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직장동료 p 와 오랜만에 마주쳤다. 층이 달라 하루에 한 번도 못보고 지나칠 때가 많은데 요 며칠간 교육을 다녀와서 아예 볼 수 없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하고 물으니, "힘들어요, 차장님.." 하고 울먹이는 소리를 낸다. 일전에 애인하고 관계가 예전같지 않았던 말을 들었던 터라 혹시나 싶어 애인하고 헤어졌나고 물으니, p 는 이렇게 답했다.



헤어지는 중이에요.



아..가슴이 너무 아팠어. 헤어지는 중이라고 답해야 하는 저 상황을, 저 마음을, 너무나 잘 알겠어. 나는 잠깐 p 의 팔에 손을 올려두었다. 응, 술이나 마실까? 하니, 네, 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1과 사람2가 만나서 좋아하고 사랑하다가 감정이 식어 헤어질 수 있다. 아니 대부분 그런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감정이 식을 때는 사람1과 사람2가 동시에 식는 게 아니다. 어느 한 쪽이 먼저 식는다. 좋아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 이별을 맞닥뜨렸을 때, '우린 이제 헤어져'라고 한다해서 '오늘 이별했으니 쫑!' 이렇게 되는 게 아니다. 이제 그 사람에게 적응했던 나를 혼자에 적응하는 나로 만들려는 시간은 아주 많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내내 '헤어지는 중'이라고 표현한다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헤어지는 중이에요, 라는 p 의 말이 너무 아팠다. 그렇게 말하는 p 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그녀가 떠난 뒤 나는 어지간히 엉망이 되었다. 더는 일하지 않았고, 더는 먹지 않았다. 온종일 더러운 이불 속에 누워 그녀와 그녀의 맨몸을 담은 사진을 바로 눈앞에 붙여서 내가 자위를 하면 림멜(영국의 화장품 브랜드로,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 등 아이 메이크업 제품이 유명하다:옮긴이 주)칠한 그녀의 짙은 속눈썹이 그예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고 상상했다. (p.11)

















'얀 볼커르스'의 소설 [터키 과자]는 이별을 겪은 남자가 자신이 엉망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글로 시작한다. 남자는 그녀와 헤어진 게 너무 아프고 그녀가 너무나 그리워서 이불 속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고 야위어간다. 그러다 아주 많은 여자들과 의미 없는 섹스를 하기도 하고. 


이런 시간을 지나온 그가, 더이상 '엉망'인 모습은 아니라 해도,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 붉은 머리 올하를 그리워하는 건 지속된다. 몇차례 그녀를 만나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고 말한다. 그가 그토록 사랑한 그녀의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미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어가고, 이 여자가 내가 사랑한 그여자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달라진다.



이별은 사람을 엉망으로 만든다. 일전에 본 영화 [러브, 비하인드]에서의 여자도,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며,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먹고, 술에 취하고, 약을 하고, 울고.....하지 않았던가. [터키 과자]에서의 남자도 올하를 내내 그리워하고 언제든 돌아오기만 하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른 남자랑 결혼한다고 하는데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해서 올하가 '네가 이렇게 나를 내내 사랑하니 너에게로 돌아올게, 내가 있을 곳은 너야' 하고 돌아오진 않는다. 올하가 그랑 함께 하는동안 내내 즐거웠던 건 아니니까. 너무 섹스만 한 것도 불만이었고. 누가 아무리아무리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다른 사람을 선택하고 싶다면, 나는 그럴 수 있는 거다. 나 역시 내 사랑이 중요하니까. 


p 생각을 했다. p는 헤어진 애인과 다시 잘 되기를 바랄까? 그가 돌아오기를 혹은 자신이 돌아가기를 바랄까? 



대단한 성애소설일줄 알았던 [터키 과자]는 쉴새없이 '박는'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재미는 없다. 자신이 사랑한 올하가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있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서 어딜가나 남자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하는 건 좀 병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라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보면 그렇게 한결같이 찝적대기만 하나? 게다가 그녀를 가난에도 잘 적응하고, 그 와중에도 주어진 재료로 요리까지 잘하는 여자로 표현한 건, 뭐랄까, 좀 병맛이었다. 게다가 남자가 언급하는 소설이나 시를 다 못알아듣고... 이건 판타지잖아...



그러나 올하는 소설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면서 '보여지기' 보다는 말을 하는 존재가 된다.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낸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그때 자신이 행복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지금 자신이 하는 선택에 대해 그녀는 얘기한다. 남자가 보는 올하가 빛을 잃을수록, 올하는 목소리를 찾는다. 그녀가 빛을 잃은 건, 그녀의 젊고 찬란했던 시절이 지나치게 피곤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에 열등감이 생겼다고 말하지만, 한때 아름다웠던 삶에 지쳤던 거라고. 아름다운 여자를 가만 놔두지 않는 삶에. 심지어 올하의 어머니 조차도 올하의 미모를 이용하니까. 그래서 올하가 마지막에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준다'며 다른 남자와 다시 결혼을 선택할 때의 그 마음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찬란했던 젊은 시절의 사진을 지금의 남편에게는 보여주려 하지 않는 올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 겉모습이 아닌, 그저 나라는 사람 그 자체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났으니 어떻게 선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낮에는 절대 옷을 벗지도 않으며 위 팔뚝의 주근깨가 이제 미워져서 항상 긴소매 차림을 한다고. 나라면 여전히 그 주근깨 하나하나에 입 맞추고 싶겠다고 하자 그녀는 내가 아직까지 옛날 모습으로 자기를 본다고 되받았다. 내가 그녀를 이상화시킨다 한들 그녀는 오래전부터 이미 이상적인 여자가 아니라고. 지금 결혼하려는 남자는 현재 그녀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고. 그녀가 브리지 게임에서 글쎄 술에 취하여 자신이 숫제 도사라고 생각한 나머지, 패를 엉터리로 낸다거나 혹은 머리 모양을 싹 바꾸었을 때조차. 어떤 남자냐고 묻자, 내 눈에는 지독스레 흥미로운 얼굴일 것이라고 했다. 지독스레 못생겼다고. 생김새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얼굴이 얽었다고. 인디언 얼굴. 험프리 보가트를 닮았다고 그녀가 덧붙였다. 그리고 쿠르츠말러(1867~1950 독일 여성 소설가. 신분 차이를 극복하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주로 썼다. 당대 할리퀸 시리즈물의 대명사: 옮긴이 주)의 표현을 가져와 쓰면서 그녀를 숭배했다고. 나도 그랬었다고 했더니, 그녀는 그건 잘 안다면서도 대뜸 비난을 퍼부었다. 자신이 갇혀 있다고 느꼈고 그 시절 동안 한 번도 혼자 시내에 가 본 적이 없다는 것. 내가 그녀를 너무 자주 침대로 데려갔다는 것. 그녀가 아침에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으면 벌써 씨작됐다고. 그러면 그녀는, 또 시작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따져 보았더니 하루에 일곱 번일 때도 있었다. 그건 더 이상 정상이 아니었다고. 나는 그저 색광증 환자였다. 내가 여태 그러느냐고 그녀가 묻기에, 그녀가 곁에 줄곧 있었더라면 그랬을 터라고 대답했다. 옛날 일을 떠올리며 웃을 수는 없느냐고 했더니, 그녀는 말했다. "아니, 나는 이제 웃지 않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 인생은 동화라고. 난 결혼할 테고, 난 행복해질 거야. 그런데 난 예상보다 훨씬 덜 행복해졌거든. (p.216-217)



하루에 일곱 번...이 가능한가??? (  ")




올하의 삶은 올하가 예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삶이란 게 워낙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거지만, 올하는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손에 쥘 수가 없다. 올하는 몰랐던 것 같다. 혼자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누가 곁에 있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꾸만 행복하지 못한 길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올하가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그래서 조금 더 나이를 먹게 되었다면, 그랬다면 '아 이놈 저놈 다 귀찮아 혼자살래!' 하게 되었을까? 



올하를 잃고 괴로워하는 남자에게 친구가 편지를 보낸다. 



나는 그녀가 떠난 직후 한 친구가 보내온 편지에 있던 구절을 떠올렸다. '너희는 지독히도 행복하게 살았고, 거기에 끝이 온 것뿐이야.' (p.124)



p에게도 이 말을 해주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어쩌면 많은 다른 연인들처럼 다시 만나 다시 연인이 될지도 모르기에 저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시작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끝이 온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실례일테니.




