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그는 왜 전화하지 않았을까
레이첼 그린월드 지음, 추미란 옮김 / 민음인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물론 진정한 당신의 모습을 바꿀 필요는 없다. 그러나 처음 한두 번의 데이트에서 말과 행동을 약간 달리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당신이 얼마나 멋진지 알지 못하는 남자들이 당신을 고백녀라고 생각해 당신을 더 잘 알게 될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p.160-161)

 

 

만약 내가 자주 보면서 이미 좋은 감정을 가진 남자가 상냥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라고 한다면, 나는 그럴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다른 식으로 조율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며 그에 대해 끊임없이 그와 의논해 볼 의향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가 첫 만남에서 저런 식의 바람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나는 그와는 다시는 만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어차피 그런 여자가 되어줄 수 없으니 괜히 서로 시간낭비 할 필요 없겠지,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식의 바람을 가진 남자는 내 이상형이 아니야, 라고 뒤돌아설 수도 있을 것이다. 첫 만남에서의 저런식의 바람을 이야기한 남자는, 단순히 그것이 바람이기는 하지만 물론 그건 이상향일뿐 실제로는 다른식으로 의견조율을 할 수도 있을것이며 시간이 흘러 저 생각을 바꿀 수도 있을테지만, 자신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식으로 의견 조율이 가능한지까지 보여주기 위해서 첫 만남이 주는 시간은 그리 길지도 또 충분하지도 않다. 그러니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나 자신을 바꿀필요는 없지만 첫만남에서 말과 행동을 약간 달리해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지 않는 것은 꽤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자기계발서류와 이런 데이트 코치에 관련된 책들에서 그다지 얻을게 없다고, 그러니까 그런걸 읽어도 굳이 내 삶에 변화를 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하는 나처럼 고집센 여자사람에게도 꽤 적절하게 들리니 이 책은 충분히 가치 있을 수 있었다.

 

게다가 처음 만나는 남자 앞에서 자신의 전남편이나 전애인에 대한 언급은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가급적 하지 않는게 좋다는 것은 수긍이 갈만한 팁이다. 그래, 이 책에는 꽤 유용한 팁들이 있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처럼 자꾸만 빵빵 터지는 재미를 이 책에서 얻기를 바랐지만 그정도의 재미가 없었던 것은 좀 서운하지만, 그래, 나름 끝까지 읽으려고 생각할만큼 괜찮게 읽어왔단 말이다. 그런데,

 

 

224페이지를 읽고 225페이지로 넘어갈 때, 어? 이건 아까 읽은 문장인데? 싶어졌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정말로 똑같았다. 어라? 하고 넘겨보니 224 다음에 193페이가 그대로 적혀있고 페이지는 225로 적혀있다. 게다가 그 뒤로 넘기는 페이지들은 닷히 194페이지부터 시작이다. 얼라리여. 그렇게 209까지 쭈욱 다시 한번 연결된다. 그러더니 209 다음은 242페이지. 그러니까 이 책은 225페이지부터 241페이지가 붕-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사이로 193부터 209가 중복된 것. 후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책을 덮었다. 이 책은 대체 어째야 할까. 이런걸 뻔히 알면서 중고샵에 팔수도 없는 노릇이고. 알라딘에 반품 요청할 수 있나 알아봐야겠다. 끙. 왜 하필이면 이런 책으로 내게 온걸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reamout 2012-12-2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품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분명한 불량인데. 내용은 무시하고, 상품으로 봐서요.
저자의 전략은 약간.. 넛지. 와 비슷해 보이는데요. ㅋ

다락방 2012-12-26 09:20   좋아요 0 | URL
1:1 고객문의에 반품신청 넣어놨어요. 아놔. 읽다가 리듬 깨져서 확 기분이 나빠져 버렸어요. -_-

moonnight 2012-12-26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품처리 해 주실 거 같아요. 그럴 땐 진짜 확 깨죠. ^^;

다락방 2012-12-26 17:53   좋아요 0 | URL
네 반품 처리 해준답니다. 어휴. 다행이지 뭐에요.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장을 덮고 나는 아, 잘 읽었다, 하고 생각했다. 깊은 잠을 푹 잘 자고 일어났을 때 잘잤다, 라고 절로 내뱉게 되는 딱 그것처럼. 그의 문장들을 꼼꼼히 읽는게 책을 읽는동안의 큰 기쁨이었고, 그러다가 수시로 아, 이 글이 처음부터 한글로 써졌다니 정말 다행이야, 나는 작가가 쓴 그대로를 읽는거야, 라고 생각하며 뿌듯했다. 누구나 숨기고 싶어하는 한 인간의 죄책감, 저 밑바닥까지 들어가서는, 그것을 잘 풀어 보여준다. 나는 그만, 러시아에 톨스토이가 있다면 대한민국엔 이승우가 있어, 라고도 생각했고, 이승우는 한 개인의 내면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작가가 아닐까 싶어졌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는 그것을 절대악이라고 꾸짖기 보다는 잘 들어주고 이해해줄 것 같았다. 책의 절반쯤이 남았을 때, 그리고 삼분의 일이 채 안남았을 때, 부러 책장을 덮었다. 이토록 잘 쓰여진 글을-이렇게 말하는게 꽤 건방지게 느껴진다- 천천히 읽고 싶어서, 너무 빨리 읽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이내 다시 읽고 싶어져서 또 펼쳐야 했다. 나는 더이상의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그저 표현하기엔 부족한 마음을, 이 책의 여러부분 밑줄을 옮겨와 모두에게 전하고 싶을 뿐이다.



다말은 논리적이다.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논리에 맞는 생각은 사랑 이전이나 이후의 것이다. 논리에 맞게 생각하고 논리에 따라 말하는 사람은 아직 사랑하지 않거나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랑에 사로잡힌 자의 맹목적 열정을 알지 못한 다말은 자기의 사려 깊은 말들이 암논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암논의 귀에는 다말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그는 설득되지 않는다. 사랑의 열정에 사로잡힌 자를 설득할 논리는 없다. 설득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랑의 열정에 충분히 사로잡히지 않았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사랑의 열정에 완전히 사로잡히지 않은 자만이 이치에 맞고 사려 깊은 말에 설득된다. 암논을 보라. 그는 설득되지 않는다. 설득될 수 없다. 그는 아름답고 순결한 다말을 힘으로 범한다. 사랑이 그에게 부여한 무소불위의 힘으로 다말의 육체를 소유한다.

