 읽고 잠실역에 내려서 교보문고로 향했고, 그렇게 그의 책을 샀다. 

 

 

 

 

 

 

 

 

그리고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프롤로그부터 나는 밑줄을 긋기 시작한다. 

   
  세상엔 두 가지 지식이 있다. 하나는, 알면 알수록 신비하고 오묘한 지식. 다른 하나는, 알면 알수록 답답하고 먹먹해지는 지식. 전자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상식을 풍부하게 해준다. 그것들을 배움으로써 더 똑똑해졌음을 느끼게 된다. 반면 후자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드러내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것들을 배움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를 느끼게 된다. 전자는 '몰랐던 지식'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이고 후자는 '몰랐던 나'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몰랐던 지식이야 배우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나는 나에 대해서 '어째서 몰랐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수많은 답변 중 하나다. (프롤로그 中)   
   

나는 자라면서 몰랐던 나에 대해 하나씩 알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식이란 것은 역시 상식을 풍부하게 해주고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우리의 무지를 드러내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지식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 그래 그것도 지식이었지, 하게 된것이다. 그래, 그것도 지식이었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지식인 것이다. 나는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졌다. 그는 앞으로 어떤 말을 하려는걸까.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을 들어보노라니, 그는 점점 더 마음에 드는 말만 한다. 내가 자꾸만 받아들이고 싶어지는 것들을 그가 말하고 있다. 

   
  요즘은 사안들이 대부분 '극단적 대결'로 벌어진다. 즉 어느 하나가 주장하는 의견이 다른 한편에서 주장하는 의견과 절충이나 타협을 하지 못하다 보니, 한쪽이 살면 다른 한쪽은 죽어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상대가 하는 말 모두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으로만 보이고 당연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우선 이런 생각에서 양쪽 모두가 벗어나야 한다. 손을 맞잡고 벗어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다. 따라서 그 물꼬를 먼저 틀 수 있는 쪽은 더 많은 힘을 가진 쪽이다. 약한 쪽에 '양보'를 말할 수 있지만 '굴복'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pp. 68-69)   
   

 

그는 방송장악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언론은 권력과 불편한 관계에 있어야만 정상이다. 언론본연의 기능이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귀찮고 불편하다고 해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권력이 못마땅하다고 해서 언론 스스로 권력이 되려고 나서서는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언론을 통제하려는 권력, 스스로 권력이 되려고 하는 언론, 둘 다 불행해진다. 언론의 자유는 곧 국민의 자유고, 국민의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다. (p.69)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김진혁 피디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김진혁 피디 한명 뿐인걸까? 도대체 어째서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해야 하는 상황, 이런 말을 해서 책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만걸까? 

내가 가끔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를 깨닫고 먹먹해질때가 있다. 그런데 내가 뭘 어찌할 수가 없어서 더 답답해지고 속이 상할때. 그런 상황에 대해서 김진혁 피디는 이렇게 얘기한다. 

   
  일부 분노는 승화되지도 못하고 배설되지도 못한 채로 내면에 남는데 그건 일종의 '무기력함'일 것이다. 아무리 문제의식을 가져봤자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는 데서 느끼는 절망 말이다. [지식채널e]를 보고 느끼는 '먹먹함'이라는 감정도 바로 이게 아닐까. 그러나 이 '무기력함'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느낌은 다름 아닌 소외된 이들이 체험하는 아픔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소외된 이들을 단순히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나마 그 입장에서 그들이 느끼는 고통과 절망, 그리고 무기력함을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 소외 문제에 있어서도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번 경험하는 것이 훨씬 나은 법이고, 이는 문제의식이나 비판의식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핵심적이다. (pp.102-103)   
   

사실 나는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 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김진혁 피디의 이 말만으로는 위로를 조금 얻었을 뿐,  역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것 보다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쪽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부분일테고. 그러나 김진혁 피디가 말한것처럼,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작일 수 있다. 

중간에는 [지식채널e]의 작가들과 인터뷰한 부분도 실려있는데, 그중에 한 작가의 말은 이렇다. 

   
 

이전까지 나에게 지식이란 '나만 아는' 지식이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만 알고 있는 지식, 나 자신만을 위한 지식은 쓸모도 생명력도 없는 지식이라는 것을. 나도 살고, 너도 살고, 우리가 사는 지식, 많은 사람들을 위한 지식이야말로 꼭 필요한 지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팔딱팔딱 살아 있는 지식 말이다. (p.112) 

 
   

 

나는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좋다. 그 생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력에 대한 것일때는 더욱 좋다. 소외된 사람들을 같이 한번 생각해보자고 말을 하니까 한번 같이 생각해 보고 싶다. 나 혼자 잘먹고 잘 살자, 라는게 아니라 나는 얼마나 잘났는지 니가 아니, 라는게 아니라 '우리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 조차 몰랐다는 것을 깨닫자'고 하니까, 어디 한번 그래볼 참이다. 내가 얼마나 모르고 살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아보려고 한다. 

다 읽고 자야겠다.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7-07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7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0-07-0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자꾸만 지름질 하게 만들지 말아요 ㅠㅠ
나 작은방에 아직 박스채로 풀지도 않은것들이.. ㅠㅠ

다락방 2010-07-07 13:32   좋아요 0 | URL
지름질 좀 참아요, 따라쟁이님.
그 돈 모아 삼겹살이나 먹읍시닷!

무해한모리군 2010-07-0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다락방 2010-07-07 13:3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머리 쓰다듬어 주고 싶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7-07 17:20   좋아요 0 | URL
이힛 꼭 읽어야겠는데요 ㅎㅎㅎ

다락방 2010-07-08 08:38   좋아요 0 | URL

레와 2010-07-0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찌뽕!
오늘 아침 메일 확인하면서 이 책 광고를 보고, 보관함에 담았는데..^^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 (그게 진실이라도)는 피하게 되요.
그래서 지식e-1을 읽다가 포기하고 2권은 사놓고 먼지만 입히고 있는지도 몰라요.

