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번역되어 있는지를 몰라서 한 번 검색해봤더니 2012년에 이미 번역되어 책이 나와 있었다. 표지만 보면 딱딱한 인문서적 같은데, 혹여나 2012년에 이 책을 알았어도 그저 내가 잘 모르는 인문서겠거니, 하고 넘어갔을 것 같다.

 

《웰컴, 삼바》는 말해야 할 것을 말해야 하는 영화였다. 그러므로 필요하고 의미있는 영화였으며, 그 영화를 보는 쪽이 보지 않는 쪽보다 더 나았다고도 생각한다. 내가 그 영화를 보고나서 바로 무언가 액션을 취하지 않더라도, 혹여라도 나중에 어떤 액션을 취하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영화. 책이든 영화든 그게 뭐든, 본다고 바로 삶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감상한 후에 느꼈거나 생각한 것들이 나를 구성하는 일부분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그것들을 나를 구성하는 일부로 만들고자 선택해 보는 건 아니다. 그 시간들이 즐거워서 선택하는 거지. 어쨌든 《웰컴, 삼바》가 '필요한' 영화였다면, 내게 《와일드》는 '좋은' 영화였다. 여기서 '좋은'의 의미는 '좋아하는'을 뜻한다. 나는 이 영화가 몹시 좋았다. 내 마음이 더 끌리는 건 이쪽이었다.

 

여자는 폭력적인 아버지를 피해 가난한 집에서 엄마와 또 남동생과 살고 있었다. 가난하고 가진 게 없는데도 엄마는 즐겁게 살려고 노력했고, 때로는 그런 엄마가 이해되지 않기도 했지만, 엄마는 여자의 삶의 중심이었다. 그러다 엄마를 병으로 잃고난 후 그녀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엄마의 죽음과 또 그녀의 이혼은 그녀를 바닥까지 추락시켰고, 그녀는 아무하고나 섹스하고 마약을 하는등 하염없이 처참하게 무너져버리고 반다. 그러다 원치 않는 임신까지 하게 된 그녀는 자신이 너무 심하게 망가져있다는 걸 자각하고 '내가 원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와 '엄마에게 자랑스런 딸이 되고 싶었어' 라는 생각을 하고 달라지고자 한다. 그때 선택한 것이 하이킹이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는것은 몹시 뿌듯하고 흡족한 일이며, 그런 욕망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그 삶은 후회 없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구스 반 산트'의 영화 《밀크》에서 죽기전의 밀크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라는 말을 들어서 정말이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에 그는 죽지만, 그렇지만 그의 죽음이 그에게는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을 거라고, 아, 나 정말이지 잘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속의 밀크도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고는 감동에 젖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내 삶의 기둥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속에서 여자가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멀고도 험한 길을 걷기로 선택한 것이, 내게는 전혀 뜬금없게 느껴지질 않았다. 사람은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 저마다의 기준이 있고 저마다의 방법이 있다. 그녀가 걷기를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 그런 그녀를 나는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걷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언제든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도 계속해서 반복한다. 그렇게 힘겹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첫날의 야영은 작은 소리에도 무서워 잠을 못자는 것으로 시작했다면, 시간이 지난 후의 그녀는 발톱이 빠져도 걷고 눈 속으로 발을 푹푹 담그면서도 걷게 될만큼 강해졌다. 그녀는 하이킹 코스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었고, 따뜻한 죽에도 감사하는 사람이 되었다.

 

 

걷는 동안 그녀는 속으로 노래를 부르고 어린 시절 자신에게 행복했던 기억과 불행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물론 성인이 된 후의 일들도 떠올린다. 하이킹 중에 만난 사람들에게 '떠올리기 싫은 것도 떠올리게 된다'고 그녀는 말하는데, 걷는 동안에는 내가 원치 않았던 기억들도 저절로 떠오르는 법. 그 먼 길을 그 오랜 시간 걷는 그녀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됐을까. 그래서 내게는 그 험난한 여정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도 없다는 것, 가끔 갑작스레 동물을 마주치게 된다는 것, 그저 막막하게만 여겨진다는 것들이 무섭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내가 온전히 내 자신에 집중해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나도 그렇게 걷고 싶다고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그저 걷기만 하는 게 대체 무슨 재미를 줄까, 지루하고 단조로우며 심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가 너무 재미있어서 놀랐고, 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이 영화, 《와일드》가 무척 좋아서 놀랐다. 어쩌면 그 단순한 '걷기'는 위에 쓴것처럼, 오롯이 내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하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해럴드도 그랬다. 그간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내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했던 것 같은 아들을 생각한다. 다리가 아프고 몸이 고되지만, 걷는 시간 동안 그는 아주 많은 사연들을 알게 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게 된다. 물론 내 자신에 대해 들여다보기 위해 꼭 그렇게 오랜시간을 걸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걷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번쯤 그런 시간을 갖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거기에 목표가 있다면 더 좋겠다. 천천히 걸어서 언젠가 당신에게 닿겠다는 그런 목표 같은 것.

 

 

그러나 여자가 등에 짊어진 가방의 무게가 내게는 너무도 힘겹게 느껴진다. 너무 크고, 너무 무겁다. 게다가 오랜 시간 너무도 먼 거리라 발톱도 빠지고. 그녀의 몸은 멍 투성이이며 길에서 뱀을 만났을 때 그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간이라니. 아, 나로서는 그렇게 힘들고 싶지 않은거다. 그 먼 길을 걷는데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완주한다면 정말이지 짜릿하게 기쁘겠지만, 그 무거운 가방을 나로서는 짊어지고 싶지 않다. 또한 길 한가운데에 텐트를 치고 자고 싶지도 않고. 나는 끼니때마다 맛있는 걸 먹고 싶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싶고, 좋은 침대에 누워 자고 싶다. 그러므로 나는 좋은 호텔을 정해두고 반나절을 걷고 맛있는 식사를 한 뒤 또 반나절을 걷는, 그런 시간을 가지고 싶다. 다리가 뻐근해질 정도로 걷고 생각하고, 저녁때면 내 쉴 곳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고 싶다. 그리고 쿨쿨, 잘도 자고 싶다. 낮에는 아무 하는 일 없이 그저 걷는 것만으로 시간들을 채워나가고 싶다. 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를 보고난 후, 나는 언젠가 이 직장에서 벗어난다면, 내가 직장생활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면, 내게 그런 시간을 꼭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숙소가 있다면, 매일매일 걸었다가 돌아오는 게 아니라 쭉쭉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할텐데. 걷고 먹고 마시고 그 모든 시간에 생각하고. 한 두세달쯤 그렇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걷다가 그 길 끝에서 당신을 마주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걷고 싶다.

 

 

그렇게 걷고 싶다는 삘을 받고 오늘 일자산엘 갔는데, 하아-, 비온 뒤의 산은 정말이지 걸을 게 아니더라. 신발이며 바지가 죄다 흙투성이가 되었다. 너무나 질어 발이 빠졌고 그러므로 너무 지저분해져, 산에서 내려온 뒤 까페로 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겠다는 생각을 금세 지우고 말았다. 이렇게 더러워진 바지와 신발로 까페를 가는 것은 민폐일 터. 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책장에서 몇 권의 책을 빼내어 중고샵에 팔기 위해 정리를 하다가, 《목신 판》에 내가 책 모서리를 접어둔 부분을 펼쳐 읽게 되었다. 사랑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장미꽃들 사이에서 속삭이는 바람-아니, 피 속의 노란 인광. 가장 늙고 가장 쇠약한 심장조차 끼어들지 않을 수 없는 '죽음의 무도'. 사랑은 밤이 다가오면 활짝 피는 마거리트 같고, 가벼운 입김에도 꽃잎을 닫고 살짝 만지기만 해도 죽어버리는 아네모네 같다.

사랑은 그런 것.

사랑은 한 남자를 망칠 수도 있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도 있고, 그에게 다시 낙인을 찍을 수도 있다. 사랑은 변덕스러워서,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내일 밤은 낯선 이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또 한편으로는 불변성을 갖고 있어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봉인처럼 굳게 지속될 수도 있고, 죽음의 순간까지 꺼지지 않고 타오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사랑은 하늘에 별이 빛나고 땅에 향기가 가득한 여름밤이다. 하지만 왜 사랑은 젊은이로 하여금 은밀한 길을 따라가게 하고 노인으로 하여금 외로운 방에서 발끝으로 서 있게 할까? 아아,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버섯밭으로, 신비롭고 무참한 독버섯이 자라는 무성하고 뻔뻔한 밤으로 바꾸어놓기 때문이다.

사랑은 수도사로 하여금 한밤중에 높은 담장을 둘러친 정원에 몰래 들어가 침실 창문을 통해 잠자는 사람들을 엿보게 한다. 사랑은 수녀를 어리석음으로 사로잡고 공주의 분별력을 흐리게 한다. 사랑은 왕이 혼잣말로 음란한 말을 속삭이고 소리내어 웃고 혀를 내밀 때 그의 머리카락이 길가 먼지를 쓸 만큼 왕의 머리를 길가에 낮게 내려놓는다.

사랑의 본질이란 그런 것이다.

아니, 사랑은 세상의 어떤 것과도 같지 않은 또 다른 무엇이다. 사랑은 젊은이가 두 눈으로 두 눈을 보는 봄날 밤에 지구를 찾아온다. 젊은이는 응시하고, 입술에 입을 맞춘다. 두 개의 빛이 그의 가슴속에서 만난 듯한 느낌, 별을 섬광처럼 비추는 태양 같은 느낌이다. 그는 그녀의 품에 안긴다. 온 세상이 조용해 지고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사랑은 하느님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였고, 하느님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간 첫 생각이었다. 하느님이 말했다. "빛이 있으라." 그러자 사랑이 있었다. 하느님이 만든 것은 모두 아주 좋았고, 그 가운데 하느님이 다시 파괴하고 싶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랑은 창조의 원천, 창조의 잣대였다. 하지만 모든 사랑의 길에는 꽃과 피가 흩뿌려져 있다. 꽃과 피가 ‥‥‥ (p.229-231)

 

 

사랑은 한 남자를 망칠 수도 있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고 크누트 함순이 말한다. 사랑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바깥으로 뿜어내는가. 한 남자를 망칠 수도 있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도 있는 게 사랑이라면, 멀고 험한 길을 묵묵히 견디며 걷게 하는 것도 사랑이 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랑스럽고 싶었던 여자가, 그 길을 걸었다. 사랑이 한 일이었다. 발톱이 뽑혔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것, 그건이 사랑의 길에 흩뿌려져 있는 꽃과 피였으리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은 내 안에, 내가 가지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에너지들을 끌어낸다. 창조의 원천이며 창조의 잣대라는 크누트 함순의 말은 그러므로 틀리지 않았다.