사랑의 열정에 사로잡히는 것이 비합리적인 것처럼 사랑의 열정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비합리적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주체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도 조절할 수 없다.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은 이런 사랑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런 사랑이 무책임하고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을 정당화할 때 행사된 폭력이 사랑에서 빠져나왔으므로 이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정당화하는 자리에서 다시 행사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었으므로 ("사랑한다. 그러니까 나와 자자.") 이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 앞에서 사라져라.")그리하여 사랑을 이유로 무슨 일이든 하는 것과 사랑의 부재를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구별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무슨 일이든 하는 것 속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하지 않을 수 있다. (pp.106-107)




헤브론 성이 그에게 도피성인 것은, 그가 세상에서 범한 과거의 죄로부터 그를 보호해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앞으로 범할 죄로부터 그를 보호해 주기 때문에 더 그랬다. 지은 죄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지을 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그는 도피성이 필요했다. (p.115)



아, 내가 위의 문장을 읽다가 받은 감탄을 대체 어떻게 말로 표현할 것인가. 도피성이 필요한 것이 지은 죄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지을 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니, 이 문장에서 받은 감탄을 대체 어떻게..




오지랖이 넓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은 자기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그런 성격을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이다. (p.129)





눈은 너무 순진해서 위장할 줄 모른다는 걸,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도 있고 마음과 다른 표정을 지을 수도 있지만 마음과 다른 눈빛을 만들 수는 없다는 걸 그는 그때 알았다. 눈빛은 위장할 수 없고 다만 감출 수 있을 뿐이라는 걸 그는 그때 알았다. 그리고 이제 그에게 그것이 필요하게 된 것은 눈빛을 감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날 새벽, 한강을 건너 대한민국의 심장부로 진격해 들어가는 장교에게 필요한 것은 선글라스였다. (p.163)




습관적인 반대파들, 사회주의 혁명을 획책하는 자들, 체제 전복을 꿈꾸는 자들의 폭로였다면 대처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런 자들은 늘 있어 왔으니까. 그런 자들은 으레 그런다고 되쏘아 주면 되니까. 그러나 아주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그림자처럼 그를 보좌해 온 측근이 자기를 공격했기 때문에 장군은 타격을 입었다. 자기 치부를 먼저 보여 주는 양심선언의 형식을 빌려 비판했기 때문에 파장이 컸다. 양심선언은 통렬한 자기 반성의 형식을 띤 가장 격렬한 고발이다. 가미가제의 위력이 양심선언의 현장에 나타난다. 자기가 내놓는 자기의 치부, 자기를 찌르는 자해의 상처를 통해 고발자는 자기가 고발하는 내용의 진실성을 획득한다. 치부의 추악함만큼, 상처의 깊이만큼 호소력도 증가한다. 그러니까 스스럼없이 자기 몸에 칼끝을 겨누는 사람이야말로 위험하다. (p.171)




그는, 자기 몸속에 암세포를 집어넣고 키운 것이 분명한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독한 항생제를 맞아 머리가 빠지고 거죽만 남을 정도로 말라 가는데도 아내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정효는 그런 하나님도 그런 아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에게 전적으로 헌신하고 온전히 의지하는 추종자의 안전조차 보호해 주지 않는 전능자의 능력이란 게 대체 뭐냐고, 전능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 힘을 어디에 쓰려고 아껴두는 거냐고, 자기에 대한 믿음 하나로 사는 사람의 생명조차 보호해주지 못하는 신을 왜 믿어야 하느냐고 윽박질렀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한 생각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그는 힘이 어떻게 쓰이며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p.180)





기억들은 왜 규칙도 예고도 없이 제멋대로 출몰하는 것일까. 사라졌다가 돌아오고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기억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대비할 수 없고,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이길 수 없다. 나타나면 감당해야 하고, 사라질 때까지 내버려 두어야 한다. 물고 늘어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기억이 지쳐 나가떨어지지는 않는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쪽은 기억이 아니라 그것을 물고 늘어지느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우리의 육체다. 다른 생각으로 피신하는 방법이 있지만 전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지렁이를 피하려다 뱀을 만나는 격이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갑자기 떠오른 그날의 기억을 털어 내기 위해 후는 머리를 흔들었다. 물론 그런다고 털어져 나갈 리 없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알면서도 그렇게 하게 된다. 일종의 습관이다. (p.329)



이 문장들은 대체 어떻게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을까. 다른 언어로 쓰여져도 이토록 꼭꼭 씹어 읽고 싶어질까. 이토록 꽉 찬 느낌이 들까.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12-17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17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12-1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읽어야죠! 이혜경은 밑줄 그을 데가 갈수록 적어졌걸랑요ㅎㅎ

다락방 2012-12-17 16:18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이승우라면 소이진님은 조금 더 천천히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제 생각엔요. :)

이진 2012-12-17 22:26   좋아요 0 | URL
오, 그런가요. 저는 벌써 이승우의 단편을 세 개나 읽었는데, 하긴 그닥 마음에 와 닿지는 않더군요.

레와 2012-12-1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벌써(!) 선물 받았고, 레미제라블 4권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ㅠ_ㅠ


.......................................................... 이게 사는건가..? ㅋㅋ

다락방 2012-12-17 16:22   좋아요 0 | URL
ㅎㅎㅎ 사는거지, 사는거야. ㅎㅎㅎㅎ
이 책 엄청 좋아요, 레와님. 토요일 새벽에 책 질렀는데 이승우 책 안넣어서 식물들의 사생활 따로 주문할라고요. ㅎㅎㅎㅎ 앞으로 지를때마다 이승우 한 권씩 넣겠어요. 불끈!

