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번과 마녀》는 각 장이 시작할 때마다 인용구들이 삽입되어 있다. 2장 <노동축적과 여성의 지위하락>에 삽입된 인용구(p.98)는 이것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있어서 파편화된 상품이었다. 그녀의 감정과 선택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와 심장은 등뼈와 손에서 분리되어 있었고, 자궁과 질에서 분열되어 있었다. 그녀의 등뼈와 근육은 밭일로 내몰렸고, 손은 백인을 간호하고 양육해야 했고, 그의 성적 즐거움에 봉사하는 그녀의 질은 자궁으로 가는 통로였으며, 자궁은 그가 자본을 투자하는 장소였다. 성행위가 자본투자 행위며, 그 결과 태어나는 아이는 축적된 잉여였다 …….

-바바라 오몰라드, 「암흑의 핵심」, 1983



나는 저 바바라 오몰라드의 문장을 읽고 흥분해, 저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냥 모든 게  다 들어있지 않은가!! 아마도 단편이거나 한 게 아닐까, 아니면 논문인걸까. 검색창에 '암흑의 핵심'을 넣어봤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만 수두룩하게 나오더라. 그래서 '바바라 오몰라드'를 넣고 검색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 몰라 네이버에 넣고 검색했지만, 그래도 나오지 않았다.



'바바라 오몰라드'는 누구이며, 저 인용문의 출처는 도대체 내가 어떻게 읽을 수 있는 것인가. 원서라도 똭- 검색이 된다면 아무 출판사에나 들이밀고, 이 책 좀 내주시면 안될까요, 해볼 수 있을텐데 아무것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혹시, 어쩌면, ㅁㄹ 님은 아시지 않을까.....(  ")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캘리번과 마녀를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다. 포스트잇 붙여가면서, 색연필로 밑줄 그어가면서. 그런데 이 색연필..아마도 그 뭣이냐, 무슨 어린이책 살 때 굿즈로 받았던 것 같은데, 타미 줄까 하다가 그냥 내가 쓰고 있는데, 너무 좋다! 하나의 색연필 안에 여러가지 색깔이 들어 있어서 밑줄 그을 때마다 색이 다르고, 줄 쳐지는 느낌도 좋아서 공부하는 느낌이 아주 제대로인거다. 앞으로 밑줄은 이 색연필로만 긋고 싶은데, 그런데 이런 색연필은 도대체 뭐라고 검색해서 사야 하는건지를 모르겠다. 내게는 형광펜이나 볼펜보다 훨씬 좋은 것이다!!




이런 색연필 뭐라고 검색해서 사는건가요? 혼합색연필? 믹스컬러 색연필? 알 수가 없다... '컬러는 우리안에?' 아, 모르겠다.....다 가진 색연필? 아..모르겠다.....



아무튼 바바라 오몰라드의 암흑의 핵심이 궁금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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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02-1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색연필로 줄긋기 하는데... 이게 형광펜이나 볼펜과는 또 다른 맛이라. ㅎㅎㅎ 아 이 책도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19-02-12 09:53   좋아요 1 | URL
맞아요. 또 다른 맛 ㅋㅋㅋ 이걸로 밑줄 그으면서 보는데 막 공부하는 느낌 들고 너무 좋아요! ㅋㅋㅋ 쟁여두고 싶어요.
비연님도 이 책 읽으세요!
근데 전 이 책 어렵네요 ㅠㅠ

단발머리 2019-02-1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저 색연필에 빠져서는 읽고 있는 모든 책을 빨주노초파남보로 아름답게 색칠하였더랬죠.
근데 이름을 모르겠네요, 무지개 색연필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같은 마음으로 ㅁㄹ님을 기다려봅니다^^

다락방 2019-02-12 09:54   좋아요 0 | URL
오오.. 무지개 색연필? 그건 또 생각도 못해봤네요. 무지개 색연필로 검색해야겠어요. 어쨌든 검색해서 찾게 되면 쟁여둬야 겠어요. 저 색연필 밑줄 그을 때마다 완전히 다른 색들의 향연이라 너무 씐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쯤되면 줄긋기 위해 책을 읽는 건 아닌지.... 흐음...


ㅁㄹ 님이 답을 주시지 않을까, 저도 기다려봅니다. 많은 것들을 아시는 분..이것도 아실 것 같은데 ㅠㅠ

다락방 2019-02-12 09:57   좋아요 0 | URL
꺅 >.<
단발머리님, 무지개 색연필로 검색하니 나왔어요. 막 주문을 마친 상태입니다. 저 스무개 주문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2-12 10:04   좋아요 1 | URL
진짜요????? 진짜 무지개 색연필이었어요? 생각나는대로 붙인 이름인데, 그게 맞았단 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막 던졌는데 그게 맞는 말이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무개 주문했다면.... 한 자루 있으면 10권, 아니 20권은 줄 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이십 곱하기 이십??
400권 확보!! 와~~~ 스케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12 10:07   좋아요 0 | URL
아 취소하고 열 개로 줄여야겠다. 이놈의 스케일은 그냥 아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02-12 11:16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거 하나 있는데.. 라고 반가운 마음에 쭈욱 읽다보니.. 락방님. 20개.. 아니 줄여서 10개 주문..헉.

비연 2019-02-12 11:18   좋아요 0 | URL
https://smartstore.naver.com/dnara/products/3845185740?NaPm=ct%3Djs14zfk8%7Cci%3Dda2d213fac09d9fbcde8b1640fa683f51e80a8ed%7Ctr%3Dslsl%7Csn%3D583975%7Cic%3D%7Chk%3Dbaea878b90eba1aae60dcd9a5ad05e7ab6822d9d

이런 거죠?