 

 

 

설 연휴에 친척들이 방문했고, 그중에는 이제 고2가 된 외사촌 여동생이 있었다. 그 여동생의 엄마인 나의 막내이모와 둘러 앉아 괌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그간 내가 갔던 곳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이에 여동생은 '언니는 왜이렇게 간 데가 많어?' 라며 약간의 부러움을 담아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고2가 된 외사촌동생에게 말했다.

 

 

너도 가능해. 넌 나보다 더 많은 곳을 가볼 수 있어. 네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면.

 

 

하하하하하. 나는 동생에게 왜 그런 말을 하냐고 이모가 지청구를 늘어놓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모는 오히려 한술 더떠 당신의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결혼하지 않으면 연애도 계속 할 수 있어, 라고. 하하하하하. 이에 삘받아 말했다. 그래 얘야, 결혼하지 않으면 넌 전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게 가능하고, 그때마다 남자를 바꿔서 여행 갈 수도 있어. 엄마에게는 친구들하고 간다고 말해. 나라고 그 모든 여행에 친구들과 함께였겠니? 심지어 어디에 가서든 현지 남자와 교제하는 것도 가능해, 니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잠시후 내 여동생의 가족들이 도착했다. 올해 막 여섯살, 세살이 된 나의 조카들이 함께 도착했고, 세살이라고는 하지만 개월수로는 고작 17개월인 둘째조카가 아장아장 걸으며 방싯방싯 웃으니 온 식구들이 까르르 웃고 예뻐서 어쩔줄을 모르는데, 그때 이 외사촌동생이 내게 말했다.

 

언니 얘기 듣고 결혼 안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 아무래도 결혼을 해야겠어.

 

라고. 그래서 내가 왜? 라고 물으니 이 소녀는 나의 둘째 조카를 어쩔줄 모르겠다는 듯 바라보며 '아기가 너무 예뻐' 라고 하는거다. '나도 이런 아기 낳아서 살고 싶어' 라고. 오, 소녀여, 그렇다면 그렇게 하렴. 사람은 자기가 바라는대로 살아가야 하는 법. 소녀가 자라서도 이 생각을 바꾸지 않고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될지, 혹은 그 생각이 바뀌게 될지는 모르겠다. 소녀가 꿈꾸던 것이니 일찍 결혼하게 될지, 혹은 꿈꾸었지만 좀처럼 결혼을 하지 않게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이 소녀가 더 나이 들고, 또 더 나이 들고, 또 아주 나이 들어도, 그때까지 소녀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묻지 않는 친척언니가 되고 싶다. 설사 그때에 이르러 내가 결혼해있다고 해도, 소녀에게 결혼하라고, 결혼이 얼마나 좋은줄 아냐고, 그딴 말은 하지 않는 친척 언니가 되겠다.

 

 

 

 

 

 

 

 

 

 

 

 

 

 

 

 

 

일전에 《문학동네 2014 가을》에 실린 황정은의 글을 누군가 인용한 것을 보았었고, 그 인용문을 보고 이 책이 너무 읽고 싶어져서 샀었다. 그리고 황정은의 글을 읽었고 박민규의 글을 읽었다. 그 후에 두어개쯤 더 읽은 것 같은데 뭔지 잘 모르겠고, 어쨌든 토요일에 외출을 하면서 이 책을 가방에 넣었다. 아직 읽지 않은 글들을 마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살짝 고민하기는 했다. 내가 이 책을 들고 외출하면 읽을 시간은 광화문에 도착하는 지하철 안의 시간 뿐이다. 도착하고나서 영화를 보고 친구들을 보고 술을 마시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읽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이 두꺼운 책을 가져가는 게 옳은가? 라고. 그러나 이 책은 단편들의 모음이고, 그렇다면 적절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기랄,

 

집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으로 가면서 하아- 나는 내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정말 더럽게 무거웠다. 짱 무거웠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고 있었고, 나는 한 손으로 우산을 들어야 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어야 하고, 나는 우산을 드는 게 너무 싫고, 또한 나는 양 손에 뭔가 드는 게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싫다. 게다가 무거운 것도 짱싫어! 그런데 가방은 무겁고 한 손엔 우산을 들고, 내가 싫어하는 온갖 조건을 다 갖추고 있어. 아... 여튼 그렇게 광화문까지 가는 지하철 역에서 두 개의 단편을 읽었고, 광화문에 내려 가방에 이 책을 넣고 진짜 엄청나게 무겁다고 여기면서 내가 이렇게 멍청한 짓을 저지르다니, 하고 계속 짜증이 났다. 무거워, 무거워... 난 배낭 무거운 거 싫어서 하이킹도 안할 사람인데, 이게 무슨...영화를 보는 내내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두었는데 나중엔 다리가 저려오기까지 하더라. 내 이걸 그냥 콱 ㅠㅠ

 

그리고 친구들과의 약속장소인 알라딘 중고샵 종로점엘 갔다. 종로에 약속이 있으면 약속 장소는 항상 알라딘 중고샵이 되는데, 조금 일찍 도착해 중고샵으로 들어가 책들을 구경하고 또 사는 게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그날도 일찍 도착했고 나는 중고샵안으로 들어가 책을 보며 마음에 드는 책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아- ,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도무지 책 구경에 집중이 안되는 거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래서 나는 책 구경하기를 포기하고, 책을 읽는 공간에 앉아 그냥 이 책을 꺼내서 읽다가, 아, 근데 무거워, 무거워, 나는 이 책을 들고 가고 싶지 않아!!!!!!!!!!!!!!!!! 하는 생각에 휩싸여 이 책을 들고 카운터에 들고 가 이 책 매입하겠습니다, 했다. 그렇게 팔아버렸........................

 

 

무거운 책을 가지고 외출하지 말자. 무거워..

 

 

 

친구들과 2차로 간 을지로 술집에서 한창 술을 마시던 중, 술집의 사장님이 내게 물었다. 혹시 티븨에 나오지 않으셨냐고. 나는 뻔히 아닌데도 잠깐 멈칫, 생각했다. 나 티븨에 나온적 있었던가... 아뇨, 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다시 물으신다. 혹시 직업이 공무원 아니세요? 라고. 또 멈칫, 나 공무원이었던 적이 있었던가...생각하다 아뇨, 라고 답했다. 그러자 티븨에 나온 사람 같다며 내게 '형사 아니세요?' 하는거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형사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처럼 생긴 형사가 티븨에 나와서 뭔가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튼 아니라고 했다.

 

 

참나원. 알라딘 공식 미녀 마노아님은 너무 예쁘다며 전화번호 물어보는 남자가 있는데, 나는 형사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구나. 뭐, 어쩔 수 없지. 세상에 미녀가 너무 많으면 미녀의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니까. 그리고 형사냐고 물어본 게 미녀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고, 원래 세계적 스파이들은 또 미녀가 아닌가. 형사나 스파이나, 뭐. 미녀 형사일 수도 있는 거고. 미녀는 뱀파이어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 뭣이냐, 안젤리나 졸리도 뭐 그 무슨 요원으로 나오고 그랬잖아? 남자가 예쁘다고 번호 물어보는 일은 없었지만, 뭐, (예쁜) 형사 아니냐고 물어본 걸지도 모르니까. 호프집 사장님이 예쁜 형사님 아니세요? 라고 물은 건 아니지만, 예쁘다는 말은 생략된 걸수도 있으니까.

 

라고 제기랄 겁나 혼자 위로해도 좀처럼 위로가 되질 않는구나.

그거슨 연휴가 끝났다는 걸 알기 때문일거야.

방금전에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다 끝났어...

라고.

 

야, 그렇게 슬픈 말,

그렇게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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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2-23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하하 미치겠다 정말.
나 그말은 못들었어요.
형사냐고 물어봤었어요?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서울 근교에 반나절 정도 걸을만한 곳들 소개된 책이 있는데
아직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어요.
괜찮은곳이 있으면 걸어봅시다!

연휴가 끝나고 출근해 있으면서도
그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요.
아..난 도대체 5일동안 뭘 한건가 ㅜ..ㅜ

다락방 2015-02-23 08:55   좋아요 0 | URL
저도 5일동안 한 게 없네요. 술만 퍼마셨나.. ㅠㅠ 다이어트랑은 멀어지고...허구헌날 배만 고프고... 책도 안읽고... ㅠㅠ 영화 두 편 본게 그나마 뭔가 한 기록의 전부이네요. 하아- 이렇게 끝나버리다니, 너무 슬퍼요. 어쩌면 이렇게 닷새가 금세 훅- 갈 수가 있나요. 아 슬프다 ㅠㅠ

아무개님, 안녕?

단발머리 2015-02-23 09:25   좋아요 0 | URL
그 사실이 믿기지 않는 사람, 여기 하나 추가요~~

단발머리 2015-02-23 09:26   좋아요 0 | URL
다이어트랑 멀어지고...에서는 키득하고 웃었는데, 허구헌날 배만 고프고....에는 왜 슬퍼지는 거죠?

다락방 2015-02-23 09:49   좋아요 0 | URL
다이어트는 진짜 자신과의 싸움인데, 아우, 저는 자신과의 싸움이 너무 싫어요,단발머리님. 저는 그저 제 자신에게 언제나 상을 내리고 쓰담쓰담 해주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흙흙 ㅜㅜ

비로그인 2015-02-24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힘들고 더러워지고 무서운 길은 싫어요 가볍고 편안한 걸음이 좋아요 티븨에 나온 공무수행중인 형사처럼 예쁜 다락방님 우리 언제 같이 걸을까요?

