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을 안 먹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기 때문인데,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어제 여동생이 아버지 입원하신 병원에 오면서 사온 빵을 내가 가져왔으니까. 이걸 회사에 가져가서 먹으면 되겠지, 하고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에 겁먹지 않았다. 나는 한 끼라도 '못먹었다'는 생각을 하면 초조해지는 여자사람. 어쨌든 그래서 쫄지 않고 빵을 싸가지고 출근을 했다. 출근하자마자 두유를 마시고-이건 입원하신 아버지 과일 사드리라며 m 이 과일값을 보내줘서 과일 대신 사서 아버지 병원에 가져다둔 거였다-, 커피를 내리고, 빵을 먹기 시작했다. 여동생은 쌀로 만든 빵을 사왔더랬다. 우선 단팥빵 하나를 사이좋게 반으로 갈라 동료1과 나누어 먹었다. 단팥이 가득했고 밤도 들어있어서 참 맛있었다. 그리고 색색깔의 작은 빵이 있었는데, 이건 총 네 개를 가져와서 동료 두 개 나 두 개, 이렇게 나눠가졌다. 이제 이 작은 빵을 먹을 차례. 나는 한 입 물고는 깜짝 놀랐다. 빵이 너무 의미가 없어. 그러니까 이렇게 생긴 빵이었다.
이렇게 생긴 빵인데 노랑색, 쑥색, 검정색, 갈색... 이런 것들이 봉지 안에 열 개 담겨 있는 빵이었는데, 눈누난나~ 하면서 베어 물었더니 세상에, 속은 이렇게 생긴 거다.
안에 아무것도 없어...그냥 반죽으로만 만든 빵이야... 아....나는 아침을 안먹고 온, 허기진(응?) 상태인데도, 이 빵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의미없어. 아니, 이게 뭐야???????????? 나는 진심 육성으로 쌍욕이 터졌다. 이건 뭐랄까, '배고프지? 일단 허기라도 달래'라는 의미로 만든 빵인건가.... '일단 허기만 달래, 맛은 나중 문제잖아' 하는, 그런 느낌. 나는 이런 느낌을 주는 음식을 진짜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중국집에서 주는 꽃빵을 엄청 싫어하고-아예 안먹음, 내 위가 아까움-, 햄버거 빵을 겁나 싫어하고-햄버거 먹다가 빵 던짐-, 수제비를 싫어한다. 이렇게 너무나 '끼니 때워'하는 느낌의 음식들. 나는 '맛있게' 먹고싶어!!!!! 나는 맛없으면 스테이크도 남기는 사람인데, 아니, 빵을 왜이렇게 만들어놔?????? 아, 너무나 내 취향 아닌 것.
그래서 다른 동료1에게 이 사정을 설명하고 '남은 하나 너 줄게' 했더니 좋다고 했다. 이 다른동료1은 꽃빵을 좋아한다. 이런 그냥 막 빵빵거리기만 하는 느낌의 빵을 좋아함. 맛있어한다. 나랑 음식 취향 너무나 다름. 아...너무나도 의미없는 빵이었어...깜짝 놀랐다 진짜...
나한테 이러지마.....
나는 빵이 되어 말했다. '히히, 약오르지? 뭔가 있을 줄 알았지? 그런데 아무것도 없지롱 메롱~' 이러고 있으니까 옆에서 동료가 빵터져서 웃었다. 차장님은 빵도 되었다가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내뱉기도 했다가.... 아하하하하하.
어제 이번호 시사인을 읽는데 <장정일의 독서일기>에서 다룬 책이 흥미로웠다.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이었다. 일부를 인용하자면 아래와 같다.
1967년 시카고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파이어스톤은 그 시대의 미국 청년들을 사로잡았던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에 투신했다. 하지만 좌파 운동가들이 밀집한 운동 현장에 여성은 없었다. 여성들은 사회변혁이라는 희망을 품고 진보운동에 참여했지만, 여자들을 차별하고 보조물 취급하기는 진보단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실에 분노한 파이어스톤은 여성 투표권 쟁취에 안주한 제1세대 페미니스트와 다른 급진 페미니스트 조직을 결성하고, 이때 남성 진보 운동가들과 벌였던 이론 투쟁의 결과물이 1970년에 나온 <성의 변증법>이다. -시사인 제458호, <장정일의 독서일기> 중
이 책이구나! 뭔가 표지도 마음에 들어! 사야겠다!!!!!
