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번지 유령 저택 1 - 옥탑방에 유령이 산다! 456 Book 클럽
케이트 클리스 지음, M. 사라 클리스 그림, 노은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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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유명한 어린이책 작가인 부루퉁 B. 그럼플리가 부동산업자인 다파라 세일에게 올여름 조용히 책을 쓸 만한 곳을 찾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된다. 부루퉁은 겁나라 시에 있는 ‘으슥한 공동묘지 길 43번지’의 유령 저택을 계약한다. -알라딘의 책 줄거리 中에서


나는 혹여라도 내가 글 쓰는 직업을 갖게 된다면 조용한 작업실을 당연히 원하지 않을까 하고 종종 생각하곤 한다. 그럴때 혼자 조용히 작업할 만한 곳을 찾는것은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그 공간을 시간을 들여 나만의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도 무척 낭만적으로 느껴지는거다. 내 공간. 그런데 이 책의 소개를 보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인데 조용한 저택을 찾는 작가가 나온다는 거다. 게다가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하고, 유령이 나온다니. 유령이란 존재에 대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이지만, 으으, 이거 뭔가 괜찮을 것 같아, 하는 기대감이 생기는거다.


































그렇게 책의 표지를 여니 왼쪽에는 이 저택의 도면이 나오고 오른쪽에는 이 저택의 모습이 보인다. 옥탑방과 다락방이 무척 낭만적이고 은밀하게 느껴져서 나는 단번에 이 저택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이 공간에 살게 된다면, 그러니까 작업실이 아니라 그냥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이라도, 저 위, 옥탑방과 다락방 둘 중 한 곳을 내 방으로 차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부엌이 1층에 있는거다. 그렇다면 내가 배가 고플때마다 수시로 저 3층에서 1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해야하는가? 나는 돌아서면 배가 고픈 사람인데? 안되겠다. 옥탑방과 다락방은 무리겠어. 2층 어디쯤에 자리잡자, 라고 생각했다. 아, 그러나 이 책은 날더러 어디에 살거냐고 묻는 책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편지 한 통에서 비롯되었다는 이 책의 앞장을 읽는데 무척 신났다. 당연히, 누가 시키기 않아도 에미와 레오가 생각났다. 존 버거의 A가 X 에게도, 멕 케봇의 옆집 남자도,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도, 메리 앤 셰펴와 애니 배로스의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 클럽도 모두 편지 형식으로 재미를 준 책이 아니던가. 어린이책이 편지 형식이라니, 그래, 그래야지, 하면서 막 신나는거다. 





작가의 벽에 갇혀 이십년간 더이상의 책을 쓰지 못한 작가가 출판사와 계약하여 책을 쓰기로 하고 이에 조용한 저택을 찾는 편지를 부동산에 보낸다. 그래서 부동산에서는 저택의 목록을 보내준다.





나는 오른쪽 페이지 위의 바닷가 저택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글을 쓰다가 뭔가 잘 풀리지 않으면 바깥으로 나와 모래사장을 거닐고...그렇게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가 파도에 떠밀려오는 외국인 청년을 발견하고 인공호흡을 하여 생명을 구해주고 몸이 회복될 때까지 내 집에 머물게 하다가 그 청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대단히 에로틱한 소설을 써내고, 그걸 출판해서 벼락부자가 되고................


는 동화책이 될 수 없으니 패쓰하고 우리의 주인공은 하필이면 그래, 유령이 나오는 주택을 선택한거다.






그러나 그 저택에는 그 저택의 주인이 버려두고 간 아이가 있었다. 아이와 고양이. 이에 작가는 이 아이를 내쫓고 싶어하지만, 계약서상에는 이 아이와 같이 산다고 되어 있어서 그럴수도 없다. 하는수없이 작가는 아이에게 편지를 쓴다. 지켜야할 규칙을 몇가지 적어서. 이에 아이도 작가에게 편지를 쓴다. 작가가 지켜야 할 규칙을 적어서. 그리고 아이는 이 집에 자신과 고양이 말고도 유령이 산다고 얘기해준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아이가 저 화살표로 표시된 곳에 유령이 산다고 말해준 것. 당연히 작가는 아이의 말이 자신을 골탕먹이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믿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정말 유령이 나타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





작가가 컴퓨터로 글을 쓰는데 유령이 그 밑에 자신의 이야기로 글을 쓴다. 그래서 글자체가 다른 걸로 저 둘은 대화를 한다. 마치 메신저의 창처럼. 그리고 유령은, 자신의 존재를 믿지도 못하는 작가에게 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한다. 하아- 난 정말이지, 사랑이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데이트와 연애는 즐겁지 않은가 말이다. 그걸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스무살 때 그랬던 것처럼 일흔살에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니, 그건 한 사람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뚜렷한 증거가 아닌가. 데이트란 말은 그리고 왜, 스무살에도 서른살에도 그리고 백아흔살에도 떨리는걸까.