다락방 2015-02-25 13:53   좋아요 0 | URL
가벼운 차림으로 가볍게 걷는 건 정말 좋죠. 무거운 짐을 이고 걷는 건, 으으, 고통이에요. 이왕이면 형사 대신 FBI요원으로 해줬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3-27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7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7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7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30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이바 2015-06-0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셰릴이 PCT를 걸으면서 만난 농부, 청년들 그리고 위협자들이요. 전자의 사람들은 셰릴을 한 인간으로 대접해주잖아요. 농부도 셰릴이 거짓말한 거 이해해주고, 그 부인도 대단하다고 해주고. 청년들은 그가 남긴 문학 글귀들은 외우며 멋지다고 해주고, 산장지기의 추파로부터(?) 구해주죠. 운이 좋았죠. 물 받는다고 잠깐 야영하는 동안 다가온 두 사람, 셰릴의 공포가 전해지더라고요. 셰릴처럼 자아가 강하고 용기있는 `여성`일지라도. 고독과 피로, 신체적 고통에 남성이라는 타자에 의한 위협까지(정확히는 생명의 위협이죠) 고려해야한다는게 참 슬펐어요. 남성이라고 위험에 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다락방님도 아시죠... 그래서 저는 매드맥스 영화가 참 좋더라고요. `인간`에 대한 얘기를 해서요. 영화관에서 3번이나 봤어요. 감독도 배우도 아니라고 하는데, 굳이 남성적 시각으로 여성을 수동화시키는 해석이나 기사들 보면 힘빠지더라고요. 영화 안 봤수? 싶고. 기회가 되면 영화 감상도 써보려해요.

다락방 2015-06-08 12:02   좋아요 0 | URL
에이바님이 말씀하신 게 `레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 잘 나와있는 것 같아요. 물론 모든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게 아니지만, 범죄 가해자의 대부분의 성별이 남성이라는 것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죠. 여자들이 느끼는 공포는 본능적인거잖아요.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헛소리들(뭐 굳이 예로 들지 않을게요, 기운빠져..)에 대해 빡쳐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오래전에 택시를 탔었어요. 이 얘기를 언젠가 해야지 싶은데, 그때 같이 술마시던 남자사람이 택시를 잡아줬고, 제가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남자친구냐 물으시더군요. 이 질문의 의도가 뭔지 몰라서, 혹시라도 집적대려는가 싶어 `그렇다`고 답했더니 몇년이나 됐냐고 물으시더군요. 하..이 질문의 의도는 뭘까? 싶어 `삼년됐다` 라고 했어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랬더니 기사님이 그러시더군요. 그러면 잠도 많이 자봤겠네, 젖꽂지 색깔도 진해졌겠네..하면서요. 그때의 숨막힘이란. 갈 길이 남았지만 내려달라 하고 싶은데, 단 둘만 있고 기사님이 운전대를 쥔 상황에서 내려달란 말도 못하겠는 거에요. 정말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 있었어요. 겁 잔뜩 먹고요. 기사님은 왜 말을 못하냐면서, 우리나라 여자들도 성에 개방적이 되어야 한다고, 신혼여행 가면 어차피 여자가 경험있는지 없는지 다 안다, 경험 없는 여자는 젖꼭지 색깔부터 다르다, 핑크색인데 남자를 많이 겪으면 보라색이 된다, 이러면서 말을 하는데...아 너무 울고싶고 무섭고...그런데 내려달란 말을 했다가 어디로 끌고 갈지 몰라서 진짜 입만 꾹 다물고 있다가 다 왔어요, 하고 내렸어요. 무사히 내려준 거에 감사하는 심경이었달까요.

지금이었다면 그 사람을 신고라도 하고 어떻게든 조치를 취했을텐데, 그때는 무사히 내렸다는 사실에만 감사했어요. 에이바님 댓글 읽고 또 와일드 영화 생각하니 그 날의 일이 떠오르네요. ㅠㅠ

저도 매드맥스 영화 좋았어요, 에이바님. 참 좋게, 재미있게 봤습니다. 샤를리즈 테론도, 로지 헌팅턴 휘틀리도 너무 좋았어요. 캐릭터 모두가 살아있는 영화였어요. 저는 스쿠터 타고 나타난 아주머니들 씬에서는 눈물이 핑- ㅠㅠ

에이바 2015-06-08 13:09   좋아요 0 | URL
화가 난다, 화가 나!! 성희롱하는 것도 싫고 그 상황이 불쾌하면서도 무섭게 느껴지고, 내 안전을 생각해야 하는 것도 화가 납니다. 운전대를 잡은, 남성이라는 권력. 다락방님이 젊은 여성이 아니었다면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겠어요? 택시 잡아준 지인분께서 함께 탔더라면, 그런 말 할 수 있었을까요? (이런 예를 들어야 한다는 것 자체도 슬퍼요.) 다락방님이 직접 겪으신 이 얘기 다음에 꼭 해주세요. 다락방님, 형사님이셔야 했는데요.(물론, 아름다운 형사님) 다시는 그런 말 놀리지 못하게 말이에요. 그래도 별 일이 없이 마무리되어 다행이에요.(이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도 슬퍼요...)

매드조지의 매드맥스 보면서 위로가 됐어요. 자기계발서 말마따나, 미친 세상보다 더 미쳐야 하나봐요. 부발리니 전사들이 아마조네스처럼 그려지지 않고, 생존자로서 그려져서 좋았어요. 너무너무 멋진 부발리니 전사들...

다락방 2015-06-08 14:30   좋아요 0 | URL
그쵸, 에이바님. 우리나라 여자들이 성에 개방적이어야 된다면서 말을 꺼냈지만, 제가 남자사람이랑 같이 탔다면 개방 운운하며 제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이 일이 두고두고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슬픈 일이죠.
네, 저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화가 나요. 하아-

에이바 2015-06-08 14:40   좋아요 0 | URL
그 말도 웃겨요. 성에 개방적인 거랑 성경험이 무슨 상관인가요. 열린 사고와 젖꼭지 색깔이 무슨 상관있다고. 그 아저씨한테 베네틴트를 알려주고 싶네요. 다락방님 우리 이 분노로 파이팅해요 아자아자!!!

다락방 2015-06-08 14:45   좋아요 0 | URL
자기의 성희롱을 정당화하기 위한 개소리인거죠.
네, 파이팅해요, 에이바님!!!
 

 

 

 

《웰컴, 삼바》를 예매해두고 보러 가기 위해 나선 길, 나는 이번호 시사IN 을 뒤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이 영화에 대한 리뷰가 있더라. 오호라. 보기 전에 읽을까 말까를 잠깐 갈등하다 읽어내려갔고, 책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이 리뷰를 보며 했다.

 

 

 

작가 델핀 쿨랭이 한동안 난민 관련 단체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쓴 소설, <웰컴, 삼바>(열린책들)는 이주민의 고단한 현실을 전하는 데 좀 더 집중하는 이야기(라고 들었)다. 영화로 각색하면서 앨리스의 역할을 부쩍 키우고 삼바와 '썸'을 타게 만들었다. 올리비에르 나카체와 에리크 토레다노, <언터처블:1%의 우정>을 함께 연출한 두 감독이 이번에는 '언터처블:1%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시사IN 제388.389호 p.87, 김세윤의 <건드릴 수 없는 1%의 사랑> 中

 

 

 

 

얘기인즉슨, 영화속의 사랑-썸타는- 이야기는 영화의 재미를 위해 끼어든거란 건데, 나는 이 영화에 대해서라면-사실 대부분의 원작을 두고 있는 영화가 그렇지만- 책이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았으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프랑스라는 선진국에서 이주민이 이토록 험한 취급을 받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그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내게는 놀라웠다. 저나라에서도, 외국에서 온 사람들을 이렇게 함부로 대한다니. 십년간 설거지를 죽어라 해도 추방당할 형편에 놓이게 되다니. 대체 얼마나 대단하고 잘난 나라이길래 저토록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는걸까. 왜 그들로 하여금 죄지은 사람처럼 거리를 걷고 지하철을 타는데도 조심조심하게 만드는 걸까. 이런 이야기들 틈틈이 로맨스가 끼어들 수 있겠지만, 저 위에 인용한 표현대로 그 이주민의 상황과 내면에 대해 좀 더 집중하는 쪽이 읽거나 보는 입장에서 더 좋지 않을까 싶어졌다. 

 

사실 내용적으로는 크게 아쉬울 것 없는 영화다. 누군가의 불행으로 혹은 누군가의 노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행운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은 비단 이주민에 대한 얘기만은 아닐 터. 삶이란 모름지기 그렇게 흘러가는 거다. 노력한 자에게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지 않고, 묵묵히 견뎌냈다고 행운이 따라주는 것도 아니니까. 누군가는 온 힘을 다해 어떤 목표를 이루었는데, 이루자마자 눈앞에서 그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은 그동안 인생이 우리에게 알려준 게 아닌가. 이런 진지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그러므로 나는 이 내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지만, 아주 개인적으로 몇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극중 삼바는 간혹 '심하게' 장난을 치고 횡설수설 한다. 십년간 쫓기듯 살아온 삶이니, 긍정적이고 농담하고 웃으며 그 삶들을 버텨와야 했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브라질 출신'이라고 말했던 이주민 친구가 사실은 '중동' 출신이라고 했을 때, 그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삼바는 그걸 소재 삼아 장난을 쳤다. 친구의 여자친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꾸만 그가 중동 출신이라고 밝히려고 장난을 치는데, 그때 중동 친구는 그러지 말라고, 나는 들키는 순간 끝장이라고 말하는데도 계속해서 웃으며 장난을 치는 거다. 삼바가 친구의 비밀을 진짜로 밝히려는 악의가 있었다고는 물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 장면에서 삼바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가장 밝히고 싶지 않아하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 사람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최소한 내가 감추고 싶은 단 하나에 대한거라면, 게다가 내가 얼굴 표정 바뀌어가며 '제발 그러지마' 라고 말하고 있다면, '그러지 않겠다'는 확신을 주는 사람을, 나는 친구로 삼고 싶은 것이다. 나는 삼바가 이러다가 결국 누군가에게는 친구의 출신을 밝히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나는 삼바를 신뢰할 수 없었다. 삼바는 좋은 사람이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그가 그동안 살아온 세월들이 힘들었고 고되었으며, 그러므로 오히려 더 밝아지려고 하는 것은 물론 나름의 생존 방법이겠지만, 그래도 중동 친구 앞에서, 그 표정 변한 친구 앞에서 그렇게 하지는 말았어야 했다고, 나는 좀 불편해진 것이다.