꽃핑키 2012-12-17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책방을 듣다가 앗, 나는 전혀 몰랐던 작가님이신데 과연 누굴까? 너무 궁금했었는데ㅋ
다락방님은 벌써 만나보셨군요! 촘촘한 별다섯개가 아주 자랑스럽게 보입니다. ^_^ㅋ
첫번째 인용문 ㅋ 4번째줄 오타있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2-12-17 17:54   좋아요 0 | URL
우앗 핑키님~
저는 이승우의 책이 [지상의 노래]로 일곱번째에요. 아니, [황순원 문학상 작품집]은 이승우의 책이 아니니까 여섯번째라고 해야하나. 전 정말 다 좋았어요. 그래서 이 책도 좋을줄 알았지만 진짜 또 막 좋고 ㅠㅠ

빨간책방에 나온다는, 나왔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이동진이 이승우 작가의 엄청난 팬일걸요? ㅎㅎㅎㅎㅎ

오타 완전 고마워요. 알려주셨는데도 네번째줄 몇번이나 다시 읽어야 했어요. 으응? 어디어디? ㅋㅋㅋㅋ 눈알 빠지는 줄 알았네요. 고마워요~~ 희희희희

프레이야 2012-12-17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전히 다락방님 리뷰로 이책 결심해요. 담아만 뒀는데요. ^^ 땡스투유~~

다락방 2012-12-18 08:4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분명 이 책을 좋아하게 되실거에요. 집중할 수 있는 책이고 집중하게 만들어요.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데 어떤 방해요소가 다가오면 확- 짜증이 나더라구요. 하핫.
읽어보세요, 프레이야님!

dreamout 2012-12-17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말과 압살롬 이야기를 이 소설에서 본 후에,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도 사게 됐어요.
출판사에서 참 기가막히게 새로 냈더라구요. ㅎㅎ

다락방 2012-12-18 08:42   좋아요 0 | URL
저는 그간 관심도 없었던 성경을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러면서 새삼 이승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들의 내면에 집중하는 것도 꽤 섬세하게 해나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앞으로 제가 읽어야할 이승우 책이 많다는 게 막 안심이 되는거 있죠!! 성경을 꺼내 사무엘하를 읽어봐야겠어요.

아무개 2012-12-1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전체에 포스트 잇이 도배되어 있어요. 이승우 작가의 책은 거의 다 그래요.
출간된 이승우 작가의 책은 제2금융권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다 구매할 예정이입니다. ^^

다락방 2012-12-18 15:54   좋아요 0 | URL
물론 그럴 가치가 충분하죠! 그러나 마중물님 제2금융권 대출은 가급족 뒤로 미루고(응?) 천천히 천천히 장만하도록 합시다. 저도 이번 주문에 한 권 주문했어요. [식물들의 사생활]이요! 므흐흐흣

아무개 2012-12-18 16:50   좋아요 0 | URL
식물들의 사생활 저도 장바구니에 있어요. 얼마전 구매한 책 다 읽으면 그때 구매하려고 미루고 있답니다.
이제 퇴근이에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네요. 새 업무는 참.....어렵습니다아아~

다락방 2012-12-20 12:52   좋아요 0 | URL
아, 마중물님. 저는 머그컵 또 받고 싶어서 지금 해당도서 받는데 이제 더는 그 목록들중엔 갖고 싶은 책이 없어서 멘붕입니다. 어떻게 이번 책 목록은 이렇게 흥미가는게 없을까요? 컵 더 받고 싶은데 갖고 싶은 책은 없고 컵 더 받고 싶은데 그렇다고 읽고 싶지도 않은 책 억지로 주문할 수도 없고. ㅠㅠ 슬퍼요 ㅠㅠ

단발머리 2012-12-19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어떻게 해요. 다락방님의 추천으로 인제 막 <레 미제라블> 1권 시작해서, 오십 페이지 읽었는데요. 레~~~ 다 읽고 바로 <지상의 노래> 로 넘어가야 되는데, 일단 구매하고 생각해야겠네요. T.T 넘~~~~ 좋은데, 걱정 태산ㅋㅎㅎㅎ

다락방 2012-12-20 12:5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레미제라블은 지금쯤 어디만큼 읽으셨을까요? 장발장 나온 부분은 지나갔을까요? 좋은책들입니다, 단발머리님. 부지런히 읽읍시다.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느낍시다.
 
43번지 유령 저택 1 - 옥탑방에 유령이 산다! 456 Book 클럽
케이트 클리스 지음, M. 사라 클리스 그림, 노은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이야기는 유명한 어린이책 작가인 부루퉁 B. 그럼플리가 부동산업자인 다파라 세일에게 올여름 조용히 책을 쓸 만한 곳을 찾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된다. 부루퉁은 겁나라 시에 있는 ‘으슥한 공동묘지 길 43번지’의 유령 저택을 계약한다. -알라딘의 책 줄거리 中에서


나는 혹여라도 내가 글 쓰는 직업을 갖게 된다면 조용한 작업실을 당연히 원하지 않을까 하고 종종 생각하곤 한다. 그럴때 혼자 조용히 작업할 만한 곳을 찾는것은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그 공간을 시간을 들여 나만의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도 무척 낭만적으로 느껴지는거다. 내 공간. 그런데 이 책의 소개를 보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인데 조용한 저택을 찾는 작가가 나온다는 거다. 게다가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하고, 유령이 나온다니. 유령이란 존재에 대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이지만, 으으, 이거 뭔가 괜찮을 것 같아, 하는 기대감이 생기는거다.


































그렇게 책의 표지를 여니 왼쪽에는 이 저택의 도면이 나오고 오른쪽에는 이 저택의 모습이 보인다. 옥탑방과 다락방이 무척 낭만적이고 은밀하게 느껴져서 나는 단번에 이 저택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이 공간에 살게 된다면, 그러니까 작업실이 아니라 그냥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이라도, 저 위, 옥탑방과 다락방 둘 중 한 곳을 내 방으로 차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부엌이 1층에 있는거다. 그렇다면 내가 배가 고플때마다 수시로 저 3층에서 1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해야하는가? 나는 돌아서면 배가 고픈 사람인데? 안되겠다. 옥탑방과 다락방은 무리겠어. 2층 어디쯤에 자리잡자, 라고 생각했다. 아, 그러나 이 책은 날더러 어디에 살거냐고 묻는 책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편지 한 통에서 비롯되었다는 이 책의 앞장을 읽는데 무척 신났다. 당연히, 누가 시키기 않아도 에미와 레오가 생각났다. 존 버거의 A가 X 에게도, 멕 케봇의 옆집 남자도,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도, 메리 앤 셰펴와 애니 배로스의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 클럽도 모두 편지 형식으로 재미를 준 책이 아니던가. 어린이책이 편지 형식이라니, 그래, 그래야지, 하면서 막 신나는거다. 