다락방 2019-02-12 11:19   좋아요 1 | URL
네네 줄여서 10개 주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링크 올리신 바로 그곳에서 샀어요. 네이버페이로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2-12 11:21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의 거침없는 주문을 부른 나의 소소한 기억력이 새삼 자랑스러운 아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12 11:34   좋아요 0 | URL
지름신을 몰고 오셨습니다,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02-1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영부영하다가.. ㅜㅜ 베트남에서 못 읽으셨던 다락방님 보다 더 늦네요..
빠르게 합류.. ^^:; 해서. 곧 따라 갈께요.

어? 저도 저 색연필을 단발머리님 말처럼 무지개색연필로 알고 있어요.

다락방 2019-02-12 10:01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읽고 얼른 글 좀 써주세요. 저는 이게 좀 어려워서요.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야 비로소 좀 이해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이 책 진도가 잘 안나가요. 제게는 백래시, 페미사이드,우리의의지에 반하여 보다 이 책이 더 어렵네요. 제 지식이 너무 얕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여러방면에 지식을 갖고 있어야할 것 같더라고요.

저건 무지개색연필로 검색했더니 나와서 왕창 주문해버렸어요 ㅋㅋㅋ

블랙겟타 2019-02-12 10:12   좋아요 0 | URL
네. 저라고 딱히 다락방님의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요...ㅎㅎㅎㅎ^^;;
오늘부터 많이 읽어서 얼른 글 쓸게요.

아 무지개색연필이 맞았네요 ㅎㅎ 그런데.. 응? 스,,스무개?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12 10:17   좋아요 1 | URL
방금 정신차리고 열개로 줄여서 다시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9-02-1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서 무지개 색연필 검색

다락방 2019-02-12 12:20   좋아요 0 | URL
공부가 잘되는 느낌적 느낌입니다.
(필기구 탓하는 건 공부못하는 사람의 전형적 특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2-12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들은 마치 <색연필과 마녀> 페이퍼에 달림직한 것들이네요 ㅎㅎㅎㅎㅎ 그 경우 마녀는 단발님인가 다락방님인가.....

다락방 2019-02-12 13:32   좋아요 0 | URL
우리 둘다 마녀하는거죠. 이곳은 마녀의 세계. 웰컴투 마녀월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바 2019-02-12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는 여기서 시작된 건가요?ㅋㅋㅋㅋ 다락방님 글을 보니 저도 바바라 오몰라드가 궁금해 검색해보았습니다.

바바라 오몰라드가 쓴 ‘암흑의 핵심‘은 1995년에 발표된 에세이네요.
https://philpapers.org/rec/OMOHOD
https://alanahpierce.wordpress.com/2011/04/05/hearts-of-darkness-by-barbara-omolade/

간단한 바이오그래피는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archives.qc.cuny.edu/finding_aids/Omolade
https://www.sarahlawrence.edu/archives/collections/finding-aids/b/barbara-omolade-papers1.html

다락방 2019-02-12 15:41   좋아요 0 | URL
에이바님, 아니, 에이바님 아니십니까! 에이바님!! (일단 와락- 끌어안는다) 반가워요 ㅠㅠ

링크해주신 걸 구글번역을 통해 내용 봤거든요. 와, 엄청 흥미로운데(얼마전에 읽었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생각도 나고요. 거기서도 흑인여성에 대한 성착취-노예를 더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도-가 나왔었거든요), 국내 번역본은 없는가보네요. 이런 것 좀 국내에서 번역해서 내주면 좋을텐데요.

그나저나 저는 어떻게 검색해야할지도 몰랐는데 이렇듯 링크를 척- 주시니 감사합니다, 에이바님. 후훗.

단발머리 2019-02-12 15:54   좋아요 0 | URL
저도 ‘암흑의 핵심‘은 콘래드 밖에 몰라서 궁금했는데 와우!!

이런 링크 너무 고급져요.
저도 얼른 따라가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9-02-12 15:5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번역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진짜 간절하게 들어요. 흑흑 ㅠㅠ

단발머리 2019-02-12 16:01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 전화하시면 어떠실런지요.....
저는 아직 안 읽어봤지만 그런 마음이 아주 강하게 드네요. ㅠㅠ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다시 여름, 한정판 리커버)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몇 해전에 류근 시인 산문집 읽고 대실망 했었는데 박준은 그보다 낫지만, ‘남자 시인의 산문집’은 읽지 않는 걸로 결정했다. 박준은 시만 읽고 류근은 시도 안읽어야지. 이병률도 아무것도 안읽어야지. 이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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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2-12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톤 산문집도 싫었어 ㅎㅎ

단발머리 2019-02-12 07:42   좋아요 0 | URL
좋아요, 하는 쓸쓸한 마음...
다락방님 조언에 나도 에피톤 안 읽을꺼야 결심하는 아침. 다락방님, 굿모닝^^

다락방 2019-02-12 15:45   좋아요 0 | URL
그 책 안읽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어요. 패쓰하세요 ㅎㅎ

보물선 2019-02-12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오글거리시나요? ㅋㅋ

다락방 2019-02-12 08:53   좋아요 4 | URL
뭐랄까, 남자시인들 특유의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오글거리고 찌질한 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제 취향 아닌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왜 그 노래 있잖아요, 김건모의 <미안해요>

그대여~ 밥 한 번 못사주고 미안해요~ 이러는 거. 밥도 못사주는 찌질함에 미안하다고 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물선 2019-02-12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그러네요. ㅎㅎㅎㅎ

뒷북소녀 2019-02-1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에피톤도 산문집 있었어요?ㅋㅋ 저는 이석원도요.

