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적 주체인 우리는 상황에 따라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 맺고 대화할지에 대한 고민은, '강자의 과제'만은 아니다. (p.27)



나는 관념적으로 혹은 이론적으로 인간이 '다중적 주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는 기득권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혹은 실질적으로 어떤 경우에 기득권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기득권은, 기득권의 입장으로 살아가는 한,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고 뭐가 잘못되어 있는지 인식하기 쉽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 책을 다시 읽기로 생각하고 책장을 넘기자마자, 내가 '서울에 살기' 때문에 이미 기득권에 놓여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 사람은 자기 경험과 거리 개념이 일치한다. 인식론적 혼란이 없다. 이때 사람들은 세상과 자신이 일치한다고 느낀다.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거나 의문을 제기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힘든 위치에 서게 된다. 익숙하고 당연하니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살면서 자기 경험이 보편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그저 서울에 산다는 사실뿐이다. 우연히 얻은 기득권과 이 사실에 대한 무지와 둔감함이 몸과 생각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p.9)



대전에는 공항이 없기 때문에 제주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는 건 무척이나 불편한 일이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다. 제주에서 대전에 가기 위해서는 서울에 갔다가 KTX 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거리상으로는 서울보다 더 가까운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보다 더 오랜 시간과 불편함을 수반해야 한다고. 나는 한 번도 제주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생각해보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서울에 살며 대전까지 KTX로 한시간이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대전에 가끔 간다. 내가 다중적 주체이며 어느 부분에서는 가해자 혹은 기득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는 것은 다르다. 다소 충격적이다. 나 역시 서울에 산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무지하며 둔감했다. 내가 무지하고 둔감하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채로 말이다.



이 우연히 얻은 기득권의 수많은 입장중에는 '남성'이라는 입장이 있을 것이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숱한 남자들을 만나왔다. 동료로서 친구로서 애인으로서 기타 여러가지 포지션으로. 학교에서 학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직장에서 블로그를 통해서, 친구를 통해서, 가족을 통해서.. 여러가지의 방법으로 아주 많은 남자사람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그들중 어떤 사람들과는 유독 가까이 지내며 많은 대화를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중 대부분이 자신이 기득권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기득권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남자 사람들의 말과 글에서 그들은 결코 여자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자사람들의 문제제기 조차 감정적이나 감상적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려고 하는 걸 많이 보았다. 남자로 살면서 자연스레 누렸던 모든 것들을 '여자도 그래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표했다. 게다가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본인이 기득권이라는 입장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객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입장'에 놓여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채로.


나는 '남자는' 혹은 '여자는' 이라고 시작하는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만나는 '남자' 혹은 '여자'가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의 대표 혹은 '여자들'의 대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는 그 사람, 하나하나의 개인으로 존재할 따름이다. 자, 예를 들어보자.



내가 만난 남자1은 좀 힘든 일이 닥칠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뒤로 빠진다. 그때마다 번번이 너는 왜 그렇게 얌체같이 뒤로 빠지냐고 나는 말하곤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남자는 얌체같다' 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다만, 얌체같은 A 가 있을 뿐이다.


내가 만난 남자2는 다같이 돈을 걷는 자리에서도 더 조금 내기 위해 자꾸만 이 변명 저 변명을 가져다댄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남자는 짠돌이다' 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짠돌이 같은 B 가 있을 뿐이다.


내가 만난 남자3은 함께 술을 마시다 금세 취하고 비틀거리고 헛소리를 했다. 그렇다고해서 나는 '남자는 술도 못마신다' 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술을 못마시는 C 가 있을 뿐이다.


내가 만난 남자4는 자주 울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남자는 뻑하면 운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잘 우는 D 가 있을 뿐이다.


이 모든 사항은 여자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돈 내기 싫어하는 여자1이 있다면, 그건 돈내기 싫어하는 E 로 존재하는 것이다. 얌체같은 여자2가 있다면, 그건 얌체같은 F 로 존재하는 것이다. 술이 약한 여자 3이 있다면, 그건 술 약한 G 로 존재할 뿐이다. 잘 우는 여자4가 있다면, 그건 그저 잘 우는 H 일 뿐이다. 누군가의 어떤 성향이 '남자' 혹은 '여자'를 대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나타나는 성향들이, 유독 여성에게 나타났을 때, '여자들은~ '이라며 싸잡아 표현된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개인으로서 여성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 모든 여성은 어머니라는 생각 때문에 여성은 다 같다고 간주된다. 그래서 한 여성의 실수나 무능력은 언제나 전체 여성을 욕 먹이는 일이 된다. (p.59)



나는 한 번에 두가지 일에 집중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으며, 술 마시기를 즐겨하고, 고기를 좋아한다. 남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며, 걷는 것을 제외한 운동은 좋아하지 않는다. 눈이 오는 걸 싫어하고, 역사에 무지하다.


그러나 내 여자사람 친구들 중에는 한 번에 몇 가지의 일을 동시에 하며, 동물에 관심이 많고, 술 마시는 걸 싫어하고,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자에 관심이 없고 수영하기를 즐기며 눈이 오면 까르르 거리고 역사에 큰 관심을 가진 친구도 있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정확히 나랑 대치지점에 있는 나의 여자친구들과 나, 어느 한쪽은 여자가 아닌 것인가? 왜 한 두명의 여자로 '여자들은~'이란 말을 함부로 내뱉는걸까?




'마리 루티'는 자신의 저서 [하버드 사랑학 수업]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연애지침서에서는 남녀가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연애에서 성공하려면 남자의 심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내가 가장 먼저 풀고자 하는 오해입니다. 나는 '남성 심리'란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남자를 유혹하는 불변의 테크닉이란 없습니다. 서점에 이런 테크닉을 가르치는 책들이 넘쳐난다고요? 그것은 이런 테크닉이 실제로 효과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새로운 질서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보다 남녀가 각기 다른 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편이 훨씬 더 쉽기 때문입니다. (p.15)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남자와 여자가 다른 게 아니라, 너랑 내가 다른 거야' 라는 걸 주지시키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 왜 개별적인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단 '여성'으로 인식할까? 왜 '일단 여자들은' 이라는 전제를 머릿속에서 지워내지 못할까.



경계를 만났을 때, 가장 정확한 표지는 감정이다.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상황이나 사람을 만났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쉬운데, 이건 너무도 당연하다. 감정은 정치의식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감정이 없다는 것은 사유도 사랑도 없다는 것, 따라서 삶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정(e/motion)의 라틴어 어원은 자기로부터 떠나는 것, 나가는 것(moving out fo oneself) 즉, 여행이다. 근대의 발평품인 이성(理性)이 정적이고 따라서 위계적인 것이라면, 감정은 움직이는 것이고 세상과 대화하는 것이다. 감정의 부재, '쿨'함은 지배 규범과의 일치 속에서만 가능하다. 반응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모든 느낌, 모든 즐거움, 모든 열정, 모든 생각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p.34-35)



반응은 사회적 약자로 존재할 때 나온다. 서울에 사는 나로서는 제주-대전 교통의 불편함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들이 말을 해야 비로소 '아 그랬구나' 라고 깨달을 뿐이다. 그러므로 남자사람들이 '여자는~'이라고 대화하는 것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여자는' 이라는 성별로 우리를 모두 퉁치려고 하는 데서 오는 부당함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젯밤에는 이 책,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다가 몇 번이나 부르를 떨려서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까봐 낮잠도 안잤는데 그랬다. 하아- 왜 오래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부르르 떨지 못했을까. 그때의 나와는 분명히 조금 더 달라진 것이리라. 또한 이 책의 34-35페이지 인용문대로, 나는 예전보다 지금 더, 세상과 대화하고 싶어진건지도 모르겠다. 아침 출근길에도 책장을 넘기면서 엄청 집중이 잘 돼 깜짝 놀랐다. 충동적으로 그 아침, 회사 동료에게도 이 책을 기프티북으로 선물 보냈다. 여동생에게도 이 책을 사줄테니 읽을래? 라고 문자를 넣으니 '나 아직 가방속에 언니책 넣고 다녀' 라고 하더라. 응? 아 그래~ 했다. 나중에 읽고 싶어지면 말하라고 했다.




지난 주말, 토요일에는 내 방을 청소했다. 침대도 쫙 밀어서 밑 먼지까지 삭삭 청소했고, 늘 방안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옷걸이와 책상을 치웠다. 그러는 과정에서 여러권의 책들을 '새로' 발견했고 또 버리기도 했는데, 하아- 내가 마카오에 여행갔다 '포르투갈어'로 쓰여진 '오르한 파묵'의 책을 샀다는 걸, 이번에 책장을 정리하며 새삼 깨달았다. ㅠㅠ



하아- 너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 너는 내 책장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느냐. 나는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 나는 너와 언제까지 함께해야 하느냐. ㅠㅠ



고등학교시절 일본어 교과서도 책상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오래오래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고등학교때 일어 점수가 높았던 만큼, 언젠가 다시 공부해서 일어를 마스터해야지~ 라는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벌써....20년이 지났...지만 나는 이 교과서를 한 번도 들춰보지 않았으므로.....그냥 내다 버렸다. 버리기전에 책을 펴보고 놀랐다. 아! 이토록 공부 잘하는 티가 나는 필기라니!! 