작가의 벽에 갇혀 이십년간 더이상의 책을 쓰지 못한 작가가 출판사와 계약하여 책을 쓰기로 하고 이에 조용한 저택을 찾는 편지를 부동산에 보낸다. 그래서 부동산에서는 저택의 목록을 보내준다.





나는 오른쪽 페이지 위의 바닷가 저택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글을 쓰다가 뭔가 잘 풀리지 않으면 바깥으로 나와 모래사장을 거닐고...그렇게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가 파도에 떠밀려오는 외국인 청년을 발견하고 인공호흡을 하여 생명을 구해주고 몸이 회복될 때까지 내 집에 머물게 하다가 그 청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대단히 에로틱한 소설을 써내고, 그걸 출판해서 벼락부자가 되고................


는 동화책이 될 수 없으니 패쓰하고 우리의 주인공은 하필이면 그래, 유령이 나오는 주택을 선택한거다.






그러나 그 저택에는 그 저택의 주인이 버려두고 간 아이가 있었다. 아이와 고양이. 이에 작가는 이 아이를 내쫓고 싶어하지만, 계약서상에는 이 아이와 같이 산다고 되어 있어서 그럴수도 없다. 하는수없이 작가는 아이에게 편지를 쓴다. 지켜야할 규칙을 몇가지 적어서. 이에 아이도 작가에게 편지를 쓴다. 작가가 지켜야 할 규칙을 적어서. 그리고 아이는 이 집에 자신과 고양이 말고도 유령이 산다고 얘기해준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아이가 저 화살표로 표시된 곳에 유령이 산다고 말해준 것. 당연히 작가는 아이의 말이 자신을 골탕먹이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믿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정말 유령이 나타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





작가가 컴퓨터로 글을 쓰는데 유령이 그 밑에 자신의 이야기로 글을 쓴다. 그래서 글자체가 다른 걸로 저 둘은 대화를 한다. 마치 메신저의 창처럼. 그리고 유령은, 자신의 존재를 믿지도 못하는 작가에게 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한다. 하아- 난 정말이지, 사랑이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데이트와 연애는 즐겁지 않은가 말이다. 그걸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스무살 때 그랬던 것처럼 일흔살에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니, 그건 한 사람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뚜렷한 증거가 아닌가. 데이트란 말은 그리고 왜, 스무살에도 서른살에도 그리고 백아흔살에도 떨리는걸까.




작가와 유령은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작가는 유령의 존재를 믿게 되고, 아이에 대해서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유령과 함께 좋은 아이들 책을 쓰고 작가는 그동안 닫아두었던 마음을 열고 유령을 사랑하게 된다.



































귀찮게만 여겼던 꼬마가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는것도,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을 여는것도, 글을 쓰지못했던 작가가 재미있는 소설을 결국은 써내게 된다는 것도, 예측가능한 결말이긴 하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빨리 다음책장을 넘기고 싶을만큼 빠르게 넘어간다. 내가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유령과 사랑에 빠지는 작가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마르크 레비'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이란 소설에서도 '영혼'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유령은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와는 좀 더 다른 것 같다. 유령하고 사랑하는 일은 대체 어떤 일일까.


이 책속에서는 그 존재를 믿는다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믿는다면 내 앞에 유령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렇다고한들 내가 그 유령을 만지고 느낄 수 있을까? 그 유령과 사랑하는게 가능할까? 다만 나와 사랑하는 유령이 있다면 어쩐지 든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나를 지켜줄 수도 있으니까. 이 책 속에서도 유령은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훔치고(물론 다시 갖다둔다), 아이를 버려두고 간 부모를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유령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의 옆에 붙어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령은 아이를 사랑하도록 만들어진 존재였으면, 하는거다. 그래서 이제 이 아이는 내가 늘 붙어다니지 않아도 되겠군, 이라는 생각이 들 때 떠났으면 좋겠다. 그 전까지는 아이들 곁을 맴돌면서 그 아이를 위기에서 구해주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뛰는 아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돕는게 아니라, 나쁜 사람이 다가왔을 때 그 아이에게 경고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거다. 아이는 넘어질 수도 있고 그래서 피가날 수도 있다. 아이들과 싸울수도 있다. 길을 걷다 쥐가 죽어있는 장면을 맞닥뜨릴 수도 있고 텔레비젼을 시청하다 폭력적인 장면을 보게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들을 겪고 그 상황들로부터 무언가를 느끼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고 또 그 아이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어른이 되도록 돕는것은 물론 그 아이를 둘러싼 주변 어른들의 몫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을 향해 악의 기운이 다가오려고 할 때, 그때만큼은 유령이 나타나서 도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들로부터는 보호할 수 있는 투명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예쁜 책을 읽어서일까, 왜 유령이 무섭다는 생각이 전혀 들질 않을까? 하긴 뱀파이어도 늑대인간도 나는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다른(?)생각만 든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르헨 2012-12-1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아이에게 선물한 책이에요.^^아주 좋아하더라구요.저는 아직 못읽었는데 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2-12-14 13:33   좋아요 0 | URL
전 재미있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아이들의 시선을 잘 몰라서 아이들이 좋아할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잘 안서요. 그저 이 나이의 제가 읽고 재미있더라, 라는 것 밖에는. ㅎㅎㅎㅎㅎ 메르헨님도 읽어보세요. 재미있어요. 2권도 있는데 그것도 읽어야겠어요. ㅋㅋ

아무개 2012-12-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파이어도 늑대인간도 나는 <만지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 라고 쓰신거죠? ^^

다락방 2012-12-14 13:32   좋아요 0 | URL
더 나아가셔도 되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에헴-

레와 2012-12-1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책 궁금하다..!!

