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캘리번과 마녀]를 나는 2월1일부터 펼쳤더랬다. 2월1일은 내가 다낭에 가는 날, 밤비행기를 타고 갈 예정이었고, 캘리번과 마녀를 비행기 안에서 읽으려고 챙겼는데, 서문까지 읽는 동안 '자본론을 알면 더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수차례 드는 거다. 그간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엄두도 안났는데, 이 책의 서문까지 자본론 얘기가 어찌나 나오는지. 설사 그 내용을 모른다고 해도 이 책을 읽는데 크게 지장이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개념을 알고 읽으면 더 낫지 않을까 싶어, 나는 2월1일에 당일배송으로 '임승수'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주문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당일배송을 잘 도착해주었고, 그렇게 나는 캘리번과 마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둘 다 들고 다낭으로 향했다. 그러나 다낭에서는 뜨거운 태양에 반해 책을 손에 들지 못하고, 결국 이렇게 내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읽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려우면 어쩌지 하고 겁먹었지만,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매우 쉽고 재미있었다. 글자도 크고 잘도 넘어가. 오호라, 자본론이 이런 이야기구나, 오오, 감탄하면서, 게다가 임승수가 아주 알기 쉽게 써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하고 이 책을 다 읽었다. 재미있어! 자본론 재미있네! 자, 이제 캘리번과 마녀를 읽을 준비를 마쳤다!


나는 어젯밤, 다시 캘리번과 마녀를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읽는데, 그러고보니 내가 '캘리번'애 대해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캘리번..뭐지? 마침 나는 캘리번과 마녀에서 템페스트에 관한 언급을 읽게된다.

서론에서였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캘리번과 마녀]라는 이 책의 제목은 이런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서론, p.27)



하아- 캘리번...이 템페스트.... 에서 온거라고?


나는 템페스트를 아주 오래전에 읽었다. 배가 난파당해 섬에 사람들이 도착하게 되는 내용..정도로만 기억하고 있고 그 외의 것은 생각나지 않아, 캘리번이 템페스트에 나오는 이름이라니, 아아, 생소하다. 캘리번을 알면 캘리번과 마녀가 더 잘 읽히지 않겠는가, 하는수없이 나는 서론에서 또, 캘리번과 마녀의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내 서재방으로 가 책장 앞에 섰다. 내게는 분명, 템페스트가 있다. 아아, 너무 멋진 나여... 읽고 싶은 책은 책장에 있는 사람. 그렇게 아주 오래전에 읽어 기억나지 않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꺼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아아, 어쩌면 이렇게 새로 읽는 책 같지, 처음 읽는 책 같지? 그래, 배가 난파당하는 것... 이것만 내가 기억하고 있구나. 오랜만에 다시 읽는 템페스트는 생소했고, 그리고 엄청 빻았다! 섬에서 만나게 된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데, 여자의 아버지는 남자에게 자신이 딸을 '준다'고 표현하는 거다. 아아 빻은자여, 그대이름은 푸로스퍼로.



러면 내 선물로서, 그리고 그대의 덕망으로 해서 얻은 내 딸을 받게. 그러나 만약 자네가 모든 적절한 예식을 갖추어 성스러운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그애의 처녀막을 파괴한다면 하느님은 이 약혼이 결혼으로 성장하도록 달콤한 비를 내려주시지 않을 것이네. (4막1장, p.94)




푸로스퍼로여, 아무리 그대 딸이 사랑하는 남자라고는 하나, 어째서 당신이 당신의 딸을 '선물'로 준다고 표현하는 것이오. 그렇게 푸로스퍼로의 딸 '미랜다'는 '퍼디넌드'에게 '넘겨진다, 선물로서. 미랜다는 푸로스퍼로의 소유였다가 퍼디넌드의 소유가 되는 것. 아, 개빻음이여...



그런데, 아무리 오래전에 읽었다고 한들 이렇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수가 있는걸까...어쨌든 이 책에서 '캘리번'은 '마녀의 사생아'이자 괴물, 악의 상징으로 나온다. 마침 [템페스트]의 해설에 줄거리가 잘 요약되어 있어, 앞으로 [캘리번과 마녀]를 읽게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그 해설속 줄거리를 친히 옮겨오도록 하겠다.


집중하세요!