올하가 남자를 처음 만났던 차안에서 카섹스를 하는데, 섹스를 다 하고난 후, 아아, 이런 일이 일어나고야 만다. 으윽-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청바지 지퍼를 잠글 때 내 막대기가 미처 속옷 안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나는 아파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이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내 자지의 살 껍질이 구리 선로에 끼인 것이다. 처음에 우리는 우스워했는데, 내가 예전에 스웨터 지퍼에 낀 목의 살갗을 빼냈듯이 그것도 빼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나는 투홀스키의 그 단편소설에 나오는 지퍼 발명가를 이 문제에 써먹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독일 작가 쿠르트 투홀스키의 단편소설 「누가 지퍼를 발명했나?」(1928)에 나오는 지퍼 발명가 이야기. 공장에서 지퍼가 제작되어 팔리지만, 아무도 지퍼의 원리를 모르며 정작 지퍼를 만드는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지퍼 발명가만이 그 원리를 알고 있으나, 정작 그는 빈털터리이다:옮긴이 주). 하지만 그녀에게는 뜻 모를 이야기였다. 그나저나 아무리 만지작거려 보아도 그 괘씸한 지랄맞은 것은 열리지 않았다. 진짜 사람 살이 트램의 선로전환기에 낀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통증으로 인해 내 막대기는 끄트머리가 벌게져서 우스꽝스럽게 발딱 선 채였고, 구리 사이에 낀 살 껍질은 그동안 보라색이 되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서 비명이 나올 것만 같았다. 지퍼를 펜치로 집어 살살 떼어 낼 도리밖에 없었다. (p.44)



아... 너무나 아프겠다 ㅠㅠ 진짜 아프겠다 ㅠㅠㅠㅠ 아 너무나 끔찍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악. 내가 그 옆에 있었다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못했을 것 같다. 올하와 남자는 누군가로부터 펜치를 빌려서 일을 처리하지만, 아, 지금의 나라면..... 119 불렀을 것 같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아플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아프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엊그제 퇴근길 지하철에서 읽다가 몸을 움찔움찔했다. 막 내가 아픈 것 같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저녁에 친구가 인스타에 김치볶음밥을 해서 올렸던데, 그걸 본 뒤로 김치볶음밤 생각밖에 안난다. 오늘 아침에 해먹을까 했지만, 오늘 아침에는 일요일에 시장에서 사두었던 애호박 생각이 나, 호박전을 부쳐 먹었다. 저녁에는 술약속이 있고.. 내가 김치볶음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오늘 점심 뿐이다! 나는 점심을 같이 먹을 동료에게 김치볶음밥 먹으러 가자고 벌써 말해두었다. 


일전에 e 가 내게 '너랑 다니면 내가 할 게 없어서 너무 편해, 니가 계획 다 세워놔서'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머릿속에 동선과 시간표 다 짜놓고 움직여가지고ㅋㅋㅋㅋ 그러니까 그 얘기를 들었던 날, d 와 e 그리고 내가 셋이서 레스토랑에 가 저녁을 먹고 와인을 마시기로 했는데 와인 콜키지가 1만원이라 와인을 사가기로 했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d 는 도착해서 주문을 해두고 나와 e 는 근처에 있는 마트로 가 와인을 사가자고 했던거다. 그리고 마트로 가서 와인을 선택하고 계산하기 전에 e 에게 '포인트 카드 미리 준비해, 후딱 적립하게' 했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가 이 모든 일에 빵빵터지면서 '너랑 다니면 너무 편해' 했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점심의 계획을 나는 미리 세워둔다. e 는 나를 너무 신기해한다. 다른 친구들 만나면 길에서 만나서 같이 걸으면서 어디갈까, 어디갈까, 하는데 널 만날 때는 미리 '삼겹살 먹으러 어디로 가자' 같은 거 다 정해놔서 길에서 방황을 안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내가 '야 먹으려고 만나는건데 길에다 시간 왜 뿌려,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 천천히 더 많이 먹어야지'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빨리 점심이 되어서 김치볶음밥 먹었으면 좋겠다! 이제 겨우 아홉시 반인데!! 우어어-




아 마지막으로, 제목이 '터키 과자'라서 터키 소설일 줄 알았는데, 이 소설은 네덜란드 소설이다. 



원제 Turks Fruit는 글자 그대로는 `터키 과일`이라는 뜻으로, 터키의 과자 이름을 일컫는 네덜란드 말입니다. 끔찍하게 달콤하고, 너무나도 부드러워 곧 바스러집니다. (옮긴이의 말,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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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6-06-2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회사에 다락방 님 한 분 들여놔야겠어요 ~ 아이고, 점심시간마다 아무도 어디 갈까 생각도 안하고(제가 생각하자니 생각 안나고) 구내식당은 구내식당 대로 맛이 없어 불만이고. ㅠ 울적해져요.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인데!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힝.

다락방 2016-06-29 10:26   좋아요 0 | URL
저는 결정장애가 별로 없어요 ㅎㅎ 확확 결정해버려서 ㅋㅋㅋㅋㅋ 식당에 가서도 뭐 먹을지 사람들 한참 생각하는데 저는 비교적 가자마자 결정하는 타입이고요. 그러지만..음 .. 제가 항상 생각해서 말한다면, 저는 너무 일방적인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ㅠㅠ 제가 치니님 회사에 입사하면 가끔만 제가 결정하는 걸로.. 해야겠죠? 아하핫 (너무 멀리 나갔네요ㅎㅎ)

hellas 2016-06-2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명하신 여성캐릭터 설정이 너무 병맛이라 보게될것 같진 않지만... 전엔 그냥 쩝.. 하고 읽었을 것들이 이젠 너무 으악!!!하고 발끈 진저리치게 되네요. 뭐.... 읽을 책은 안그래도 널리고 쌓이고 넘쳐나니까. 으악할만한 몇몇은 그냥 패스하려구요. ㅋㅋㅋ 그런의미 말고도 좋은 감상 리뷰. 즐겁게 쓸쓸하게 읽었어요. 저의 지나간 인연들도 생각하면서. ㅋㅋ:):):)

다락방 2016-06-29 10:29   좋아요 0 | URL
네, 마지막엔 괜찮아졌지만 중간에 빡침이 너무 오더라고요. 무슨 남자들이 백이면 백 죄다 이쁜 여자만 보면 칠렐레 팔렐레 하고...다들 머저리 같았어요. 게다가 남자 주인공도 세번째 남편도 여자를 주먹으로 때려요. 질투심으로. 어디서나 이모양의 남자들이 있네요. -_-
다른 좋은 책을 많이 많이 읽읍시다. 세상엔 읽을 책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저는 얼마전에 지나간 연인들을 차례로 생각하다가 기분이 급격히 다운된 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좋았던 거 생각해서 괜찮았는데 나중엔 나빴던 게 생각나니까 우울해지고.. 힝 ㅠㅠ

역시 연애는 안하는 게 답인가...뭐 그런 생각도 해보고 그랬습니다. 하핫.

syo 2016-06-2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도하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쓰신 글을 읽고 나니 아싸, 이 책 제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읽어야 될 책 읽게 만드는 리뷰보다 제껴도 될 책 제껴주는 리뷰가 더 좋으면 전 변태일까요......

다락방 2016-06-29 12:23   좋아요 0 | URL
그게 왜 변태입니까! ㅎㅎ 실제로 되게 많은 사람들이 안읽어도 되는 책에 대한 감상을 원하는 것 같아요. 세상에 읽을 책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읽어라 읽어라 이러면 아아, 너무나 어려운 것입니다. ㅎㅎ

syo 2016-06-29 12:31   좋아요 0 | URL
와서 다시 제가 쓴 댓글 보니까 ˝아싸! 이 책 `안` 제껴야지˝라고 써 있어서 화들짝 놀라 고쳤습니다.

안 제낄거라고 좋아해놓고 제껴주는 리뷰가 좋다고 쓰다니 정말 변태같은 댓글을 남겼었네요......