다락방 2012-12-14 16:07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난 2권도 있지롱~~ 메롱.

Mephistopheles 2012-12-14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다가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부엌이 1층에 있는거다. 그렇다면 내가 배가 고플때마다 수시로 저 3층에서 1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해야하는가?" -- 걱정하지 마세요 덤웨이터가 있잖아요.(덤웨이터- 음식물 엘리베이터)

다락방 2012-12-16 17:35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생각을 안한건 아닌데요, 어쩐지 차려진 그 자리에서 먹어야 가장 맛있지 않을까 싶어지면서 ㅋㅋㅋㅋ 아마도 제가 옥탑방에 산다면 침대 밑에다가 과자나 빵 따위를 잔뜩 쟁여 놓았겠지요. 사발면도....흐음...200키로 찍겠군요. -_-

dreamout 2012-12-14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스마트폰으로 봤을 때.. 처음에 설계도면 나와서 건축책인줄 알았어요.
그래서 반가웠는데.. 동화책이군요. ㅋㅋ

다락방 2012-12-16 17:35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게 읽은 어린이책 입니다. 희희.

카스피 2012-12-1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내용보다 저런 멋진 집에서 언제한번 살아보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ㅜ.ㅜ

다락방 2012-12-16 17: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옥탑방과 다락방이 있는 집이라니 말입니다. ㅎㅎ

올드미스c.스푸키 2014-05-08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 정말 엄청나게 재미있어요. 저 요즘 이 책에 푹 빠져있거든요.^^

드리미 호프 2014-05-08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4권까지 도서관에서 읽어봤어요.정말 재미있어요.^^
 
착해도 망하지 않아 - 프랜차이즈는 따라할 수 없는 동네카페 이야기
강도현 지음 / 북인더갭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프랜차이즈 까페를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겨찾는 편이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까페인만큼 다른 상호를 달고 있어도 프랜차이즈 까페안에 사람은 가득하지만, 그 사람 가득한 공간에서 가장 독립되게 있을 수 있음을 느낀다. 커피를 한 잔 시켜두고 책을 읽는 그 시간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인 것 같아 내게는 소중하다. 그때의 나를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부터인가 내게 프랜차이즈 까페는 내가 독립적일 수 있는 곳 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낯선 동네를 걷다가도 익숙한 상호를 발견하면 안심이 되곤 했다.


그러나 나같은 사람만 가득해서 그런 까페만 수두룩하다면 그 안에서 안심이 아닌 소외를 느끼는 사람들은 갈 곳을 잃을 것이다. 내가 혼자라서 안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무관심하고 차갑고 외로운 곳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는 것을 안다. 세상엔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가.



이 책은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서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작은 동네까페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깁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마케팅이 아닌, 존재의 이유이자 근거로서의 이야기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자의적으로 혹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스토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관심'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관심을 두어야 할까요? 무엇이 스토리의 시작인가요? 정답은 '타인'입니다. '나'에게 집중돼 있는 관심을 '타인'으로 옮기기 시작하면 비로소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pp.227-228)



스토리가 있는 까페는 내 개인적으로 원하는 카페는 아니다. 내가 가고 싶은 카페는 스토리가 있는 카페가 아니다. 가족적인 환경의 카페를 내가 가고 싶지는 않다. 생각해보니 내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혼자이면서도 안정적임을 느꼈던건, 그 카페안의 모두가 다들 지나다가 그곳을 들른 사람들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만약 그곳이 동네 카페라서 늘 친숙하게 오던 사람들만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면, 그곳에서 나는 내가 이방인임을 느끼며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내가 이방인이어서 편한건 다른이들도 이방인임을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속에서 저자가 찾아갔던 동네 까페들은 하나같이 이 저자가 주장하는 바대로 '스토리'를 가진 까페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이익이 까페 운영의 목적이 결코 아니다. 정신병원 의사로 근무하며 카페를 운영하고 그 카페에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고용한 의사는 이렇게 얘기한다.


장애인이나 마음이 아픈 분들은 어떤 일자리를 원할 것 같아요? 답은 간단해요. 모두가 원하는 일자리, 당신이 일하고 싶은 그곳에서 그들도 일하고 싶어하죠. (p.79)



자폐증을 앓고 있는 청년에게 커피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같이 일하고 있는 [행복한 카페]의 진은영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래도 소통 가능한 직업이 서비스직이잖아요. 커피는, 즉 커피를 파는 것은 단순업무가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잖아요. 그래서 세상에 장애인 친구들을 보여줄 수 있고 이 친구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까페를 만들게 됐죠. 저는 커피가 관계라고 생각해요. 카페에 혼자 갈 때조차 제 자신과의 관계를 위해 가거든요. 커피를 통해서 사람들은 더 깊은 관계를 맺게 돼요. 장애인 친구들에게 가장 주고 싶은 선물이 바로 그 관계였거든요. 세상과의 관계요. (p.200)



내가 까페에 가서 커피를 시키고 책을 읽고 앉아 있는 그 시간의 나는, 오로지 나만을 생각했다. 물론 나는 그 시간과 그 공간의 내가 특별히 못됐다거나 이기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골목의 카페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알지못했음은 분명하다. 물론 우리동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카페들이기는 하지만, 그 카페라는 공간 안에서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소통하기 위해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옳다고 생각하는 바가 같아도 그것에 이르는 과정은 모두 같지 않을 것이다. 카페는 그 과정중에 가장 친근한 과정이 아닐까.



호기롭게 카페를 시작했다가 생각대로 되지 않아 동네 카페를 찾아 돌아다녔던 저자는 이제 자신의 카페에 이야기를 만들기로 하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카페를 시작한다. 그는 카페의 이야기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SNS 에 풀어놓는다. 저자가 운영하는 카페바인은 삼성카드 가맹을 해지하고 그 사실을 트윗에 알려 다른 카페와 식당들을 동참시킨다. 투표독려 캠페인을 하고 반값등록금 투쟁에 참여하고 온 학생들에게는 커피를 반값에 제공했다.