그렇지만 이젠 안녕~ 



주말에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아침 간식타임을 가졌다. 만두는 내가 구웠다. 너무 맛없어서 깜짝 놀랐다. 엄마는 맛없어서 못먹겠다 하셨다.




일요일 낮, 일자산을 찾았고 한 번도 내려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내려가 새로운 둘레길을 가보았다. 와- 좋더라.등장인물은 나와 동행한 남자사람. 허락 받아 올리는 그의 뒤태.




일요일 밤, 칠봉이와 나는 깔깔거리며 웃던 대화를 하던 중에 어찌저찌하다보니 여성의 낙태와 성폭행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로 옮겨가게됐다. 대화가 끝나갈무렵, 칠봉이는 내게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이라며 그림 한 장을 전송해주었다.



나는 이 그림을 받고 '좋다'고 말했다. 뭐가 좋냐고 묻는 칠봉이에게, 이 그림도 좋지만 이 그림을 당신이 보내줘서 더 좋다고. '마야 안젤루'로 검색하니 몇 권의 책이 뜬다. 내가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고, 그러므로 내가 읽어보야아 할 책이 또 생겼다.

















아침엔 이런 선물을 받았다.



안그래도 립스틱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무려 세 개나 들어있는 립스틱이라니!! 꺅 >.< 완전 좋아서 헤죽헤죽거렸다. 그리고 당장 박스를 꺼내 하나하나 뚜껑을 열어보았다.



색이 다 다른데 내가 사진을 너무 못찍어서 뭔가 다 같은 색의 립스틱 같네 ㅋㅋㅋㅋㅋ 암튼 이거 받고 너무 신나서 이중에 하나를 발라보았다. 뭔가 발색된 입술의 인증샷을 찍어 올리고 싶었지만, 셀카를 찍으려고 보니 오늘은 너무 얼굴이 참....거시기하더라. 아마 어제 잠을 못자서 그런것 같다. (응? 정말?) 여튼 그러니 입술 인증샷은 생략.....




방청소를 했고, 그러다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의 책장칸을 옮겼다. 위치를 바꿔 책장 옆으로 위치한 화장대 바로 옆으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며, 사랑하고, 두고두고 읽을 책들이 놓인 책장. 최근에 이 책장에 [지평] 과 [스토너] 가 추가되었다.




옆에 빈 공간을 남겨두었다. 또 어떤 책들이 추가될지 모르니. 사실 '필립 베송'의 [이런 사랑]은 이 책장에서 뺄지 말지 고민중이다. [포기의 순간]처럼 좋진 않아서...

당연히 이 책장에 꽂혀야 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지금 어디에 가있는지를 모르겠다. 내가 회사에 한 권, 집에 한 권 뒀었는데 그걸 다 어디에 뒀는지 몰라 다시 샀고, 그런데 다시 산 책들도 지금 어디로 가있는가.... 

줌파 라히리의 모든 책들, 올리브 키터리지,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곰스크로 가는 기차, 지평,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스토너, 포기의 순간. 그리고 사랑의 미래. 사랑의 미래는 사실 책도 책이지만, 이 품절된 책을 읽고 싶다는 나의 한마디 말 때문에 구해서 보내준 그 사연이 좋아서 소중한 책장에 꽂히게 됐다. 게다가 이 책엔 밑줄도 많이 그었지만, 누군가에게 읽어주기도 했던 사연이 담겨 있다. 책 자체로 특별한 사연이 담긴 그런 책이랄까.


나는 이제 매일, 출근준비 한다고 화장할 때마다 화장대 옆에 놓인 이 책들을 마주하게 될텐데, 오늘은 물끄러미 책들의 목록을 보면서, 아 이 책들을 다 읽은 사람이라면 나를 파악하는 게 정말 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들에서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패턴이라고 해야하나.


포기의 순간, 지평,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자신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에 닿으려고 하는 책, 그렇게 만드는 책들.

줌파라히리의 책들 그리고 올리브 키터리지, 곰스크로 가는 기차,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나의 일상을, 나의 생각을, 나의 사랑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하게 만드는 책들, 나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하는 책들. 그리고 우리가 늘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하는 책들.


출근길, 양재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와 회사를 향해 걸으면서, 이 책장에 [빨래하는 페미니즘]과 정희진의 책을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고추장을 넣고 밥을 비벼먹고 왔는데 방금 또 배가 고파서 삶은 달걀 하나를 깨먹었다. 점심때는 밥을 먹고나서 꽃을 몇 송이 사와 화병에 꽂아야겠다. 날씨가 좋다. 둘레길에 같이 가보자고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이런 모든 내 일상을 사는 나는 그저 나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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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5-04-2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자못 미간에 주름을 세우면서 중반까지 읽다가 `너무 맛없어서 깜짝 놀랐다.` 여기서 빵 터졌네요. 이런 점이 다락방 님 글의 매력임을 새삼 깨닫는 아침. :)

다락방 2015-04-27 11:04   좋아요 0 | URL
고향만두였는데 제가 맛없게 구운건지 고향만두가 맛없는 건지 모르겠네요. 와 진짜 먹고 싶어서 구웠는데도 못먹겠는 맛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15-04-2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미니즘의 도전`을 20대에 읽었드랬어요. 아마도 반절도 이해 못했을 건데, 아무튼 내 인생의 책이구나 생각은 했던 기억이 나요. 개안을 도왔다고 할까...요즘 다시 주목받는 데는 시절의 영향이 있겠다 싶어서 못내 그게 쓸쓸하기도 하네요. 근 이십 년이 지나도 전혀 변하지 않은 이 사회의 견고한 보수성.

다락방 2015-04-27 11:06   좋아요 0 | URL
저는 20대에 읽었는지 30대에 읽었는지도 생각이 안나요. 책의 내용도 별로 기억나지 않았고요. 다만 기억하는 건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것뿐이었죠. 지금와서 읽으니 훅훅 오네요. 아마 제가 어릴적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긍정적인 추측을 해봅니다. 물론 현실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기득권은 기득권임을 모르는채로 살고 있는 것 같고요. 저는 사실 혼불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데, 관심을 갖고보니 유독 요즘 눈에 띄는 일이 많네요.

마노아 2015-04-2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조으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고도 이 글이 참 와닿네요. 나한테 도착했어요. 다락님 글이...^^♥

다락방 2015-04-27 14:13   좋아요 0 | URL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스맛폰 보지마요, 마노아님. 멀미해요...
그렇지만 마노아님께 가 닿았다니 다행입니다. 글을 썼을 때 누군가 의미 있게 읽어주면 그것으로 참 좋죠. 헤헷
:)

붉은돼지 2015-04-27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르투칼어 오르한파묵 ㅎㅎㅎ 그래도 버리진 마셔요^^
항상 그 존재의 이유를 생각하며.. 오래오래 기념으로 간직하시길 바라옵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15-04-27 14:14   좋아요 0 | URL
오래오래 기념으로 간직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한데..과연 쓸모가 있는 날이 있을까요? ㅋㅋㅋㅋㅋ
제가 무슨 짓을 한걸까요, 대체? 하아-
역시 사람은 앞을 내다보고 살아야해요. 그냥 기념이라고 그냥 사버리는 이런 일이.. ㅎㅎㅎㅎ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개 2015-04-2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군만두 너마저...!!! ㅋㅋㅋ

페미니즘의 도전은 아직 시작 안했어요.
지금은 `시인동주`를 읽고 있는데 역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곰스크로 가는 기차와 스토너는 역시..읽어야겠어요 ^^


다락방 2015-04-27 14:15   좋아요 0 | URL
군만두가 맛없다는 말..들어 보셨습니까, 아무개님?
저는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아무개님이 읽을 페미니짐의 도전이 기대됩니다. 아마도 제 생각엔 스토너 보다는 곰스크를 곰스크 보다는 페미니짐의 도전을 아무개님은 더 뜻깊게 읽을 것 같습니다. 어쩐지 스토너는 아무개님에겐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Orz

2015-04-27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8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5-04-2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이퍼는 특히 더 좋아 다락방!!!
아마 내가 책으로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었다면 몇장 못 읽고 덮어버렸을 것 같은데, 다락방글은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


얼른 [지평]과 [스토너]를 읽어보고 싶당!