6월달엔 책 그만사자 싶어서 지금 이를 악물고 참고있는데, 저 책을 너무나 사고 싶다. 게다가 이 책들도!
그리고 노정태의 리뷰를 보고 알게 된, 이 책도! 2006년에 나온 책이던데 어떤 내용일지 몹시도 궁금하다.
[책소개]
젠더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남성 독자들, 특히 젊은 독자들이 더 관심을 갖고 읽을 만한 책이다. '남성 페미니스트'임을 자임하는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남자들, 즉 여성학도 배우고 성평등이 뭔지 알면서도 여전히 남성 우월주의적인 남자들에게 남자 페미니스트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한국의 페미니스트가 너무 평화적이고 온건해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남자, 여성주의 정당이 생기면 기꺼이 당비를 내겠다는 남자, 한마디로 젠더 감수성이 풍부한 남자 권혁범은 대중문화를 보며 웃고 울며 즐기는 가운데 우리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가부장적 감수성을 조목조목 들춰낸다.
또한 그렇게도 싫어하는 자본 권력에 맞서 싸울 생각은 않고 아직도 권력과는 거리가 먼 '그 페미니즘'에 시비 거는 '그 진보주의 남성들'에게 미망에서 깨어날 것을 촉구하며, 페미니즘의 '페'자만 들어도 괜히 기분 나빠하고 그걸 후려치고 싶은 감정적 충동을 느끼는 남성들에게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깊은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라고 조언한다.
어제 남동생과 막걸리를 마셨다. 남동생 회사는 연간 개인 복지비가 이백만원이 조금 넘는데, 아무때나 자신이 원하는 걸 살 수가 있다. 벌써 선풍기며 부모님 옷이며 또 뭐더라..이것저것 잔뜩 사서 절반 정도를 쓴것 같은데, 나는 사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어제 남동생에게 '야, 니 복지비로 나 책 오만원어치만 사주면 안돼?' 물었더랬다. 그러자 남동생은 '기다려봐, 쓰다가 남으면 사줄게' 이러는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야속한 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내가 '일단 내 꺼 사주고나서 다른 거 사면 안돼?' 했더니 '응, 안돼' 한다. 이런 단호박같은 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회사는 왜 복지비가 없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그냥 책 팔아서 책 사야겠다 (http://www.aladin.co.kr/shop/usedshop/wshopitem.aspx?SC=12609). ㅠㅠ 돈 좀 벌어보자고 엊그제는 북펀딩에도 (http://www.aladin.co.kr/bookfund/bookfundview.aspx?pkid=771) 참여했다. 부질없나... 티끌 모아 티끌인것을...
티끌 모아 티이이끌.....
아 맞다. 이 책 샀는데, 언제 읽을진 모르겠지만, 띠지에 이렇게 써있더라.
<20세기 성애性愛 문학의 고전 국내 초역!>
성애........문학이라고? 아 두근두근. 얼른 지금 읽는 책 끝내고 이거 읽고 싶다. 두근두근..
미국에 있는 친구와 편지를 주고 받는다. 나는 편지지에 쓰거나 엽서에 써서 보내는데, 친구는 카드에 써서 보내준다. 봉투를 열고 카드를 꺼내면, 카드가 펼쳐지고 그 안에 가지런히 글자들이 놓여있다.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보내는 카드마다 너무 예쁜데, 어제 받아든 이 카드도 너무 예쁜 거다.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이 예쁠까. 이렇게 예쁜 카드를 받으면 기분이 참 좋다.
나도 편지지나 엽서 대신 카드에 보내고 싶어서 길을 걷다가 문구점이나 팬시점을 만나면 다 들어가보고-심지어 강원도 문구점까지 갔었다고!!- 인터넷도 뒤적여봤지만, 엽서 사이즈의 카드(그러나 펼치면 편지지 사이즈가 되는)를 찾을 수가 없더라. 나도 이렇게 예쁜 카드에 곱게 마음을 적어 보내고 싶은데... 미국에 있는 친구는 자신이 사는 곳에는 카드 샵이 있다고 했다. 오... 그렇다면 나도 외국 사이트를 뒤져봐야지! 아마존 같은데 뒤지면 있지 않을까? 유후-
자, 이제 일이나 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