지금까지 가장 파급효과가 컸던 트윗은 얼음이 얼 정도로 추운 저녁, 경찰이 FTA 반대 시위대에 물대포를 마구 뿌리던 날이었습니다. 물대포 세례에 젖어 추운 시위대에게 혹 홍대까지 오실 수 있다면 따뜻한 커피를 그냥 드리겠다고 썼습니다. 이벤트는 아니었고 저희가 그 자리에 함께 있지 못해 죄송한 마음에 쓴 트윗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트윗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그날 하루에 팔로워가 거의 2천명이 늘었습니다. RT 횟수를 셀 수가 없었죠. 커피란 그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몸을 녹여주는 따뜻함. 그날 경험을 통해 카페바인이  어떤 커피를 세상에 내놔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pp.239-240)



단순히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그 트윗을 RT 한 건 아니었을거다. 세상 어딘가에서는 너희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게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 RT 를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카페에서 커피를 나누어 줌으로써 그리고 그런 사실을 스마트폰 창으로 알리면서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SNS 를 통해서 저자가 운영하는 [카페바인]은 자신의 스토리를 알릴 수 있었고, 그 스토리에 동참하는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책 말미에는 인터뷰한 카페 말고도 다른 카페 몇 군데가 더 등장하는데, 그중에 나는 3층은 법률상담을 할 수 있고 2층은 카페로 꾸며놓고 있는 [동네변호사카페]가 인상적이었다. 동네에 위치한 법률상담소라 사람들은 뭔가 크게 각오하지 않아도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그게 애초에 이런 카페를 내게 된 변호사의 의도였다. 마지막에 실린 [책 읽는 고양이 카페]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공정무역 커피를 내리고 있으며 길고양이를 포함해 총 열 두마리의 고양이들이 카페 안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찾아가 보고 싶을것 같아 검색했더니 시사인에서 한 번 소개한 기사가 있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9687




영화 [어바웃 어 보이]에서 말했던 것처럼 사람에게는 여분의 존재가 필요하다. 나에게 그 여분의 존재가 카페에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카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뜻에 맞게 그리고 타인과 함께 하는것을 고려해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안심이 됐다. 어쩌면 나는 내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대신 맡기고 편하게 살고 있는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는 별 넷을 주지만, Arch님, 마중물님, 레와님이 읽는다면 아마 별 다섯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2-12-11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ㅎㅎ
그 어떤 문장보다 마지막 문장에서 확고한(?) 지름신을 영접합니다.

다락방 2012-12-12 08:33   좋아요 0 | URL
응. 레와님은 이 책 좋아할 것 같아요. 동네 카페의 분위기라든가 그들의 의의라든가 하는점에 많이 공감하고 동의할 것 같구요. 뭐, 내 추측이죠. 훗.

웽스북스 2012-12-1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나는요? (이제 별게 다 궁금해 ㅋㅋㅋ)

다락방 2012-12-12 08:32   좋아요 0 | URL
뭔지 모르지만 이상하게 동네카페 좋아하는 웬디양님이지만, 별 넷을 줄 것 같더라구요. 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12-12-1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층짜리 건물 지어서 4층은 내 작업실 3층은 집 2층은 마님 학원, 1층엔 이런까페와 심야식당같은 밥집.....

다락방 2012-12-12 08:31   좋아요 0 | URL
제 남동생은 4층짜리 건물지어서 각 층에 우리 삼남매와 그에 딸린 식구들(이라고 해봤자 저는 딸린 식구가 없..;;)1층엔 부모님 이렇게 살자고 하더라구요. 제가 남동생에게 이제 그만 좀 붙어살자고 했어요. ㅋㅋㅋㅋㅋ

맥거핀 2012-12-1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아닐 것이라 생각되지만, 저도 사실은 스토리있는 카페는 별로 가고 싶지가 않을 것 같네요. 다락방님이 말한 프랜차이즈 카페..거기는 모두가 이방인이다라는 말씀에 공감하며, 저도 그런 데가 더 편합니다. 더 나아가 그런 프랜차이즈 카페의 개수로 동네의 수준을 판단하는 돼먹지않는 습성이 생겼어요. 오..여기는 할리스도 있고, 스타벅스도 있는 좋은 동네..뭐 그런 식으로요.

다락방 2012-12-12 08:31   좋아요 0 | URL
네, 맥거핀님. 저는 모두와 친근해지고 싶은 생각도 없고 많은 사람들과 아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은 성향을 가졌기 때문인지 카페에서는 이방인들 틈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어요. 사실 이런 성향의 제가 읽는거라 처음부터 좀 고개를 갸웃하긴 했거든요. 이런 카페는 나랑은 어울리지 않아, 하면서요. 그러나 동네 카페는 동네 카페 나름의 의의와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겠더라구요. 뭐, 여전히 저는 스타벅스를 가게 될테지만요.
하하하하, 프랜차이즈 카페의 개수로 동네의 수준을 판단한다뇨, ㅎㅎㅎㅎㅎ 웃었어요. 혼자 막 상상하면서요. 오, 여기는 할리스도 있고 스타벅스도 있군, 이런거. ㅎㅎㅎㅎㅎ

아무개 2012-12-1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고양이 카페 가보고 싶어서 검색했는데 역시나 회사에서는 접속이 안되는군요.
고양이 때문에 별 다섯개를 주리라 생각하신걸까요? (참고로 저는 커피전문점 일년에 한번도 잘 안가는데욤 ^^:::)

A가 Z에게도 그렇고 제게 추천해주신 이유가 궁금해요오오오오~~ @..@
아마 답변은 그냥 좋아할꺼 같아서, 뭐 이렇겠지만요 ㅋㅋ

10일부터 새 부서로 출근했어요. 지역도 바뀌고 사무실도 바뀌고 하는 일도 전혀 새로운 일이라
완전 엄청나게 긴장되요.....