 

지난주의 괌 여행에서 나는 사랑의 절벽에 갔었다. 사랑의 절벽에는 전망대가 있고, 그 전망대는 꽤 높은 곳에 위치해있어, 전망대로 올라가고 나서는 난간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바다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고, 한 걸음을 떼서 이동하는 것이 몹시 힘들고 무서웠던 거다. 만약 그때, 내가 그렇게 무서워, 돌아, 이렇게 말하고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는데, 누군가 거기서 나를 미는 시늉을 하며 장난쳤다면 나는 울어버렸을 것이고, 진심으로 그 사람을 향해 화를 냈을 것이다. 누구나 극도로 예민한 부분이 있고, 극도로 예민한 부분- 두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내 친구라면, 내게 확신을 주는 사람이길 원한다. 거기에 대해서는 너를 건드리지 않을 거야, 거기에 대해서라면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야, 라고.

 

 

삼바가 내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었는데, 이건 진짜 완전 슈퍼울트라 프라이빗 한거라서,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동의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나는 삼바의 입술이 마음에 들질 않아...나는 이성의 손이나 입술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람인데, 삼바의 입술이 너무 두꺼워서...뭔가 좀 ... 힘든거다. (응?) 극중에서 여자와 키스를 하는데, 좀 감당 안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물론 극중에서 여자는 삼바를 처음 만나고 난 후부터 호감을 느끼지만, 나로서는 호감을 느끼기 어려운 스타일이랄까. 나는 이성의 얇은 입술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삼바를 보고나니 저렇게 두꺼운 입술도 영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똭- 드는 거다. 뭐, 삼바가 나 좋다고 따라다닌 것도 아니지만, 여튼 그랬다는 거다. 킁킁.

암튼 샬롯 갱스부르는 너무 예뻐서, 나도 저렇게 예쁘게 늙어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헤어 스타일부터 .... 예쁘게.... 를 하려면 미장원에 가서 돈을 들여야하겠고, 미장원에 돈을 들이자니, 나는 돈이 없고....이쁜건 잠시 보류...

 

 

 

설날인 어제, 이모와 남동생과 아빠는 고스톱을 쳤고, 나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잠시 시청했다. 텔레비전 에서는 개그 프로그램이 하고 있었고, 그중 한 코너 <사망토론>을 보게됐는데, 사망 토론의 주제는

 

'무인도에 김태희와 단둘이 떨어져있는데 구조선이 보인다면 나는 구조를 요청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

 

였다. 여기서 '김태희'는 어떤 이성적인 이상형, 그러니까 정말 만나보고 혹은 함께 있어보고 싶지만 좀처럼 그렇게 되기는 힘든 상대, 라든가 이상형의 결정체, 등등으로 상징되므로 개인에 따라 '김태희' 대신 다른 사람을 넣어도 될 것이다. 나는 이 질문이 몹시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친구 한명은 자신의 이상형인 배두나와 무인도에 둘이 남는다면 구조 요청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구조요청을 하겠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라는 답변도 있었고 '이상형 한 명이라면 구조요청을 할 것이고 두 명과 함께 있게 된다면 구조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대답도 있었다. '하루정도 함께 있다가 구조 요청하겠다' 는 대답도 있었고. 뭐, 이 모든 대답들은 절반쯤은 농담이 섞여 있었을 것이므로 어떤 대답엔 웃기도 했는데, 오늘 나는 여동생에게 똑같이 물어봤다. 여동생은 내가 질문하고 답을 듣고자 했던 의도랄까, 그 마음이랄까, 여튼 그런 걸 가장 잘 이해했다고 보여지고 그러므로 가장 진지하게 답해줬는데, '나는 구조 요청 할거야' 라고 답했다. '언니, 나는 무인도에서 단둘이는 못살아, 다른 사람도 필요해, 나는.' 이라고 말했다.

 

내 대답은 여동생과 같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혹은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무인도에 둘이 떨어진다고 해도, 나는 행복할 것 같진 않았다. 나는 그 사람 외에 다른 사람도 필요하니까. 이건 구체적 인물을 대입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재이슨 스태덤과 단둘이 무인도에 떨어져도 나는 구조 요청을 할 것이다.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무인도에 떨어져도 역시 마찬가지. 나는 구조 요청을 할 것이다.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뭐든 했을 거다. 내가 혼자 있기를 원하는 건, 다른 사람들 속에서 그렇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정말로 아무도 없으므로 혼자가 되고 싶진 않다.

 

또 하나. 내가 내 이상형과 무인도에 떨어졌다는 상황. 그 상황으로 내가 사랑받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상황이 만들어준 사랑은, 나로서는 거부한다. 내 자존심은 만들어진 사랑을 도무지 용납할 수가 없는 것. 다른 사람들도 함께 있는 상황 속에서 내 사랑이 나를 선택하기를 원하지, 아무도 없으므로 나와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그런건 싫다. 내가 '나' 이기 때문에 나는 사랑받아야 하는 것이지, '나밖에 없었으므로' 사랑받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 질문이 무척 재미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 물어보고 싶어졌다. 너라면, 구조요청을 하겠느냐, 하고. 분명 어떤 사람들은 '절대 구조요청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하기도 할것인데, 그들에겐 '단지 그 한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 하나면 다른 사람들을 모두 대체하고도 남는. 그러나 나는 '너만 있으면 돼' 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너'가 필요하다. 물론 '그중에 네가 제일 좋아'겠지만.

 

 

 

설날인 어제 조카들이 집에 놀러왔고, 둘째 조카는 어제 페이퍼를 올렸듯이 내 책장에서 책을 빼내 난장판을 만들었는데, 첫째 조카는 그 책들이 정리되고 난 후에,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

 

 

 

 

왜, 도대체 왜....네게는 수첩도 있었건만, 왜 이모 책장에 있는 달력을 가져다가 굳이 연필로 마구 낙서를 한거니? 이 꼬맹이는 이렇게 하면서 내 반응을 보고 싶었던 것 같았다. 연필로 그어대면서 계속 내 얼굴을 보고 실실 웃더라. 아, 이 장난끼 많은 녀석. 이쁜 조카. 알러뷰뿅 ♡

 

 

그나저나 책장을 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내가 분명 중고로 열심히 팔아 책장을 비워뒀건만 언제 다시 저렇게 아무데나 쑤셔 박아 넘치는 상태가 되었을까. 이제 진짜 책 안사고 사둔 책 읽고 처분하리라. 그래서 다시 책장을 좀 비워두리라. 이런 식으로는 안돼!!!

그러나 연휴동안 하루에 한 권씩 책 읽겠다는 나의 미친 다짐은 역시 미친것으로 드러나,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한 채 벌써 사흘째가 지나가고 있다..

 

 

삶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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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5-02-20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00권이나 300권쯤 팔거나 버리거나 싶어졌어요. 아무래도 쌓인 책들이 읽는 속도를 감속시키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다락방님의 예쁜 첫째 조카는 그림에는 전혀 낙서를 하지 않았네요~~ ㅎㅎ

다락방 2015-02-20 18:43   좋아요 0 | URL
네, 쌓인 책들이 읽는 속도를 감속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좀 했어요. 좀 팔아치우고나면 더 열심히 읽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사두고 안읽은 책도 죄다 빼서 팔아버릴까...그리고 다시 읽을 책들을 사나갈까...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아- 물론 기존에도 안읽은 책 갖다 팔고 그랬지만요.

네, 저 이쁜 조카는, 다행스럽게도, 그림에는 전혀 낙서를 하지 않았네요. 하핫 :)

보물선 2015-02-2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5-02-22 20:41   좋아요 0 | URL
좋은 영화였어요. :)

달걀부인 2015-02-2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사람이 저를 사랑한다는 가정하에! 구원요청을 하지않을거예요. 그리고 거기서 다섯쌍둥이를 낳아..즐겁게....그런데..그들은 어떻게 짝짓기를 하죠? 잘못하면 근친이 될 수 있다는.....안되겠어요. 그냥 둘이 노을을 바라보다가 별에 취해서 살다가 죽어야겠어요. 혹, 지나가다가 발견하시더라도 모른척하세요.

다락방 2015-02-22 20:43   좋아요 0 | URL
어제 만난 친구는 `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고 그 사람의 의견을 따르겠다`라고 답하더라고요. 상대의 의견을 물어본다는 것은 처음 듣는 답이었는데, 둘 중 한 명이라도 구조되길 원한다면 구조요청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 지나가다가 발견하게 된다 하더라도 모르는 척 하겠습니다. 그 편이 달걀부인님의 행복에 더 도움이 된다면 말이지요.
:)

단발머리 2015-02-2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야기도 좋았는데, 오늘은 무인도 이야기가 눈에 띄어서요. 저도 혼자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어요.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면서요. 마침 제가 읽고 있는 [이성과 감성]에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그 구절에 밑줄을 그어 놓았거든요.
우리, 이 무슨 우연의 일치일까요? ㅋㅎㅎㅎ

무인도에 함께 있을 남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이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남친 생겨서 소식 끊겼던 여자친구들이 생각나네요. 그 친구들, 지금쯤은 외로울텐데..
이런 딱한 경우가.... 쩝...

다락방 2015-02-22 20:44   좋아요 0 | URL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무인도에 떨어지길` 원하는 여주가 나와요. 실제로 눈이 많이 와서 고립되었던 잠깐 동안 그녀는 행복을 느끼지요. 하루나 이틀이라면 그것이 행복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계속 살라고 하면 아마도 저는 힘들어할 것 같아요.

저는 무인도에 함께 있을 남자에 누구를 대입해도 구조요청을 하겠다는 답을 내리게 돼요. 저는 정말 다른사람들도 필요해요, 단발머리님. 무인도에 누구와 있든, 저는 단발머리님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단발머리 2015-02-23 19:16   좋아요 0 | URL
T.T 나 지금 울고 있나요? 아하.... 감동의 눈물....

믿음이 부족한 저는, 어느 남자로 할까, 남자 생각만 하고 있었네요.
믿음과 사랑이 부족한 저를, 용/서/하/소/서/

moonnight 2015-02-21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안 읽을 것 같은 책들도 팔아버릴까 고민하고있어요. ㅠㅠ 책을 읽으려고 사는 건지 사려고 읽는 건지 헷갈리고 있-_-;;;;;
귀염둥이 타미 ~^^ 이런 장난쳐도 이모는 나를 이뻐하는구나 확인^^

다락방 2015-02-22 20:45   좋아요 0 | URL
저도 안읽을 것 같은 책들은 계속 팔아치우고 있었어요. 애초에 안읽을 것 같은걸 왜 샀을까 스스로를 자책하며...오늘도 중고샵에 팔 책 몇 권을 책장에서 꺼냈습니다.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이 고루 섞여 있어요. 이 책들을 팔아 또 책을 사야죠. -0-

타미는 제이모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고, 저는 그 아이가 그걸 알고 있다는 게 무척 흡족합니다.
:)
 

내 방에 찾아든 둘째 조카의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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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2-19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년이 브레송 사진집을 찢어 버리고 책에서 영양분을 섭취했던 시기.... 저희집 책장 1,2층은 거의 반세기동안 비어있었죠....왜 눈물이 날까요...