다락방 2019-02-14 13:25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이석원 한 권 읽고 제 타입 아니다, 멀찌감치 밀어버렸답니다. ㅎㅎ
 

다낭에 갔을 때 친구와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레스토랑에 들렀다. 우리는 항상 여행지에 가면 첫날 밤에는 스테이크를 먹으며 이 여행을 즐기자고 건배를 하곤 했다. 그 날도 그랬는데, 마침 우리 옆에는 한국인 젊은 남녀커플이 앉아 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온 것 같아 거의 다 먹어갔고, 테이블이 바싹 붙어있는 탓에, 그들이 와인을 잔으로 주문해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커플은 아주 젊어 보였는데, 그러니까 20대로 보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명절에 해외로 둘이 여행을 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스테이크와 와인을 먹을 수 있었을까. 나는 20대 때에는 외국에 가는 걸 생각해보지 못했었는데(29살에 뉴욕에 가긴 했지만), 어떻게 이들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올 수 있었을까. 동남아라는 여행지의 특성상 비행기값도, 호텔비도, 물가도 저렴하니 마음먹으면 오지 못할 이유야 없지만, 정말 나 때랑은 많이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면 동남아로 여행갔을 때는 유독 젊은 커플이 많이 보였다.



친구와 신나서 와인을 시키고 스테이크를 주문해 먹었다. 리조또와 사이드도 주문해 먹었고.





그런데 자꾸 옆 테이블이 신경쓰였다.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젊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낯선 나라에 여행왔다는 게. 낯선 곳에 와 낯선 사람들 틈에서 낯선 언어로 음식을 주문하고, 그리고 그 시간을 온전히 함께 보내는 것. 그것은 얼마나 좋을까. 내가 저 나이때는 해보지 못했던 것. 그러고보면 나는 한 번도 연애중인 남자와 함께 이국을 여행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해보지 못한 걸 저렇게 젊은 나이에 해보는 그들이 마냥 부러웠다. 저들은 지금 저들이 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알까.


















김금희의 짧은 소설을 읽고 있다. 부모와의 이야기, 친구들의 이야기, 연인들의 이야기등, 많은 짧은 이야기들에 많은 사람들의 많은 사연이 담겨있는데, 그러다보니 여행에 대한 것도 많다. 친구들끼리 여행 간것도 있지만 연인들이 간 것도 있어.



한동안 상조와 윤경은 원피스에 대한 기억을 맞춰보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아야 했다. 하나의 기억이 더해지면 그것을 상쇄하는 전혀 다른 기억이 등장하는, 극성이 다른 기억이 또 다른 기억을 밀어내는 듯한 시간이었다. 원피스가 상조의 집에 있다고 확신하는 지점부터 상조는 동의하지 않았다. 윤경은 둘이 교토 여행을 갔을 때 그 원피스를 입었고 료칸에 두고 오는 바람에 상조네 집 주소로 돌려받았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상조는 여행에서 윤경이 그런 원피스를 입었다는 사실마저 기억하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윤경은 이성적으로라면 꼼꼼히 삭제해야 했지만 불행히도 아이폰의 아이클라우드에 저절로 저장되어버린 사진들을 뒤적여 그들이 은각사를 배경으로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보내주어야 했다. 사진에서 둘은 웃고 있었다. (원피스를 돌려줘, p.19)




이성적이라는 건 뭘까. 어쩌면 상조는 여행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처럼, 사진 조차 말끔히 지워버렸을지도 모른다. 관련된 물건도 다 버렸을지도 모르고. 그러나 윤경은 아이클라우드를 뒤지면 그들이 함께한 여행에 관련된 사진을 찾아낼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아이클라우드를 부러 뒤지는 게 아니어도, 그저 그 자리에 늘 그랬던 것처럼 있다. 나는 아예 삭제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성적으로라면? 그렇다면 꼼꼼히 지워야했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내가 왜 사진을 지워야하는지 모르겠다. 내 지갑속에도 여전히 사진은 고이 간직되어 있다.



윤이 파리 살롱에 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프랑스인 사장이 파리에서 직접 사용했던 온갖 낡은 물건들과 대대손손 찍은 흑백의 가족사진들과 책들과 프랑스풍 자수로 된 테이블보가 덮여 있는 이곳이 윤과 경이 떠났던 파리 여행을 떠올리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 둘은 연애를 시작한 지 8개월 남짓된 무렵이었고 그들의 감정은 반짝였다. 마치 밤이면 더욱 빛나는 에펠탑처럼. (파리 살롱, p.64-66)




윤은 경과 다퉜다. 다투고 나서 처음 만나는 걸 파리 살롱으로 정했다. 그들의 반짝이던 파리 여행을 떠올리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곳으로 경을 불러냈다. 그러나 경은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았고, 나타나지도 않았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함께한 여행인데 누군가에게는 내내 기억되고 간직될 수 있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워버려야 할 무엇일런지도 모른다. 나는 지갑에 고이 사진을 간직하고, 핸드폰에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지만, 내가 그렇게 기억하고자 하는 상대는 다른 연애를 시작하기에 앞서 모든 것들을 삭제하고, 지워내고, 잊었을런지도 모른다. 그건 내가 알 수 없다. 그건 그가 그 자신에게 하는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나는 나의 기억과 나의 핸드폰에만 관여할 수 있을 뿐이다.



윤이 경과 파리를 갔다니, 연애를 시작한 지 8개월차에 갔다니, 나는 그것도 너무 신기했다. 파리라면, 동남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곳인데, 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갈 수 있었을까. 그들은 그 여행을 어떤 기억으로 남겼을까. 어떤 추억을 쌓았을까. 그곳에서 그들은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일본에 간 상조와 윤경은 어떻고. 윤경이 즐겨 입던 원피스를 입고 함께 여행했던 일본은, 각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상조와 윤경은 헤어진 지 일년째인데, 그 사이에 그들 사이에는 또 다른 어떤 이야기들이 쓰여졌을까. 윤경이 클라우드를 뒤져서 사진을 찾아냈다는 것은, 사실 그 사이에는 굳이 그 사진을 볼 일이 없었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상조는, 기억에도 없는 만큼 부러 사진들을 지워냇을지도 모른다. 다른 여자와 연애를 할 경우, 전여자친구와의 여행사진을 핸드폰에 남겨두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 있으니까. 그랬을테니까.