다락방 2016-06-29 13:49   좋아요 0 | URL
ㅎㅎ 아, 오타였군요. 저는 문맥상 `안`이 들어가면 안될것 같은데, 어떤 인용문으로 인해 `안`제껴야지로 바뀌었다고 하신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제끼게 해주는 리뷰가 좋은데, 이건 안제끼겠다...이런...뜻으로... ㅋㅋㅋㅋㅋ

레와 2016-06-2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김치볶음밥 먹었어요???? 후식은요?????? 이히히히히~

난 오늘 쌈밥 먹었어요!!! 볼이 터질만큼 한쌈 크게 크게 만들어서 싹 비웠지요~

^____________________^

다락방 2016-06-29 13:49   좋아요 2 | URL
김치볶음밥 먹었어요 .배터지게 먹었어요. 그런데 어제 레와님이 만든 그 김치볶음밥이 더 맛있었을 것 같아!! ㅎㅎ

책읽는나무 2016-06-2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 사는 내 친구가 락방님과 비슷하구나!!생각했어요
그친구집에 놀러가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려고 약속잡아 그집에 가면 식탁에 이미 점심이 똬악~~!!
전날 짜장면을 먹을까?한 마디 했다면 집 도착후 10분을 안넘겨 짜장면이 똬악!!! 때론 짜장면 배달 아저씨랑 함께 엘리베이터를^^
적립카드 준비해!!란 말들도 그친구랑 비슷해요 전 늘 멍하게 있어서 놓치는 것들이 많은데 친구는 옆에서 딱 지켜보다가 뭘 챙겨라면서 제정신 돌아오게 만들어주죠ㅋ
가끔 그런 것들이 나를 긴장시켜준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사소한 것들이 나를 편하게 해주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니 좋네요^^
결정을 잘 못내리는 사람들은 신속 정확한 결정을 잘내리는 락방님과 같은 사람을 곁에 둔 건 행운입니다^^

다락방 2016-06-29 16:45   좋아요 0 | URL
저는 뭔가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미리미리 준비하고 계획 세우고 하는 것도 시간낭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 그렇거든요. 그렇지만... 인생 자체는 되게 헐렁헐렁하게 사는 느낌이에요. 뭔가 맹렬하게 열심히 하는 것도 없고, 그저 회사만 왔다갔다 하고..... 인생은 뭘까요, 책나무님? ㅜㅜ

제 성격이 이래서 누군가는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어떤 사람, 어떤 성격이든 마찬가지겠죠. 근데 친구분 짜장면 배달 너무 웃겨요. ㅋㅋㅋ 저도 배달 음식 먹기로 하면 집에 미리 전화하거든요. 야, 나 집 가는 중이고 여기 어디니까 지금 시켜놔, 이렇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친구분 저랑 비슷하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16-06-2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헤어지는 중이신 분은 참 안타깝네요ㅜㅜ

다락방 2016-06-29 16:42   좋아요 0 | URL
이친구도 헤어짐을 원했고, 그래서 본인이 한 결정이긴 한데, 어쨌든 힘들겠죠. 오래 사귀었거든요. 휴... ㅠㅠ

2016-06-29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9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30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30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몬스터 2016-06-2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 찌찌뽕 입니다. ㅎㅎ 저도 어제 지나간 인연들을 쭈욱 생각해 봤어요. 노트에 끄적 대면서.

근데 참 한심한게 이름들(?)이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뇌가 벌써 쪼그라들기 시작했나 싶어 울쩍 했어요. 당시에는 힘들고 , 울고 , 밤낮으로 고민하고 , 부모님도 나 자신도 힘들게 하고 그랬는데 , 지금은 이름도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 뭡니까 이게 ) 애를 써도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저는 시작하는 것보다 헤어지는게 몇 배는 더 힘든 것 같아요. 어려워요 , 인연을 끝는 건.

다락방 2016-06-30 11:23   좋아요 0 | URL
아니, 몬스터님!
저도 요즘에는 전남친들 이름이 생각이 안나서 이게 뭔가.. 싶어요. 그래도 한때는 좋다고 만났던 사람들인데 어쩌면 이렇게 이름이 생각안날까... 누구는 성이 기억이 안나고 누구는 이니셜만 기억나고 누구는 가운뎃글자가 기억이 안나고.. 그렇더라고요. ㅎㅎ 저는 첫키스 한 남자는 이름도 얼굴도 아무것도 생각안나요. 아하하하하.

몬스터님, 헤어지는 게 몇 배는 더 힘들죠. 맞아요. 정말 그래요. 그러니까 `헤어지는 중` 이라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 같아요. 아 댓글 쓰다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울고싶어요 ㅜㅜ
 

복숭아



여름 한철

내 입술을 핥다가

사라진다


쾌락은 강하지만

순간


달아서 

슬픈


달지만

슬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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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6-06-27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의 시라니.
아 정말 좋네용^^

다락방 2016-06-27 13:51   좋아요 1 | URL
히히히히히

^____________^

루쉰P 2016-06-2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써주신 거 읽었어요 ㅎ 우울이 폭풍처럼 오는군요. 저도 그럴 때가 있어요 ㅠ.ㅠ 다락방님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진심!

시가 기쁨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가지면 그 순간 사라지는 가지고 싶던 욕망에 대해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고, 약간 슬프기도 한 시에요.

금연을 하니 잠을 적게자도 안 피곤하네요 ㅋ

다락방 2016-06-29 11:01   좋아요 0 | URL
금주를 해도 덜피곤하죠. 그건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피곤하면서도 반복하는 이 어리석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써놓고나니 생뚱댓글이네요. ㅋㅋ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 우리 시대 여성을 만든 에멀린 팽크허스트 자서전
에멀린 팽크허스트 지음, 김진아.권승혁 옮김 / 현실문화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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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전에 나는 서프러제트가 단순히 자신이 가져야할 '투표권'을 주장한다고만 생각했다. '남자나 여자나 똑같은 인간이니, 우리에게도 투표권을 줘야한다!'라고만 생각한 거다. 그러나 아, 진짜, 이 여자들이란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가. 그들은 '참정권'을 주장한다. 참정권을 주장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자신들의 권리이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빈곤한 사람들을 비롯한 어린아이들, 가족을 부양하는 여자들까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스템이 너무나 엉망진창이라, 그동안 남자들이 보지 못했던 곳까지 곳곳에 배려어린 시선으로 다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정치에 개입을 해야만 그동안 남자 정치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불평등하며 부조리한 것들을 고쳐나갈 수 있으니까. 책을 얼마 읽지도 않아 이런 게 드러나는데, 그러자 진짜 울컥 감정이 벅차올랐다. 이 여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도 그것이 순전히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다, 약자를 위한 선택이다. 게다가 그 참정권을 갖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육체적 학대를 감수한다. 콧구멍에 호수를 꽂아서 음식을 강제투입하는 고통까지 견뎌내며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꺾지 않는다. 


올해 읽은 소설들 중에 되게 인상깊었던 게, '로런 뷰커스'의 [샤이닝 걸스]와, '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밤에] 였다. 두 소설에서 모두, 자신이 당할(한) 고통 앞에 여자들이 '다른 존재-다른 여자, 자식, 혹은 개-'의 안전을 걱정하는 부분들이 언급된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명이 위험한데, 자신들이 당한 고통도 극심한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존재의 안전을 먼저 걱정하는가. 그 부분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놀랍고 대단한거다. 읽으면서도 알 수 있지만, 이는 단순히 소설속의 캐릭터여서만이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럴 것이다. [서프러제트]의 여자들이 투표권을 주장하는 이유에서 알 수 있다. 그들은 더 약한 곳에 위치한 사람들을 좀 더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러나 정치권에 있는 남자들-을 포함해 정치권에 있지 않은 남자들조차-은 끊임없이 그들을 방해한다. 방해하고 고문하고 학대한다. 어찌나 잔인하고 치사한지 읽다가 화딱지가 난다. 자기들이 당연히 누리고 있던 것들을 달라고 하는 여자들에게 왜그렇게 모질게 대하는가. 왜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주기를 그렇게나 반대한단 말인가.. 휴....... 서프러제트들의 그 기나긴 싸움이 있어서 종국에는 여성에게 참정권이 생긴다. 마땅히 진작에 이뤄졌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담보로 한 뒤에 실행되었다.



어휴, 이 여자들은 진짜. 너무 좋다.

여자들이 너무 좋아서 너무 좋다 ㅠㅠ

여자들 너무 멋지다 ㅠㅠㅠ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젯밤에 트윗에서 영화 [서프러제트]를 보던 중에 한 남성이 옆자리 여성을 폭행했다는 소식을 보게됐다. 그 남자가 애초에 여성에게 폭력을 가할 목적으로 극장에 간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구멍 두 개인 것들'이라고 욕을 하며 그녀를 때렸다고 했다. 그것은 여성혐오가 맞다. 내가 책 [서프러제트]를 다 읽고난 뒤에 접한 소식이었다. 서프러제트들이 참정권을 주장할 때 남자 정치인들이 그들을 반대했고 그들에게 음식물 강제투입을 허했다. 경찰들은 폭력으로 그들의 시위를 막으려 했고. 그렇게 힘들게 참정권을 얻었지만, 지금 여기에서도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일이 일어난다. 참정권을 주장했던 여자들이 경찰에 잡혀가 감옥에 갇히면 다른 많은 여성들이 항의를 하고 시위를 했다. 어제부터 지금까지 트윗에서는 극장에서의 폭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항의하고 요구하고 따지고 있다. 여자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할까. 언제까지 자신이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에 대해 요구하고 항의하고 따지고 그 과정에서 폭력을 당해야 하는걸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걸까.