언제부터 지식(앎)이 혹은 진실이 고통이 되고, 불편해서 피하고 싶은 이야기가 되어버렸을까요.
차라리 모르고 살거나, 알아도 모른척하고 사는게 나은 방법일까요.
...

다락방 2010-07-07 13:35   좋아요 0 | URL
저는 사서 읽었는데 알라딘에서 이 책 나왔다고 메일와서, 이봐라, 나는 벌써 다 읽었느니라, 했지요. 움화화핫.

지식e 를 아직 다 안읽었군요! 저는 5권까지 다 읽었어요. 그것들은 '사실'인데, 그 사실들 때문에 참 아팠죠. 오와- 지식이 힘든거라는걸 그 책들로 알았죠.

모른척하고 사는게 더 나은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른척 산다고 하면 그냥 모른척 살게 두어야 할 것 같아요. 깨달음은, 그리고 행동은 늘 본인이 결정해야 하는거니까요.

보석 2010-07-0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또 뭔가 행동을 하게 만드는 다락방님의 글!
정말 좋아요.^^

다락방 2010-07-07 13:35   좋아요 0 | URL
제가 뭔가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면, 오, 제가 영광이죠!
고맙습니다!

moonnight 2010-07-0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볼래요. 세상엔 멋진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우리 다락방님처럼 ^^

다락방 2010-07-07 13:35   좋아요 0 | URL
세상엔 문나잇님처럼 예쁜 사람들도 많구요!
:)

2010-07-07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7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7-0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지? 내 선택이 얼마나 현명한지 알지? 내가 하는 말은 진실이지
저도 언제 그런 적이 있었나 가슴에 손 한 번 올려보고 갑니다.ㅠ

다락방 2010-07-07 13:37   좋아요 0 | URL
전 늘 그러고 사는걸요, stella09님.

며칠전에도 친구에게 "나를 믿으나리깐요!" 했어요. 하하.

2010-07-07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8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0-07-07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다락방님은 트윗 안할지라도 기뻐서 ^^ RT @aladinbook [오늘의 알라딘 서재] 다락방님의“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겠다.” http://goo.gl/isFu 즐거운 퇴근시간 되세요~

2010년 7월 7일 오후 7:02:42
from TwitBird
[오늘의 알라딘 서재] 다락방님의“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겠다.” http://goo.gl/isFu 즐거운 퇴근시간 되세요~
2010년 7월 7일 오후 6:34:43
by aladinbook

다락방 2010-07-08 08:40   좋아요 0 | URL
치니님. 고마워요. 근데, 이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ㅎㅎ
그러니까 트윗에 제 서재가 오늘의 알라딘 서재로 떴다는 거죠? 위에껀 뭐고 밑에껀 뭔지..
볼 줄을 몰라서..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암튼 저 좋은거죠? ㅎㅎ

치니 2010-07-08 09: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 트위터에 알라딘북님께서 매일 [오늘의 알라딘 서재]라는 걸 선정하는데 알라딘북님은 소위 팔로워가 되게 많은 지라 어제 다락방님의 글이 불특정다수에게 촤르르 알려진 거죠. 저는 그걸 또 RT(Retweet)해서 저를 팔로우 하는 사람들에게 촤르르 알렸고요. :)
지금 제가 근데 뭐하는거죠? ㅋㅋ 다락방님 트위터 하라고 꼬시기?

다락방 2010-07-08 09:5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는 여기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있는데, 제 글이 간접광고가 됐군요. 므흣
뭔가 뿌듯한데요!

그런데 어려워보여요, 치니님. ㅎㅎ

건조기후 2010-07-08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봐라, 나는 벌써 다 읽었느니라 ㅎㅎㅎㅎㅎ
전 PD수첩 책이 그랬어요. 메일 삭제하면서, 나 읽었다고. 했지요.ㅋ

다락방 2010-07-08 08:4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느린 알라딘 ㅋㅋ 저보다 느려요 알라딘이 ㅎㅎ

저 우유 마시고 있어요. 다 마시고 일할거에요. 우힛 :)
 

나는 꽤 재단이 빵빵한 중학교를 다녔다. 그렇다고 그 학교가 돈 많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였다거나,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였다거나 한건 아니고, 그냥 삥삥 돌려 배정받아 간 학교다. 다만 운이 좋아서 돈 많은 학교에 갔을 뿐. 

그 학교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면 전교생을 강당에 모아놓고 영화를 한편씩 보여줬다. 『시네마 천국』도, 『정복자 펠레』도 다 중학교시절 강당에서 본 영화다. 그리고 중학교시절 내가 강당에서 처음 보았던 영화는 '탐 크루즈' 주연의 『레인맨』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러니까 커다란 화면으로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채 알지도 못했던 그 열네살에, 무방비상태에서 맞닥뜨린 탐크루즈의 얼굴 클로즈업은, 와우,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밑에서부터 카메라가 그를 잡기 시작했고, 그 카메라가 탐 크루즈의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을때, 전교생들이(죄다 소녀였다. 여중이었거든.) 꺄악, 하고 소리를 지르던 것을. 그리고 그 안에는 당연히 나도 포함되어 있던 것을. 그의 코는 얼마나 높았던가! 나는 도대체 그런 코를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키스를 하냐며 친구에게 물었었고, 친구는 악 너는 왜 그런 이상한 상상을 해, 하고 나를 놀려댔었다. 학교 앞에는 탐 크루즈의 사진을 파는 사람들이 좌판을 늘어놓고 있었고, 나는 차마 사지는 못하면서(영화배우의 사진은 사면 안되는건줄 알았다) 구경하다 집에 돌아가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칵테일』을, 『폭풍의 질주』를 봤고, 또 중학교 3학년 졸업전에는 학교 강당에서 『Far ane away』를 봤다.  