어쩌면 지금은 이렇게나 많은 젊은 커플들이 함께 외국으로 여행가기도 하는 모양이구나, 새삼 생각했다. 나는 여태 살면서 해보지 못했던 것을, 해보고 싶었으나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을, 다른 사람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해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의 젊음과, 함께할 수 있는 여행이 부러웠다. 여행을 가서 반드시 즐거우리란 보장은 없지만, 함께 여행지를 고르고 예약을 하고, 함께 비행기를 타고, 함께 낯선 곳에 도착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걷는 일은 분명 특별한 일이니까. 그 시간들은 그대로 그 당시에 차곡차곡 쌓였을 테니까.


그 여행은 그러나 각자에게 다르게 기억될 수 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그들은 다툴 수도 있고 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 여행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어, 라고 생각될 수도 있고, 우리는 여행으로 맞지 않는 사람들인 것 같아, 했을 수도 있다. 아, 그 사람하고 함께한 여행은 정말 달콤했는데, 라는 추억을 불러낼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 그들은 각자 다른 상대와 또다른 곳을 여행할 수도 있다. 아니면 같은 곳을 아예 다른 상대와 가게 될 수도 있고.



다낭에 가서 옆 테이블의 커플을 보고 마음이 복잡해졌던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외국으로 여행간 커플들을 보고 또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떤 사람들에겐 그저 로망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실현되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그 추억이 다르게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복잡한 생각이 들게 했다.


나는 항상 비행기를 같이 타보고 싶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앞으로는 그럴 수 있을지, 그조차도 잘 모르겠다.


그와 이국에서 만난 일은 있다. 내가 낯선 나라로 가고 그 역시 낯선 나라로 나를 만나기 위해 왔던 일. 우리는 각자 비행기를 예약하고 각자가 살고 있는 땅에서, 만나기 위해 서로의 나라로부터 떨어진 다른 나라에서 만났다. 나보다 조금 더 공항에 일찍 도착한 그는, 내가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낯선 나라에 도착해, 출구로 나가지 않고 환승 게이트로 가 헤매이는 동안, 입국 수속을 받기 위해 그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그는 바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나갔을 때 그는 거기에 있었고, 그렇게 만나자마자 우리는 서로를 안아주었다. 내가, 이국에서, 그를 만난다.



나는 그 나라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공항에 있는 마트에 들어가 장을 보았다. 아마 우리가 지금 호텔로 들어가면 서로의 긴 비행시간으로 인해 피곤해 바깥으로 나오고 싶지 않을테니, 장을 좀 봐가지고 들어가자. 우리는 과일을 샀고 안주를 샀다. 각자가 서로를 위해 가지고 온 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 룸서비스를 시켜두고 각자가 가져온 술을 꺼냈다. 나는 꽃다발도 준비해둔 터다. 한국에서부터 그 나라까지, 나는 꽃을 가지고 갔다.


나는 그 나라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술을 마셨고, 스테이크를 먹었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음악을 들었다. 내가 산책을 하는 동안 그는 수영을 했다. 함께 샤브샤브를 먹고 쇼핑을 했고 방향을 잃었을 땐 멈추어서서 지도를 들여다보며 방향을 찾기도 했다. 마사지를 받으러 가서는 나란히 엎드려 마사지 해주는 직원 분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를 마사지해주던 여자분은 한국의 이민호를 사랑한다 말했다. 여기선 누구나 이민호를 사랑해요, 어떻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나는 그 말을 듣다가 말했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러자 그녀는 놀랐다는 듯, 왜 그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 때 그가 대답했다.



"She loves me."



나는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민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가 말해서, 나와, 그와, 그 곳에 있던 두 명의 마사지해주시던 분들이 함께 깔깔대고 웃었더랬다. 나는 그의 그런 점들을 좋아했다. 너무나 당연하게 내 사랑을 믿던 일. 그것에 자신을 가지던 일.



나는 그 나라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 나라가 처음이었으나, 그는 나 이전에 그곳에 다른 여자와 '함께' 그곳에 '들렀던' 적이 있다. 그러니 그곳에서 우리가 함께한 동안 그 시간은 또 우리에게 전혀 다르게 각자의 풍경으로 적혔을 수 있다. 나는 그곳에서 그에게 최선을 다했고 그 역시 그렇지만, 어쩌면 그는 틈틈이 지난 시간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묻지 않았고 물을 필요도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어쩌면 지난 시간과 나와 함께 있던 시간을 나름대로 혼자 비교하고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내가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그곳에서 행복했다. 혼자 산책하러 호텔 바깥으로 나갔을 때, 그곳의 온도와 습도와 공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껏 좋아했더랬다. 나는, 이곳이 좋아. 나는 동남아를 좋아한다! 그렇게 혼자 걸으면서 사진을 찍어 동생들과 엄마에게 보냈을 때, 엄마랑 동생 모두가 얘기했다.


"너 행복해 보여."



나는 그곳에서 행복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내가 잊고 싶지 않은 것을 상대는 잊고 싶어할 수 있다.

상조는 기억에도 없는 원피스를 윤경은 기어코 찾아내 들이밀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함께한 여행은 서로에게 각자 다른 식으로 적힐 수 있다.

함께한 파리가 기억을 불러내 우리를 다시 사이좋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파리 살롱을 약속 장소로 정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상대는 우리가 꼭 만나야 되느냐며 그 자리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내 핸드폰과 내 지갑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들은, 상대에게는 지워내야 할 것들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면 기억나지 않는 것들.