다락방 2015-04-28 08:25   좋아요 0 | URL
지평과 스토너, 레와님도 좋아할겁니다. 레와님은 아마도 스토너를 더 좋아할 것 같아요. 나의 추측 ㅋㅋㅋㅋ
아, 지평은 분량도 적어요. 슝슝-

느긋느긋 2015-04-2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늘 감정을 툭툭 건드려주는 다락방 누님 ㅠㅠ
웃었다가 울었다가 뭉클했다가 따스했다가
이런 글은 어찌 쓸 수 있는 것이옵니까 ㅠㅠ
천상 타고나는 것인가요 흐흑,
저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장`의 책 다 읽어내는 걸 올해 목표 중 하나로!
저 사진 고이 간직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ㅎㅎㅎ

다락방 2015-04-28 08:26   좋아요 0 | URL
아니, 버니님. 웃었다가 울면 ㄸㄱㅁ에 털나요..( ˝)
저 사진은 고이 간직하셔도 괜찮습니다. 혹여 저 책장의 책을 몽땅 다 읽게 되신다면, 그때 저에 대해 어떻게 파악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ㅋㅋㅋㅋㅋ
아 근데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는 읽으셨나요, 버니님? (강제로 읽게하는중)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4-2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장`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아직 제가 안 읽은 책이 많아요. 아직이요. 곧 읽습니다^^
어제 도서관에서 <지평>을 빌려와서, 무척 반갑네요.
반갑다, 지평아~~~~

다락방 2015-04-28 14:16   좋아요 0 | URL
지평은 진짜 끝까지 읽으면 더 좋은, 그런 책입니다, 단발머리님.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오늘은 출근길에 이번호 시사인을 읽었다.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아니 제일 처음에 나오는 <편집국장 브리핑> 과 <우리는 세월호의 '증인'입니다> 만 읽었는데, 조낸 힘들었어. 안그러려고 했지만 입술이 제 마음대로 삐죽삐죽 하더니 결국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래서 가방을 뒤적뒤적 손수건을 꺼냈고, 그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누가 보나 싶어 고개를 들고 앞을 보았는데 아무도 나따위에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고개를 처박고 시사인을 읽었다. 


그러다가 지난주 금요일에 광장에 나가 함께 촛불을 들었던 친구 두 명과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느끼는 바가 달랐다. 아, 물론 기본적인 마음은 같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사람이 많이 온 게 좋았다고 했고 친구 둘은 생각보다 그 수가 적었다고 했다. 나는 우리 모두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됐다. 나는 그 날 힐을 신고 있었고 그래서 발이 아팠다. 조금 서있다가 못 견디고 힐을 벗어 가방에 넣어버린 채, 스타킹만 신은 채로 버텼다. 친구1 이 가져온 방석이 큰 도움이 되었다. 힐을 벗어던진 덕분에 난장이 똥자루가 되어, 원래도 나보다 더 큰 친구보다 머리 하나가 쑥 들어가버렸지만, 발이 너무 아파 서있기가 힘들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추웠다. 계속 추워서 벌벌 떨었고,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자라났더랬다. 바람이 불었고 촛불은 자꾸 꺼질 것 같았다. 실제로 한 번 꺼져서 친구1의 촛불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춥고 발이 아픈데, 그래서 자꾸만 집에 가고 싶어지는데, 다른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그럼에도불구하고' 와있다는 게 내게는 벅차게 느껴졌다. 이 사람들이, 여기에, 왔어... 나랑 같은 마음으로, 같은 생각으로 왔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있어. 게다가 이들중 많은 사람들은 또 여러날을, 오랜 시간을 이곳에 있었을거란 생각을 하니 아찔해졌다. 그렇게 몇 번이나 울컥, 했더랬다.


그리고 내가 갔던 전날과 다음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최루액을 맞았다.




















내가 페미니즘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고,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재미있게도 '최명희'의 [혼불] 때문이었다. 실제로 [빨래하는 페미니즘]은 혼불을 읽던 중에 사서 읽은 것. 혼불을 읽다보니 진짜 너무 빡쳐서 미치겠는거다. 왜 강간 '당한' 여자가 죽을 죄를 짓고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는 여자가 되어야 하는지, 왜 죄인이 강간 '당한' 여자인건지 진짜 너무 빡이 치는거다. 게다가 '시집갈 때' 아녀자의 도리는 뭐 그렇게 더럽게 많은지 조낸 빡이 치는 거다. 또한, '열녀'라는 것에도 아주 그냥 넌덜머리가 났는데, 결혼하고 같이 한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은 채 남편이 죽어버리면, 평생을 여자 혼자 사는 게 미덕이고, 그래야 칭송을 받더라. 진짜 씨발이지 않나. 그럼 태어나 평생을, 일생을 살면서 남편하고 하루 살다 남편이 죽으면, 섹스를 한 번만 해보고 죽어야 된다는 게 아닌가. 진짜 너무 엿같은 거다. 그래서 혼불을 읽다말고 빨래하는 페미니즘을 읽었고, 빨래하는 페미니즘을 읽고 나서는, 강모 이새끼한테도 이 책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든거다. 또한, 혼불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읽히고 싶었다. 뭐, 그냥 책 읽다가 빡쳐서...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거다. 



빨래하는 페미니즘을 읽고 다시 혼불로 돌아와 7권을 읽고 있다. 강간 당하고 임신을 하게 된 강실이는 아버지로부터 두드려맞고 결국 자살을 결심한다.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주문했고, 배송받았다. 이 책은 몇 년전에 읽었고 그래서 중고샵에 팔았는데,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혼불을 8,9,10권 사야되는데, 이 사실을 잊고 오늘 아침에 다른 책들로 5만원어치를 주문했네. 헐. 내가 나의 예치금을 이렇게 써버렸어....


아니,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나는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문을 했다. 왜? 알라딘 5만원 이상 구입 복불복 마일리지 때문에. 아침 일찍 하면 '5만점 마일리지' 당첨될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그래서 눈꼽도 안떼고 주문을 번개같이 완료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5만점 마일리지에 응모했는데!!!



당첨 안됐다.


씨양-


너 딱기다려.

내가 조만간 또 예치금 5만원 마련해서 다시 도전한다. 그때는 새벽에 알람 해놓고 주문한다. 딱기다려. 될때까지 한다. 네가, 감히, 이 나에게, 당첨이 안돼? 딱 기다려라.






아니, 그리고 참나원. 나는 변방의 트위터리안이다. 팔로잉 53 팔로워 132 의 변방 트위터리안. 딱히 잉여롭게 트윗트윗하며 지내지도 않고, 뭔가 어마어마한 트윗을 작성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라서 리트윗이 되는 일도 거의 없다. 되어봤자 뭐 1~2회가 고작인데, 위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내 트윗 인생에서 가장 많은 리트윗을 받았다. 어처구니 없는게, 참나원, [스토너] 읽기를 마쳤다는 트윗이었다. <IreaditNow> 어플을 트위터와 연동하여, 책읽기를 시작하거나 끝마칠때 트윗에 저렇게 올라가게 되는데, 저 단순한 트윗을 사람들이 리트윗한 거. 이건...추측할 수 있는 답이 하나다. 저들 다, RHK 직원일 거라는 거. 이 시간에도 계속 리트윗 되고 있다. 현재 150 번이 되어 있더라. 하아- 싫어. 어떤 생각으로 리트윗 한건지 내가 모든 이유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어쩐지 참 마음에 안드는 리트윗이다. 정말 '다 RHK 직원들이군' 하는 생각밖에 들질 않아...뭐, 그 직원들이 리트윗하는게 잘못된것도 아니고, 업무상 그래야하는 걸수도 있고,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로서는 저게 리트윗 되는 건, 참 별로다. 어딘가 찝찝한 느낌...쩝.......-_-




아침에 포털에서 '탕웨이' 사진을 여러장 보았다. 긴머리 웨이브 탕웨이는 무척 예뻤다. 그래서 내 단발이 후회가 됐다. 나도 머리 더 길게 길려서 웨이브할걸...'탕웨이 사진 보고나니 내 단발이 후회가 된다' 라고 칠봉이에게 문자메세지를 넣었더니 이렇게 답이 왔다.


<탕웨이는 탕웨이고>



그래..탕웨이는 탕웨이지..아는데, 나도 다 아는데, 그래도 ... 

내가 이 얘기를 동료 직원에게 하자 동료 직원이 그랬다. 본인도 이하늬의 시꺼먼 머리를 보니 자신이 갈색으로 염색한 게 후회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는 탕웨이와 이하늬를 보며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영상으로 몇 개 보니 모델들이 대부분 긴머리 웨이브더라. 난 단발이라....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은 못하겠네....단발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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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5-04-23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트위터에서 다락방님의 글을 눈팅하는 사람으로서 리트윗을 넘 부실하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ㅎㅎ
참...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라는 책도 슬그머니 추천합니다. 광화문이나 시청 어디선가 다락방님을 뵐 수 있었을 텐데... 얼굴을 모르니..^^;;

다락방 2015-04-23 10:45   좋아요 0 | URL
앗, 머큐리님 오랜만입니다!
아뇨아뇨, 리트윗 해달라는 글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별 것도 아닌데 리트윗 되는게 좀 찝찝했다는 뜻이었어요. 하핫. 게다가 다 너무 직원같아서 말이지요. 하핫.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라는 책도 [빨래하는 페미니즘]에서 언급되거든요. 안그래도 관심도서이긴 했는데, 머큐리님 댓글 읽고 검색해보니 품절..이네요? 흐음... 재판매알림신청 해두었어요. 중고로도 없어서요..

cobomi 2015-04-2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불복 도전은 입금확인 후 일주일간 응모할 수 있어요.. 저도 주문하고 새벽에 응모한다는ㅎㅎ

다락방 2015-04-23 11:13   좋아요 0 | URL
아 그렇습니까?? 전 몰랐어요!!
오!!!!!!!!! 유용한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00:01에 해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

테레사 2015-04-23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뭐 이따위 재밌는 글이 있는지...ㅋㅋㅋ 너무 재밌어서 간만에 기분 좋아졌어요..저도 그날 그 시각에 추워서...계속 속으로 집에 가야지 가야지 하고 있던 1인이에요...