I loved you from the first time I saw you. 

영화의 마지막, 탐 크루즈가 죽은 줄 알고 니콜 키드먼이 내뱉었던 대사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어요. 

그가 주연한다는 영화 『Endless Love』는 그가 주연이 아니었다. 『바닐라 스카이』에서 그가 '페넬로페 크루즈'에게 '당신이 웃는걸 보면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아'라고 말할때는 와, 진짜, 그 말을 하는 그를 보고 내가 미칠 뻔 했고, 『탑건』에서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며 미소를 지을때는, 나는 그가 나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고 착각했다. 그는 절대 미모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는, 음, 내 로맨틱한 상상의 주인공이 되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가 지나치게 잘생긴게 그 이유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정말 '지독하게' '잘' 생겨서, 현실이 될 수 없었고, 내 상상속의 주인공도 될 수 없었다. 『미션 임파서블』2편과 3편을 보고는 그를 거의 잊고 지냈는데(3편은 정말 구렸어..) , 나는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그를 만난다. 

 

 

 

 

 

 

 

이것은 무슨 쌩구라액션 쯤이라고 해둬야 할 것이다. 만약 거침없는 액션이 보고 싶어 이 영화를 선택한다면 어어, 이게 뭐야, 할 것이다. 이 영화의 액션은 그러니까 뭐랄까,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과는 별 관계가 없다. 액션이 코믹하다. 아니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믹이라는 말이 맞다. 총알이 퓽퓽퓽퓽 날아다니는 순간에도 이 영화속의 탐 크루즈는 입 놀리기에 바쁘다. 말이 많다. 당신 드레스가 예뻐요, 결혼식이 토요일이라고 했죠? 그는 거꾸로 천장에 매달려 고문을 당하는 순간 조차도 말이 많다. 지금 이 상황이 안좋아 보이겠지만 곧 나아질거에요, 나를 믿어요. 여자의 허락도 없이 여자에게 비키니를 입혀놓고서도 나는 눈감고도 옷을 갈아입힐 수 있어요, 물론 눈을 감았다는 건 아니지만. 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웃겨. 나는 액션 영화(를 가장한 코믹이었다)를 보면서 어찌나 웃었는지!  

당신과 섹스하고 싶어요. 

약 먹었어요? 

네. 

물을 많이 마셔요. 

아 서운해.  당신과 섹스 하고 싶다는데 약 먹었어요? 라니. 아 서운해.ㅠㅠ 물론 카메론 디아즈가 약을 먹은건 사실이지만.. 이 말 많은 남자가, 카메론 디아즈가 자신을 믿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을때, 이렇게 말한다. 

"생각보다 더 가슴이 아프네요." 

아, 갑자기 그가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이다.

 

 

 

 

 

 

 

 

다음은 『스플라이스』. 어디서 어떤 얘기를 들었는지, 어떤 예고를 본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상상한 이 영화의 줄거리는 그랬다. 그러니까 남자과학자와 여자과학자가 변종생물체를 만들어내고, 그 생물체는 자신을 만들어준 남자 과학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아, 흥미롭고 재미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영화는 내 상상과는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도 어이없고 보고나서도 어이없는 영화다.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니 그저 지저분해질 것 같고, 뭐 이렇게만 얘기해야겠다. 이 영화가 말하는게 무엇이든, 보여주는게 무엇이든, 그것은 내 상상보다 재미없다. 이 영화에 관해서라면, 내 상상쪽이 훨씬 재미있다. 설령 그것이 꽤 진부한것이라고 해도. 참.. 송충이 같은 영화였다. 

 

얘기가 길어지는데, 길어진 김에 더 길게 써야지, 안그랬다가는 하루에 페이퍼를 두개 쓰게 된다. 페이퍼는 하루에 한개만 쓰라고 친구가 내게 그랬다. (응?) 그러니까 길게. 

 

 

 

 

 

 

 

거실에 있는 에어컨을 틀면 내 방까지 그 바람이 다 들어오질 않는다. 아무리 방문을 열어두어봤자 내 방은 좀처럼 시원해지질 않는다. 외출후 샤워하고 침대 위에 앉아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더웠고 그래서 조금 끈적해졌는데, 와, 이 책을 읽었더니 끈적끈적끈적끈적...빨리 읽히는 책이고 분량이 얼마 되지도 않고 게다가 퍽 재미있어서 앉은자리에서 당장에라도 다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이것을 단숨에 읽어내기는 좀 뭐랄까, 숨이 차다. 실재로 나는 한 두번쯤 책장을 덮고 시원한 거실에 나갔다 왔고, 책장을 덮고 냉수를 한잔 들이켜고 왔다.  

이 책 재미있어, 라고 하면 가끔 사람들은 줄거리를 말해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줄거리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부질없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얘기하고 싶은데 줄거리가 뭔데? 라고 물으면, 유부녀가 총각이랑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사랑......어김없이 뭐야 불륜이야, 뻔한 로맨스야, 등의 반응이 나오기 쉽다. 그렇지만 그 책을 읽어본 사람은 그 책이 단순히 그런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것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 만약 어떤 줄거리냐고 물으면 사춘기의 소년이 새엄마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고 새엄마도 그 아이를 사랑하지...라고 말해야 할텐데, 그렇게 되면 이 책은 무슨 변태소설 같잖아..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그게 다가 아니라는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춘기의 소년이 새엄마에게 에로틱한 마음을 품는데, 그래서 끈적거리고 홧홧거리는데, 숨이 막히는데, 그러면서도 전혀 불쾌함이 느껴지질 않으니, 아, 이를 대체 어쩌란 말인가!  