그러나 이 모든 건 헤어졌을 때 얘기. 만약 둘이 여전히 진행중이라면, 좀 더 오래, 그리고 좀 더 오래 함께한다면 역시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건 고스란히 함께하는 추억이 되어 자꾸만 되씹어볼 이야기들이 될 수 있다. 우리 일본 갔을 때 말야, 라고 시작하는 얘기에, 어, 우리 은각사 앞에서 사진 찍었잖아, 라고 대응할 수 있고, 우리 파리갔을 때 말야, 응 근데 에펠탑 앞에 너무 춥지 않았어? 할 수도 있다. 우리 맛사지 받았을 때 당신이 웃겼잖아, 라고 하면 야, 근데 니가 나를 사랑하는 건 사실이잖아, 로 응수할 수도 있다. 헤어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함께라면. 그러면 부러 한 쪽이 지워낼 필요도 또 부러 한쪽이 기억할 필요도 없다. 함께 나란히 계속 차곡차곡 쌓아가는 둘만의 이야기가 될테니까.




다낭의 레스토랑에서 함께 와인과 스테이크를 먹던 그 젊은 커플은 그 날의 이야기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앞으로 오래오래 그 날을 얘기하며 함께 웃게될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나 그 날의 이야기를 애써 지우려 하게될까. 어쩌면 어느 한 쪽은 지우지도 잊지도 못한 채로 계속 혼자 되새길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게 나쁜 건 아니니까. 반드시 함께해야만 아름다운 해피엔딩이 아닌 것처럼, 이제 그들이 함께가 아니라고 해서 새드엔딩인 것도 아니다. 함께라면 함께인 이유가 있을 것이고, 각자라면 또 각자인 이유가 있겠지. 인생의 그 지점에서 그들은 그 순간에 함께 했어야 했을 것이다. 나중에 어떤 모습이 되었든, 그 때라면 또 인생의 그 지점에서 그런 모습인 이유가 있을 것이고.




김금희는 자신의 짧은 단편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라고 말했지만, 나는 나의 그 낯선 나라에서의 시간들에 대해 저 말을 하고 싶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앞으로도 오래 그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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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02-11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어지지 않았다면..

다락방 2019-02-11 13:57   좋아요 1 | URL
그랬다면 지금과는 다른 이야기가 써지고 있겠죠.....
 















2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캘리번과 마녀]를 나는 2월1일부터 펼쳤더랬다. 2월1일은 내가 다낭에 가는 날, 밤비행기를 타고 갈 예정이었고, 캘리번과 마녀를 비행기 안에서 읽으려고 챙겼는데, 서문까지 읽는 동안 '자본론을 알면 더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수차례 드는 거다. 그간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엄두도 안났는데, 이 책의 서문까지 자본론 얘기가 어찌나 나오는지. 설사 그 내용을 모른다고 해도 이 책을 읽는데 크게 지장이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개념을 알고 읽으면 더 낫지 않을까 싶어, 나는 2월1일에 당일배송으로 '임승수'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주문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당일배송을 잘 도착해주었고, 그렇게 나는 캘리번과 마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둘 다 들고 다낭으로 향했다. 그러나 다낭에서는 뜨거운 태양에 반해 책을 손에 들지 못하고, 결국 이렇게 내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읽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려우면 어쩌지 하고 겁먹었지만,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매우 쉽고 재미있었다. 글자도 크고 잘도 넘어가. 오호라, 자본론이 이런 이야기구나, 오오, 감탄하면서, 게다가 임승수가 아주 알기 쉽게 써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하고 이 책을 다 읽었다. 재미있어! 자본론 재미있네! 자, 이제 캘리번과 마녀를 읽을 준비를 마쳤다!


나는 어젯밤, 다시 캘리번과 마녀를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읽는데, 그러고보니 내가 '캘리번'애 대해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캘리번..뭐지? 마침 나는 캘리번과 마녀에서 템페스트에 관한 언급을 읽게된다.

서론에서였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캘리번과 마녀]라는 이 책의 제목은 이런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서론, p.27)



하아- 캘리번...이 템페스트.... 에서 온거라고?


나는 템페스트를 아주 오래전에 읽었다. 배가 난파당해 섬에 사람들이 도착하게 되는 내용..정도로만 기억하고 있고 그 외의 것은 생각나지 않아, 캘리번이 템페스트에 나오는 이름이라니, 아아, 생소하다. 캘리번을 알면 캘리번과 마녀가 더 잘 읽히지 않겠는가, 하는수없이 나는 서론에서 또, 캘리번과 마녀의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내 서재방으로 가 책장 앞에 섰다. 내게는 분명, 템페스트가 있다. 아아, 너무 멋진 나여... 읽고 싶은 책은 책장에 있는 사람. 그렇게 아주 오래전에 읽어 기억나지 않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꺼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아아, 어쩌면 이렇게 새로 읽는 책 같지, 처음 읽는 책 같지? 그래, 배가 난파당하는 것... 이것만 내가 기억하고 있구나. 오랜만에 다시 읽는 템페스트는 생소했고, 그리고 엄청 빻았다! 섬에서 만나게 된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데, 여자의 아버지는 남자에게 자신이 딸을 '준다'고 표현하는 거다. 아아 빻은자여, 그대이름은 푸로스퍼로.



러면 내 선물로서, 그리고 그대의 덕망으로 해서 얻은 내 딸을 받게. 그러나 만약 자네가 모든 적절한 예식을 갖추어 성스러운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그애의 처녀막을 파괴한다면 하느님은 이 약혼이 결혼으로 성장하도록 달콤한 비를 내려주시지 않을 것이네. (4막1장, p.94)




푸로스퍼로여, 아무리 그대 딸이 사랑하는 남자라고는 하나, 어째서 당신이 당신의 딸을 '선물'로 준다고 표현하는 것이오. 그렇게 푸로스퍼로의 딸 '미랜다'는 '퍼디넌드'에게 '넘겨진다, 선물로서. 미랜다는 푸로스퍼로의 소유였다가 퍼디넌드의 소유가 되는 것. 아, 개빻음이여...