다락방 2015-04-23 11:57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테레사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날 우리 거기에 함께 있었군요! 어쩐지 참, 제가 감사드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테레사님이 테레사님이고 제가 저라서, 우리가 우리라서 다행입니다.
:)

Mephistopheles 2015-04-2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얼마 전 코XX스포츠 광고를 보고 나중에야 깜짝 놀랐어요. 남우는 알겠는데 선전에 나온 아름다운 여자는 대체 누구지..? 누구더라 했는데.....세상에 탕웨이더군요...음악도 정말 좋았고..(nat king cole-˝Te Quiero, Dijiste ˝스페니쉬어가 이렇게 달콤할 줄이야)

다락방 2015-04-27 08:29   좋아요 0 | URL
탕웨이는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아요. ㅎㅎ 저도 그런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5-04-27 19:02   좋아요 0 | URL
네? ( ˝)

다락방 2015-04-27 19:26   좋아요 0 | URL
네?

blanca 2015-04-2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헤어 롤모델은 위대한 개츠비 영화의 데이지의 복고풍 단발이예요. 그러나 머리가 곱슬이라 ㅡㅡ 단발머리 부러워요. 신기해요!! 방바닥에 혼불 쫙 깔려 있다는. 저는 그 복숭아꽃인지 사과꽃인지 묘사 부분늘 찾으려 했는데 실패했거든요. 강실이가 임신까지 했었군요. 기억이 전혀 안 나요. 다락방님 조만간 복불복 당첨됐다는 소식 좀 올려줘요

다락방 2015-04-27 08:31   좋아요 0 | URL
오, 그 영화에서의 데이지 복고 단발 예뻤죠! 그런데 머리가 짧을수록 얼굴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ㅠㅠ 데이지 복고 단발은..어..음....그러니까 저보다 얼굴이 훠어어어얼씬 작아야 어울릴 것 같아요. 아하핫.

강실이가 임신했죠. 강실이가 강간을 한 번만 당한게 아니라서요. 아..이 얘기 하면 너무 화가나서 부르르 떨려요 ㅠㅠ 얼른 8,9,10권도 사서 읽어야 하는데 7권 읽던 중에 스톱했어요. 휴..

복불복 5만마일리지 당첨이 목표입니다!! 아자!!

무해한모리군 2015-04-2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불은 이제 줄거리도 잘 기억이 안나네요... 저도 한살이라도 어려보일려고 복고풍 단발로 잘랐지만 몽실이 같을 뿐이고 ㅎㅎㅎ

트위터에 도전하게 되면 다락방님을 찾아갈게요... 아 난왜 시대에 뒤떨어졌을까 ㅎㅎㅎ

다락방 2015-04-27 08:3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단발로 자르면서 원장님께 `몽실이같아 보이진 않겠죠?` 라고 물었어요 ㅋㅋㅋㅋㅋ 단발로 자를 때 가장 무서운 게 몽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휘모리님은 워낙 미모로우셔서 몽실이 단발도 예쁠 것 같아요!! >.<

2015-04-23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3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5-04-2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불복 당첨되는 분이 있나요? 완전 궁금... ^^

다락방 2015-04-27 08:33   좋아요 0 | URL
네! 현빈 닮은 제 친구는 3만 마일리지 당첨됐습니다! 물론 그걸로 저한테 책 사줬지만요.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nomadology 2015-04-2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민아 다음엔 탕웨이로군요. 변방의 변방의 변방의 트위터에서 팔로했습니다.

다락방 2015-04-27 08:35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신민아와 탕웨이, 그 어느곳에도 제가 닿진 못했습니다. 아하하하하.
 
















나이를 먹어서 좋을 일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젊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인다거나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건 기쁜 일입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전보다 전체상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혹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면서 지금까지 알아채지 못했던 디테일에 불현듯 눈뜨게 됩니다. 그게 나이를 먹어가는 기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경험은 인생에서 하나를 얻은 것 같은 흐뭇함에 젖어들게 합니다. 물론 반대로 젊을 때만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이나 문학도 있지만요. (p.114)  



어제도 오늘도 친구들과 얘기를 했다. 각자 다른 친구들이었고, 이야기의 주제는 우리가 나이를 먹고나서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었는가, 였다. 과거의 나를 생각해보았을 때, 지금의 나는 변화가 있었는가 하는 것. 친구들 모두 인격적으로 좀 더 나아진 것 같다는 말을 했고, 나 역시 그렇다고 했다. 확실히 나는 과거의 나보다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과거는 2년전일 수도 있고 10년 전일 수도 있다.


과거의 모든 생활, 일상들이 모두 자세히 기억나는 건 아니다. 다만 어떤 사건에 맞닥뜨렸을 때 거기에 대해 판단하는 과정이라든가, 판단하게 되는 기준 같은 것들이 어땠었는지, 그게 기억나는 거다. 과거의 내가 '좋다'고 생각했다거나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 '이것이 진리다'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아, 어쩜 그렇게 생각했을까, 너무 어리석었구나'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과거의 나를 누군가 알아챌까봐 쪽팔리기도 하다. 만약 누군가가 '너 그때 이렇게 말했잖아' 혹은 '너 그때 이렇게 행동했잖아' 라고 한다면, 크, 나는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덧붙일것이다. 응 맞아, 그랬지, 그렇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 라고. 


실제로 내가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좀 넓어지게 된 건, 아주 나이들고난 후였다. 그전의 나는 세상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오로지 나의 현재에만 충실했을 뿐. 지금도 나의 현재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지만, 그전보다는 시선이 좀 더 먼 곳을 향하기도 하고 좀 더 깊은 곳을 향하기도 한다. 확실히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사소하게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에서부터 또 연애에 대해서도, 뉴스를 보는 것과 책을 보는 것에 대해서도, 나의 생각과 태도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나는 내가 더 '좋은쪽으로' 달라졌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성장 이라고 생각한다. 



아까도 친구와 대화하다 그런 얘길 했다. 만약 지금의 네가 더 어릴때의 나와 대화한다면 정말 짜증났을 거라고, 나는 무지하고 어리석었다고,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았을 거라고.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아주 늦은 나이까지-물론 지금은 그게 젊은 시절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아빠가 보는 시선으로, 우리 엄마가 보는 시선으로 세상을 봤던 것 같다. 지금은 아빠,엄마와 전혀 다른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 옳다고 알아왔던 것들이 잘못된 것일 수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들도 혹여 잘못된 건 아닐까, 이것이 옳은걸까? 하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확실히 지금의 나는, 하루키의 저 말처럼, 젊을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또한 한걸음 뒤로 가서 볼 여유도 생긴 것 같고.



지금 내게는 좋은 사람들이 옆에 많다. 그들과 나누는 대화가 즐겁고, 그들과 친구 혹은 연애하는 사이라는 것이 불쑥불쑥 자랑스러워지곤 한다. 그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건, 지금의 나라서 가능했다. 만약 과거의 나였다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좋은 사람들인지 몰라봤을 것이다. 확실히 나는 과거보다 지혜로워 졌으며, 이렇게 과거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자꾸 돌이켜 성찰하다보면 또 미래의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 나이 먹는건 대체로 서러운 일이지만, 이렇게 좋은 면도 있는 것이다.




지난주에 시킨 책 두 박스가 어제 내게 배달됐다. 키링 두 개와 함께.



책은 뭘 샀는지 기억도 못하는채로, 박스에서 꺼내면서 응?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샀어, 내가? 했다. 저렇게 인증샷 찍고나서는 책들을 뭉탱이로 저어어어쪽에 처박아 놓고 세월호 키링을 뜯어서 가방에 달았다. 조낸 힘들었다. 쇠로 된 자와 볼펜으로 억지로 벌려서 가방에 끼웠다. 그 가방을 들고 출근하는 오늘 아침의 인증샷.




내 가방, 내 키링, 내 구두, 내 발, 내가 딛는 땅바닥.



어제 저녁에는 다른 키링 하나를 남동생에게 주었다. 내가 달아줄까? 했더니 아니 내가 보고 달게, 라고 가방을 가지고 와서는 끙끙대며 달더라. 그런 남동생의 가방 인증샷.