빈민구제원이 되고 나서 깨달은 것은 현행 빈민법은 그 법의 원래 목적을 실행할 수 없게 만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를 위한 조항에서도 이 법은 문제가 많았다. 그 법의 목적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러나 여성이 투표권을 가질 때까지는 새로운 법률을 만들기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위원회에서 일할 당시에도 그랬고,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전국의 여성 후원자들이 여러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려고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p.51)

아이들이 자라면서 우리는 참정권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고, 이 운동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청년들의 자신감에 나는 다소 겁이 나기도 했다. 어느 날 크리스타벨은 "엄마 같은 여성들이 얼마나 오래 투표권을 얻으려고 애써온 건가요?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투표권을 얻을 작정이에요"라고 말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p.62)

그때부터 자유당 정부의 유력한 의원이 연설을 하려고 일어설 때마다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는 깃발을 흔들기로 했고, 그들이 여성들의 질문에 대답할 때까지 한순간도 평화롭게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새 정부가 자신들을 자유당이라고 부르지만 여성 문제에 관해서는 보수반동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들이 여성 참정권에 대해서 적대적이므로 그들이 항복하거나 혹은 정권에서 물러날 때까지 싸워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했다. (p.80)

우리는 참정권에 관한 팸플릿을 많이 준비했고, 회원들은 매일 거리 집회를 열었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으면 한 사람은 종을 울려대고, 다른 사람은 의자를 연단 삼아 연설을 했다. 그러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캠페인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 후부터는 종소리가 울리면 사람들이 마법처럼 모여들었다. 사방에서 "서프러제트가 왔다! 어서 나와봐!"라는 외침이 들렸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런던을 누볐다. 청중은 늘 있었다. 무엇보다 여성 참정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청중도 많이 모여들어서, 우리는 대중들의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가며 그들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거리 집회뿐 아니라 공화당이나 응접실에서도 모임을 자주 가지며 언론에도 많이 노출되었는데, 이는 여태까지의 참정권 운동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 (p.95)

연설이 끝날 무렵 나는 일어나서 의장에게 말했다. "애스퀴스 씨에게 교육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의장은 애스퀴스 씨를 보았고,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애스퀴스 씨는 부모가 아이들 교육 문제에 의견을 낼 권리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받아야 하는 종교 교육 같은 문제에 관해서요. 애스퀴스 씨는 여성이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투표를 통해서 아이들의 교육에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이렇게 말하자 관리인이 내 팔과 어깨를 잡고 나가라고 재촉했다. 내가 곧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자 그드은 나를 문간으로 질질 끌고 가 건물 밖으로 던져버렸다. (p.102-103)

런던에서의 첫 번째 해에는 멋진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회원이 많지 않았지만-신문은 우리를 `가족당`이라며 조롱했다- 이제는 전국에 지부를 결성하고, 스트랜드 가의 클레멘츠 인에 본부를 둔 강한 조직으로 변했다. 우리는 넉넉한 재정 지원도 받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하원에 참정권위원회를 발족시키는 수확을 거뒀다. (p.114)

나는 남성들이 여성의 도움 없이 여성과 어린이의 보호를 위해 제정한 법률에 대해 특히 반감을 갖고 있다. 빈민구호법 후원자로서, 그리고 출생과 사망 등기사무소의 사무관으로서 경험을 거쳐보니, 이런 법률들이 얼마나 심하게 우스울 정도로, 아니 비극적일 정도로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지 못하는지 알 수 있었다. (p.247-248)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 서프러제트가 유일하게 함부로 다루는 목숨은 자시늬 목숨 뿐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건대, 우리의 정책은 결코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위태롭게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다루는 것은 우리의 적이 하는 일입니다. 그런 일은 전쟁을 벌이는 남성들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런 일은 여성들이 취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대중과의 관계를 보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투쟁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가 사람의 삶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재산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재산을 통해서 적을 공격할 것입니다. (p.342-343)

우리는 옳건 그르건 현재의 투쟁 방식이야말로 견딜 수 없는 끔찍한 상황을 바꿀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며칠 전 런던의 어떤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에 따르면 그의 교구에 사는 결혼한 여성의 60퍼센트가 아이뿐 아니라 남편도 먹여 살려야 하는 부양자랍니다. 여성들이 도대체 얼마를 버는지, 그리고 이런 일이 우리나라 아동의 미래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주 심각하게 고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늘 아침에서야 제게 도착한 공증된 진술서에는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런던에서 성인 여성뿐 아니라 어린 아동도 빈번히 인신매매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들은 매매되고, 함정에 빠져서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사회적 지위로 보아 남보다 더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람들-의 부도덕한 쾌락에 봉사하도록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 때문에 우리 여성들이 나서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맞저 싸워 이런 일을 끝장내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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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6-06-2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이야기를 보고 듣고 경험하더라도, 그걸 공감하는 능력(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은 여자가 월등한것 같아요.
그리고 공감하는걸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여자들, 깊이 존경합니다.

다시한번 내자리에서 내가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높여야겠단 다짐을 해보아요.

우리 모두 견딥시다. 아자!!!!!


다락방 2016-06-27 10:42   좋아요 0 | URL
공감하는 능력, 공감하고자 하는 의지 모두 애써서 생긴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야겠다고, 그렇게 해보자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심했고 훈련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애초에 공감능력 없어` 라고 포기해버리면 정말 그냥 공감능력 없는 사람밖에 안되는 것 같아요. 지식이란 게, 공감이나 배려없이 얼마나 무용한가를 요즘에 많이 생각합니다.

우리 계속 으르렁 거리면서 살아요!

에이바 2016-06-2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프러제트 영화가 반영한 당시 상황에 비하면 과격하다는 페맨도 넘나 온건한 것... 저도 그 트위터 봤는데 굳이 개봉관도 적은 영화, 여성 참정권이라는 주제를 다룬 영화 `관`에 들어와 그런 행동을... 이젠 영화 보는 것도 힘들어요...

다락방 2016-06-27 11:45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읽으면서 놀란게, 이 여성들이 전혀 과격하지 않았더라고요. 오히려 경찰들과 정치인들에게 당한 폭력이 너무나 끔직했고요. 서프러제트는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요,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지죠. 어휴..

굳이 거길 들어와서 왜 굳이 여자를 때려야만 했을까요? 너무 짜증나서 머리가 다 아파요, 에이바님 ㅠㅠ

rosa 2016-06-2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히 영화관 목격자들이 많았고 피해자는 절대로 합의하지 않겠다고 하네요. 이번에는 제발 한국 경찰들이 합의 종용하며 가해자 가족에게 피해자 주소 알려주는 일 없었으면 합니다.

다락방 2016-06-27 14:4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피해자 트윗 보고 있는데요, 진단서 떼서 광진경찰서 제출할 예정이라고요. 아니, 명백히 목격자들이 존재하는데 폭행 `의혹`이라는 기사는 또 뭡니까. 너무 병신같은 기사 제목들 때문에 여러차례 화가 나네요. 휴..

건조기후 2016-06-27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멍이 두 개인 것을 욕설이라고 생각하는 게 좀 짠하더라고요... 배워처먹지못함의 수준이 놀라울 정도예요. 세상에 어쩜 이렇게 그지깽깽이들이 많은지 행태도 날로 진화해서 눈이 다 부시네요 ㅡㅡ

다락방 2016-06-27 16:3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구멍이 두 개라는 욕을 하다니, 그걸 욕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여성의 성 자체를 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대체 저런 생각은 어디에서 온걸까 싶더라고요.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건조기후 2016-06-27 16:49   좋아요 0 | URL
어쩌다 여자인 것 자체를 욕으로 생각하는 지경이 됐는지, 나이가 40대라던데 그러면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고 이러다 더 큰 일 나는 거 아닌가 싶고... 그래요.