그런데, 아무리 오래전에 읽었다고 한들 이렇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수가 있는걸까...어쨌든 이 책에서 '캘리번'은 '마녀의 사생아'이자 괴물, 악의 상징으로 나온다. 마침 [템페스트]의 해설에 줄거리가 잘 요약되어 있어, 앞으로 [캘리번과 마녀]를 읽게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그 해설속 줄거리를 친히 옮겨오도록 하겠다.


집중하세요!




밀라노의 대공 푸로스퍼로(Prospero)는 12년 전에 마술 연구에만 몰입하여 정사를 소홀히 하다가 나폴리의 왕 알론조(Alonso)의 힘을 빌린 동생 앤토니오(Antonio)에게 대공 지위를 찬탈당했다. 앤토니오는 형 푸로스퍼로와 세 살 난 질녀 미랜더(Miranda)를 보트에 실어 망망대해에 던져버렸다. 이 부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나폴리의 인자한 노대신 곤잘로(Gonzalo)가 식량과 옷, 귀중한 푸로스퍼로의 마술 서적들을 휴대시켜주었기 때문이었다.

푸로스퍼로 부녀가 상륙한 무인고도는 악의 마녀 시코랙스(Sycorax)가 한때 살던 곳이기도 했다. 시코랙스는 생전에 짐승과 같은 괴물 캘리번(Caliban)을 낳았고, 에어리얼(Ariel)이란 정령을 갈라진 소나무 속에 가두어놓고 노예로 부렸었다. 푸로스퍼로는 에어리얼을 석방해주었고, 에어리얼은 이 은혜에 보답하고자 또 완전한 해방의 날을 내다보면서 푸로스퍼로를 주인으로 모시고 심부름을 하게 된다. 한편 푸로스퍼로는 캘리밴을 교육하여 문명인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아 하인으로 부리게 된다. 이러한 생활을 하던 중 어느날 푸로스퍼로는 알론조 왕이 그의 일행과 더불어 튀니스에서 거행된 딸과 튀니스 왕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귀국하는 항해 길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동생 앤토니오도 그 일행에 끼어 승선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푸로스퍼로는 원수들을 일망타진하여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그는 이제 완성에 이른 자신의 마술로 폭풍우를 일으킨 후 에어리얼을 시켜서 이들을 섬으로 유인한다. 그리고 알론조 왕의 아들 퍼디넌드(Ferdinand)는 특별히 무리에서 따로 떼어 홀로 상륙시켜서 미랜더와 사랑하는 사이로 만든다. 그는 결국 자신의 자비하에 들어온 원수들을 용서하고, 마술을 버림으로써 비극적인 결말 대신에 행복한 결말을 낸다. 이것이 이 극의 간략한 줄거리이다. (작품 해설, 작품내용, p.143-144)



템페스트를 읽으면서 내가 의아했던 건, '캘리번'이 괴물이나 악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푸로스퍼로는 그를 문명인으로 만들고자 했다하나, 그가 그렇게 악의 상징이었는지, 어둠의 자식이었는지 나는 딱히 설득되지 않았다. 게다가 '마녀의 사생아'라는 것도 거부반응이 일었는데, '마녀', '사생아' 가 모두 이제는 더이상 어떤 나쁨의 상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알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오히려 딸을 선물로 내주고, 자유를 약속하며 에어리얼을 제멋대로 부리는 푸로스퍼로가 더 짜증났달까. 내가 어린 시절 이 책을 봤다면 으으, 캘리번 나빠..할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으아, 마녀의 사생아래 끔찍해, 하게 되었을까? 역시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마녀가 사생아를 낳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던건지, 그 마녀에게는 어떤 사정이 있었을지, 무엇을 그녀가 '마녀'가 되도록 만들었고, 또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사생아를 낳게' 만들었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세상이 떠들어대는 '마녀이 사생아'는 세상이 말하는것처럼 나쁘거나 악이 아니었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너희들은 괜한 일로 그녀와 그녀의 자식을 비난하고 괴물로 만들었다. 마녀는 어떤 마녀의 짓을 햇을까. 무슨 짓을 했길래 마녀가 되었을까. 우리는 마녀가 하는 말에 이제 귀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마녀에게는 마녀의 이야기가 있다.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라고, 진 리스가 얘기했잖아.



에어리얼(Ariel)은 공기(air)의 정령을, 저주의 말이 입에 붙어 있다시피 하는 캘리번(Caliban)-그는 자신을 'Ban, Ban, Ca-Caliban'으로 부르기도 했다(2막 2장, 184행)-은 '저주(ban)하는' 어두움의 자식임을 우의적으로 각각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해설, p.145)



자, 이제 준비가 끝났으니 나는 다시 캘리번과 마녀를 시작하련다. 처음부터, 다시. 

읽다가 또 뭔가 막히는 게 있어 다른 어떤 책을 또 꺼내들어 읽게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어쨌든 시작한다.



막시무스 님은 벌써 다 읽으셨던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어느정도 읽고 계십니까? 자, 진행합시다, 여러분!!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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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19-02-10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가분의 의도와 다르게 자본의 시초축적과 기득권 세력에 의한 음흉하고 무서운 시도에 대해 좀 더 무게를 많이 두고 읽었던것 같아서 아직 여성주의에 다가가기는 많이 요원하다는 반성도 해 봅니다!
즐거운 독서되십시요!

다락방 2019-02-11 08:20   좋아요 0 | URL
막시무스 님, 같이읽기 도서중 다른 한 권인 [혁명의 영점]도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저도 아직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긴 하지만, 캘리번과 마녀 이렇게 빨리 읽으셨으니, 같이 읽어 보셔도 좋을듯합니다.