이 두 사진을 여동생에게 보내고 너도 이 키링 하나 줄까? 했더니 응, 이란다. 뱃지는 달고 다니고 있는데 키링도 줘, 라고. 여동생은 내가 책을 사서 받는지 모른다...... 알면 아마 됐다고 했을 듯... 됐다고 할까봐 말 안했어..... 어쨌든, 그래서, '하는수없이' 책을 또 사야한다. 여동생 줄 키링 받을라고. 어쩔 수 없이 사야겠다. 책 한 박스 또 받아야겠넹. 어제 가방에 키링 다는 남동생을 보노라니 또 가슴 속에 사랑이 들끓어올랐다. 헤헷.





어제는 문득 조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언제나 그렇듯이, 참 좋다. 전화를 끊을 때 이모 안녕, 하는데, 하아- 옆에 있었다면 정말이지 꽉 안아주고 싶었다. 


나이 들고나서 조카가 생긴 것도 대단히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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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5-04-2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좀 주세요.

다락방 2015-04-22 16:36   좋아요 0 | URL
저더러 책을 한 박스 또 사란 말씀이십니까? 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15-04-22 16:36   좋아요 0 | URL
뭘...새삼스럽게...한 박스정도야...ㅋㅋ

다락방 2015-04-22 16:38   좋아요 0 | URL
제 통장에 잔고는 제로!! ㅎㅎㅎㅎㅎ

레와 2015-04-22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열쇠고리는 알라딘에서 상품으로 판매하면 좋겠다.

다락방 2015-04-22 17:17   좋아요 1 | URL
ㅇㅇ 내가 다른 알라딘 굿즈는 상품으로 팔아도 살 생각 없는데(반드시 경품으로만 받아야 함 ㅋㅋㅋㅋㅋ) 이 키링은 좀 다르다. 팔면 사고 싶어용!

hellas 2015-04-2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키링 받았는데. 어디 달려고 해도 너무 힘든 키링. 꼼꼼하게 만들어서...;ㅅ;

다락방 2015-04-22 17:52   좋아요 0 | URL
네 달기 너무 빡세더라고요 ㅎㅎㅎ

hellas 2015-04-22 17:53   좋아요 0 | URL
손톱;ㅅ;......... 흙

다락방 2015-04-23 10:16   좋아요 0 | URL
아니, 이 빡센 걸 손톱으로 ㅠㅠ

프레이야 2015-04-22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라고 있을까요?? 좀 자란 것 같기도 하구요~ㅎㅎ

다락방 2015-04-23 10:50   좋아요 0 | URL
자라고 있을 겁니다, 프레이야님. 프레이야님은 앞으로도 자라실 것 같고요.
:)

2015-04-22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3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다 2015-04-23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조은데요.
함께 성장해요. 따로 또 같이. :)

다락방 2015-04-23 10:55   좋아요 0 | URL
네, 나이만 먹는건 매우 곤란하니까요. 그에 맞게 성장을 해야죠.
 

최근 며칠간 되게되게 결혼이 하고 싶었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김치부침개!! 그러니까 평일의 어느날 저녁, 퇴근하여 거의 집 앞에 이르던 나는, 엄청나게 김치부침개가 먹고 싶어진 거다. 엄마가 집에 계셨다면 엄마 김치부침개 해줘~ 라고 할텐데, 엄마는 평일 내내 복직한 여동생의 집에 가 계신 상황. 하아- 퇴근하고나서 김치부침개를 할 의욕 같은 게 내겐 없어...누가 해주는 거 먹고 싶어..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고-부침개를 해본 적이 없다는 건 일단 무시하자-, 그러자 퍼뜩, 이럴때 엄마가 집에 없으니 시어머니라도 있었으면...하게 된거다. 뭔가 나이 지긋한 분이 해주셔야 제맛일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그러자 머릿속에서 잽싸게 상상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런 거.


[다락방의 120가지 그림자]라는 소설을 써서 빅힛트를 시킨 나는 더이상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될만큼 돈이 넉넉해서 더이상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되는데, 그러다가 고액연봉을 받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나는 직장에 안다녀도 이미 돈이 많은 사람이므로 남편이 출근한 뒤 소파에 누워 잉여잉여 하다가 퍼뜩 김치부침개가 먹고 싶어지고, 그래서 그리스에 여행간 시아버지 덕에 혼자 계신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님~ 저 김치부침개좀 해주세요, 막걸리는 제가 사갈게요, 지금 출발합니다~' 라고 하는 거다. 그리고는 걸어서 한시간 가량 거리에 있는 시어머니 댁으로 걸어간다. 부침개랑 막걸리를 많이 먹을 거니까 그 전에 칼로리 소모를 좀 해야 하므로. 여튼 그렇게 한시간 가량을 걸어 시어머니 댁 앞에서 막걸리를 두 병 사가지고는 들어가, 시어머니가 해주는 김치부침개를 맛있게 먹는거다. 그렇게 우리는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로의 연애사를 털어놓고 술에 취한다. (어쩐지 [남자의 부드러움]이란 소설이 떠오르는 군). 막걸리 두 병으로는 우리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없어 아쉬워하던 찰나, 시어머니는 내게 말한다.


얘야, 이럴 때를 대비해 니가 우리집 냉장고에 호가든 쟁여놓지 않았니, 그걸 마시자꾸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는 또 호가든을 따라가지고는 엄청 퍼마시는 거다. 나는 이미 유빅컵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고액 연봉자 남편에게 전화한다.


이보시오 서방, 내가 지금 많이 취했소. 그리고 당신 어머님 댁에 있으니, 퇴근길에 들러 나를 픽업해가시오.


고액 연봉자 남편은 퇴근길에 나를 픽업하기 위해 들렀는데 내가 완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했고, 그래서 125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나를 등에 업는다. 이쯤은 업을 수 있지, 새털처럼 가벼운 여자, 하면서. 휘파람을 불면서. 크- 아름다운 스토리. 그러나 현실에서 나는 10개의 그림자도 가진 적이 없고, 돈도 없고, 직장이 아니면 굶어야 하고, 고액 연봉자 남편도 없고, 시어머니도 없고....김치부침개는...어디로?? 어디에서??



주말에 집에 오신 울엄마, 나의 엄마가 김치부침개 해줬다. 



아, 그래서 오늘의 요리가 김치부침개냐고 하면 그건 아니고, 무려 <LTE 잡채> 가 되시겠다.



[오늘 뭐먹지?]에서 성시경 생일 에피소드가 재미있다는 칠봉이의 말에 부러 1,200원이나 주고 굿다운로더 받아서 보게됐는데, 그때 나온 게 LTE 잡채다. 불을 전혀 쓰지 않고 15분 내에 완성 가능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오, 불을 쓰지 않아? 그래서 나는 유심히 봐뒀고, 또 다 본 뒤에는 나도 한 번 해보리라, 하고는 재료나 순서 등을 메모해 두었다. 자, 이제 내가 한 요리가 나가신다!!



우선, 잡채를 하기 위한 기본 재료를 셋팅한다. 소고기를 준비하면 좋겠지만, 늘 요리를 망치는 나인지라, 망치고난뒤 소고기까지 버리기는 좀 거시기하므로, 일단 처음 만들어보는 잡채에 있어서만큼은 가장 기본적인 재료를, 고기 없이 준비하기로 한다. 표고버섯, 양파, 당근, 시금치다. 당면은 진작에 물에 넣어 불려두고 있다. 많이 불리면 불릴수록 좋다는데, 나는 한 세 시간 불려둔 것 같다.




그리고 양념장을 만든다. 간장과 설탕의 비율은 2:1 이라고 되어있던데, 그러면 내게는 너무 달 것 같아서 나는 일단 간장을 무조건 막 따른 다음에 설탕을 한 숟가락 넣었다. 그리고 다진마늘, 참기름, 후추를 넣는다. 그렇지만 나는 후추를 넣었던가 안넣었던가...여튼 그렇게 섞어서 양념장을 만든다.




자, 이렇게 준비가 되었으니 전자렌지에 넣을 수 있는 그릇에 당면을 넣고 표고버섯을 넣고 양념장을 넣은 뒤 한 번 섞어준다. 이때 양념장은 백프로 넣는 게 아니라 70프로정도 넣어주는 게 좋다. 그리고 그 위에 양파와 당근을 얹는다. 양파와 당근은 수분이 많으므로 일부러 맨 위에 얹는 것. 그렇게 셋팅한 뒤 랩을 씌워 전자렌지에 넣고 5분간 돌린다.




그 후에 그릇을 빼내 조물조물 해주고 그 위에 시금치를 얹어서 다시 2분30초간 전자렌지에 넣어 돌린다. 그리고 꺼내서는 아까 남겨둔 30프로의 양념장을 넣어 조물조물 해준다. 그러면 잡채 완성!!