다락방 2015-02-20 18:31   좋아요 0 | URL
눈물을 닦으세요, 아른님. 그 아름다운 시기는 지나갔습니다. ㅎㅎ

어제는 조카를 데리고 까페에 가 마카롱을 사줬는데요, 마카롱을 맛있게 먹는 조카를 보는게 너무 좋았어요. 아, 물론 마카롱 먹은 조카는 첫째 조카입니다.
ㅎㅎ

비로그인 2015-02-21 00:29   좋아요 0 | URL
아...아름다운 시기는 지나갔다고 하시니 더욱 눈물이 폭포처럼 흘러요ㅋ

통통한 저 볼~ 깨물어주고싶은 저 발바닥의 시기는 다시 오지 않는 거죠 흑흑흑.....

말리 2015-02-19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조카도 생각나네요. 삐뚤삐뚤 줄 그어진 책이 옛기억을 되살립니다. 방문을 잠가 놓으면 고모고모 애타게 부르던 그놈이 이제 막 군대를 제대하고 돌아왔습니다.

다락방 2015-02-20 18:32   좋아요 0 | URL
크- 세월이 참 빨리 흘렀군요, 말리님. 고모고모 애타게 부르던 녀석이 군대를 제대하고 왔다니요.
저 어린 아가도 언젠가 저보다 더 키가 커지겠죠. 아- 그만큼 저는 더 늙어간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네요. 하아-

hnine 2015-02-1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가 방에 아직 있는 동안엔 정리할 생각을 하지 마시기를.
차곡차곡 되어 있는 것을 보는 순간 다시 반복하거든요.
다섯 번까지 반복해봤습니다 ㅠㅠ
조카가 완전히 자러 들어가거든 그때 정리하세요.

다락방 2015-02-20 18:33   좋아요 0 | URL
일단 빼는 동안에는 그냥 두었고요(찢나 안찢나만 신경을 곤두세웠죠),
다 빼고 나서 꽂을 때 한권씩 달라고 했더니 제법 알아듣고 한권씩 제게 건네주더라고요. 그래서 차곡차곡 다시 꽂았습니다. 그 후에 또 뺄 것 같았는데, 다행스럽게도 제 방에서 나갔어요. 하하하하하.
다섯 번이라니, 나인님 화 안내고 정리하셨습니까!!!

아가들은 예쁜데 힘들어요. ㅜㅜ

blanca 2015-02-2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이리도 아이들이 하는 행동은 닮아 있는지 ㅋㅋ 조카가 몇 개월이에요? 18개월 둘째랑 싱크로율 백퍼센트입니다. 게다가 얘는 한번 읽고 팔려고 둔 책을 꼭 구기고 낙서한답니다. ㅡㅡ

다락방 2015-02-20 18:34   좋아요 0 | URL
저의 둘째조카는 아마 17개월 일겁니다. ㅎㅎ
지금 보니 책 한권의 표지가 약간 찢어져 있어서 제가 시무룩해하고 있어요.
ㅠㅠ

무스탕 2015-02-2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조카가 최종 간택한 책은 뭔가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5-02-20 18:34   좋아요 0 | URL
아무런 책도 간택하진 않았고 그저 `빼서 어질르기`에 흥미를 보인 것이라 생각됩니다, 무스탕님. 왜 아니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지내고 계십니까, 무스탕님?
 

어제는 동료 직원과 함께 퇴근후 술을 마셨다. 이 직원과 나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직급도 다르지만 남자 얘기를 하며 마음껏 씹어댈 때 한 마음이 되기 때문에 서로 얘기하기를 즐긴다. 어제도 끝나고 술이나 마실까? 했더니 좋다고 하면서 뭐 먹을지 생각해봐, 라는 나의 말에 고심하며 맛집을 검색하더라. ㅋㅋㅋㅋㅋ 그러면서 퇴근시간을 얼마 남기고서는 '아 벌써부터 설레어요' 하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전에 한 친구가 직급이 있고 나이도 많아지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부하직원들 술마실 때 빠져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고, 나 역시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 직원을 보면서 나는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들이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른 부하직원들도 먼저 술 마시자고 하고 술집 검색하고 하는걸 보면 나는 아직까지 현역에 몸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철이 안들어서 그런지도?? ㅋㅋㅋㅋㅋ


암튼 어제도 이 직원이 찾은 족발집으로 가서 족발을 주문하려는데 메뉴에 '반족발'이 있다. 원래 양의 절반만 나오는 거란다. 이게 뭐여...우리는 그냥 온전한 걸 먹자, 하고 시켰다. 반은 무슨. 그런데 둘이 이야기를 하며 먹다보니 이 온전한 족발이 좀 양이 부족한 게 아닌가! 그래서 우리 둘다 말했다. 아니, 이것도 부족한데 반을 시켜서 누구 코에 붙이지? 하고. 그래서 메뉴에 있던 순대볶음을 추가 주문했다. 그런데 순대볶음이 다 떨어졌다는 거다. 그러고서는 주먹밥을 우리한테 권하는데, 아니, 내가 그래도나름 다이어트 중인데, 주먹밥을 먹을 순 없지..(응?)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1차를 쫑내고 2차로 순대국집을 가서 계속하자, 라고 말을 했다. 직원은 꺅 소리지르며 너무 좋은 생각이에요, 과장님. 이러면서 흥분해가지고 여튼 우리는 계산을 마치고 나와 순대국집으로 향했다. 그래서 순대국과 소주와 맥주를 시키고는, 밥을 갖다주길래 '밥은 됐어요' 라고 말하며 바로 돌려주었다. 왜냐하면 나는 다이어트 중이니까. 고기를 먹어도 밥은 먹지 말자...주의랄까. 이거슨 내 나름의 다이어트. 


주문한 순대국이 나왔는데 우리는 한 숟가락씩 뜨고 나서야 서로 마주보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건...무리였어. 이건 .. 실수였어. 우린 이걸 다 먹을 수 없어.....우리가 ....이러는 게 아니었는데..........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소설 《스타킹 훔쳐보기》시리즈 중에 '할'과 '로라'가 주인공인 게 있는데, 할은 상원의원인가 그렇고 로라는 자수성가한 디자이너였다. 이 둘은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사랑하게 되는데, 할이 의원인만큼 결혼 상대가 정해져 있던 터. 여차저차해서 그들은 헤어지게 되고 각자의 삶은 산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날, 로라는 폭력남편에 힘에 겨워 센트럴 파크에 가 벤치에 앉아 있는데 '언젠가 한번은 여기서 마주칠 줄 알았다'며 할이 말을 걸어온다. 가끔, 이곳에 들르면 당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했다면서. 그들은 오랜만에 재회했고 호텔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로라가 작게 말한다.


'우리가 이러는 게 아니었는데'


그러자 할은 이렇게 대꾸한다.


'괜찮아, 행복했잖아.'




순대국을 앞에 두고 갑자기 이 생각이 나서 나는 직원에게 이 스토리를 말해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순대국집에 온거, 우리가 이러는 게 아니었는데...


그러자 직원은 빵터져서 이렇게 대꾸했다.


괜찮아요, 행복했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국 우리는 순대국을 거의 다 남긴채 순대국집을 나왔다. 하아- 아까워. 그러면서 몇 번이고 다짐했다. 우리가 다시는 이러지 말자고. 족발만 먹고 집에 가자고. 


그런데 내 젊은 시절의 책, 《다락방의 꽃들》이 다시 나왔으니 《스타킹 훔쳐보기》도 다시 나올 수 있을까? 다시 나오면, 제가 사겠습니다!!!!! (엘리자베스 게이지 책은 검색하면 다 이미지가 안뜬다 ㅠㅠ)



암튼 우리는 서로서로 누구 전남친이 더 찌질한가 이런거 얘기하다가 현재 남친과의 고민을 말하는 직원에게 비블리아 고서당 얘기를 예로 들어가며, 내 나름의 생각을 얘기했다. 직원에게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했지만 스포일이 될까봐 대충 뽝- 줄여서 얘기한다면, 그건 이런거였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이란 책에 보면 여자가 남자의 고백에 답을 보류하는 장면이 있어. 여자는 자신이 그에게 상처를 줄까봐 그에게 예스란 답을 못하는 거지. 그녀가 생각하는 건 불행한 결말이었으니까. 그래서 내내 고심하다 나중에 그에게 '내가 언젠가 너를 떠나게 될지도 몰라'라고 말하며 자신의 고민과 걱정을 얘기하는 순간, 남자는 뜻밖의 대답을 하게 돼. 여자로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고, 남자로서는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대답이었지. 이 대답에 여자는 큰 위안을 얻게 되고, 자신이 생각한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거야. 그러니 s씨도 미리부터 걱정해서 혼자 불행한 결말을 생각하지 말고, 그 일이 정말 닥쳐올 것 같단 생각이 들면 그에게 말을 해봐요. s 씨가 그와 있는 순간이 행복하다면, 아마 남자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거야. 그렇다면 그 남자는 나름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 그리고 그 방법은 불행한 결말에 이르지 않을지도 몰라. s 씨가 생각한 백개의 불행한 결말이 아니라, 생각해내지 못했던 하나의 행복한 결말일 수 있다고. 연애는 함께 하는 거고, 혼자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얘기하는 쪽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할과 로라 때문에(스타킹 훔쳐보기), 쟈니와 프란시스 때문에(더티 댄싱), 홀든과 피비 때문에(호밀밭의 파수꾼), 익스트림 때문에(when i first kissed you), 젊은 시절 내게는 그토록이나 뉴욕에 가야할 이유가 많았다. 사실 쟈니와 프란시스는 '뉴욕'과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암튼 그랬다. 

이번주 굿모닝 팝스의 팝스잉글리쉬가 when i first kissed you 였고, 아,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나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다. 


책상 서랍마다 초콜렛을 가득 채워두고 싶다. 