저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막시무스 2019-02-11 09:21   좋아요 0 | URL
넵넵!ㅎ 혁명의 영점도 구매완료했구요!자본의 시초축척이 현대에도 계속되는지, 마녀사냥은 어떻게 변형되는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담주부터 읽어보려구요!ㅎ

다락방 2019-02-11 09:55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어떤 책을 읽을지 알고 있으니 너무 좋네요. 같이 읽는 짜릿한 맛이 있어요. 저도 막시무스 님에 맞춰 다음주부터 혁명의 영점을 읽으려면, 이번 주 안에 캘리번과 마녀를 끝내야 하는데...가능할지 모르겠어요. 하핫.

그렇게혜윰 2019-02-10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은 덮어놓고 사다보면 읽은 때가 있는 법!!!

다락방 2019-02-11 08:21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혜윰님. 일단 사두자, 사고 싶으면 사두자, 다 쓸 때가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eje 2019-02-1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진짜 짱 멋있어요. 지금 막 읽어야 겠다고 생각한 책이....책장에 있다니요. 짱멋!

다락방 2019-02-11 08:21   좋아요 0 | URL
짱 멋지죠! 제가 그렇더라고요? 지금도 제 방 책장 앞에 서면 제가 읽고 싶었으나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앞으로 이런 멋진 삶을 살기 위해 계속 책을 사도록 하겠습니다. 꺅 >.<

syo 2019-02-10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첫 번째 글이 올라왔군요...... 이제 슬슬 하나둘 올라올텐데.....
다들 다 써 놓고 눈치게임 하시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말씀드리는건데요,

전 아직 못 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9-02-11 08:22   좋아요 0 | URL
저 템페스트도 읽고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도 읽었는데, 하아, 캘리번과 마녀 어려워요. 그간 읽었던 백래시, 페미사이드,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ㅠㅠ 저 잘 읽을 수 있을까요? ㅠㅠ
얼른 저보다 먼저 읽고 안내되는 글 좀 써줘요, 쇼님 ㅠㅠ

단발머리 2019-02-1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관련 없는 질문 하나 드려도 되나요?
저기 뒤에 <템페스트> 오른쪽 뒤에 <가부장제의 창조>가 왜 검정색 책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하얀색 표지거든요. 왜 제꺼랑 다른 건가요? 진지한 질문이라 ㅋㅋ는 넣지 않겠습니다.

다락방 2019-02-12 10:20   좋아요 0 | URL
아마도 구판...이라서 그런걸 겁니다, 단발머리님.
지금 나오는 흰색은 개정판일 거에요.

저도 제가 산 게 아니라 이미 구입한 사람이 저한테 준거라서... 하핫

단발머리 2019-02-12 10:20   좋아요 0 | URL
아!!! 맞다, 기억나요.
<가부장제의 창조> 예전에 사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저는 개정판이고. 그쵸? 그래서 제가 다락방님 멋져요! 했던 게 지금 기억나네요.
답변이 완료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2-12 10:22   좋아요 0 | URL
동시 답변 신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AI설!!!

다락방 2019-02-12 10: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9-27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템페스트…아… 저도요.
400년전 책이 빻은 건 참아도(?) 2010년 영화가 그 멋진 배우들로 마법사를 여자로 세우고도 엉망이어서 실망했어요. 거칠고 바보로 나오는 캘리번도 힘든 캐릭터인데 흑인 배우가 연기하니 더 끔찍하더라고요. 그래서! 애트우드의 버전을 꼭! 읽어야겠어요.

미미 2021-10-1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깊이 공감합니다.
이런 단순하고 일방적인 묘사로 그런 비하와 매도가 당연시되고 문화가 되어 꾸준히 답습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락방님의 이 글을 읽고나니 더 파고파고 파파고 해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고요!(부릅)
 














황정은의 새 책이 나왔구나, 라고 반가워하고 있다가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다는 것도 즐거운데, 기다리던 작가의 신간을 다정한 친구로부터 선물받는다니. 아, 삶은 가끔 이토록이나 아름답다. 여행지에 들고 가 읽으면서, 몇 장 읽지 않았는데도, 황정은은 다르구나, 했다. 황정은은 다르네. 이승우를 읽다가 이승우는 다르다, 라고 생각했던 것을 황정은을 읽으며 다시 생각했다. 황정은은 다르다.


황정은은 다르다.

그래서 기다린다.

뒤에 몇 장을 남겨놓은 지금, 몇 번이나 '아이쿠, 황정은 작정하고 썼구나, 이번에 작정하고 썼어' 생각했다. 해야 할 말을 다 해야겠다고, 작정하고 썼어.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고, 그 작가의 신간을 선물해주는 친구가 있는 삶은 만족스럽다고, 여행지에서 생각했다.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 내 옆에는 항상 나와 여행을 함께하는 친구가 있었다. 별 거 아닌 일정들을 마치고 숙소에서 그 날 하루를 정리하며 와인과 맥주를 홀짝이던 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만 살면 좋겠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기다리고, 내 취향을 알고 있는 친구들로부터 취향저격의 책을 선물받고, 다정한 이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밤. 이정도면 삶에 있어서 딱히 더 필요한 건 없지 않나.

















오래전에 극장에서 개봉할 때 본 영화인데,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비행기안에서 무얼볼까 하다가 이 영화를 다시보기로 했다. 마침 넷플릭스에 있더라. 정작 여행길이나 여행지에서는 보지 못하고, 어제부터 보기 시작했다.



살다보면 아주 급하게 섹스를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아주 급하게. 그것을 섹스라 불러도 좋을 것인가, 혹은 그것은 섹스가 아닌가. 아니, 우리는 우리가 하는 것이 무언지 알고 있으므로 그것을 섹스라 불러야 할 것이다.