나는 이 저자의 [판탈레온 특별봉사대]책을 선물 받아 가지고 있는데, 책장에 꽂아두고 아직 읽지 않았는데, 오, 읽어봐야겠다. 아니 그런데 어쩌자고 이런 책을 여름에 덜컥 내놓은걸까. 아주 추운 겨울에 내놔야지. 대체..출판사들 속을 알 수가 없다니깐.  

소년은 새엄마를 사랑하고, 새엄마도 소년을 사랑하고, 아버지도 새엄마를 사랑하고, 새엄마도 아버지를 사랑하고..  

나는 이 소설을 읽다가 포스트잇을 붙이고 밑줄을 그었는데, 그건 이런 부분이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그가 고백했다. 뺨은 눈물에 젖어 축축했다. "저 여인이 숲에 나타날 때마다 나뭇잎들은 샛별이 되고 꽃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요. 뜨거운 영혼이 내 몸으로 들어와 피를 끓어오르게 해요. 그녀를 쳐다보면 땅위에 가만히 서 있어도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것 같아요." (p.81) 

 
   

아이쿠. 땅 위에 가만히 서 있어도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 나도 안다. 그건 마치 구름위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분과도 같은거잖아! 

   
 

그는 말할 수 없이 멋지고 아름다웠다! 이런 말을 해서는 안되지만, 분명한 것은 그토록 상냥하고 정다우며 완벽한 외모에 감미로운 목소리를 지닌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모습을 간신히 볼 수 있었다. 내 눈이 그의 곱고 우아한 뺨, 깨끗한 이마나 인자함과 지혜로 가득한 커다란 두 눈에 달린 긴 속눈썹에 머물 때마다 나는 내 얼굴에 따스한 새벽 기운을 느꼈다. 이런 기운이 전신으로 퍼지는 느낌, 이것이 바로 여자들이 사랑에 빠질 때 드는 느낌일까? 밖에서 오는게 아니라 육체 안에서, 심장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그런 온기일까? (pp.214-215) 

 
   

아이쿠, 나 이런것도 안다. 그토록 상냥하고 정다우며 완벽한 외모에 감미로운 목소리를 지닌 .....하아- 숨막힌다.  

자, 마지막 인용은 좀 길다. 그러니 읽고 싶지 않으면 패쓰하도록 하자. 그러나 이 마지막 인용속의 여자는 음, 마치 나 같아서 도무지 줄을 긋지 않을래야 ... 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내가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가 나를 선택한 것일까? 나는 내가 형편없는 여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마을에는 나보다 훨씬 예쁘고 열심히 일하며, 훨씬 힘세고 똑똑하고 용기 있는 여자들이 있다. 그런데 왜 하필 내가 선택된 것일까? 가장 말이 없고 가장 겁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내가 인내심이 많기 때문일까?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기 때문일까? 내가 애정을 가지고 산양의 젖을 짜고, 집 안을 청소하거나 과수원에 물을 주고 부모님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 같은 일상적이고 단순한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기끼 때문일까? 나는 내가 그런 것 이상의 가치와 장점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장점이자 미덕이지 결점은 아니라고 한다면 말이다. 데보라는 언젠가 내게 말했다. "마리아, 넌 야심이 부족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태어났는데 어쩌란 말인가? 나는 사는 것 자체가 좋고, 세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단순하고 소박하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의심할 여지 없이 나는 그렇다. 그건 내가 항상 골치 아픈 일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어느 정도 열렬한 소망은 가지고 있다. 가령 나는 내 산양이 결코 죽지 않기를 바란다. 산양이 내 손을 핥을 때면, 나는 언젠가 그 산양이 죽을 것이고, 그러면 내 가슴은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는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또한 나는 아무도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pp.215-216) 

 
   

나도 어느 정도 열렬한 소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열렬하면서도 은밀하기에 적지는 않겠다. 

참고로, 내가 이 책속에서 인용한 부분은, 이 책속의 주된 내용을 이루는 소년과 새엄마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 속에는 소년과 새엄마에 관한 얘기 말고도 삽화와 그 삽화에 따른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주로 그 부분들에서 인용된 구절들이다. 

밤이 더 길게 느껴지겠지만, 더 끈적이겠지만, 이 책은 정말 재밌다!

 

 

 


댓글(53)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다락방 2010-07-06 23:30   좋아요 0 | URL
탐 크루즈도 카메론 디아즈도, 맞아요, 대놓고 유치하고 또 대놓고 잘난척하지도 않죠. 망가지잖아요. 그렇게 거물급의 배우들이. ㅎㅎ 저 오늘 이 댓글 보고 엄청 웃었어요. 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탐이 정말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매력있다고 생각하고 참 좋지만,
역시 디카프리오 쪾에 한 표를 더 주고 싶어요. 탐 크루즈는 잘생겼지만 연애하고 싶지 않게 생겼어요.(응? 그는 내 존재도 모르는데!! ㅎㅎ) 디카프리오는 한번 사귀어 보고 싶긴 해요. 뭐, 제 취향은 맷 데이먼 쪽이지만요. 아, 왜 맷 데이먼은 유부남인가요! ㅠㅠ

이매지 2010-07-06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앞 부분만 잠깐 읽었는데 정말 약간만 읽었음에도 에로틱함이 마구마구 느껴지더군요 ㅎㅎ
전 판탈레온도 재미있게 읽어서 새엄마도 기대하고 있어요 :)

다락방 2010-07-06 23:32   좋아요 0 | URL
회사 동료 빌려줬는데 지하철에서 읽다가 혼자 부끄러워져서 집에 가서 읽어야겠다고 문자메세지를 보냈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스플라이스 - Spli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캐릭터들도 짜증나고 이야기도 짜증나고 보고나면 어처구니 없어 헛웃음만 나온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0-07-04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고나서 유의할 점: 쭈꾸미를 먹으러 가지 말아요!)