다락방 2016-06-27 16:56   좋아요 0 | URL
뭐랄까, 저 사람을 바꿀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재교육을 한다해도 전혀 귀에 닿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냥 지금도 `여자들은 역시 재수없어` 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주먹질보다 더한 폭력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건조기후님과 제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네요 ㅠㅠ

블랙겟타 2016-06-2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서프러제트` 영화 볼려고 하는데 개봉하는데가 많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시간내서 한번 볼 생각이에요 ㅎㅎㅎ 그리고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도 읽어봐야겠어요. 그런데 이 영화 보면서 그런사건이 일어나다니..그리고 원래 알고 있었긴 하지만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도 참.. 00녀라던가 논란이라 하질 않나.. 영화속 영국이 아닌 오늘날 한국에서도 갈길이 머네요, ㅜㅜ

다락방 2016-06-28 12:14   좋아요 0 | URL
서프러제트는 아마도 씨지븨 단독상영일 거에요. 그래서 다른 극장에서는 상영을 안할거라능 ㅠㅠ

폭력을 휘두른 남성관객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아직 뭐가 잘못됐는지, 왜 잘못됐는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갈 길이 아주 멀다고 느껴져요. 멀긴 멀되, 도달하긴 할까요...저는 조금이라도 이전보다 나아지긴 한건지..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ㅜㅜ

Mina77 2016-07-0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여성들이 있었기에 정말 지금의 여성이 있지않았나 생각이드네요. 육체적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억압과 차별, 각종 폭력, 많은 권리를 박탈당했지만 저런 여성들로 인해 조금씩 여성들이 권리를 찾고있는거같아요. 그리고 정말 불리한 상황에서 이제는 여성지도자가 주목을 받고, 각종 시험에서 여성이 두각을 보이고, 전세계적으로 여성학력이 갈수록 높아지는걸보면 저희 여자들 정말 대단한거같어요. 앞으로는 능력에서 여성우위현상이 더 심화될텐데 그러면 여혐현상이 더 심해지겠지만 여성분들이 이제는 참지말고 맞서 목소리를 내야한다 생각합니다. 여자들 파이팅!

다락방 2016-07-11 10:5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여자들이 이제 참는 걸 멈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애시당초 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열등한 존재로 취급받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오래 그렇게 지내와서 이걸 바꾸려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거에요. 그래도 지치지 말고 계속 시끄럽게 소리질러야죠. 그래야 제 조카가 사는 세상은 조금 나아지겠죠.. 여자들이 진짜 멋져요! >.<
 

지난 금요일에는 몹시도 우울했다. 너무 우울했다. 어떤 날은 내가 예쁘게 느껴지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내가 못생기게 느껴지는 날이 있는데, 지난 금요일은 내가 너무 못생긴 날이었다. 못생겼고, 못됐었다. 못생겼고 못됐고 못난, 그런 날이었다. 금요일날 나와 대화를 했던 모든 이들에게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사과하고 싶다. 그 날은 내가 나를 컨트럴 할 수가 없었다. '나 지금 너무 못돼고 못났어, 깊게 생각하고 말해' 라고 스스로를 타일러 봤지만, 잘 되는 것 같지 않았다. 퇴근시간까지 간신히 버티고 터벅터벅 지하철을 타러 매봉역으로 갔다. 같은 직장의 k 대리로부터 문자메세지가 도착했다. 차장님, 많이 가셨어요? 나는 아니, 아직 매봉역이다, 라고 하자 '술 한 잔 하실래요?' 라고 묻더라. 나는 잽싸게 그러자고 하고는 다시 지하철역 바깥으로 나갔다. k 대리는 내가 만약 지하철을 타고 출발했으면 자기가 뒤따라와 나의 동네에서 함께 술을 마실 생각이었단다. 우리는 청국장과 보리밥이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가서 두루치기를 주문했다. 두루치기와 보리밥, 청국장까지, 근사한 한 상이 차려졌고 그렇게 소주를 마셨다. 술과 밥과 안주가 놓인 상 앞에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니 기분은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이렇게 마무리하면 돼, 괜찮아, 라고 생각하며 많이 웃었다. 그러나 술자리가 파하고 k 대리와 헤어지자마자, 억지로 눌러 숨겨놓았던 우울함이 폭발하듯 찾아왔고, 결국 나는 지하철역에 앉아 지하철을 기다리며 울었다. 앉아있는데 그냥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걸 내가 어째야할지 모르겠어서, 스스로를 타일렀다. 왜이래, 좋은 일만 생각하자, 행복한 거 생각하자, 하고는 내가 행복했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그러면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자 더 눈물이 났다. 왜 그 행복한 시간이 지금이 아닌거지? 하고.



정말이지 축 처진 몸으로 집에 도착했고, 나를 기다리던 남동생과 함께 텔레비젼을 보고 수다를 떨며 와인을 마셨다. 남동생은 들어가서 자는데 나는 소파에 철푸덕 쓰러져서 텔레비젼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나는 잘 모르지만 얼마전에 사망했다던 배우 '안톤 옐친'의 <프라이트 나이트>라는 영화가 하고 있더라. 그래서 봤다.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였다. 뱀파이어가 무려 콜린 파렐... 그러더니 내처 <프라이트 나이트 2>도 보여주더라. 그걸 보다가 잤다. 


















토요일에 일어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져 있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말자, 아무데도 가지말자, 쉬자, 라고 생각했다. 지난 주말들이 너무 타이트했고 앞으로 다가올 주말들도 역시 마찬가지. 주말에 쉴 수 있는 게 이번 뿐이다. 오늘은 널브러지자. 그렇게 나는 침대에서 밍기적대다 아침 밥을 먹고 오랜만에 일자산엘 갔다. 슬렁슬렁 산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시장에 들러 천도복숭아와 방울토마토를 샀다. 복숭아와 방울토마토를 씻어서 그릇에 담아두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과일을 사면 왜 기분이 좋은걸까? 그리고 환한 대낮에 나는 아주 오랜만에 라면을 끓였다. 사실 라면은 내가 잘 먹는 아이템은 아닌데, 라면을 끓여가지고 맥주를 한 캔 땄다. 대낮의 술이었다. 라면과 대낮의 맥주라니, 뭔가 짜릿했다. 살아있음의 기쁨... 금기시된걸 저질러버리는 기쁨...(응?) 그렇게 맥주와 라면을 먹고 배가 불러 책을 읽으려고 내 방에 들어갔다가 또 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일어나서는 무한도전을 보고 아이가 다섯을 보면서 술상을 차렸다. 이번 한 주는 엄마도 힘들었던 한 주라, 내가 곱게 술상을 차렸다. 호박전을 부치고, 제부가 보내준 정준하 스테이크를 데웠다. 냉장고를 뒤져 참외와 오렌지를 꺼내 썰어두고 와인을 개봉했다. 그리고 엄마랑 건배하면서 엄마 이번 한 주도 고생했어, 다독다독 해드렸다. 그리고 <아이가 다섯>을 함께 보는데, 엄마가 그랬다. '아, 난 저기서 안재욱 너무 좋아' 라고. 그러더니 내게 이러셨다.



"너도 안재욱 같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 엄마. 안재욱 여기서 진짜 좋지.

- 응, 저런 남자 만나.

- 응, 나도 저런 남자 만나면 결혼할게.

- 여태 저런 남자 안만나고 뭐했냐.

- 그러게. 인생을 헛살았네. 여태 살았는데 저런 남자도 못만나다니.




극중에서 안재욱은 소유진을 '안대리'라고 불렀었고 소유진은 안재욱에게 '팀장님'이라고 불렀었다. 이들은 연애를 하면서도 이 호칭을 유지했었는데, 그러다가 서로 '자기야'라는 호칭을 쓰기로 한다. 그러나 둘다 그걸 해보지 않아 초어색한 터, 소유진은 차마 그걸 하지 못하는데, 토요일 방송분에서 안재욱이 사람들 있는데 소유진한테 "자기야" 이러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내 팔다리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느낌이었어. 오글거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어쩐지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글거리는데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한테 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연애하면 '자기야'라는 호칭은 안하는데, 이렇게 팔다리 오글거리는 현상을 겪으면서, 음, 다음엔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우리 서로의 팔다리를 최대한 오글거리게 만들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들로부터 <디어 마이 프렌즈>에 대한 칭찬을 어마어마하게 들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다 어제 우연히 인터넷에서 짧은 영상을 보았다. 고현정과 조인성이 화상전화를 하는 부분이었다. 휠체어에 타고 있던 조인성이 고현정에게, 지지대에 의지하며 혼자 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너를 위해서야' 라고 하더라. 그 장면을 보고 고현정이 너무나 놀란 거다. 나까지 코끝이 찡해져서, 정말 좋았다. 그 장면 전까지 그들은 굉장히 일상적인 대화를 했었더랬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게 아니라 그저 일상적인 얘기들. 어찌보면 무심한듯한 대화를 그저 평범하게 하고 있다가, 이렇게 상대를 생각하고 있다는 장면이 턱, 하고 나와버리니 미칠 것 같더라. 그래서 이 드라마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연들이라는데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굿 다운로더 검색하니 한 편에 1,200원이더라. 음..다 보면 돈 어지간히 쓰겠군.. 생각했는데, 그러다가 '그런데 대체 언제 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퇴근 시간에 이걸 보면.. 나 책 언제 읽지? 나 책 읽고 싶은데???? 그래서 여름 휴가가는 비행기 안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까지 한 달이나 남았어... 흐음.... 생각 좀 해보자.