김육갑 족발은 양이 너무 적다. 여자 둘이 먹어도 모자라는 양이야..

나는 내가 고양이 상이라고 생각하고 고양이 상이길 원하는데, 모두들 나에게 개(강아지) 상이라고 한다. 심지어 어제는 곰 상이라는 말도 들었.........내가 바라는 나와 현실의 나와의 거리는 이토록이나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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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2-1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우리 나이가 술자리에서 빠지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인가요? ... 다락방님의 깨알 같은 조언이 참 좋네요. 더불어 책도 함께 읽고 싶어집니다. 강아지상이 난 더 좋아요 ㅋㅋ

다락방 2015-02-17 11:52   좋아요 0 | URL
강아지상은 `치명적인 매력`이 없고 그저 착하고 충실한 것만 같아 저는 싫어요. 저도 요염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고요. 흙흙 ㅜㅜ

마태우스 2015-02-1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술자리 얘기는 정말 생동감이 넘치네요. 제가 족발을 먹은 것 같은 푸근한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거기서 나온 대사를 책과 연결시키는 능력은 정말 최고입니다. 제가 이래서 다락방님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다락방 2015-02-20 18:35   좋아요 0 | URL
오오! 저는 마태우스님이 저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예뻐서인 줄로만 알았는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언제나 폭풍칭찬 감사합니다, 마태우스님. 저의 가장 강한 아군이세요. ㅠㅠ

nomadology 2015-02-17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hen I First Kissed you는 정말이지 짱이죠! 제 훼이보릿이었는데.

다락방 2015-02-20 18:35   좋아요 0 | URL
크- 진짜 짱이죠. 진짜 최고에요. 이 노래를 들을때면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져요. ㅠㅠ

아무개 2015-02-1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전 아직도 제가 이나이에 막내......................

2.다욧하더니 위가 줄었나요?
고작 족발따위를 먹고 순대국을 남기다뇨!
우리 그런 사람들 아니잖아요? 아닌데 킁!

3.제 정신일땐 안그러는건지 못그러는건지 모르겠지만서도
꼭 술이 취했을때 읽었던 책의 내용들이 기억나곤해서
술자리에서 책인용을 더 많이 하게 되는거 같긴해요.
그래서 애들이 나 되게 똑똑한줄 알아요. ㅠ..ㅠ

다락방 2015-02-20 18:37   좋아요 0 | URL
1. 전 `막내` 란 타이틀을 달아본 적이 거의 없네요.. 왜 나는 늘 첫째인가...

2. 위가 줄었으면 좋겠네요. 줄이고 싶어서 노력중이긴 합니다만. ㅠㅠ

3. 아무개님 똑똑해요. 그리고 더 똑똑해지기 위해 그런 책들 열심히 읽잖아요. 아무개님의 책 선택에 언제나 놀라고 감탄한답니다. 아무개님은 좀 더 자신에 대해 관대해져도 좋을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5-02-1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족발과 순대 이야기는 항상 좋아요~~

다락방 2015-02-20 18:37   좋아요 0 | URL
족발과 순대가 항상 좋기 때문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2-18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일하고 같이 맛난거 먹고, 그리고 같이 연애상담할 수 있는 다과장님 같은 분이 계셨더라면 저도 더 오래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을텐데... 끄응... 그 직원이 완전 부러워요. 물론 족발도 부럽구요. ^^

다락방 2015-02-20 18:38   좋아요 0 | URL
다 제가 예쁘고 좋은 사람이라 그런 것 같아요. (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맛난 거 먹으면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다는 건 진짜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삶에 있어서 이런 작고 행복한 순간들을 잊지 않으면서 살아야겠어요. 헤헷 :)

레와 2015-02-1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족발집에서 한접시 먹고 부족할때 반족발!! ㅎㅎㅎㅎ

다락방 2015-02-20 18:38   좋아요 0 | URL
메뉴에 반족발이 그래서 있는거구만 잉? ㅋㅋㅋㅋㅋ
근데 여자 둘이 족발 한접시 먹고 부족한 거...괜찮은 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호진과 김혜수가 출연하는 영화 『좋지 아니한가』에는 여고생 딸을 둔 여자가 나온다. 이 주연 가족 구성원들중 '엄마'인데, 이 여자가 어느날 동네에서 키가 크고 잘생긴 청년과 마주치게 되고, 그 총각에게 설레임을 느끼게 된다. 이 총각은 그런 아주머니에게 잘대해주었고, 이 아주머니는 차츰차츰 이 총각에게 끌리게 됐는데, 어느 하루는 이 남자가 전화를 걸어 자기랑 여행을 가자고 하는거다. 그때 이 아주머니는 '여자'가 되어 -크!- 아니, 자신이 여자란 사실을 지나치게 당연히 자각하고, 캐리어에 짐을 싸서는 집을 나와 남자에게로 간다. 으-  그런데 그를 만나러 간 곳에서 여자를 기다리고 있는 건 커다란 버스였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여자의 손에 들린건 커피였다. 그 키가 크고 잘생긴 총각은, 단순히 커피를 팔기 위해 이 여자에게 접근했던 것. 아, 나는 이 장면이 진짜 너무 슬퍼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커피를 사가지고 오긴왔으되, 이 여자네 집엔 커피메이커가 없었다. 그러니 이 커피는 무용지물. 그런 그녀는 컵(이었나 밥그릇이었나) 위에 키친타올을 올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려마신다. 혼자 그 커피를 마시면서 그녀는, 그 총각때문에 설레이던 그 순간들을 후회했을까? 어쩌면 후회도 했겠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짧은 순간의 설레임을 떠올리며, '그건 진짜였을텐데', 라는 생각으로 추억에 잠겼을런지도 모르겠다. 암튼 재미있는 영화였다.



연차를 내고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의 환갑을 기념하여 괌에 간 것인데, 아빠 엄마 남동생 나, 이렇게 넷이 한 객실에서 자기 위해 나는 침실이 두 개 있는 커다란 리조트의 객실을 예약했고, 그렇게 예약한 객실 안에는 커피 메이커가 있었다. 엄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했지만 커피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 나중에 밥 먹으러 가거나 외출했을 때 사 마시자, 라고 말했었는데, 리조트 안의 마트에 가니 분쇄된 원두 커피가 있는게 아닌가. 한 손 사이즈 정도라 사는데 크게 부담도 없을 것 같아 나는 마트에서 그 커피를 샀다. 그리고 객실안에 들어왔는데, 커피를 내리려고 보니 으음, 여과지가 없네? 그때 바로 저 영화가 떠올랐다. 객실안 부엌에 키친타올은 있던 터라, 그래 한번 해보자 싶었다. 그래서 키친타올을 뜯어 커피메이커 안에 넣었다. 물이 부어지고 커피가 내려지면 아마도 찢어져 커피 안으로 키친 타올이 지저분하게 섞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면서 한번 해보았다. 그러면 버릴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그런데, 오!!!! 키친 타올이 찢어지지 않은 채로 커피가 내려졌다. 꺅 >.< 

엄마는 맛있게 커피를 마셨고 연신 좋다고 하셨다. 크- 영화를 보면 이렇게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됩니다. 응?? 

우리 더 많은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노래를 들읍시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느 가게 앞을 지나는데-화장품과 기타 물품을 파니 '올리브영'이었나-, 김우빈의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아마도 화장품 광고 같았는데 거기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당신의 남자친구를 나보다 더 멋지게' . 


야.


화장품 하나 바꾼다고 너보다 더 멋져지냐. 그럴거면 기꺼이 바꿔주겠지. 어디서 막말을 해, 왜 막 던져 이새꺄. 


참 말이 안되는 광고라고, 여자들한테 남자친구 화장품 선물하라고 충동질 할라고 만든 광고인건 알겠는데, 뭐 이건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되잖아. 어떻게 너보다 멋져지니, 어떻게 너보다 더? 응?


그렇지만 그 '멋지다'는게 어떤것인가, 하고 생각해보니, 내게는 '외모'가 아니었다. 잘생긴 남자를 '잘생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잘생겼으므로 멋지다'로 자연스럽게 귀결되어지지는 않는다. 잘생겼지만, 그저 잘생겼을 뿐. 그것이 내게 매력으로 다가온다거나 '멋지다' 라는 느낌을 주는 건 아니라는 것. 실제로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대화를 해봐야 한다. 그 대화의 내용과 방식들은 조금더 깊고 진중한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의 그의 태도도 매력에 크게 작용한다. 그가 잘생긴것과는 별개로 그가 어떻게 내 눈을 바라보는지, 그가 어떻게 웃는지, 그가 어떤 손동작들을 하는지, 그가 어떻게 고개를 숙이는지, 그가 어떻게 물을 따르고 어떻게 젓가락질을 하는지 등등. 잘생겼는데 개매너를 가지고 있다면 그 남자에게 결코 '멋지다' 라는 말을 할 순 없는 게 아닌가. 또한 그 남자의 냄새도 중요하다. 당연히 그로부터 좋은 향기가 난다면 그건 '멋지다'는 것을 구성하는 큰 요인이 될텐데, 크, 나는 진짜 남자가 향수 뿌리는 게 너무 좋은거다. 그러니까, 왜이렇게 김우빈부터 냄새까지 이르게 된것이냐 하면,



괌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는 남자 승무원들이 있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남자 승무원이 있었는데, 반팔셔츠 아래로 팔근육이 두근두근하게 만든 것. 사실 우리쪽 라인이 아니라 다른 쪽 라인의 남자 승무원이 더 '잘생겼'지만, 내쪽 라인의 남자 승무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거다. 이 매력은 그러다 한순간 쐐기를 박게 되는데, 하아-, 내 옆에 앉아서 나랑 무슨 대화를 했지, 뭔가 얘기를 하는데, 하아- 향수 냄새가 진짜 완전 짱좋은거다. 아 제기랄. 계속 말시키고 싶은데, 그러면 너무 티나잖아. 꾹 다물고 아무런 말도 더이상 시키지 않았지만, 유독 그 남자 승무원이 지나갈때마다 너무 좋은 남자 향수냄새가 나서,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 되었던 거다. 


향수 뭐 써요? 