작가와 유령은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작가는 유령의 존재를 믿게 되고, 아이에 대해서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유령과 함께 좋은 아이들 책을 쓰고 작가는 그동안 닫아두었던 마음을 열고 유령을 사랑하게 된다.



































귀찮게만 여겼던 꼬마가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는것도,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을 여는것도, 글을 쓰지못했던 작가가 재미있는 소설을 결국은 써내게 된다는 것도, 예측가능한 결말이긴 하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빨리 다음책장을 넘기고 싶을만큼 빠르게 넘어간다. 내가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유령과 사랑에 빠지는 작가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마르크 레비'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이란 소설에서도 '영혼'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유령은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와는 좀 더 다른 것 같다. 유령하고 사랑하는 일은 대체 어떤 일일까.


이 책속에서는 그 존재를 믿는다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믿는다면 내 앞에 유령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렇다고한들 내가 그 유령을 만지고 느낄 수 있을까? 그 유령과 사랑하는게 가능할까? 다만 나와 사랑하는 유령이 있다면 어쩐지 든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나를 지켜줄 수도 있으니까. 이 책 속에서도 유령은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훔치고(물론 다시 갖다둔다), 아이를 버려두고 간 부모를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유령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의 옆에 붙어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령은 아이를 사랑하도록 만들어진 존재였으면, 하는거다. 그래서 이제 이 아이는 내가 늘 붙어다니지 않아도 되겠군, 이라는 생각이 들 때 떠났으면 좋겠다. 그 전까지는 아이들 곁을 맴돌면서 그 아이를 위기에서 구해주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뛰는 아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돕는게 아니라, 나쁜 사람이 다가왔을 때 그 아이에게 경고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거다. 아이는 넘어질 수도 있고 그래서 피가날 수도 있다. 아이들과 싸울수도 있다. 길을 걷다 쥐가 죽어있는 장면을 맞닥뜨릴 수도 있고 텔레비젼을 시청하다 폭력적인 장면을 보게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들을 겪고 그 상황들로부터 무언가를 느끼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고 또 그 아이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어른이 되도록 돕는것은 물론 그 아이를 둘러싼 주변 어른들의 몫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을 향해 악의 기운이 다가오려고 할 때, 그때만큼은 유령이 나타나서 도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들로부터는 보호할 수 있는 투명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예쁜 책을 읽어서일까, 왜 유령이 무섭다는 생각이 전혀 들질 않을까? 하긴 뱀파이어도 늑대인간도 나는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다른(?)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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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12-12-1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아이에게 선물한 책이에요.^^아주 좋아하더라구요.저는 아직 못읽었는데 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2-12-14 13:33   좋아요 0 | URL
전 재미있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아이들의 시선을 잘 몰라서 아이들이 좋아할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잘 안서요. 그저 이 나이의 제가 읽고 재미있더라, 라는 것 밖에는. ㅎㅎㅎㅎㅎ 메르헨님도 읽어보세요. 재미있어요. 2권도 있는데 그것도 읽어야겠어요. ㅋㅋ

아무개 2012-12-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파이어도 늑대인간도 나는 <만지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 라고 쓰신거죠? ^^

다락방 2012-12-14 13:32   좋아요 0 | URL
더 나아가셔도 되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에헴-

레와 2012-12-1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책 궁금하다..!!

다락방 2012-12-14 16:07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난 2권도 있지롱~~ 메롱.

Mephistopheles 2012-12-14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다가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부엌이 1층에 있는거다. 그렇다면 내가 배가 고플때마다 수시로 저 3층에서 1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해야하는가?" -- 걱정하지 마세요 덤웨이터가 있잖아요.(덤웨이터- 음식물 엘리베이터)

다락방 2012-12-16 17:35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생각을 안한건 아닌데요, 어쩐지 차려진 그 자리에서 먹어야 가장 맛있지 않을까 싶어지면서 ㅋㅋㅋㅋ 아마도 제가 옥탑방에 산다면 침대 밑에다가 과자나 빵 따위를 잔뜩 쟁여 놓았겠지요. 사발면도....흐음...200키로 찍겠군요. -_-

dreamout 2012-12-14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스마트폰으로 봤을 때.. 처음에 설계도면 나와서 건축책인줄 알았어요.
그래서 반가웠는데.. 동화책이군요. ㅋㅋ

다락방 2012-12-16 17:35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게 읽은 어린이책 입니다. 희희.

카스피 2012-12-1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내용보다 저런 멋진 집에서 언제한번 살아보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ㅜ.ㅜ

다락방 2012-12-16 17: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옥탑방과 다락방이 있는 집이라니 말입니다. ㅎㅎ

올드미스c.스푸키 2014-05-08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 정말 엄청나게 재미있어요. 저 요즘 이 책에 푹 빠져있거든요.^^

드리미 호프 2014-05-08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4권까지 도서관에서 읽어봤어요.정말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