오래전에 본터라 이 영화의 처음 부분 기억은 없다시피 했는데, 알고보니 남자와 여자, 이 둘은 일단 15년 전에 한 캠프에서 처음 만난 사이. 그리고 5년 전에 다시 우연히 재회했었고, 그리고 1년전. 그리고 현재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절망과 슬픔 혹은 다른 어떤 위로가 필요한 감정을 안고 남자는 여자에게 연락했고, 술에 떡이 되어 여자의 집에 찾아갔다. 그러니 그 밤의 기억은 없고, 그러나 그 밤에는 섹스가 없었다. 그렇게 취해가지고 무슨 섹스람. 그러나 다음날 아침 정신을 차리고 내가 벗어둔 옷들은 어디에 있나, 찾으면서, 그리고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하면서, 지금은 의사로 일하고 있는, 15년전, 5년전, 1년전에 만난 적 있던 여자의 집에 와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매번 그 만남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좋은 인상을 받은 터다. 호감도 있었다. 아무튼, 이 아침에, 여자는 출근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그 집은 여자를 비롯해 여자의 동료 의사들 남녀 합쳐 네 명이 함께 살고 있는 집이었는데, 여자의 방에서 남자와 여자는 섹스를 한다. 여자는 '지각하면 안돼' 라고 말하고, 그래서 그들은 아주 재빨리, 잽싸게 섹스를 시도한다. 키스 다음에 바로 콘돔으로 이어지는데, 바깥에서 동료 의사가 노크를 한다.



"우리 10분 안에 도착해야 해."


여자는 알겠다며 자신의 위에 올라와있는 남자에게 말한다.



"45초 안에 끝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누구나 살다보면 그렇게 급하게, 빨리 섹스를 해치워야(응?)하는 때가 있지 않나. 하고싶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하고 싶다, 그런데 우리가 섹스할 시간은 미처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한다, 그러므로 재빨리, 잽싸게.


남자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비어져나오는 신음과 괴성을 막은 채로 45초 안에 후다닥- 그것을 끝낸다. 끝내고서 남자는 여자에게 얘기한다.



우리가 섹스했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눈빛이 마주치고, 불타오르고, 키스를 하고, 사정을 하기까지 모두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아아, 살다보면 그런 때가 있다. 잽싸게, 재빨리 섹스를 해치워야 하는 때. 누구나 다 그런 때가 있지 않나. 시간은 없지만 섹스는 하고 싶어지는 그런 때.



다시 보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45초 안에 섹스를 끝내는 이들을 보면서 계속 웃었다.



아주 오래전에 그 어느 보이밴드 였는데..국내 그룹..... 엔알지? 아 누구지? 태사자? 아 모르겠다. 아무튼 노래중에 '다섯걸음'이란 노래가 있었다.


원, 투, 쓰리, 포, 다섯걸음.


하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 그러니까 그게 너에게 가는 다섯 걸음이란 뜻이었나? 앞뒤와 맥락은 전혀 생각나지 않고 그저 원,투,쓰리,포, 다섯걸음. 딱 그 가사만 생각나는데, 45초안에 섹스를 끝내는 남자와 여자를 보면서 그 가사가 갑자기 생각났다.


원, 투, 쓰리, 포, 사십오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희도, 애무도, 다독임도, 체위의 바꿈도 없는, 그러나 섹스. 45초 안의 섹스. ㅎㅎ 언젠가 기회가 되면 시도해봐야지. 45초. 




아침부터 섹스신 보면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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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2-08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하다....... 야하네요. 야해.
아침부터 야하다.
(이 대사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었음)

늦잠자고 있었는데 잠이 확 깼어요 헤헤^ㅠ^

다락방 2019-02-08 09: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상 이런 댓글을 받으니까 제가 할 말이 없네요? 쇼님은 뭐라고 대꾸했었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2-08 09:13   좋아요 0 | URL
젼 그냥 순진한 척 했는데 사람들이 안 믿어주는 분위기였어요. 귀신들같으니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08 09:15   좋아요 0 | URL
나는 뭐, 내 얘기도 아니고 영화 얘기한 거니까요...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쇼님 스맛폰으로 봤죠, 이 글?)

syo 2019-02-08 09: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바로 이런 식으로 순진한 척 하는 건데요. 잘 하시네요!!

그런데 그래봐야 아무도 안 믿더라구요?? ㅎ

왜 태그 안 보여주는데 북플놈아!!😣

다락방 2019-02-08 09:21   좋아요 0 | URL
뭘 아무도 안믿어! 나는 순진한 척 한 게 아니라, 그냥 영화얘기한 것 뿐이라굳!!!!!!!!!!!!!!!!!!!!!!!!!!!!!!!!!!!

단발머리 2019-02-08 09:42   좋아요 0 | URL
야한 걸로 치면 쇼님이 승!
다락방님 알라딘 최근 히트작 <얼굴을 만지는 방법> 읽어봤어요?
야하다........ 야하네요. 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다락방님 스타일이 더 좋구요.
그러니까....... 정신차리고!!! 흐흠...... 다락방님 영화 스타일이 좋다구요.
난 태그는 잘 안 읽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08 09:44   좋아요 0 | URL
당연히 그 글 읽었죠. 여러분이 야하다고 하신 글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영화 스타일을 좋아해주신다니, 앞으로 열심히 쓰도록 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봐요, 야한 거는 쇼님이 짱먹었다!)

syo 2019-02-08 09:46   좋아요 0 | URL
이거 뭔가 눈 멀쩡히 뜨고 코 베이는 느낌인데?!?!?! 으아아.....

단발머리 2019-02-08 09:49   좋아요 0 | URL
우리 ‘야한 거‘는 쇼님에게 모두 맡기고 우리는 진지하게 영화 이야기 해요.
우리 그런 사람들이잖아요!!!

영화 이야기, 책 이야기, 와인 이야기, 고기 이야기, 안주 이야기, 스콘 이야기....
우리는 이런 이야기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2-08 09:51   좋아요 0 | URL
크윽..... 이번에는 완전히 당하고 말았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08 09: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야한 건 쇼님에게 모두 맡깁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2-08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계신분들 다 야해~난 아님!!!ㅋㅋㅋ45초 우아~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