자, 맛은 괜찮다. 먹을만하다. 다만, 전자렌지로 만든 거라 뻑뻑하다. 건조하다. 당근과 양파를 더 넣던가 아니면 양념장을 만들때 물을 조금 섞어 양을 많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남은 양념장을 다 넣어도 뻑뻑해..건조해.. 그렇다고 그냥 물을 넣자니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어쨌든 건조해서 후루룩 입안에 들어가진 않았지만....뭔가 매끄럽지 못해 지들끼리 서로 붙어있는 면발들이긴 했지만....그간 내가 도전한 요리들 중 가장 나은 맛을 보였다. 남동생도 '괜찮네' 라고 했다. 오늘의 요리는 괜찮은 요리였다. 훗. 다음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자신 있는 요리를 하나 가질테닷!! 그것은 잡채가 될것이닷!!!!!



암튼 양념장 다 부어 좀 짭짤한 잡채를 안주 삼아 나는 그날 저녁, 와인을 마셨다. 울랄랄라





건배!!



부침개 대신 엘티이잡채. 오늘의 요리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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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4-2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치부침개 먹고 싶네요 ㅎㅎ 다락방님의 120가지 그림자편 시어머니와 남편 좋네요 저는 어제 사랑과 전쟁을 봤더니..ㅋㅋㅋ

다락방 2015-04-22 09:26   좋아요 0 | URL
상상은 늘 아름다운 법이죠.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인가봐요. 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5-04-2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잡채 후기 여깄었구나!!!! ㅋㅋㅋㅋ

다락방 2015-04-22 10:42   좋아요 0 | URL
네, 여기에. 오늘 아침에 작성 완료. ㅋㅋㅋㅋㅋ
이거 잡채맛 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5-04-22 10:43   좋아요 0 | URL
잡채에서 잡채맛이 나다니!!! 대단해요 ㅋㅋㅋ

다락방 2015-04-22 10:47   좋아요 0 | URL
짱이죠! 무려 잡채 맛이 나는 잡채인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5-04-2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데!!!! 잡채라니.... .하아.. 너무 먹고 싶다.. 미치겠네..... ㅎㅎㅎㅎㅎㅎ


전자렌지 돌리는걸 후라이팬으로 바꾸면 3배는 더 맛있을거야.

다락방 2015-04-22 10:5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당연히 그럴것 같긴 한데...내가 하면 또 망칠까봐 겁나서 말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잡채 안좋아하는데 요리 하니까 좋더라고요. 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5-04-2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 급한대로 오X기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3분 잡채도...그럭저럭 먹을 만은 해요...

아니 그런데....

김치 부침개때문에 결혼을 하고 싶다니... 암튼 예측 불가능 다락방님이십니다.

다락방 2015-04-22 16:36   좋아요 0 | URL
김치 부침개는 제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요 ㅋㅋㅋ 이것도 언젠가 한 번 날잡고 해봐야겠어요. 그리고 오늘의 요리 페이퍼 써야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5-04-2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챔기름을 조금 뿌렸으면 덜 뻑뻑했을텐데요 ㅋㅋ

점심을 먹으면서 댓글을 쓰고 있는데
왜 배가 고픈건지 킁 ㅠ..ㅠ

다락방 2015-04-22 16:37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칠봉이가 참기름 얘기도 했는데 이미 절반 이상 먹은 뒤라 그냥 먹었어요. ㅎㅎㅎ

아 갑자기 다시 맛있게 만들어서 잡채 먹고 싶네용. ㅋㅋㅋㅋㅋ
아 .. 아무개님 댓글 읽으니까 배고파 ㅠㅠ

단발머리 2015-04-2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티이 잡채 감동적이예요. 저, 잡채는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다락방표 잡채 도전해볼까봐요.

위에 오타있어요.

125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45 아니구요?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4-22 16:37   좋아요 0 | URL
레서피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와요, 단발머리님. LTE 잡채라고 치면 신동엽과 성시경이 한 레서피 나올거에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오타...........아닙니다. 제대로 친 거 맞아요. -0-

2015-04-22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4-23 10: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또 먹고 싶네요, 김치부침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15-04-2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거 오늘 해볼라 그랬는데, 다락방 님 후기를 읽으니 챔기름이 꼭 들어가야되겠네요. 당근 양파는 물 많이 나오게 듬뿍, 오케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5-04-23 11:58   좋아요 0 | URL
치니님, 후기 기다리고 있을게요. 치니님은 아마 저보다 더 맛있게 하실겁니다. 화이팅!! 아 잡채 먹고싶어요. ㅋㅋㅋㅋㅋ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라면 나는 《오만과 편견》을 읽었고, 《설득》을 읽었다. 이 두편에 대해 재미있다고는 생각했지만 딱히 제인 오스틴이 좋아진다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제인 오스틴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나 책이 더 재미있더라. 이를테면 《제인 오스틴의 북클럽》 이나, 《비커밍 제인》같은 것들. 그러므로 제인 오스틴의 책을 더 찾아 읽어나 할 생각은 없었는데, 뭐, 미래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인지라 이 책, 《노생거 사원》을 읽게 됐다. ㅇ님이 쓴 리뷰를 읽고나서 관심이 생긴 것인데, 그 리뷰에는 이 책속의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을 너무 좋아해서' 라는 문장이 있었던 것. 크- 나는 여기에 완저 꽂혀가지고 읽었고, 그래서일까, 내가 읽었던 다른 두 권의 제인 오스틴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고작 세권이 되긴 했지만 내가 읽은 제인 오스틴 소설중에 최고랄까.


무엇보다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고, 그러면서 소설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는 게 참 좋더라. 소설을 폄하하는 시선에 당당히 반기를 드는 모습이랄까. 나는 일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소설을 폄하하는 사람들은,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숱한 위대한 소설들을 그들이 읽어봤다면 '소설이나 읽는다'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을거라고 정말이지 강하게 생각한다. 일전에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주연한 영화에서 그런 시선이 한차례 나왔던 걸 본 터다. '저 여자 읽는거 소설일걸?' 하고. 쳇. 


자, 우리의 제인 오스틴이 당당히 주장하는 '소설'에 대해 들어보자.



오전에 비가 와서 할 일이 없으면 굳이 축축하고 더러운 길을 달려가 둘이 문을 잠그고 들어앉아 소설을 읽었다. 그렇다. 소설이었다. 나는 소설가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바, 경멸적인 비난으로 자기들도 생산해 내는 바로 그 소설의 역할을 깎아내리는 옹졸하고 무례한 관습을 따르지 않으리라. 소설가들은 적들과 합세하여 소설에다가 심한 욕설을 하고, 여주인공에게 소설을 허락하지 않고 만약 여주인공이 우연히 소설을 집어 든다면 분명 그 재미없는 페이지를 욕하면서 넘기게 만든다. 안타깝다! 한 소설의 여주인공이 다른 소설의 여주인공에 의해 후원받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보호와 관심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난 인정할 수 없다. 문학비평가들이 한가할 때 공상을 발산하도록, 그래서 요즘 출판사에서도 싫어하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새로 나온 소설에 대해 떠들거나 말거나 내버려 두자. 우리는 서로를 배신하지 말자. 우리는 이미 상처받은 몸이다. 우리의 작품 활동이 다른 문학 관련 활동보다 훨신 광범위하고 꾸밈없는 즐거움을 제공하는데도, 어떤 글쓰기도 이렇게까지 비난받은 적이 없었다. 오만과 무지와 유행에 휩쓸려 우리를 비난하는 무리가 우리의 독자만큼이나 넘친다. 『영국의 역사』의 구백 번째 축약본을 쓴 작가, 또는 밀튼과 포프와 프라이어를 수십 줄 인용하면서 『스펙테이터』한 부와 스턴의 소설 한 장을 모아 펴낸 작가의 재능을 무수한 사람들이 나서서 찬양하는데, 여기에는 소설가의 능력을 비판하고 소설가의 노동을 깎아내리고 천재성과 위트와 취향을 골고루 갖춘 소설을 우습게 보려는 태도가 깔려 있다. "난 소설을 안 읽습니다. 소설은 거의 안 봐요. 내가 소설을 읽을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소설에서나 있는 일이죠." 이렇게들 떠든다. "무슨 책 읽어요, 아가씨?" 아가씨는 "그냥 소설이에요"라고 대답한다. 무관심한 척하면서 또는 순간적으로 부끄러워하면서 소설책을 내려놓는다. "그냥 『세실리아』, 『까밀라』, 『벨린다』라는 책이에요."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정신의 위대한 힘이 드러나고,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철저한 지식과 인간 본성의 변화에 대한 가장 행복한 묘사와 위트와 유머의 생생한 발현이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선별된 언어로 전달되는 그런 작품이란 말이다. (p.39-41)




제인 오스틴이 자신의 소설을 빌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작가라는 사실에 존경심마저 든다. 무엇보다 자신이 쓰는 장르를 자신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흡족하다. 그런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읽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중에 가장 재미있다고 하긴 했지만, 그렇다해도 내게는 이 《노생거 사원》이 좀 아쉬운 게 사실이다. 캐서린이 남자를 매우 많이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서는 수시로 드러나고, 그점에 대해서는 재미있었지만, 뭔가 둘이 갑작스레 성사된 듯한 느낌이다. 남자도 여자를 어떻게 보는지, 어떤 식으로 감정이 자라는지, 그 점에 대해 좀 더 묘사되어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이 남자, 헨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캐서린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또한 더 생각이 깊다. 그런 점이 무척 만족스러운데, 아주 당연한 이치-그러나 캐서린은 알지 못했던-에 대해 조곤조곤 캐서린에게 일깨워준다.