영어공부를 해야겠다고 요즘엔 생각한다. 그러니까 금요일, 한창 우울했던 그 때, 내가 원하는 카드를 사보고자 해외 사이트에 들어갔던 거다. 아마존과 이베이. 거기에서 카드를 검색하는데, 옵션에 대해서 보려고 하니 죄다 영어라 너무 집중을 뽝- 해야하는 거다. 그런데 집중을 뽝 한다고 해서 뭔 말인지 다 이해가 되는 게 아니라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거다. 결국 하나 선택해서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쏘리, 너는 지금 이 상품을 구입할 수 없어, 라는 메세지가 뜨는 게 아닌가. 아.. 왜 안되는지 이유가 써있는데 진짜 또 집중해서 그걸 읽을 자신이 없었다. 읽는다고 다 이해할 수도 없고..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그냥 화면을 닫아버렸다. 진심 빡침이...


한글로 설명되어 있다면 바로 보는 순간 내용이 파악이 되는데, 영어로 써있으면 본다고 해서 바로 이해되는 게 아니다. '자, 읽어볼까' 하고 졸 큰 마음을 먹고 양미간 뽝- 찌푸리고 들여다봐야 절반 정도 이해가 될까 말까... 금요일엔 영어를 못하는 내자신이 너무 병신 같은 거다. 참을 수 없는 나의 병신같음.... 휴...



트윗을 하면서 외국 사람 몇 명을 팔로잉 했었다. 제이슨 므라즈라든가 캐나다 총리 같은 사람들. 그들의 짧은 글을 읽으며 영어공부를 하자 라는 생각이 있어서 해둔거였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평소에 영어공부 해야지, 하던 나의 결심은 무너져버린 게, 그들이 트윗을 올리면 내가 아예 안보고 넘기더라. 팔로잉한다고 공부하는 거 아니었어. 요즘 페미니즘이라든가 인문 사회학에 대한 책들 읽으며 공부하는 게 참 즐겁다고 느끼는데, 영어 공부는 너무나 저 멀리에 있다. 아예 내가 영어에 대해 스트레스를 안받으면 상관없는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이걸 해결하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하자...그런데 어떻게??????????????? 라고 방법을 어제 내내 생각했다.



일전에 해외영업부 부서의 과장이 '영화 한 편을 80번 보았다' 라고 한 적이 있다. 대사를 전부 그냥 다 외워버렸다고. 그래, 나도 그러자, 그걸 한 번 해보자! 싶어서 그렇다면 그 영화는 뭐가 좋을까? 싶어서 알라딘에 대본 파는 걸 검색했다. 그리고 주문하려다가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 책은 언제보고 영화는 언제보지? 나는 책 읽고 싶은데?'



나는 터키과자가 읽고 싶은데 ㅠㅠ 영어 공부는 언제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영어 공부 할 시간에 책 읽고 싶은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난 안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안되는거야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드라마도 못보겠고 공부도 못하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책읽고 싶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했더니 다정한 알라디너 님께서 선물해주셨다. ㅠㅠ 이거 읽고 싶다 ㅠㅠ 그래서 영어공부를 못하겠고 ㅠㅠ 그래서 드라마를 못보겠어 ㅠㅠ 게다가 다른 알라디너님께서는 '제인 프리드먼'의 [페미니즘]을 내가 꼭 읽었으면 좋겠다면서, 이미 절판된 이 책을 본인이 읽었던 걸로 보내주겠다 하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참 알라디너들 넘나 고마운 분들 ㅠㅠㅠㅠㅠㅠㅠ 꺅 >.< 넘나 다정한 분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람들이 다 나더러 책읽으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니까 내가 드라마도 못보고 영어공부를 못하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읽을 책이 많은데 언제 드라마를 보고 언제 영어공부를 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회사를 때려치면 할 수 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회사 때려쳐도 2년간 볼 책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정함은 애를 써야 발현되고, 다정함은 애를 써야 유지된다. 그러니까 지난 금요일처럼 내가 지치고 우울하고 못난 날이라면, 애를 쓸 기운이 없고 다정함이 발현되지도 않는다. 천성적으로 다정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다정함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매번 잘 노력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다정하게 보내는 사람이라도, 어떤 날은 유독 그렇게 하기 힘들어질 때가 있다.


어느 날의 다이어리를 뒤적이다가, 나는 연애중에 내가 쓴 일기를 보았다. 직장일로 몹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그게 지쳐서 애인에게 다정함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요즘같은 때 내가 다정함을 유지하기가 몹시 힘이드니, 잠시 떨어져 있자고 할까, 시간을 갖자고 할까, 라는 고민을 적어두었더라. 내가 그에게 다정하지 못함이 싫었던 거다. 다정하고 싶은데 유독 그 노력이 힘이드니, 잠깐 떨어져서 다정하지 못한 나를 보이지 않으려고 했던 거였다. 그러나 바로 며칠 뒤의 일기에 나는 그 시간을 잘 넘겼다고 되어있었다. 



<아이가 다섯>에서 늘 다정한 안재욱과 소유진이 그 다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속으로 얼마나 애를 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조인성 역시, 다정하기 위해서 애를 썼을 테다. 친구에게, 애인에게 다정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이 좋다. 다정한 사람이란 곧 애쓰는 사람을 의미한다. 나에게 다정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정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 사람은 고맙고 좋다. 그 노력은 결국 관계의 유지로 나타나게 되는 것 같다. 



다시 기운내서 다정해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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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7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6-27 10:30   좋아요 0 | URL
전 제가 스스로 영어책을 사기도 하는걸요. -0-

웽스북스 2016-06-27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준하 스테이크 맛있나요 (이 와중에 검색해본 1인...)

다락방 2016-06-27 10:31   좋아요 0 | URL
평소에 함박스테이크 종류 좋아하신다면, 정준하 스테이크는 그것들 중에서는 맛있어요. 그렇지만 저랑 제 남동생은 `이런 류의 다른 스테이크들에 비하면 좀 나은 맛이긴 하지만 우리는 사먹지 말자` 라고 결론 내렸어요. 저희 스타일의 스테이크가 아니라서요. 아시다시피 저는 떡갈비라든가 뭐 기타등등 이렇게 고기를 썰고 다져가지고다른 거랑 섞어서 만든 걸 싫어하니까요. 그냥 통고기 스테이크가 좋아요. ㅎㅎ

레와 2016-06-2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에는 도대체 볼게 없어서(엔씨야구 개망.. ㅠ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아이가 다섯>을 하길래, 아마도 본방!, 그걸 봤어요.
다락방을 생각하면서..ㅎㅎㅎㅎㅎ
근데 어제가 마지막회였나요?? 다들 러브러브 하던데??? ㅋㅋㅋㅋ 결혼도 하고 막..



참고로 나한테는 가끔 안 다정해도 된다. 락방아. 우리 친구아이가~~!! 헤헤..




다락방 2016-06-27 11:51   좋아요 1 | URL
어제 아이가 다섯 보는 거 힘들더라. 다들 너무 럽럽해서 내가 외로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겁나 외로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허벌나게 외로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저기서 막 다 럽럽하고 결혼하고 프로포즈하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외로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그래서 마지막 회인가 싶었는데 아닌가봐요. 그 뒤의 갈등이 또 나올듯. 예고 보니까 ㅋㅋㅋㅋㅋ


응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근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다정하지 못한 모습을 내가 스스로 보기 싫었던 것 같아. 상대에게도 보이기 싫고. 잘나고 예쁜 모습만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스스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ㅜㅜ

고마워.. ㅠㅠ

치니 2016-06-2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주 월요일이 지났어요,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셨을지...부디 나아지셨길!

정준하 스테이크 저도 궁금했는데 역시 위에 W 님이 물어보심. ㅋㅋ 네, 저는 안 먹는 걸로.

트위터 팔로잉, 저도 이거라도 공부하자 싶어서 영어 잡지랑 신문이랑 스티븐 킹 등등 해놓고서는, 알아먹지도 못하고 죽죽 내리는걸, 하며 좌절한 적 많은데요, 그런데 갑자기 잘 읽히는 대목이 있긴 있더라고요. 일단 평소에 관심이 많은 분야면 눈에 확 들어오기도 하고, 그냥 어느날 갑자기 심신이 안정되어 있을 때 잘 읽힐 때가 백만년에 한 번 정도 있어요. ㅋㅋ

다락방 2016-06-28 09:24   좋아요 0 | URL
치니님, 기분은 한결 나아졌어요. 어제 족발도 맛있게 먹었고요 ㅎㅎㅎ
정준하 스테이크는 저는 `굳이 안사먹어도 되는` 스테이크로 평가하겠어요. 저걸 스테이크로 불러도 되는건지, 저는 고기고기한, 고기 그대로의 스테이크를 좋아해서 그런지 저렇게 조물딱조물딱 해서 만들어놓은 건 영 맛있질 않아요. ㅎㅎ 그렇지만 한 번 먹어보고 싶긴 했으므로 먹어보았단 것에 만족.