다락방 2012-12-12 12:14   좋아요 0 | URL
고양이 카페는 맨 마지막에 추가적으로 짧게 나오는거라 그것 때문만은 아니구요, 그냥 느낌이죠 느낌. 뭐랄까, 이런 생각과 이런 분위기라면 좋아하실것 같다, 이런 느낌. 그런데 [A가 X 에게]는 어떠셨어요? 제 예상과는 달리 별로 재미 없으셨나요? ㅎㅎ (Z 가 아닙니다!!)

오, 새로 바뀐 일은 어떤 일일까 궁금하네요. 조만간 소주 일 잔 들이켜 가면서 새로운 일에 대해 들어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전 같은일을 몇년째 하는데도 긴장돼요. 이 긴장이 싫어서 때려치고 싶어요. 뭔가 대안만 찾으면 때려쳐주겠어욧! 불끈!

아무개 2012-12-13 09:08   좋아요 0 | URL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아...민망하여라~ A의 편지글 보다 X의 메모에 더 많은 포스트 잇이 붙여져 있어요^^

감자탕에 소주마시러 갑시닷 후르르 짭짭 캬~~~~

네꼬 2012-12-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 년만에 들어와서 댓글 달려고 로그인하는 내 마음을 알아 주오.

moonnight 2012-12-13 18:16   좋아요 0 | URL
앜! 네꼬님이시다!!!! 반가와요. 네꼬님. 보고 싶었어요. >.<

다락방 2012-12-14 13:29   좋아요 0 | URL
무슨 마음? 안보이는데? 안보이는데요? ㅎㅎㅎㅎㅎ

풀칠아비 2012-12-1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가 이방인어서 편한 것은 다른 사람들도 이방인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라는 말씀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도 프랜차이즈 커피집에 앉아 있지만, 여기 오는 사람들이 아는 척한다면 과연 이 자리를 다시 찾을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말씀처럼 사람은 다 다르니까요.
즐거운 수요일 보내세요.

다락방 2012-12-14 13:29   좋아요 0 | URL
비오는 금요일입니다, 풀칠아비님. 이런때야말로 혼자 카페에 들어가앉아 책을 읽으며 따뜻한 커피를 마셔야죠. 음, 서점에 가도 좋을것 같아요.

금요일도, 주말도 모두 즐겁게 보내세요, 풀칠아비님.
:)

단발머리 2012-12-1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쪼~~ 위에 네꼬님 누구셔요? 완전 웃기시다. ㅋㅎㅎㅎ 다락방님, 나는 로그인 상태로 돌아다니다 다락방님 페이퍼 잘~ 읽고 가요. 재미있어요.ㅎㅎㅎ

다락방 2012-12-14 13:30   좋아요 0 | URL
네꼬님은 제가 알라딘에서 사귄 아주 좋은 친구에요. 희희희희희. 알라딘에서 제게 준 선물중에 으뜸이라고나 할까요. 흣.

단발머리님이 제 글을 재미있게 읽으신다면, 저야말로 고맙지 뭡니까! ㅎㅎ

moonnight 2012-12-13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방인이 될 수 있는 곳이 좋아요. ㅠ_ㅠ 자주 가던 술집도 사장님이 막 아는 척 하시면 발길을 끊게 되더라구요. 특히 카페는 (제 경우에는) 늘 혼자서 가는데 스토리가 있고 거기에 공감도 해야 한다면 부, 부담스러워요. ㅠ_ㅠ

다락방 2012-12-14 13:32   좋아요 0 | URL
저도 저를 가만히 내버려둘 수 있는 곳이 좋아요. 회사의 경우에도 뭔가 가족같은 분위기 이런건 참 곤란해요. 업무시간에 업무하고 퇴근후에는 회사를 잊을 수 있는게 가장 최상의 환경이 아닐까 싶어요.

이방인이 될 수 있는 곳이 저는 가장 안락하게 느껴져요. 가장 편하고요. 그곳에 있을 때는 아무도 제게 아는척을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어요.
 
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약속된 시간이라면 기다릴 수 있다. 일 년 뒤, 혹은 오 년 뒤라도. 그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릴 수 있다. 일상을 보내다가 하루가 또 지났어, 그 날이 가까워졌어, 하는 마음으로 매시간을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기약없는 날이라면 달라진다. 희망이 없다는 게 뻔히 보이는데 매일을 어떻게 보내야할까. 그리고 내가 기다리는 날이 사랑하는 사람이 내곁에 돌아올 날이라면. 아니,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면, 나는 대체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여자는 이중종신형을 받고 감옥에 갇힌 남자에게 편지를 띄운다. 이중종신형이란,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살았던 나이만큼 그 시신을 감금해 놓는다는 가혹한 형벌이다. 그녀와 그는 결혼한 사이도 아니기 때문에 면회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녀는 그와의 결혼을 신청하지만 번번이 기관으로부터 거절 당한다. 그녀는 바깥에서 자신의 일상을 살면서 그에게 편지를 쓴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고, 그녀 주변의 일상을 담는다. 매번 다정한 호칭으로 그를 부르며 편지를 시작하고 또 매번 당신의 아이다, 라고 편지를 끝맺는다.


당신의 아이다. 


내 이름앞에 붙는 '당신의' 란 말이 이토록 무게가 느껴지는 단어였다니. 이 소설에서 나는 처음으로 깨닫는다.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습관적으로 붙이는 말이 아니다. 그녀에겐 진심이다. 그녀는 바깥에 있으면서, 감옥에 갇힌 그를 생각하며 당신의, 를 붙인다. 이런 그녀의 진심은 그에게 보낸 편지마다 묻어나지만, 그녀의 그 깊은 마음은 보내지 않는 편지에서 더 드러난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는 마음과 다정한 일상은 그에게 보내지만, 아팠고 고통스러운 일들, 그로 하여금 같이 괴로워하게 만드는 일에 대한 편지는 보내지 않는다. 



남자의 답장은 이 책에 실려있지 않다. 그녀의 편지들만으로 읽어보건데, 그녀는 그로부터 답장을 받는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건 그녀의 편지이고, 그녀의 편지뒤에(그녀가 양면으로 쓰질 않아서) 그가 적어둔 메모이다. 야속하게도 그 메모에서는 다정한 언어를 발견할 순 없다. 그는 여전히 감옥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저항을, 대화를, 혁명을 기록한다. 그 메모는 그 자신의 것이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외침이기도 하고, 그녀에 대한 속삭임이기도 하다. 그 메모는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다. 그 메모는 그녀로부터 받은 편지로부터 파생된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하루, 그는 단 한 줄의 짧은 메모를 그녀의 편지 뒤에 적어둔다. 바로 이런 메모를.