이 영화를 보고 기분 나쁘다며 동행과 쭈꾸미를 먹으러 갔다.

동행: (젓가락으로 쭈꾸미의 머리를 골라내어 그릇위에 올려두고) 드렌(이 영화속의 변종생명체) 머리 같아.
다락방: (젓가락으로 쭈꾸미의 다리를 들어올리며) 이건 드렌 맛이 나.

결국 우리는 둘이서 쭈꾸미 2인분을 다 먹지도 못한채 계산하고 나와버렸다. 나는 도무지 쭈꾸미의 맛을 느낄 수 없다고 했고 동행은 구역질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한참을 걸어 이 기분을 만회해줄 냉면을 먹으러 갔는데 물냉면을 하나씩 시켜놓고나니 동행은 "만두도 하나 주세요!" 라고 외친다. 내가 그걸 어떻게 다 먹을라고? 하니 "만두가 뭐 얼마나 된다고." 한다. 오, 역시 다 먹었다..

stella.K 2010-07-05 18:01   좋아요 0 | URL
저 포스터 그림과 관련있나요?
어쩐지 안 땡기더라.

다락방 2010-07-05 18:03   좋아요 0 | URL
저 여자가 '드렌' 입니다. ㅎㅎ

moonnight 2010-07-04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봤어요. 꾸엑-_-했어요.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더만요. 후덜덜;;;

다락방 2010-07-04 22:24   좋아요 0 | URL
진짜 어이없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그런 영화였어요. 막장 말고는 설명이 안되는 영화죠. 참나원..

카스피 2010-07-04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무슨 영화길래 막자이라고 하시나요^^

다락방 2010-07-05 12:49   좋아요 0 | URL
참 어이없는 영화더군요. ㅎㅎ

니나 2010-07-0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쭈꾸미는 쭈꾸미일 뿐
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건 웬디 아이디 인데 ㅋㅋ

다락방 2010-07-05 12:50   좋아요 0 | URL
그런데 나는 원래 쭈꾸미를 별로 안좋아하긴 했어요. 하필 쭈꾸미 닮은 주인공 나오는 영화를 보고 쭈꾸미를 먹으러 가서....

근데 마지막 말 대체 뭔말이에요 ㅎㅎ 나를 사랑한다는 거에요, 아니라는 거에요? ㅋㅋ

니나 2010-07-07 23:50   좋아요 0 | URL
헉!! 2개나 달았어. 나 술마시고!!
이건 또 이제 발견 아아아악!!!!!

다락방 2010-07-08 08:42   좋아요 0 | URL
니나님, 이제 인정해요.
니나님은 맨정신이나 알콜정신이나 다락방을 원한다는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꼬 2010-07-0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이~

언제, 모든 것을 잊으러 쭈꾸미 모임을 합시다!

다락방 2010-07-05 12:50   좋아요 0 | URL
삼겹살 모임이면 더 좋겠습니다!!!!
 

내가 얼마나 괜찮은 여자인가 하는것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읽다보면 금세 알 수 있다.그 책엔 무려 이런 구절이 있다.  

 

 

 

 

   
 

나중에 그녀가 고상한 예법을 단 한가지도 어기지 않으면서 송아지의 엉덩이 고기를 먹어치우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저렇게 섬세하고 매력적이고 식욕이 왕성한 코끼리 같은 여자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이상적인 여자라고 말했다.  (2권, pp.82-83) 

 
   

문제는, 이런 여자, 즉 나 같은 여자를 '이상적인 여자'라고 알아주는 남자가 없다는 것, 쯤이라고 해두자. 뭐, 사실 하려고 했던 얘기는 이게 아니었으니까 바로 다음 얘기로 넘어가자면,  

남자와 여자사이의 에로틱함은 옷을 벗기고 안벗기고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무조건 짧은 치마에 가슴이 보이면 섹시한거라고, 에로틱함을 느낀다고 한다면, 그런 에로틱함과 내가 생각하는 에로틱함과는 꽤 먼 거리가 있으므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고, 내가 생각하는 에로틱함은 그러니까, 둘 사이의 숨 막히는 긴장감 쯤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인 마치'의 영화 『연인』에서의 에로틱함은 제인 마치가 빈 집에서 남자랑 섹스를 하기 위해 옷을 벗었던 순간 보다는, 차 안에서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기 위해 망설이던 바로 그 순간 이었으며,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의 영화 『엘레지』에서의 에로틱함은, 남자가 여자에게 니 가슴이 예쁘다고 말하는 순간 보다는, 집으로 초대해서 손목을 잡기 전까지의 바로 그 시간이었던 것 처럼, 남자가 피아노를 치고 그런 남자를 여자가 보고, 여자가 그림을 보고 그런 여자를 남자가 보고, 바로 그런 순간 순간이었던 것 처럼, 아직 뭔가를 하기 전, 그러나 그 뭔가를 하고 싶은 욕망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는 바로 그 시점, 바로 그때가 에로틱함이 터지는, 그 순간인 것 같다. 하나만 더 예로 들자면, 영화 『브로큰 잉글리쉬』에서 엘리베이터 안에 여자와 남자 단 둘이 있었을 때, 남자는 키스를 하려고 하고 여자는 이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때, 그때가 결정적인 순간인 것이다.  

물론 이것들은 내 생각이지만. 