오, 스티븐 킹 팔로잉 해야겠네요. 스티븐 킹의 트윗이라면 음, 뭔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제이슨 므라즈 의 말들이 들어오지 않을까 했더니 전혀 눈에 안들어오더라고요? 제이슨 므라즈라는 이름만 눈에 들어오지...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못하니까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요. 아예 별 생각 없으면 스트레스도 안받을것 같은데.. ㅠㅠ

야홍이 2016-06-2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다 감동적입니다 글 하나 하나 오늘 제마음 같네요 다정하다는거 노력해야한다는거 ..감사해요

다락방 2016-06-28 09:46   좋아요 0 | URL
야홍이님이 읽으시기에 좋은 글이었다니 제가 더 좋으네요. 우리 이번 한 주도 잘 지내도록 해요.
 

오늘은 아침을 안 먹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기 때문인데,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어제 여동생이 아버지 입원하신 병원에 오면서 사온 빵을 내가 가져왔으니까. 이걸 회사에 가져가서 먹으면 되겠지, 하고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에 겁먹지 않았다. 나는 한 끼라도 '못먹었다'는 생각을 하면 초조해지는 여자사람. 어쨌든 그래서 쫄지 않고 빵을 싸가지고 출근을 했다. 출근하자마자 두유를 마시고-이건 입원하신 아버지 과일 사드리라며 m 이 과일값을 보내줘서 과일 대신 사서 아버지 병원에 가져다둔 거였다-, 커피를 내리고, 빵을 먹기 시작했다. 여동생은 쌀로 만든 빵을 사왔더랬다. 우선 단팥빵 하나를 사이좋게 반으로 갈라 동료1과 나누어 먹었다. 단팥이 가득했고 밤도 들어있어서 참 맛있었다. 그리고 색색깔의 작은 빵이 있었는데, 이건 총 네 개를 가져와서 동료 두 개 나 두 개, 이렇게 나눠가졌다. 이제 이 작은 빵을 먹을 차례. 나는 한 입 물고는 깜짝 놀랐다. 빵이 너무 의미가 없어. 그러니까 이렇게 생긴 빵이었다.



이렇게 생긴 빵인데 노랑색, 쑥색, 검정색, 갈색... 이런 것들이 봉지 안에 열 개 담겨 있는 빵이었는데, 눈누난나~ 하면서 베어 물었더니 세상에, 속은 이렇게 생긴 거다.




안에 아무것도 없어...그냥 반죽으로만 만든 빵이야... 아....나는 아침을 안먹고 온, 허기진(응?) 상태인데도, 이 빵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의미없어. 아니, 이게 뭐야???????????? 나는 진심 육성으로 쌍욕이 터졌다. 이건 뭐랄까, '배고프지? 일단 허기라도 달래'라는 의미로 만든 빵인건가.... '일단 허기만 달래, 맛은 나중 문제잖아' 하는, 그런 느낌. 나는 이런 느낌을 주는 음식을 진짜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중국집에서 주는 꽃빵을 엄청 싫어하고-아예 안먹음, 내 위가 아까움-, 햄버거 빵을 겁나 싫어하고-햄버거 먹다가 빵 던짐-, 수제비를 싫어한다. 이렇게 너무나 '끼니 때워'하는 느낌의 음식들. 나는 '맛있게' 먹고싶어!!!!! 나는 맛없으면 스테이크도 남기는 사람인데, 아니, 빵을 왜이렇게 만들어놔?????? 아, 너무나 내 취향 아닌 것.


그래서 다른 동료1에게 이 사정을 설명하고 '남은 하나 너 줄게' 했더니 좋다고 했다. 이 다른동료1은 꽃빵을 좋아한다. 이런 그냥 막 빵빵거리기만 하는 느낌의 빵을 좋아함. 맛있어한다. 나랑 음식 취향 너무나 다름. 아...너무나도 의미없는 빵이었어...깜짝 놀랐다 진짜...



나한테 이러지마..... 



나는 빵이 되어 말했다. '히히, 약오르지? 뭔가 있을 줄 알았지? 그런데 아무것도 없지롱 메롱~' 이러고 있으니까 옆에서 동료가 빵터져서 웃었다. 차장님은 빵도 되었다가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내뱉기도 했다가.... 아하하하하하. 






어제 이번호 시사인을 읽는데 <장정일의 독서일기>에서 다룬 책이 흥미로웠다.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이었다. 일부를 인용하자면 아래와 같다.










1967년 시카고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파이어스톤은 그 시대의 미국 청년들을 사로잡았던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에 투신했다. 하지만 좌파 운동가들이 밀집한 운동 현장에 여성은 없었다. 여성들은 사회변혁이라는 희망을 품고 진보운동에 참여했지만, 여자들을 차별하고 보조물 취급하기는 진보단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실에 분노한 파이어스톤은 여성 투표권 쟁취에 안주한 제1세대 페미니스트와 다른 급진 페미니스트 조직을 결성하고, 이때 남성 진보 운동가들과 벌였던 이론 투쟁의 결과물이 1970년에 나온 <성의 변증법>이다. -시사인 제458호, <장정일의 독서일기> 중




이 책이구나! 뭔가 표지도 마음에 들어! 사야겠다!!!!!













6월달엔 책 그만사자 싶어서 지금 이를 악물고 참고있는데, 저 책을 너무나 사고 싶다. 게다가 이 책들도!
















그리고 노정태의 리뷰를 보고 알게 된, 이 책도! 2006년에 나온 책이던데 어떤 내용일지 몹시도 궁금하다.














[책소개]


젠더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남성 독자들, 특히 젊은 독자들이 더 관심을 갖고 읽을 만한 책이다. '남성 페미니스트'임을 자임하는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남자들, 즉 여성학도 배우고 성평등이 뭔지 알면서도 여전히 남성 우월주의적인 남자들에게 남자 페미니스트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한국의 페미니스트가 너무 평화적이고 온건해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남자, 여성주의 정당이 생기면 기꺼이 당비를 내겠다는 남자, 한마디로 젠더 감수성이 풍부한 남자 권혁범은 대중문화를 보며 웃고 울며 즐기는 가운데 우리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가부장적 감수성을 조목조목 들춰낸다.

또한 그렇게도 싫어하는 자본 권력에 맞서 싸울 생각은 않고 아직도 권력과는 거리가 먼 '그 페미니즘'에 시비 거는 '그 진보주의 남성들'에게 미망에서 깨어날 것을 촉구하며, 페미니즘의 '페'자만 들어도 괜히 기분 나빠하고 그걸 후려치고 싶은 감정적 충동을 느끼는 남성들에게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깊은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라고 조언한다.





어제 남동생과 막걸리를 마셨다. 남동생 회사는 연간 개인 복지비가 이백만원이 조금 넘는데, 아무때나 자신이 원하는 걸 살 수가 있다. 벌써 선풍기며 부모님 옷이며 또 뭐더라..이것저것 잔뜩 사서 절반 정도를 쓴것 같은데, 나는 사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어제 남동생에게 '야, 니 복지비로 나 책 오만원어치만 사주면 안돼?' 물었더랬다. 그러자 남동생은 '기다려봐, 쓰다가 남으면 사줄게' 이러는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야속한 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내가 '일단 내 꺼 사주고나서 다른 거 사면 안돼?' 했더니 '응, 안돼' 한다. 이런 단호박같은 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회사는 왜 복지비가 없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그냥 책 팔아서 책 사야겠다 (http://www.aladin.co.kr/shop/usedshop/wshopitem.aspx?SC=12609). ㅠㅠ 돈 좀 벌어보자고 엊그제는 북펀딩에도  (http://www.aladin.co.kr/bookfund/bookfundview.aspx?pkid=771) 참여했다. 부질없나... 티끌 모아 티끌인것을...


티끌 모아 티이이끌.....






아 맞다. 이 책 샀는데, 언제 읽을진 모르겠지만, 띠지에 이렇게 써있더라.


<20세기 성애性愛 문학의 고전 국내 초역!>



성애........문학이라고? 아 두근두근. 얼른 지금 읽는 책 끝내고 이거 읽고 싶다. 두근두근..