라고. 그렇지만 물어서 뭐? 어쩌라고? 그 다음은? 물어서 그 향수가 어떤건지 알게되고, 그걸 내 돈 주고 살 수는 있겠지. 그 다음은? 사서 뭘 어째? 아무 의미 없다. 다 부질없는 짓. 그러나 그가 내 옆을 지나칠때마다 나는 그 향기에 현혹되어 흥분이 좀처럼 잠재워지질 않아, 하는수없이 남동생에게 계속 말했다. 야, 저 남자 지나갈때 향기 너무 좋지 않아? 야, 저 남자 지나갈때 완전 남자 향기 나지, 야, 저 남자 지나갈 때 냄새 너무 좋아.... 그때 날 보던 남동생의 눈빛....................




갑자기 그 생각이 난다. 남동생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내 얘기를 이러쿵저러쿵 하게 됐는데, 그때 남동생의 친구들에게 입력된 정보는 싱글, 과장, 책읽고 쓰기 등이라 뭔가 근사한 캐릭터가 만들어졌는가보다. 그 친구들은 내 남동생에게 '니네 누나는 남자한테 관심이 없구나' 라고 했다고. 그래서 남동생이 대답했다고 한다.



야, 장난 아냐. 남자 겁나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나는 체통을 지키기 위해 그 남자승무원을 붙들고 향수 뭐 쓰는지 물어보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수많은 승객들중의 1人이 되어 꾸벅꾸벅 졸았을 뿐....책 펴놓고 졸았..............인생은 그런 것이니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찌질한 모습이 있고 나에게도 역시 찌질한 면이 있다. 멋있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찌질해지기도 한다. 나는 사람들이 연애를 하면서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연애에만 주구장창 매달리는 사람을 딱히 좋아하진 않는다. 어느 하나에 아주 크게 집중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유일하다면, 내가 집중하는 그 무엇이 없어졌을 때 내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니까. 또한 사랑도 건강하게 하고 이별도 건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행복하게 지내다가 이별을 할 때, 어떻게 뒤돌아 아무일도 없다는 듯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한순간에 찌질이로 변모해 사랑했던 순간과 사랑했던 사람을 추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하지 않나. 왜 헤어지고나서 이렇게 더 상대를 또 자신을 아프게 하나. 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의 '글란 중위'는 진짜 짜증나는 스타일이다. 그가 사랑에 빠졌을 때, 그때는 이런 남자였다.



"너는 나한테 과분하지만, 네가 나를 갖게 된 게 고마워. 하느님이 너한테 보답해주실 거야. 나는 네가 가질 수도 있었던 수많은 남자들만큼 훌륭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네 거야. 영원히 죽지 않는 내 영혼에 맹세코, 완전히 네 거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눈에 눈물이 고여 있군." (p.53)



아, 이토록 달콤한 말이라니. 내가 만약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나는 내 사랑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남자, 이렇게 말하는 남자가 내게 있다니, 나는 정말 제대로 사람을 골랐군, 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이 말을 들었던 여자, 에드바르다 역시 나랑 같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느님이 보답해주실 거라는 말이 너무 멋지게 들렸어요. 당신 말은 ‥‥‥ 오오,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요!"

갑자기 그녀는 길 한복판에서 내 목을 끌어안고 열렬히 입을 맞추었다. (p.54)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상황이 변했고, 글란 중위는 자신을 사랑하는 다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누가 듣기에도 누가 느끼기에도 진심이 아님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글란 중위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는 다른 여자 '에바'에게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에 대해 흉을 본다.


"에드바르다가 아직 말하기를 배우지 못했다는 걸 믿을 수 있어? 에드바르다는 꼭 어린애처럼 말한다니까. '나보보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식이지. 그렇게 말하는 걸 내가 직접 들었어. 에드바르다의 이마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난 아니야. 꼭 악마 같은 이마를 가졌지. 그리고 에드바르다는 손도 안 씻어." (p.113)


이 병신은, 과거의 여자 흉을 보면 현재의 여자가 '오, 그는 이제 그녀를 흉보는 군, 좋아좋아!' 라고 할 줄 알았던건가? 그녀의 대답은 이렇다.



"하지만 에드바르다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p.113)



하아- 나는 이 남자주인공이 싫다. 마음에 들질 않는다. 그러나 이해가 된다. 그게 짜증나..그건 어쩌면 내 안의 찌질성 어느 한구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그가 인적이 드문 곳에 살면서 만나게 된 여자를 사랑하게 된 게, 정말 사랑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토록 달콤해졌다가 그토록 멍청하고 찌질해지는 것을 보는 게 정말이지 유쾌하질 않은 거다. 그는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지만 이 세상 누구나 다,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성숙해지는 법. 다시 말하지만,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아 더 뭐라 말할 순 없지만, 나는 그가 이번 일을 계기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미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과거의 사랑에 연연해하고 건강하게 지내지를 못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야 만다. 그것은 그저 '잘못'이나 '실수'라고 말해버리기엔 너무나 큰 것. 그리고 자꾸, 자신을 '현재' 사랑하고 있는 에바에게 상처를 입히잖아. 자신을 사랑해서 고통을 감수하려고 하는 여자에게 너무 상처를 입혀.



에바가 물었어. '이따금 나를 생각하세요?' 내가 대답했지. '그럼 항상 생각하지.' 에바가 다시 물었어. '나를 생각하는 게 당신한테 기쁨을 주나요?' 나는 대답했지. '완전한 기쁨을 주지. 기쁨밖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아.' 그러면 에바가 말했어. '당신 머리카락이 백발로 변하고 있어요.' 그러면 나는 대답했지. '그래, 백발이 되고 있어.' 하지만 에바는 물었어. '당신 머리가 백발이 되는 게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 때문인가요?' 그 질문에 나는 대답했지. '어쩌면 그럴지도.' 마지막으로 에바가 말했어. '그러면 당신은 나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p.152)



하아- 

나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저런걸 물어볼 수 없다. 당신은 이따금 나를 생각하세요? 라고. 아니, 라는 말을 듣기도 겁나고 '응 널 생각해' 라고 말을 하는데 그의 눈은 다른 말을 할까봐 듣고 싶지 않다. 어떤 말들은, 그 말의 달콤함에도 불구하고 듣고 싶지 않은 법. 백발이 되고 있는 젊은 남자의 눈을 보며 이따금 나를 생각하세요, 라고 묻는 에바를 생각하니, 정말이지 가슴이 찢어진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로부터 달아나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당신이 그로부터 달아나면 당신은 더이상 슬프지도, 힘들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을 거에요,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사랑은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내리는 것. 그 누구도 다른 이의 사랑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게 아닌가. 


글란 중위는 아직 철들지 않았다. 그는 무모했고, 쉽게 사랑에 빠졌으며, 자신이 아프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그의 판단은 어리석었고, 나는 그런 약하고도 어리석은 모습이 정말이지 마음에 들질 않는다. 달콤한 사랑의 말들로 가득찬, 자연에 대한 찬사로 가득찬 이 아름다운 문장들이, 결국 어떤 이야기로 이끌고 갈지 궁금하다. 


에바가 내 옆에 있다면 내가 좋은 술친구가 되어주었을 텐데.. 우리, 좋아하는 혹은 좋아했던 남자에 대해 신나게 씹어대자고, 술을 따라주며 호응해줄텐데. 그러나 에바, 당신은 거기 있고 나는 여기 있습니다.




좀전에 다른 부서에 서류를 가져다 줄게 있어 갔다가 내가 서류를 잘못 가지고 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내 실수를 얘기하며 말했다.


어휴, 외국 생활을 오래하니까 한국에 적응이 안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직원들이 모두 빵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연이어 말했다.


입만 열면 영어가 나올라고 하지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직원들이 한 번 해보라고 했지만, 모두 한국인 직원들이니 나는 꾹 참고 영어를 말하지 않았다. (응?)



괌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 내 뒷자리에 앉은 부부는 국제커플이었다. 여자는 한국 여자고 남자는 외국인(국적 모르겠음) 이었는데, 두 딸아이가 정말 너무 예쁜거다. 진짜 예뻐. 그래서 갑자기 국제 결혼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거다. 나도 외국인과 결혼해서 저렇게 예쁜 아이 낳고 싶다, 라는 그런 욕망. ㅋㅋㅋㅋㅋ 우리 조카야, 운 좋게도 한국인 부부사이에서 어여쁘게 태어났지만, 제기랄, 그렇게 누구나 다 운 좋으란 법은 없으니까. 예쁜 아이를 낳으려면 국제 결혼을.....하고 생각하다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고 다시 마음 먹었다. 



 

 


 



 

 


 


괌에서 가장 좋았던 리티디안 곶. 이 해변은 정말 아름다워서 도착하자마자 꺅꺅 소리를 지르며 흥분했더랬다. 내가 살면서 봤던 바다중 가장 아름다운 바다. 아빠도 엄마도 남동생도, 이런 바다는 진짜 처음이라며 아주 기억에 오래 남을 거라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투몬 비치 대신, 남동생과 나는 여기저기 검색해보고 책을 뒤져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외진 곳의 '괌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라고 불리는 리티디안 곶으로 간건데, 와, 진짜 잘한 선택이었다.



엄마는 신나서 뛰어다니셨고,


 

 


남동생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꼭 인절미 콩가루 같은 느낌이라며 엄마와 나는 모래에 발을 푹 담갔고(왼쪽이 내 발)


 

 



이 바다를 배경으로 나 역시 셀카라는 걸 찍어보자며 깝죽거렸다.


 

펑! (사진 내림)

 


 

흥분해서 모래사장에 누군가의 이름을 적기도 했지만, 이건 평생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다른 해변으로 이동해 사랑의 절벽에 올라 많은 연인들의 사랑의 증거를 보았고,


 

 



그 높은 절벽의 전망대에서 밑의 바다를 내려보며 무서워서 꼼짝도 못하고 빙글빙글 도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 마주친 저녁무렵의 해변도 근사했지.


 

 






아...삼겹살 먹으면서 남자 욕하고 싶다....... 그런게 진짜 삶인데....그런게 멋진 삶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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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2-1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다락방님이다~~~~~ 뭐야 넘 착하게 생기셨잖어? 서글서글한 이목구비^^ 이뻐요 이뻐~~~
난 안젤리나 졸리만큼 섹쉬하게 생겼을거라고 착각 했다우 ㅎㅎ

바다 빛깔 예술이네요. 아 괌 가고 싶어라~~~~~~

다락방 2015-02-16 15:01   좋아요 0 | URL
아니 썬글라스 착용을 했는데도 착해보이나요? 하아-
나쁜 여자처럼 보이는 건 다음 생에서나 가능할까요.....