이 책속의 에로틱함은 많은 사람들이 내게 얘기했던 것처럼, 서로의 몸에 꿀을 바르고 섹스를 하는 꿀섹스 장면이 아니었다. 나는 오히려 그런 장면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그 장면은 대수롭잖게 넘어갔다. 그런데 내가 숨막혔던 장면은 아무것도 하지 않던 바로 그 때, 그 때였다. 

아우렐리아노는 이모인 아마란따 우르슬라를 욕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결혼까지 한 이모에 대한 욕망은 해소해서는 안될 것임을 알기에 다른 여자를 찾아 그 욕망들을 풀어낸다. 심지어 이모인 아마란따 우르슬라는 조카인 아우렐리아노를 '당연히'욕망하고 있지 않다. 또 당연히, 그의 욕망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이모가 조카의 방에 찾아온다. 

   
 

그 일은 가스똔이 비행기의 도착을 기다리기 시작했을 무렵에 일어났는데, 아마란따 우르술라는 너무나 외로운 나머지 어느날 아침 그의 방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봐, 식인종. 또다시 동굴 안에 있구나」그녀가 말했다. 

스스로 디자인한 의복을 입고, 송어 척추뼈로 직접 만든 길다란 목걸이를 걸치고 있는 그녀는 저항하기 어려운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남편의 충실함을 믿고 남편의 목에 걸어놓았던 낚시줄을 풀어준 그녀는 집으로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한가한 시간을 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우렐리아노는 그녀를 바라볼 필요도 없이 그녀가 방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느낄 정도였다.  그녀는, 뼈마디가 움직이는 소리를 아우렐리아노가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서 힘없이 작업대 위에 팔꿈치를 괴더니 양피지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리려고 애를 쓰면서 자꾸만 사그라드는 목소리와, 자기를 저버리려고 하는 삶, 가루처럼 되어가려는 기억을 붙들어맸고, 산스크리트어에 드러난 종교적 운명과, 종이 뒷명에 씌어진 것을 역광으로 읽을 수 있듯이 시간 속에 투영되어 있는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과학적 가능성과, ....(중략 p.270) 

 
   

 

아우렐리아노는 그녀에 대한 욕망을 감추기 위해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지껄여 대고 있는데, 그의 욕망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그녀는 그에게 지독하게 잔인할만큼, 천진하다. 

   
  아우렐리아노는 얘기를 계속 이어가면서, 태어났을 때부터 자기 내부에서 잠자고 있던 충동에 이끌려 자기손을 그녀의 손 위에 포갰다. 하지만, 그녀는 어렸을 때 자주 그랬듯이 스스럼없고 다정하게 그의 검지손가락을 쥐었고, 그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쥐고 있었다. (p.271)  
   

 

그녀가 그의 검지손가락을 쥔 행동은 사실 그녀에겐 아무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그의 검지손가락을 쥔 행동은 그에게는 폭풍같은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 순간의 긴장에 숨이 막혔을 것이고, 그 순간에 모든 자제력을 끌어 모았을 것이며, 그 순간을 아마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며, 물론, 그 순간을 때때로 기억하며 헉, 할 것이다. 참, 힘든 순간이다. 어휴....거지같은 세상.  

유쾌한 영화를 보았고, 즐겁게 술을 마셔도, 그러니까 즐거운 일들이 이백개가 연속해서 일어나도, 때때로 하나의 슬픔이 그 모든 것들에게 닥치라고 말하는 순간이 있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한 20년 전쯤의 드라마중에 [도시인]이라는게 있었는데, 그 드라마 속에서 음정희는 최수종을 사랑하고 최수종은 음정희와 배종옥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런  스토리였다. 음정희는 최수종에게 정중하고 배종옥은 사무실 동료라 좋아하지만 꽤 허물없이 지냈는데, 그런 모습을 본 음정희는 최수종에게 그런 얘기를 한다. 왜 나에게는 한없이 어렵고 잘해주고 싶은 사람인데, 저 사람은 당신에게 함부로 하는거죠? 라고. 

 

오늘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역시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우동집에 들어가버렸다. 우동이 절실한 순간이었다. 우동집의 텔레비젼에서는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축구경기가 한창이었다. 역시 모두 아저씨들이었다. 나는 또 우동면은 절반만 주세요, 라고 말한뒤에 자리에 앉아서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눈을 뜨면』을 들었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먹는 우동은 사실 별로 맛이 없었다. 나는 대부분의 모든 시간, 모든 음식들을 게걸스럽게 먹는 편인데, 그 노래를 듣는 순간의 우동은 결코 게걸스럽게 먹을 수가 없었다. 혼자 우동먹으러 들어왔다고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더니, 옆에서 단무지를 챙겨주고 싶다는 친절한 답장이 왔다. 그런데 만약 친구가 옆에서 단무지를 챙겨줬다면, 나는 우동국물에 내 눈물을 섞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하나의 슬픔이 이백개의 웃음을 무찔러 버린 날이었다. 

우동집에 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우동을 먹기 시작한 시간은 23:44 였다. 

토요일 밤 열한시 사십사분, 그때 내겐 아무도 없었다.

 


댓글(3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7-04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4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4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4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ngheuk 2010-07-04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그래요. 거사(?)를 벌이기 전보다 그 전의 숨막히는 긴장감이 정말 끝내주죠 +_+ 아주 작은 행동 하나도 가슴에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는 그 떨림이 참 좋죠. <새벽 세시> 에 열광한 이유도 그것때문인 것 같아요.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서로간의 감정선...