밀라노의 대공 푸로스퍼로(Prospero)는 12년 전에 마술 연구에만 몰입하여 정사를 소홀히 하다가 나폴리의 왕 알론조(Alonso)의 힘을 빌린 동생 앤토니오(Antonio)에게 대공 지위를 찬탈당했다. 앤토니오는 형 푸로스퍼로와 세 살 난 질녀 미랜더(Miranda)를 보트에 실어 망망대해에 던져버렸다. 이 부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나폴리의 인자한 노대신 곤잘로(Gonzalo)가 식량과 옷, 귀중한 푸로스퍼로의 마술 서적들을 휴대시켜주었기 때문이었다.

푸로스퍼로 부녀가 상륙한 무인고도는 악의 마녀 시코랙스(Sycorax)가 한때 살던 곳이기도 했다. 시코랙스는 생전에 짐승과 같은 괴물 캘리번(Caliban)을 낳았고, 에어리얼(Ariel)이란 정령을 갈라진 소나무 속에 가두어놓고 노예로 부렸었다. 푸로스퍼로는 에어리얼을 석방해주었고, 에어리얼은 이 은혜에 보답하고자 또 완전한 해방의 날을 내다보면서 푸로스퍼로를 주인으로 모시고 심부름을 하게 된다. 한편 푸로스퍼로는 캘리밴을 교육하여 문명인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아 하인으로 부리게 된다. 이러한 생활을 하던 중 어느날 푸로스퍼로는 알론조 왕이 그의 일행과 더불어 튀니스에서 거행된 딸과 튀니스 왕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귀국하는 항해 길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동생 앤토니오도 그 일행에 끼어 승선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푸로스퍼로는 원수들을 일망타진하여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그는 이제 완성에 이른 자신의 마술로 폭풍우를 일으킨 후 에어리얼을 시켜서 이들을 섬으로 유인한다. 그리고 알론조 왕의 아들 퍼디넌드(Ferdinand)는 특별히 무리에서 따로 떼어 홀로 상륙시켜서 미랜더와 사랑하는 사이로 만든다. 그는 결국 자신의 자비하에 들어온 원수들을 용서하고, 마술을 버림으로써 비극적인 결말 대신에 행복한 결말을 낸다. 이것이 이 극의 간략한 줄거리이다. (작품 해설, 작품내용, p.143-144)



템페스트를 읽으면서 내가 의아했던 건, '캘리번'이 괴물이나 악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푸로스퍼로는 그를 문명인으로 만들고자 했다하나, 그가 그렇게 악의 상징이었는지, 어둠의 자식이었는지 나는 딱히 설득되지 않았다. 게다가 '마녀의 사생아'라는 것도 거부반응이 일었는데, '마녀', '사생아' 가 모두 이제는 더이상 어떤 나쁨의 상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알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오히려 딸을 선물로 내주고, 자유를 약속하며 에어리얼을 제멋대로 부리는 푸로스퍼로가 더 짜증났달까. 내가 어린 시절 이 책을 봤다면 으으, 캘리번 나빠..할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으아, 마녀의 사생아래 끔찍해, 하게 되었을까? 역시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마녀가 사생아를 낳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던건지, 그 마녀에게는 어떤 사정이 있었을지, 무엇을 그녀가 '마녀'가 되도록 만들었고, 또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사생아를 낳게' 만들었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세상이 떠들어대는 '마녀이 사생아'는 세상이 말하는것처럼 나쁘거나 악이 아니었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너희들은 괜한 일로 그녀와 그녀의 자식을 비난하고 괴물로 만들었다. 마녀는 어떤 마녀의 짓을 햇을까. 무슨 짓을 했길래 마녀가 되었을까. 우리는 마녀가 하는 말에 이제 귀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마녀에게는 마녀의 이야기가 있다.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라고, 진 리스가 얘기했잖아.



에어리얼(Ariel)은 공기(air)의 정령을, 저주의 말이 입에 붙어 있다시피 하는 캘리번(Caliban)-그는 자신을 'Ban, Ban, Ca-Caliban'으로 부르기도 했다(2막 2장, 184행)-은 '저주(ban)하는' 어두움의 자식임을 우의적으로 각각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해설, p.145)



자, 이제 준비가 끝났으니 나는 다시 캘리번과 마녀를 시작하련다. 처음부터, 다시. 

읽다가 또 뭔가 막히는 게 있어 다른 어떤 책을 또 꺼내들어 읽게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어쨌든 시작한다.