미국에 있는 친구와 편지를 주고 받는다. 나는 편지지에 쓰거나 엽서에 써서 보내는데, 친구는 카드에 써서 보내준다. 봉투를 열고 카드를 꺼내면, 카드가 펼쳐지고 그 안에 가지런히 글자들이 놓여있다.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보내는 카드마다 너무 예쁜데, 어제 받아든 이 카드도 너무 예쁜 거다.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이 예쁠까. 이렇게 예쁜 카드를 받으면 기분이 참 좋다.


나도 편지지나 엽서 대신 카드에 보내고 싶어서 길을 걷다가 문구점이나 팬시점을 만나면 다 들어가보고-심지어 강원도 문구점까지 갔었다고!!- 인터넷도 뒤적여봤지만, 엽서 사이즈의 카드(그러나 펼치면 편지지 사이즈가 되는)를 찾을 수가 없더라. 나도 이렇게 예쁜 카드에 곱게 마음을 적어 보내고 싶은데... 미국에 있는 친구는 자신이 사는 곳에는 카드 샵이 있다고 했다. 오... 그렇다면 나도 외국 사이트를 뒤져봐야지! 아마존 같은데 뒤지면 있지 않을까? 유후-



자, 이제 일이나 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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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희망 2016-06-24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의미 없는 빵 좋아해요 뭐랄까 굉장히 검소하고 정갈해지는 기분?
질리지 않아 많이 들어가기도 하구요^^;; 보고싶은 책이 많이 겹치네요 찌찌뽕!!!

다락방 2016-06-24 09:4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제가 위에 언급한 동료1도 의미 없는 빵-모닝빵 같은!!-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아마도 더한 자극을 찾는 것 같아요. 원초적이랄까... 아하하하핫.

2016-06-24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4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6-06-2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아버님이 어디 아프신거에요 ㅠ.ㅠ 빨리 건강하게 나으셨으면 좋겠어요. 올해 초에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정말 그곳은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에요. 정말 정말로 아버님이 빨리 퇴원하시기를 기원드려요 ㅠ

왠지 요즘 독서를 하시는 걸 보면 급진적인 페미니스트가 출현하실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두근두근 ㅋ 다락방님은 사진이 졸리라서 그런지 전 예전부터 이분 페미니스트가 아닐까란 생각을 했는데...글들을 보다 보다 보니 원초적이며, 직설적이고, 자유분방하시더군요 하하하하

저도 의미 없는 빵은 싫어해요..뭔가 없는 느낌, 만들다가 만 느낌, 미완성품인 것 같은 느낌. 이걸 왜 돈 받고 팔지라는 분노 등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줘요. 전 햄이나 치즈가 들어간 빵만을 먹어요. 그것이 빵의 완성이라 여기거든요. 아~~밥 먹고 온지 30여분 빵 땡겨

남동생분 회사 막강하네요. 복지비 오 부럽 ㅋ 동생분 단호박 ㅋ 사실 가족에게는 엄해지는 것이 우리 한국 가족의 특징이죠. 내가 다 써도 형제자매에겐 주지 않으리..저도 누나에게 그래요. ㅎ

저는 읽을 책이 아직도 쌓여 있는데 왜 살 책들이 눈에 들어오죠? 귀신이 쓰인 것에요. 뭣이 중한지를 모르는거에요....

비 오는 금욜이고, 소주가 땡기는 날이지만 전 요즘 금연을 해요. 병원가서 약처방 받고 챔픽스 먹어요. 담배를 안 피고 술도 안 땡기고 금욕적인 삶을 보내고 있어요. 오늘은 고시원에서 고요하게 공부할 거에요. 제 인생에 불금은 지워졌어요. 후후후후후후후

아 그리고 제가 실수한 걸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해 주셨잖아요. ㅋ 감사해요 ㅠ.ㅠ 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맨날 실수하고 반복하기는 하거든요. 칭찬해 주시니 정말 그렇게 살아야 겠어요. 히힛

다락방 2016-06-27 10:34   좋아요 0 | URL
아버지가 탈장으로 수술하셨어요. 수술도 잘 됐고 이제는 퇴원하셔서 집에서 회복중이세요. 고맙습니다. ㅎㅎ

저는 제가 페미니스인줄 몰랐던 시절에도 페미니스트였더라고요.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으르렁 거렸고 맞서곤 했거든요. 뭔지 잘 모르면서 `이건 아니다` 했던 것들에 대해서 늘 으르렁거리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금욕적인 사람이라 하시니 하아- 저는 얼마나 욕망에 시달리는 사람인가 싶네요. 아니 언제나 욕망에 굴복하는, 금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죠. ㅎㅎㅎ 매일 술이며 안주에...아하하하하하하하하.

월요일이에요, 루쉰님. 우리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갑시다!

하이드 2016-06-24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화점 지하 포장코너 가면 예쁜 카드 많아요. 비싸지만.. 아님 텐바이텐에서 일반카드 검색해서 뒤져보면 수입폴딩카드 예쁜거 찾을 수 있구요. 파이낸스 지하 문구 파는 곳에도 좀 있습니다.

다락방 2016-06-27 10:35   좋아요 0 | URL
텐바이텐에서 열심히 검색해서 주문했었는데 사이즈가 병맛이더라고요. 그때의 허탈함이라니.. ㅠㅠ 금요일에는 아마존에서 사려다가 열받아서 때려쳤고요 ㅠㅠ 백화점 포장코너를 다음에 한 번 가봐야겠네요. 그런데 미국가서 사는 게 제일 빠를 것 같아요. 어휴.. ㅠㅠ

하이드 2016-06-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저에게 빵은 위와같은 식사빵이 내가 생각하는 빵! ㅎㅎ

다락방 2016-06-27 10:36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불족발에 치즈에 뭔가 저랑 식성 좀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빵에서 확 갈리네요? ㅋㅋㅋㅋㅋ

감은빛 2016-06-24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잼이나 단팥이 들어간 빵을 싫어하고 달달한 카스테라 류도 싫어해서 그나마 먹는 빵은 속에 아무것도 안 든 모닝빵 같은 것들이예요.

권혁범 책을 담아갑니다. 꼭 읽어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6-06-27 10:39   좋아요 0 | URL
제가 의미를 찾을 수 없어하는 모닝빵을 좋아하시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아무것도 들지 않은 빵이어도 맛있는 빵이 좋아요. 버터가 미친듯이 녹아들어간 스콘이라든가, 시나몬 롤이라든가 하는 것들이요. 빵 자체에 어떤 맛이 있어야 하는데 모닝 빵은 그냥 .. 빵일 뿐이죠... ㅎㅎㅎㅎㅎㅎㅎㅎ

감은빛님 안주 스타일은 저랑 잘 맞는 것 같은데 빵 스타일은 다르네요. ㅋㅋㅋㅋㅋ 제가 나중에 시나몬롤 사드릴게요. 드셔보세요. ㅎㅎ

세실 2016-06-24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 빠른 쾌유를 빕니다. 걱정할만큼은 아니신거죠?
음 맛 없는건 스테이크도 남기는....나도 하고 말테야요^^

다락방 2016-06-27 10:4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세실님. 아버지는 퇴원하셨고 회복중이세요.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지시겠죠. 힛.
고맙습니다!!

마노아 2016-06-24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미없는 빵에 빵 터졌어요. 과자로 치면 참크래커? ㅋㅋ

다락방 2016-06-27 10:40   좋아요 0 | URL
그쵸 ㅋㅋㅋㅋㅋㅋㅋ 집에 남아 돌아도 잘 안먹게 되는 참크래커 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딸기쨈을 발라 먹거나 치즈를 얹어먹으면 맛있어지는, 자체로는 의미없는 과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6-06-27 16:09   좋아요 0 | URL
과자로 치면 참크래커 ㅋㅋㅋㅋㅋ 저는 참크래커 아이비 이런 거 좋아하지만 공감은 되네요 ㅋㅋㅋ

다락방 2016-06-27 16:40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참크래커 아이비 잘 먹기는 해요 ㅋㅋㅋㅋㅋ

moonnight 2016-06-2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고생하셨네요. 쾌유를 빕니다. 그리고 동생분 회사 복지비 부러워요ㅠㅠ; 저도 책사려고 부지런히 읽은책 팔고 있어요. 호호^^;

다락방 2016-06-27 12:1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많이 좋아지고 계세요.

동생 복지비는 넘나 부럽죠 ㅠㅠ 우리 회사는 뭐하는 회사인가..싶네요 ㅠㅠ
책이 부지런히 팔리기는 하는데 한 권씩 팔려서 돈이 되질 않네요 ㅋㅋㅋ 왕창 팔려야 목돈이 좀 생길텐데 ㅋㅋㅋ 책 한 권 살 돈 마련하기도 이렇게나 어렵네요.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