다락방 2010-07-04 22:00   좋아요 0 | URL
거사 ㅋㅋ
맞아요, 가장 떨리는 순간은 밀폐된 공간에 단 둘이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순간이죠. 와, 그럴때는 정말 '숨막힌다'는 표현이 딱 맞는 표현인것 같아요. 그런데 남자사람인 종혁씨도 그렇게 생각한다니, 흐음, 마르케스같은 소설을 한 편 써보는건 어때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그래서 꽤 똑똑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여자와 남자의 감정이 변해가는 순간순간, 그 미묘한 감정들을 아주 잘 표현해냈잖아요.

비로그인 2010-07-0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좀 있다가 소한마리 먹으러 갈거에요.. 고상하게 먹어보려구요. ㅎㅎㅎ

다락방 2010-07-04 22:01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하하하 소 한마리 드시고 오셨어요, Manci님? 고기를 먹어야만 버틸 수 있는 무더운 여름이에요. 잘 먹고 잘 자야죠. 그것이 멋진 여성!

... 2010-07-05 09:18   좋아요 0 | URL
소 한마리 고상하게 먹는 법 좀 갈켜주세요!! 응용편으로 닭 한마리 고상하게 먹는 법, 돼지 한마리 고상하게 먹는 법도 더불어서!

다락방 2010-07-05 12:50   좋아요 0 | URL
저는 게걸스럽게 먹는거라면 좀 코치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ㅎㅎ

비로그인 2010-07-05 15:31   좋아요 0 | URL
소한마리는.. 고상하게는 커녕 좁은 룸에서 여섯이서 불펴놓고 먹었더니 너무 더워서 거의 고문이었어요.

닭한마리랑 폭 립 까지는 나이프와 포크로 고상하게 먹을 수 있건만.. 딸래미 과외할 때 친구들이랑 폭 립에 피자 시켜주고선 저는 손대기 싫어서 나이프와 포크로 싹싹 발라먹었더니, 그 다음부터 우리집에만 오면 모든 애들이 나이프랑 포크 달라고해서 천년만년 잘라먹는다는 슬픈 이야기.. 옆에서 속 터져서 못보겠어요. 설겆이 거리도 늘고 ㅜㅜ

아, 그래서 고상하게 송아지 엉덩이 고기를 먹던 (소한마리엔 엉덩이 고기는 안나왔어요) '섬세하고 매력적이고 식욕이 왕성한 코끼리 같은 여자'는 누구였지요, 도대체?

다락방 2010-07-05 23:16   좋아요 0 | URL
여름에 불 펴놓고 룸에서 먹는 고기는..으윽 쥐약이죠. 그렇게 열 날때 술 마시면 술도 별로 맛이 없어요. 흑 ㅜㅡ

음 그렇다면 이렇게 덥고 습한 날에는 역시 시원한 곳에 들어가서 훈제오리고기를 먹어야 하는걸까요? 어쨌든 고기는 고기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오늘 잠깐 텔레비젼 보는데 고기가 면역력을 키워준대요. 제가 감기도 안걸리는 건강체질인것은 아마도 고기를 늘상 먹는 생활을 유지하기 때문인가 봅니다....흐음.

아, 그리고, 말씀하신 여자는 그러니까, 음, 저기, ... ( '')

따라쟁이 2010-07-0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동집까지 동행해서, 거기서 소주를 미친듯이 마셔야 했어요.~!!!

저는 어제 한 사람과의 데이트가 이백개의 슬픔을 무찔러줬어요 +_+
아프지 말아요. 한개의 슬픔에 지면 안되요~!

다락방 2010-07-04 22:26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
슬프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고 힘들지도 말아요.
좀 우울하면 내가 준 커피를 마셔봐요. 물을 붓기전에 향을 맡으면 정말 기분이 좀 나아질거에요.
그리고 나를 만나서 기분이 좋아진다면, 나를 좀 더 자주 만나요. 계속 기분 좋을 수 있도록.
:)

moonnight 2010-07-04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 밤 열한시 사십사분에 저는 제 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보고 있었어요. 혼자였고요. 다락방님과 함께였음 좋았을텐데.

다락방 2010-07-05 12:51   좋아요 0 | URL
토요일 밤, 혼자인 사람은 의외로 많은가봐요.
혼자 있으면서 문나잇님이 혼자 어딘가에서 맥주를 마실거라고 생각했다면 좀 덜 외로웠을텐데. 나는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바보처럼..

Arch 2010-07-0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참 쓸데없는 말을 했었군요. 흠

다락방 2010-07-05 12:5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아침에 문자보고 완전 패닉였어요, Arch님. ㅋㅋㅋㅋㅋ
부러울뻔 했잖아요!

꿈꾸는섬 2010-07-0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섬세한 감수성이 부러운 글이에요.
토요일밤 열한시 사십사분 홀로 우동집, 너무 외롭게 느껴졌어요. 가깝다면 달려나가고 싶네요.

다락방 2010-07-05 12:52   좋아요 0 | URL
근데 이상하게 그 우동집에 가서 우동을 먹으면, 그 우동이 그렇게 맛있는게 아닌데도 다 괜찮아지는 기분이에요. 사람은 저마다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 몇개쯤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동집에서 혼자 우동먹니는 제가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들 중 하나고요.

세실 2010-07-04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슬픔이길래 이백개의 웃음을 무찔러 버릴만큼 큰가요. 토닥토닥.....다락방님 꼬옥 안아주고 싶어요.

다락방 2010-07-05 12:53   좋아요 0 | URL
세실님, 꼬옥 안아주신다면 저는 꼬옥 안기겠어요. 저는 대체로 포옹을 피하지 않아요. 포옹은 좋으니까요. :)

비로그인 2010-07-0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플 때는 마음껏 슬퍼하는 것이 정답이오.