아. 그는 메모에 그녀에 대한 사랑을 속삭인 적이 없다. 그녀에게 직접 전해지는 편지에 그가 어떤 말을 적어두었던간에, 메모로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단 한 줄은 그동안의 메모와 다르다. 이 메모는 그녀가 볼 수 없다. 이 메모는 그녀의 귓가에 그가 속삭이는 말이다. 이건 그녀에게 전해지는 편지가 아니다. 이건, 그녀가 옆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매일 매시간을 감옥에서 보내는 그가, 온전한 자신의 마음으로 적은 것이다. 그녀가 알 수 있을까? 이걸 적어두는 그의 마음을. 어느 한 밤에 그에게 잘자라고 속삭였음을, 그녀가 죽기전까지 알게 될 날이 올까?




그녀가 그에게 보낸 편지에 그려진 손 그림들과 문장들 그리고 행간들. 그의 메모와 여백 그리고 보낸 마음과 보내지 못한 마음까지, 꾹꾹, 진심이 눌러 담겨져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에 꽂아넣기도 아쉬운데, 그러나 책장에 꽂힌 순간 내 책장이 진심 가득한 마음으로 꽉 차게 된 것 같아 뻐근해진다.




좋은 소설이다. 내가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이런 소설을 쓸 수는 없을것이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2-11-27 0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너에게" 라고 시작되는 편지를 받았던게 생각이 나네요....
눈물로 글씨가 번지고, 다시 또 꺼내 볼때마다 다른 눈물 자욱을 남기던 그런 편지.

날이 정말 많이 춥네요. 칼칼한 부대찌개에 소주한잔이 아침부터 간절합니다.

다락방 2012-11-27 11:37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 마지막을 '당신의' 로 맺고 싶어졌어요. 이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뭔가 마음이 더 단단해진 느낌이에요.
이 책은 마중물님이 읽으시면 엄청 좋아하실 것 같아요. 이 책 꼭 읽어보세요, 마중물님. 정말 좋아하실거에요. 사랑이 가득한 다정한 편지와 저항과 혁명의 메모를 같이 읽을 수 있어요.

소주라니, 하아, 저도 한 잔 하고싶네요.

아무개 2012-11-27 15:04   좋아요 0 | URL

올해는 그만 지르겠다는 결심을 한방에 무너뜨려 주시는 다락방님....미워횻!!!!!!!!!!!
땡스투 날리고 장바구니로 ~~.^^

아 근데 저 지금 사랑이야기 읽으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한방에 훅' 갈수 있는데 .....
위험하다구요. 들불앞에 바싹 마른 갈대마냥 휘청이고 있는데 말이죠 ㅜ..ㅜ

다락방 2012-11-27 17:24   좋아요 0 | URL
이 책은 '그저 사랑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중물님. 마중물님이라면 이 책을 아주 잘 읽고 좋아하실 것 같아요. 읽으시면 알게 될 겁니다. 제가 왜 그랬는지를. 하하하핫. 이 책을 추천하는데 있어서 저는 일말의 주저함이 없습니다. 부끄럽지 않아요. 걱정되지도 않습니다.

저는 오늘 야한생각을 좀 했어요, 마중물님. 일하기에 곤란할 정도로 그 생각에서 도무지 빠져나와지질 않아요. 살려주세요. ㅠㅠ

아무개 2012-11-28 08:41   좋아요 0 | URL
헉.'야한 생각'이요?
생각이 너무 많아 곤란하시다면 흠........
행. 동.으로 옮기셔야죠!!!!!!!!!! 음화화화화~

다락방 2012-11-28 13:15   좋아요 0 | URL
저도 행동으로 옮기고 싶습니다만...............하아...........................orz

레와 2012-11-27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적인 너무나 평범한 단어가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순간도 사랑이겠지.
나도 그런 단어가 있다우. ^^
(갑자기 가슴이 뻐근해지며 벅차오르네..)

다락방 2012-11-27 11:39   좋아요 0 | URL
나는 꽤 변덕이 심한 사람인가봐요. 분명 어느순간 그런 단어들이 존재했다가 종국에는 사라져버리고 마는것 같아. 의미가 퇴색된달까. 그런 단어를 간직하고 있다면, 행복한 사람일 것 같아요, 레와님.

이 책 읽으면 가슴이 뻐근해져요. 놓치지 말고 읽도록해요!

치니 2012-11-2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오랫동안 보관함에 묵혀 놨던 책인데, 다락방 님 리뷰 읽으니까 당장 읽어야 할 것만 같은!

다락방 2012-11-27 12:57   좋아요 0 | URL
읽으세요, 치니님. 읽으세요. 이 책은 치니님도 좋아하실 책입니다!!

dreamout 2012-11-2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아주 많이 좋아하는 소설예요. 이런 여성이라면 결혼이란 허튼 짓도 감행해 볼만 하겠다. 라고 생각했더랬죠.

dreamout 2012-11-27 13:10   좋아요 0 | URL
좋아하지만 남들은 잘 모르는 책인데 다락방님이 글을 써 주시니 엄청 반갑네요.

다락방 2012-11-27 13:16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 저는 이 책을 궁금하던터에 중고샵에서 구입하면서, 읽고 팔아야지, 라고 내심 생각했었는데 어찌나 좋던지 책장에 꽂힌 책이 되었어요. 꽂으면서도 간혹 들추어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조만간 다시 한번 읽으리라고도 결심했어요. 저도 이 책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드림아웃님.

하루 2012-11-28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읽고 싶었던 소설인데, 이번에 다락방님 덕분에 정말 읽게 될거 같아요 :)

다락방 2012-11-28 13:14   좋아요 0 | URL
하루님도 좋아하실거에요. 저도 꼭꼭 씹어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