막시무스 님은 벌써 다 읽으셨던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어느정도 읽고 계십니까? 자, 진행합시다, 여러분!!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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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19-02-10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가분의 의도와 다르게 자본의 시초축적과 기득권 세력에 의한 음흉하고 무서운 시도에 대해 좀 더 무게를 많이 두고 읽었던것 같아서 아직 여성주의에 다가가기는 많이 요원하다는 반성도 해 봅니다!
즐거운 독서되십시요!

다락방 2019-02-11 08:20   좋아요 0 | URL
막시무스 님, 같이읽기 도서중 다른 한 권인 [혁명의 영점]도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저도 아직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긴 하지만, 캘리번과 마녀 이렇게 빨리 읽으셨으니, 같이 읽어 보셔도 좋을듯합니다.

저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막시무스 2019-02-11 09:21   좋아요 0 | URL
넵넵!ㅎ 혁명의 영점도 구매완료했구요!자본의 시초축척이 현대에도 계속되는지, 마녀사냥은 어떻게 변형되는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담주부터 읽어보려구요!ㅎ

다락방 2019-02-11 09:55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어떤 책을 읽을지 알고 있으니 너무 좋네요. 같이 읽는 짜릿한 맛이 있어요. 저도 막시무스 님에 맞춰 다음주부터 혁명의 영점을 읽으려면, 이번 주 안에 캘리번과 마녀를 끝내야 하는데...가능할지 모르겠어요. 하핫.

그렇게혜윰 2019-02-10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은 덮어놓고 사다보면 읽은 때가 있는 법!!!

다락방 2019-02-11 08:21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혜윰님. 일단 사두자, 사고 싶으면 사두자, 다 쓸 때가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eje 2019-02-1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진짜 짱 멋있어요. 지금 막 읽어야 겠다고 생각한 책이....책장에 있다니요. 짱멋!

다락방 2019-02-11 08:21   좋아요 0 | URL
짱 멋지죠! 제가 그렇더라고요? 지금도 제 방 책장 앞에 서면 제가 읽고 싶었으나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앞으로 이런 멋진 삶을 살기 위해 계속 책을 사도록 하겠습니다. 꺅 >.<

syo 2019-02-10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첫 번째 글이 올라왔군요...... 이제 슬슬 하나둘 올라올텐데.....
다들 다 써 놓고 눈치게임 하시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말씀드리는건데요,

전 아직 못 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9-02-11 08:22   좋아요 0 | URL
저 템페스트도 읽고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도 읽었는데, 하아, 캘리번과 마녀 어려워요. 그간 읽었던 백래시, 페미사이드,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ㅠㅠ 저 잘 읽을 수 있을까요? ㅠㅠ
얼른 저보다 먼저 읽고 안내되는 글 좀 써줘요, 쇼님 ㅠㅠ

단발머리 2019-02-1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관련 없는 질문 하나 드려도 되나요?
저기 뒤에 <템페스트> 오른쪽 뒤에 <가부장제의 창조>가 왜 검정색 책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하얀색 표지거든요. 왜 제꺼랑 다른 건가요? 진지한 질문이라 ㅋㅋ는 넣지 않겠습니다.

다락방 2019-02-12 10:20   좋아요 0 | URL
아마도 구판...이라서 그런걸 겁니다, 단발머리님.
지금 나오는 흰색은 개정판일 거에요.

저도 제가 산 게 아니라 이미 구입한 사람이 저한테 준거라서... 하핫

단발머리 2019-02-12 10:20   좋아요 0 | URL
아!!! 맞다, 기억나요.
<가부장제의 창조> 예전에 사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저는 개정판이고. 그쵸? 그래서 제가 다락방님 멋져요! 했던 게 지금 기억나네요.
답변이 완료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2-12 10:22   좋아요 0 | URL
동시 답변 신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AI설!!!

다락방 2019-02-12 10: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9-27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템페스트…아… 저도요.
400년전 책이 빻은 건 참아도(?) 2010년 영화가 그 멋진 배우들로 마법사를 여자로 세우고도 엉망이어서 실망했어요. 거칠고 바보로 나오는 캘리번도 힘든 캐릭터인데 흑인 배우가 연기하니 더 끔찍하더라고요. 그래서! 애트우드의 버전을 꼭! 읽어야겠어요.

청아 2021-10-1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깊이 공감합니다.
이런 단순하고 일방적인 묘사로 그런 비하와 매도가 당연시되고 문화가 되어 꾸준히 답습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락방님의 이 글을 읽고나니 더 파고파고 파파고 해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고요!(부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