다락방 2010-07-05 12:53   좋아요 0 | URL
단무지 챙겨주고 싶다는 문자메세지에 정말로 가슴이 따뜻해졌어요. 우동국물보다 더 따뜻한 문자메세지였어요, Jude님.

치니 2010-07-0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근데 이름들 되게 어렵다 , 아우렐ㄹ...꿀섹스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꿀섹스 때문에 이 책을 읽어볼까 싶어지는 1인. ㅋ

다락방 2010-07-05 12: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꿀섹스 때문에 이 책을 읽은 1人
이 책 재미있어요, 치니님. 그런데 왜이렇게 이름은 이따윈지 모르겠어요. 막 할머니 이름 따서 손녀이름 짓고 그래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헷갈린다니깐요. 물론 책 앞면에 가족도가 나와있지만 말입니다. 이 책은 군데군데 에로틱해요. 흐흐흐흐

레와 2010-07-0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비슷한 감정을 요즘 [나쁜남자]라는 드라마를 보며 또다시 느끼고 있어요.
엘리베이트안에서 김남길과 오연수 둘만있다가 (오연수는 키스하는 상상을 하고),
사람들이 몰려타니, 김남길이 오연수의 손을 잡고 오연수는 뿌리칠려하다 잡히고..

아침부터 온 몸이 베베 꼬이는..;

다락방 2010-07-05 11:11   좋아요 0 | URL
뿌리칠려하다 잡히고...
아 이 댓글 죽겠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0-07-05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 밤 11시 44분에 저는 호프집에서 반잔 남은 맥주를 남기고 막 일어서던 참이었어요.
그날은 몹시 고대하던 데이트가 있던 날인데, 그런데도 어쩐지 쓸쓸했고, 그래서 지금 이 시간까지 약간 우울해요.
우리 같이 서로를 위로해요...

다락방 2010-07-05 12:55   좋아요 0 | URL
고대하던 데이트, 고대하던 상대라고 해도 어쩐지 쓸쓸할 수 있어요, 마노아님. 나도 몇주전에 그랬거든요. 기다렸던 시간이었고 만나고 싶었던 상대였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얼마나 슬펐는지 정신을 차릴수가 없더라구요. 그때의 우울함을 한동안 떨쳐내기 힘들었어요.

우리 같이 서로를 위로하고, 가급적이면 우울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마노아님.

2010-07-06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6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잇 & 데이 - Knight & Da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건 무슨 미친 코믹 액션 ㅋㅋ 카메론 디아즈도, 나도 좋다고 웃는 영화. 아 웃겨 ㅋ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2010-07-04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보다가 으하하하~ 막 큰 웃음 뿌리면서 데구르르르 구를뻔 했다지요.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였어, 막 이러면서요. 마구마구 웃다가 영화관 나온 뒤에 4000원 할인쿠폰 및 50% 할인쿠폰 하나도 안 쓰고 예매했다는 것을 깨달은 후, 좌절의 눈물을 흘리긴 했지요 켁.

다락방 2010-07-04 01:27   좋아요 0 | URL
아, 저 정말 너무 웃겨서 뒤집어질 뻔 했어요. 어쩐지 저라도 탐 크루즈를 사랑했을 것 같은 그런 영화에요. 아, 정말이지 그는, 정신줄 놓게 할 것 같아요. 그 현란한 말발이란! [레인맨]이후로 그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영화에요. 아 정말 웃겼어요.

moonnight 2010-07-0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보고 싶어요. 톰 크루즈는 원래 안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나이들수록 점점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

다락방 2010-07-05 12:55   좋아요 0 | URL
전 톰크루즈를 좋아했다 무심했다 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어찌나 빵빵 터지게 웃겨주시는지! 카메론 디아즈와 찰떡궁합이에요. 아하하하

카스피 2010-07-04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이거 예고편 봤는데 재미있을것 같더군요^^

다락방 2010-07-05 12:56   좋아요 0 | URL
전 예고편으로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는데 마땅히 볼 영화가 없어서 선택했거든요. 예상외로 재미있었습니다.

니나 2010-07-0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나에요,ㅡ니나라구요, 니나라니가요 ㅌㅋㅋ 나쁜 ㅎㅎ

다락방 2010-07-05 12:56   좋아요 0 | URL
다락방이에요, 다락방이라구요, 다락방이라니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꼬 2010-07-0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아아 너무 너무 웃겨요. 너무 웃겨요. 맞아요! (아우 막 손뼉 치며 좋아했네!)

다락방 2010-07-05 12:57   좋아요 0 | URL
네꼬님, 저도 손뼉 치며 웃었어요. 그리고 막 중얼거렸어요, 좋댄다,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메론 디아즈 고글끼고 정신줄 놓은 표정은 정말이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탐크루즈는 만약에 상대가 나였다면, 수영복으로 갈아입히지 않았을 거에요. (시무룩)

건조기후 2010-07-05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 코믹액션이군요ㅎㅎㅎ 이거 봐야겠어요.
나잇이 night이 아니라 knight이었네요. 이 무슨 말장난같은 제목이람.ㅎㅎㅎ

다락방 2010-07-05 12:57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 이건 뭐. 뻥쟁이 영화랄까요. ㅋㅋㅋㅋㅋ
열나 웃겨요. 어찌나 웃었는지. 정말 미친 코믹 액션이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되요. 으하하하하하하하

바이런 2010-07-0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코믹액션에 공감~ 저도 친구랑 보면서 계속 웃었어요ㅋㅋㅋ

다락방 2010-07-06 08:39   좋아요 0 | URL
저 그장면이 너무 좋아요. 탐 크루즈가 나중에 카메론 디아즈에게 생각보다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는 그 장면이요. 아, 너무 낭만적이야. 히융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91 | 892 | 893 | 894 | 89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