바다 빛깔은 진짜 예술이었어요, 세실님. 후훗 :)

달걀부인 2015-02-1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첫 인사요. 글과 좀 다른 이미지지만! 그 정글느낌은 내면에 있다치고..완전 반가운데요.옆에 있었으면 안아보고 반가워요..손목이 끊어지라 악수했을지도! ^^

다락방 2015-02-16 15:02   좋아요 0 | URL
정글느낌은 왜 내면에만 있을까요, 달걀부인님?
왜 눈매에, 얼굴에, 턱에 없을까요? 왜 내면에만 있을까요? 네? ㅎㅎㅎㅎㅎ

혹시라도 뵙게 된다면 악수합시다, 달걀부인님.
으흐흐흐

붉은돼지 2015-02-1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절미 콩가루같은 느낌 ㅎㅎㅎ

갑자기 그 보드라운 콩가루를 손에 묻혀가며 목이 매이게 인절미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락방 2015-02-16 15:03   좋아요 0 | URL
인절미 맛있죠! 저는 떡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인절미 맛있어요. 그렇지만 목이 매이지 않게 물을 마셔가면서 먹도록 합시다, 붉은돼지님. 우리는 소중하니까요.

아무개 2015-02-1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오오오오
실물공개를!!!!!!!!!!!!!!!!!

여행이 좋은 충전재가 되었나 봅니다.
글이 참 다락스럽고 좋네요*^^*

아 바다 너무 이쁘네요.
언젠가는 꼭 애인이랑 함게 가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5-02-16 15:04   좋아요 0 | URL
왜 바다만 이쁘다고 해요, 아무개님? 네? 왜죠? 어째서 바다만 이쁘다고 하죠? 네? 우리 사이가 그런 사입니까? 네?

다크아이즈 2015-02-1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예상대로 이쁘면서도 털털한 인상이시네요. 좋아요, 멋지옵니다.
충전하고 오신 다락방님 만만세~~
외쿡 남자랑 결혼하는 건 제 로망이었지만 전 실천하지 못했고, 24살 딸내미에게 강력 이입하는 중인데 정작 딸년은 기겁하네요. 시집살이 걱정 안 해도 되고, 자식 교육 걱정 안 해도 되고... ㅋ 전 현실적 이유로 권하는데 씨알도 안 먹힙니다.ㅠㅠ

다락방 2015-02-16 15:08   좋아요 0 | URL
크- 이쁘면서도 털털한 건 좀 좋네요. ㅋㅋㅋㅋㅋ 전 이쁘면서 나쁜년..이미지가 좋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제 친구 정식이가 말하길 워낙 선한 인상인데 눈꼬리가 쳐져서 더 순해보인다고. 하아- 저는 왜 순한 인상일까요, 다크아이즈님.

다크아이즈님의 따님은 지금이니까 씨알이 안먹히지,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 결혼이나 출산 육아가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마 바뀔지도 몰라요. 외쿡 남자랑 결혼하는 건 역시 현실을 사는 여자들의 로망일지도...다크아이즈님이 따님께 권하는 바로 그 이유로 말이지요. 사실 저는 그보다는 영어권 나라에 가 살고 싶어서 국제 결혼을 되게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는데(중2 때 더티댄싱 보고...), 역시 한국어로 나누는 대화가 제게는 적성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그리고 이쁜 혼혈아를 낳기에 제가 이제 너무 나이 들어버렸기도 하고....네, 뭐, 그렇습니다. 킁킁.


blanca 2015-02-1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 이것은 내가 상상한 이미지가 아닌데. 그런데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얼굴이 넘 좋다는 것. 그리고 물어보지 그러셨어요!!! 내가 다 두근두근 했는데. 흑. 실망이에용 ㅡㅡ ㅋㅋ바다가 너무 이쁘고. 사진도 좋고. 미소도 이쁘고. 나 좀 스토커 같아요. 사진 확대해서 보려고 막 키우고 엉큼하게 막 웃고. 좀 말려줘요 ㅋ

다락방 2015-02-16 15:10   좋아요 0 | URL
아니, 블랑카님. 대체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신 겁니까? 그러니까 음..안젤리나 졸리? ㅋㅋㅋ
아무래도 사람들 실망시키는 걸 좀 막고자 이제 그만 사진을 내려야겠어요. 퇴근하기 전에 사진 내리고 가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스토커 같다는 블랑카님 댓글에 완전 빵터져서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튜어드 에게 물어볼 걸 그랬나요. 향수 뭐 쓰냐고? 하아- 전화번호라도 건네주고 와야 했던걸까요, 블랑카님? 하아-

레와 2015-02-1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미녀!!!!
나쁜여자 같이 보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 쓰라고 락방이 날 자극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5-02-16 15:00   좋아요 0 | URL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이미지 어쩔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 좀 이따가 날려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장소] 2015-02-1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다락방님♥ 모두가 당신의 비타민 같은 미모를 칭찬하니 =:D 바다가...그냥
아주 예술입니다.물병에 곱게 싸오면 좋겠는데...그럼 저 런.빛깔이 아니겠지...슬퍼 ㅡㅡ; 참고로 그 아이가 딱 고만할 때만 인형같이 예쁘다는 거 !!!
성장 발육이 빠른 아이들은 얼굴도 눈에 띄게 확확 변하더라는~

다락방 2015-02-16 17:24   좋아요 1 | URL
비타민 같은 미모를 칭찬, 이라뇨, 그장소님. ㅠㅠ
착하고 선한 이미지라는 게 전부잖아요. ㅠㅠ 그건 뭐 딱히 칭찬이라고 볼 순 없지 않나요? ㅜㅜㅜㅜㅜ

ㅎㅎ
그러게요, 물병에 곱게 저 빛깔까지 담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럴 수 없어 안타까워요. 아름다운 바다였습니다.
:)

[그장소] 2015-02-16 17:31   좋아요 0 | URL
푸핫..아무리 그러셔도..저.많은. 분들의 투덜투덜은 아~~~ 다락방님은 내꺼야~!^^ 하는 정도로 밖에 안들리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 당신의 여기 어디에 내가 이쁘단 칭찬이 있냐는 말도 ...그쵸~~^^ ♥ 나 한 매력 해욤~~하는 걸로밖에 안들려요~
어?==:@@@=^986ahkdgicx♡.♡ 이런 새 번역기가 고장인건가 ??

라로 2015-02-16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국에 있었을 때 매년 괌에 갔었어요~~~. 그래서 그런가 괌 얘기 나오니 무지 반갑다는~~~~ㅋㅎㅎㅎㅎ
더구나 턱 선도 갸름한 예쁜 다락방님 사진까지!!! 와~~~대박!!!!ㅋ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2-16 17:26   좋아요 0 | URL
와- 매년 괌에 가시다니!! 저희는 삼남매가 몇년간 돈 모아서 이번에 처음 부모님 모시고 해외 다녀온거였어요. 그나마도 짧게 다녀왔고요. 그런데 가족이 함께 다니는 게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즐거울 때도 있었고 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찰을 일으킬 때도 있었고...하아-

턱 선도 갸름 이라뇨.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비님도 참 하하하하ㅏ하핳하하하하하 제 남동생이 `누나는 늘 턱이 두 개야` 라고 놀립니다. -_-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장소] 2015-02-1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비아롬님 외쿡에 계신 분이 외쿡을 그리워 하시니 순 국내만 아는 저는 흑 흑^^;

[그장소] 2015-02-18 08:03   좋아요 0 | URL
아ㅡㅡㅡ미투!!!♥

비로그인 2015-02-16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사진 봤어요!!!
완전 부유하고 엄청 똑똑하면서 매력적으로 나쁜 여자같아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단호하고 파워넘치는 나쁜 여자요~
향수 궁금해요...ㅠㅠ 막상 물었는데 빨래엔 피죤이에요 그러면..뭐 그럴 리 없겠죠ㅋ

다락방 2015-02-17 08:21   좋아요 0 | URL
우앙- 아른님 댓글좀 봐!! 우앙- 짱멋졍!!

아른님, 사랑해요 ♡

2015-02-16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7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8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2-18 09:50   좋아요 0 | URL
연휴중에 언제 알라딘 들어오실 건가요? 연휴중에 올려둘게요. 말씀해주시면. ㅋㅋ 연휴 지나 내리죠, 뭐 ㅋㅋㅋ

2015-02-18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9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02-18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용기를 내서 남자승무원에게 향수 이름을 물어보았더라도 다른 미래가 열리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부끄러움 생성) 그렇지만, 용기를 냈다면 다른 미래가 열릴 수도 있었다고 난 생각해요.
다락방님은 초절정 미녀, 섹시함을 원하지만 귀여운 용모의 여자사람이니까요.
나도 용기를 내 보았어요. (__)

단발머리 2015-02-19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새벽에 다락방님 셀카를 보고 나서 어제밤은 너무 행복한 밤이었어요.
이건 참 어려운 일인데....
예쁜데 참 성격 좋아보이기요. 다락방님, 딱 그래요.
예쁜데도 웬지 말 걸면 잘 받아주고, 리액션도 잘 해 줄것 같은 그런 인상이예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남자 승무원에게 말을 걸었어야 했어요. 진심입니당~~

사진을 보고, 또 보고 있다보니, 갑자기 제 자신에 대한 의문이 생기네요.
나는 다락방님처럼 남자를 겁나 좋아하는 여자인데, 어째 이러고 있을까요.

우리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져, 완전 해피한 설날입니다.
감사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5-02-20 18:40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단발머리님도 참 칭찬 잘하시네요. 예쁜데 성격좋아보인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잉 몰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끄럽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께 보여드리기 위해 올렸으니, 이제 사진 다시 내립니다. ㅋㅋㅋㅋㅋ
아니, 별것도 아닌 사진을 보고 행복한 밤이라고 하시니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늘 애정을 갖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은 진짜 좋은 분이셔요.
그걸 잊으시면 안돼요.

버벌 2015-02-19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어어엉 어어어 어어어.. 완전 프리해 보입니다
새해 복 많으받으세요.
전 서울 가고 싶어요.
락방님 뵈러...

다락방 2015-02-20 18:41   좋아요 0 | URL
버벌님...프리해 보인다는 건..오타인거죠?
프리티해보인다..는 댓글 쓰려다가 오타난거죠, 그죠? 그런거죠? 네? 그런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