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딱히 보고 싶은 영화도 없고 볼 시간도 없고 해서 OTT 구독 해지를 좀 했다. 아마존도 해지, 쿠팡도 해지.. 다른 것들도 보고 싶은 거 있으면 구독했다가 나중에 해지했다가 하는데 넷플릭스는 일단 그대로 두고 있다. 그리고 어제 퇴근길, 오랜만에 뭐 볼 거 없나, 하고 들어갔다가 영화 <가족이라서 문제입니다 A Family Affair>를 알게 됐다. 번역된 제목이 '가족이라서 문제입니다' 라서 전혀 흥미가 가는 제목이 아닌데, 출연배우에 니콜 키드먼과 캐시 베이츠, 잭 에프론, 조이 킹 이 있는거다. 잭 에프론과 조이 킹도 들어본 이름이고 니콜 키드먼과 캐시 베이츠라니. 이거 뭐 이렇게 화려해? 그래서 아무 정보 없이 그냥 재생했다.
24세여성 '자라(조이 킹)'는 까칠하고 제멋대로인 유명 남자배우 34세 '크리스(존 에프론)'의 매니저 겸 비서로 일하고 있다. 그가 여자랑 헤어질 때마다 이별 선물을 사는 것도 자라의 몫이고 너무 유명해서 마트도 갈 수 없는 배우를 대신해 과자를 사다주는 것도 자라 몫이다. 2년전 일자리를 구할 때 크리스는 그녀에게 피디로 진급을 시켜줄거란 얘길 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요즘 까먹고 있는 것 같다. 고집불통에 멍청이같은 이 배우가 너무 싫어서 이 일을 때려친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나왔는데, 너 필요없어 해고야! 햇던 크리스도 막상 자라가 없으니 너무 불편하고 그래서 그녀에게 보조피디 시켜줄테니 다시 일해라, 말하기 위해 자라의 집을 찾아간다. 음 근데 배우의 비서겸 매니저가 피디로 진급하는게 어떻게 가능한건지 잘 모르겠다. 뭐 그렇다니까 그냥 그런줄 아는거다. 어쨌든 그래서 예정에 없이 이 유명한 배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얼굴 잘생기고 몸 좋은(이 영화의 설정에서 그렇다) 이 크리스가 자라의 집에 방문을 하는데, 그 집에 자기가 만나러 간 자라는 없고, 자라의 엄마인 50세 여성 '브룩(니콜 키드먼)'이 있는거죠. 왜 내 부하 직원의 엄마가 니콜 키드먼 인가요??
자라는 외출중이고 오려면 몇 시간 있어야 하고 그러자 크리스는 여기서 기다려도 될까요, 묻고 그래 그럼 그럽시다, 하면서 크리스와 브룩은 대낮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데...(네?) 서로 말이 잘 통한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겁니다. 네... 대화는 주로 잘생기고 예쁜 여자들 사이에 잘 통하는 법이죠. 흠흠. 그래서 술도 마시고 취했겠다 대화도 재미있겠다 서로 가까이 앉았겠다..아니 그런데 처음 본 사인데 왜이렇게 가까이 앉는거야? 모를일... 아무튼 그래가지고 서로 만난 첫 날 대화 즐거워 서로 상대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분위기 무르익어.... 키스를 하게 되고(얼라리여~~~)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침대로 갑니다. 네... 이 과격한 여성은 남성의 위로 가서는 남성의 티셔츠를 찢어버려요. (참고로 섹스 하면서 옷 찢는거 싫어합니다. 환경파괴..) 그런데 마침 그 때 집에 돌아온 자라는 '엄마! 엄마!' 하고 몇 번이나 부르면서 집 안을 돌아다니다가, 그 말 못듣고 섹스에 열중하고 있는 자기 엄마와 상사의 섹스..를 목격하게 되는데...
자라는 분노하고 충격에 빠진다.
가뜩이나 제멋대로 상사가 마음에 안들었거든. 게다가 여자들하고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는지도 다 아는데 엄마한테 상처줄 수도 있잖아? 엄마 도대체 그 남자랑 몇 살차이야, 스무살 차이는 나지 않아? 했더니 엄마는 열여섯살 차이나, 라고 한다.
이 영화의 설정이 그전에 보았던 '앤 해서웨이' 주연의 <너라는 개념>과 상당히 닮아있다. 뭐야, 이거 트렌드야? 두 영화에서 모두 딸 하나와 함께 사는 싱글맘인 여성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슈퍼스타 남자랑 사랑에 빠지거든. 둘중에 어떤 영화가 먼저 나온건지, 다른 하나가 이전 것의 영향을 받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50세의 니콜 키드먼은 16살 차이나는 딸의 상사와 사랑에 빠지고 그 남자는 슈퍼스타 였다. 모든 여자들이 이 남자를 흠모하는데, 그 약발이 안먹히는 여자가 극중 브룩이었다. 그녀는 이 세계적인 스타의 영화도 본 게 없거든. 그녀는 그가 출연하는 슈퍼히어로 영화에는 관심이 없고 이미 책을 출판한 적이 있고 퓰리처 상을 받은 적 잇는 작가였던 거다. 크리스는 자신을 잘 모르는 이 여성, 그런데 너무나 지적인 이 여성에게 속절없이 끌려가고 이번의 이 감정은 그간 다른 여성들을 만났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자라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다. 그 둘이 헤어지길 바라서 그 남자에 대해 엄마에게 폭로하기도 하면서 이 관계에 끝을 가져오려고 하는데, 영화에서 갈등은 필수적인 법. 브룩과 크리스는 이별을 받아들이려고 하고 뒤늦게 자라는 반성하며...