"친애하는 몰란드 양," 헨리가 말했다. "오빠를 걱정하는 아리따운 마음이 좀 잘못된 건 아닐까요? 너무 멀리 나가는 것 아닐까요? 그녀가 틸리 대령을 안 만나기만 하면 그녀의 애정, 아니 적어도 그녀의 반듯한 몸가짐이 보장된다는 그 생각을 당신 오빠 스스로에게나 쏘오프 양에게나 바람직하다고 보고 감지덕지할까요? 그는 주변에 아무도 없어야 비로소 안전해지는 남자인가요? 그러니까 그녀의 마음은 다른 누가 붙잡지 않을 때에만 그를 향하나요?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또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기를 바라지 않아요. 당신이 지금 힘든 거 알겠으니까 '힘들어하지말라'고는 안 할게요. 그래도 가능하면 힘들어하지 말았으면 해요. 당신 오빠와 당신 친구가 서로 사랑한다고 믿잖아요. 두 사람 사이에 질투는 없어요. 그들 사이에 불화는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그들의 가슴은 서로에게 열려 있지 당신에게 열려 있지 않잖아요. 그들은 정확히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견뎌야 하는지 알아요. 재미있을 때까지만 장난치고 그만두어야 한다는 거, 안단 말이죠." (p.171)



그래, 바로 이거다. 헨리는 남녀 사이의 관계에 대해 아주 정확한 포인트를 짚어냈다. '그는 주변에 아무도 없어야 비로소 안전해지는 남자인가요? 라니. 크- '야광토끼'의 노래가 생각난다. '그녀보다 나를 더 먼저 만났대도 그래도 너는 그녀를 택했겠지 난 그냥 아닌거지' 라는. 크- 이거슨 남녀관계의 진리. '누구때문에' 안되는 게 아니라, 안되니까 안되는 거다. 아니니까 아닌 거다. '그녀의 마음은 다른 누가 붙잡지 않을 때에만 그를 향하나요'라는 이토록 날카로운 질문이라니. 여기에 대한 답이 바로 그와 나의 관계를 드러내는 것일테다. 헨리 멋지다. 






아!

그리고 나는 이 소설에 대해 꼭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내가 최근에 읽은 그 어떤 소설보다 더 완벽하다. 2015년에 책 읽은 목록을 Ireaditnow 를 통해 쭈욱 훑어보면서, 아, 이 책이 유일하게 완벽한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1월달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있더라. 그러므로 2월달부터 읽은 소설중에 완벽한 걸로.


자, 일단 이 책은, 옮긴이의 말을 빌자면, '학자로서도 명성을 떨치지 못했고, 교육자로서 학생들의 인정을 받지도 못했으며, 사랑에 성공하지도 못한' 스토너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이 삶은 단조롭고 조용하다. 그러나 그윽하다. 이걸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 이 소설은 대체 어디에서 나에게 완벽하다는 느낌을 주는걸까, 곰곰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다만, 며칠전에 읽은 소설, 《허즈번드 시크릿》이 생각났다.



책을 읽는 독자로서 소설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각자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흥미있는 이야기를 원할 것이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문장을 원할 것이고, 누군가는 지식의 전달을 원할 것이다. 나는 소설을 읽기 시작했던 아주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소설이 재미있어서 읽었다. 재미있어서 읽었는데, 읽으면서 감동도 받고 빡치기도 하고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도 되고 전혀 다른 삶에 대해서도 알게 되더라. 그러면서 아름다운 문장, 고요한 이야기에 크게 만족감을 느낀다.


《허즈번드 시크릿》은 분명 사람들끼리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소재를 제시한다.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해보게 되고, 그래서 그 책을 읽고나면 누군가에게 줄거리를 이야기해주며, 너라면 어떨 것 같아? 라고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남편의 비밀은 그만큼 굉장히 '거대한' 것이었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니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하기에 딱 좋은 소재이기도 하고, 영화화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스토너의 삶에 대해서라면, 다 읽고나서 누군가에게 줄거리를 말해주기가 민망하다. 저 위에 쓴대로 '어느것에도 성공하지 못한' 한 남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니까. 딱히 이렇다할 충격적인 일이라든가, 반전이라든가 하는 것이 이 책에는 없다. 다만 그저 성공하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에 대해 동정심이나 연민을 생기게 하는 것도 아니고, 아쉽다고 생각되어지는 것도 아니다. 독자는,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나는, 그저 그의 삶의 흐름을 따라갔을 뿐이다.


잠이 안오는 일요일 밤, 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새벽 세시가 넘을 때까지 결국 이 책을 다 읽고 잤는데(그래서 나 지금 예민하다), 스토너가 문학에 대한 사랑을 느낄때 처음 가슴으로 훅- 뭔가 들어오는 것 같았고, 이 결혼은 실패다, 라는 걸 깨달을 때 무척 안타까웠으며, 자녀에 대해서 마음껏 사랑을 표현하지 못할 때 같이 애석해했고, 아, 그가 사랑을 주고 또 받을 때는 한없이 그 사랑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생긴 것이다.


사람들은 반드시 '서로 사랑하는' 누군가가 생기는 것이구나, 비슷한 크기로 상대방을 원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구나, 누군가에게 그건 아주 늦게 나타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도, 스토너 덕에 하게 됐다. 결국 스토너가 그 사랑을 끝내 선택해 함께하게 된 게 아니었어도, 죽음에 이르러 불러볼 이름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책장은 넘어가고 스토너의 경력이 쌓일수록, 아, 몸은 허약해지고 스토너는 이제 죽음에 다른다. 그때, 나는 내 나이를 돌이켜 보았고, 나에게도 이제 죽음이 십년전보다 더 가까이 다가왔다는 사실 때문에 무서워졌다. 이 고요함, 이 묵직함, 이 고독함. 시간이 흐르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게 이토록 아플 줄이야.



2월 말에 또 피로가 그를 덮쳤다. 아무리 해도 피곤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작은 뒷방에서 소파 겸용 침대에 기대어 서류작업을 했다. 3월에는 다리와 팔이 둔중하게 아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피곤해서 그럴 것이라며 따뜻한 봄이 되면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그저 휴식이 필요할 뿐이라고 자신을 타일렀다. 4월이 되자 통증이 아랫배 쪽으로 국한되었다. 그래서 그는 가끔 수업을 빼먹었고, 강의실을 옮겨다니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힘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5월 초에는 통증이 심해져서 더 이상 그냥 귀찮기만 한 가벼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대학 부속병원에 진료예약을 했다. (p.360)



자신의 몸이 점점 더 약해져가고 있다는 걸 느끼는 이때의 스토너는 60대이다. 내게 60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슬픈 깨달음이 왔다. 나도 이렇게 지내다가 언젠가는 내 다리가, 내 팔이, 내 허리가 예전과 다르다는 걸 점점 더 느끼게 되겠지.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새벽, 우울해진 까닭이다. 몸 여기저기가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러다 결국은 병원에 가게 되고, 약을 처방 받고, 종국엔 움직임조차 힘들어지는 날이 오겠지...




위에 언급했듯이, 스토너는 사랑을 잃었다. 그 사랑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영원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었고 결국 함께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육체의 병은 마음에서 쉽게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몸이 아팠을 때는, 내 마음이 크게 아팠을 때였다. 마음이 너무 아프면, 몸이 그걸 버텨내지 못했다. 이런 나를 두고 남동생은 '스트레스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는 쪽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 그렇다고 해서 스트레스와 상처를 번번이 피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일전에도 마음이 너무 아파서 몸이 아팠다. 스토너는, 사랑을 잃고 아프다. 사랑을 잃었다면, 아플 수밖에 없지. 나도 사랑이 아파서 몸이 아프기도 했으니까.



그해 여름에 그는 강의를 맡지 않았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병을 앓았다. 그는 원인이 불분명한 엄청난 고열에 시달렸다. 겨우 일주일이었지만, 기운이 쭉 빠져서 몹시 수척해졌을 뿐만 아니라 후유증으로 청각마저 일부 잃어버렸다. 여름 내내 그는 너무나 쇠약해져서 겨우 몇 발짝만 걸어도 녹초가 되었다. (p.306)



하아- 생애 처음으로 병을 앓을 정도로 그는 아팠다. 사랑을 잃었다. 사랑을 잃고 그는 아팠다. 청각마저 일부 잃을 정도로. 몹시 수척해질 정도로.



근데..

나도 사랑 때문에 몹시 아팠던 적이 분명 있는데, 왜 나는 수척해지질 않지? 왜 아파도 안수척해지지, 나는? 나 진짜 아팠었는데???? 아플수록 잘먹어야 된다. 그래야 빨리 낫는다.



스토너는 캐서린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자기 혼자만의 것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캐서린이, 그것이 캐서린에게도 찾아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아,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니까, 자기 혼자만 캐서린을 열망했다고, 흠모한다고 생각했던 스토너에게, 어느날 캐서린은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다.



"정말이지 내가 옛날에 당신을 얼마나 갈망했는지 알아요?" 캐서린이 말했다. "수업시간에 앞에 서 있는 당신 모습은 아주 크고 사랑스럽고 서툴러 보였어요. 나는 당신에게서 뭔가 격렬한 것을 보고 싶다고 갈망했는데, 당신은 전혀 몰랐죠?" (p.276)



이 부분은 줌파 라히리의 소설 한 구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녀는 갑자기 아찔해서 비틀거렸다. 자기에게 무관심하던 그 소년, 자기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정사를 시작한 이 남자, 바로 그가 마지막 순간에 그 이상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줌파 라히리, <뭍에 오르다> p.389)




어쩌면 우리는 생애 한번쯤, 자신이 정말 갈망하던 사람과 사랑하며 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시간은 짧든 길든 어쨌든 유한하겠지만. 우리에겐, 그런 시절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고, 그때가 모두에게 다르게 오겠지만. 



이 책은 읽고나서 다른 사람과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다만 조용히 혼자 곱씹고 음미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문학을 사랑하고 소설을 폄하하지 않는 독자들에게 읽으라 권하고 싶다. 아름답고 고요하며 우아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나는 이런 소설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다시 한 번 인용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정말이지 내가 옛날에 당신을 얼마나 갈망했는지 알아요?" 








"모르겠나, 스토너 군?" 슬론이 물었다. "아직도 자신을 모르겠어?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갑자기 슬론이 아주 멀게 보였다. 연구실의 벽들도 뒤로 물러난것 같았다. 스토너는 자신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질문을 던지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이십니까?"
"정말이지." 슬론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런 걸 어떻게 아시죠?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 군." 슬론이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지." (p.31-32)

"전쟁은 단순히 수만 명, 수십 만 명의 청년들만 죽이는 게 아냐.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 속에서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죽어버린다네. 사람이 전쟁을 많이 겪고 나면 남는 건 짐승 같은 성질뿐이야. 나나 자네 같은 사람들이 진흙탕 속에서 뽑아낸 그런 인간들 말일세." (p.53)

"뭔가 잘 안 되네요, 그렇죠? 죄송합니다. 당신 같은 분을 만난 적이 없어서 제가 자꾸 서투른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혹시 당신을 곤란하게 해드렸다면 용서해주십시오." (p.75)

"나는 여러 면에서 무지한 사람입니다. 바보 같은 것은 바로 납니다. 당신이 아니라. 내가 당신을 만나러 오지 않은 것은 ‥‥‥ 내가 당신한테 점점 귀찮은 존재가 되고 있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요." 그녀가 말했다. "잘못 생각하셨어요."
그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나는 ‥‥‥내 감정 때문에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계속 만난다면 조만간 그 감정이 뚜렷이 드러났을 테니까요."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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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5-04-2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말을 해야해요. 말을해야알지!! ^-^



뭔가 책 한권 들고 골방에 콕 처박히고 싶은 날입니다.



다락방 2015-04-20 16:20   좋아요 0 | URL
응 조용히 읽기에 좋은 책이었어요. 노생거 사원은 재미있고 스토너는 문학의 클래식 같은 느낌. 특히나 조용한 골방에서 읽기에 맞춤한 책입니다. 헤헷 :)

nomadology 2015-04-2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리뷰를 봤을때는 그저 그러려니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점잖게 잘 쓴 소설 정도?) 했는데, 다락방님 리뷰를 보니 읽고 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5-04-20 16:21   좋아요 0 | URL
참 좋더라고요, 저는. 왜, 한장 한장 꼭꼭 씹는 느낌으로 읽어야 되는, 그런 소설이었어요. 저는 이런 소설이 정말 좋아요!! >.<

단발머리 2015-04-2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학을 사랑하고 소설을 폄하하지 않는 독자로서 [스토너]를 서둘러 읽어야겠어요~ 소설에 대한 제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 막 불끈!!!해지는데요~~

다락방 2015-04-20 16:27   좋아요 0 | URL
아, 단발머리님!
좋은 소설입니다. 정말 좋은 소설이에요. :)

다다 2015-04-2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다락방님 페이퍼를 향한 애정은 유통기한이 없나봅니다.
언제 읽어도 좋구요. 깨닫는 바가 많아요.
오늘도 다락방님의 무등에 올라탄 난쟁이가 되어 좋은 소설 하나를 발견하네요.
[스토너] 장바구니에 쑝 담습니다. 감사해요. 락방님. ^-^

다락방 2015-04-21 15:17   좋아요 0 | URL
네, [스토너]는 정말 좋습니다, 소금꽃님.
조용한 곳에서 조용히 읽어보세요.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콱콱 와서 박힐겁니다.

blanca 2015-04-20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이 두권. 언제나 읽고 싶어지는 책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 저는 제일 근사하게 느껴집니다. 고마워요^^

다락방 2015-04-21 15:17   좋아요 0 | URL
우와- 저 두 권의 책에 대해서 블랑카님이 어떤 느낌을 받으실지, 풀어놓을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

에이바 2015-04-20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말씀하신 부분이 <노생거 사원>에서 참 아쉬운 부분이에요. 오스틴 소설 속 남주들의 감정묘사가 아쉬울 때가 많은데요. 저는 드라마로 <오만과 편견>을 보고 책을 읽었는데 다아시 분량이 너무 적어서 놀랐어요. 콜린스 출연의 임팩트가 더(?) 강하더군요. 그래도 명작은 명작이더라고요. 요즘 오스틴 다시 읽기중인데 다락방님께 공감하고 갑니다. 그리고 <스토너> 읽어야겠어요.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꼭꼭 읽겠습니다.

다락방 2015-04-21 15:18   좋아요 0 | URL
네, 여주의 사랑이야 충분히 잘 알겠는데, 대체 남자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사랑이 시작된건지, 아니 얼마만큼 사랑하는건지, 아니 이건 표현이 이상하고 뭐랄까, 사랑을 하기는 하는건지 충분하게 느껴지질 않아서 답답하더라고요. 야..뭐야, 니네 왜 갑자기 서로 사랑이야? 하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에이바님 덕에 노생거 사원 읽었습니다. 헤헷.

스토너 꼭 읽으세요, 에이바님. 정말 좋아요!! >.<

프레이야 2015-04-20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공감 2권이 탄생할 것 같습니다. 그러시길요!

다락방 2015-04-21 15:19   좋아요 0 | URL
우하하핫. 독서공감 2권이 탄생한다면, 이 영광을 프레이야님께로!!

잘 지내시고 계신거죠, 프레이야님?
앞으로 자주자주 소식 전해주세요.

블랙겟타 2016-01-15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ireaditnow어플 쓰시는 군요 ㅎㅎ 제가 가장 아끼는 어플중에 하나에요 이 어플 때문에라도 책을 자주 읽으려고 노력할 정도 거든요 ㅎㅎ 제가 다락방님 글을 읽고 나중에 읽어야지라고 샀던 책이 `스토너`였었는데 제 주위에서도 추천을 하길래 ˝이제야(?) 읽을때가 됐구나!˝ 라고 생각이 들어 드디어 읽어보았는데요. 다락방님 말대로 아름다우면서 고요한 책으로. 조용히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네요..별 내용이 없었던것 같은데 읽고난 뒤 먹먹해지네요 ^^;; 덕분에 좋은 책 읽었어요.

다락방 2016-01-18 10:26   좋아요 1 | URL
우어엇 블랙겟타님도 아이리뒷나우 어플을 쓰시는군요! 반갑습니다! 꺅 >.<

스토너는 참 좋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딱히 별 내용이 있었던 것 같진 않은데, 그런것과는 전혀 별개로 묵직하고 먹먹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남동생에게도 추천해줬는데 남동생은 이걸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네요. 스토너가 늙고 병들 때 참 외로움이 느껴지더라고요. 아, 삶은 뭘까, 싶기도 하고요. 아프고 병들어 움직이기조차 힘들어졌을 때, 저도 같이 아프고 힘든 느낌이었어요.

블랙겟타님, 자주 나타나주세요! 같이 얘기해요, 우리!

블랙겟타 2016-01-18 23: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다락방님, 그 소설에서 한단어로 표현하자면 외로움! 이었어요.

사실 다락방님 서재에 최근엔 뜸해서 조금 찔렸었는데. ^^;;; 앞으론 자주 들릴께요 ㅎㅎ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