참 인상적이었던 건 이별 후에 브룩에게 대학에서 교수직 제안이 들어왔고 브룩은 그걸 받아들였으며 그래서 그 일을 하기 위해 이사를 가야 한다는 거였다. 역시 여자는 똑똑하고 봐야 하는구나. 나이 오십에도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 받는다니, 너무 좋지 않나. 이별을 하고 아픈 가슴 추스르기 위해 선택하는 게 교수직 받아들이는 거라니, 졸라 근사하잖아. 물론 이런 일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교수직을 제안받는 50세 있을 수 있고, 매일 필라테스를 하는 것 같은 몸매를 가진 (영화속에 등장하는 대사다) 50세 당연히 있을 수 있고, 슈퍼스타랑 사랑에 빠지는 50세 있을 수 있고, 16세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50세 있을 수 있는데, 이 모든게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는 건 좀 .. 영화잖아? 당장 나만해도 일을 그만두고 50세에 새로 일을 찾게 된다면, 그것이 교수직은 아닐 것이다. 오 신이시여. 교수직이 나에게 들어오지 않을 뿐더러 들어올만한 어떤 전문적인 지식도 내게 전무하다. 나는 어느 순간 퇴사를 할것이고 나를 먹여살릴 건 나이니까 일자리를 다시 구하긴 할 것인데, 내가 생각하는 몇 개의 일자리 중에 교수는 없다. 그건 내가 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아니까. 나는 아마 경력단절의 상태로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걸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될 것이다. 좋다. 내가 최저시급 받으면서 일하다가 어떻게 해서 연하의 남자랑 사랑에 빠졌다고 치자. 그런데 그 남자는 그렇다면 어떤 남자일까? 그가 영화에서 브룩에게 그랬던 것처럼 인적 없는 바닷가의 외딴 별장으로 나를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일까? 글쎄다. 아... 나는 왜 진작 공부해두지 않았을까. 아니, 너무 뽀대 작렬이잖아. 남자랑 뜨겁게 사랑하다 헤어졌는데 '너 교수 좀 맡아주지 않을래?' 라는 제안이 들어오다니. 진짜.. 뽀대 미쳤다. 그런데 내가 앞으로의 그런 생활을 위해 지금 교수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한다면.... 정말 미친듯이 열심히 공부해서 학위를 따고 유학 다녀오고 그러면... 아마 그걸 무사히 마친다고 하면..... 교수직 제안이... 70세에 들어오게 될까? 그런데 지금 안하면 70에도 교수직 안들어오잖아? (그래서 하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아무튼 교수 멋지다는 얘기다.
나는 오십세의 여성이 34세의 슈퍼스타 잘생긴 남자 만나 뜨겁게 사랑하는 것보다,
이별 후에 교수직 들어오는 게 너무 근사했다. 개꿀이야... 너무 좋네. 아니 그건 그녀의 실력이고 능력이지. ㅋ ㅑ ~
그건 여러모로 뽀대나는 일일 것 같다.
이를테면 우연히 길에서 헤어진 남자 만났는데 이런 일 벌어지지 않겠나.
"어...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응.. 프린스턴 대학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있어."
혹은,
"오랜만이네. 대학에서 아이들 가르친다는 말 들었어."
"응. 맞아."
뽀대나지 않나여...
뭐 그정도의 뽀대는 나지 않겠지만 나름 걍 열심히 살아야겠다. 음 그리고 영화 보면서 계속 생각한건데 니콜 키드먼은 진짜 작가가 안어울린다. ㅋㅋ 어쩐지 안어울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라는 직업에 잘어울리는 건 에세이의 신 이유경 작가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영화속에서 니콜 키드먼 앞머리 너무 거슬린다. 내가 귀에 꽂아주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도대체 머리 왜 그렇게 한거야. 더듬이같아. 으으..
조이 킹은 너무 예뻤다. 특히 엄마와 남자친구의 섹스를 목격했을 때와 자신의 상사가 엄마와의 밤 시간 언급할 때 빡쳐서 듣기 싫어하는 연기 진짜 너무 잘했다. 으하하하하.
영화속에서 브룩은 11년전에 남편과 사별했다. 그 후에 연애는 지금 이 남자, 크리스와 처음. 자신에게 이런 연애 감정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게 반갑고 좋다. 너무 그에게 푹 빠질까봐 걱정도 된다. 그를 만나서 저녁만 먹고 들어오려고 했지만 그게 또 그게 안돼, 만나기만 하면 자꾸 신체접촉을 하게 된다. 여기가 어디든 우리 둘만 있는 것 같고 너에게 속절없이 끌려가는 나, 왜 너만 보면 내 몸은 너에게 들러붙는걸까, 왜 우리는 만날 때마다 육체적 접촉을 하지 않는 때가 없는가..... 참... 좋을 때다. 그래, 그런 때가 있는거다, 인생에, 어느 한 순간에는 말이다. 그 때네, 지금. 그래, 행복하시라.
나는 뽀또를 한봉지 까먹었다. 그전에는 약과도 먹었다(feat.알라딘). 점심은 뭘 먹을지 생각해야겠다. 대식가 되는 거 , 그거 일도 아니지.
아무튼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