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와 증거
비그디스 요르트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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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기요트'는 23년전에 가족들과 안보는 사이가 되어 엄마아빠는 물론 여동생들과도 만나지 않고 있다. 엄마아빠는 소유하고 있는 오두막을 베르기요트의 동생 둘에게 주기로 했다는데 이에 오빠인 '보드'가 반대하고 나섰고, 그러면서 베르기요트가 이 가족과 왜 멀어졌는지, 부모님의 재산을 나눠갖는데에 왜 아무 관심도 갖지 않으려 하는지가 천천히 드러난다.


아마도 중간 지점에 나오겠지, 했지만 베르기요트의 '아버지'가 나오고 '다섯살'이 나오는 순간부터 불안했다. 대뜸 짐작가는 것이 있었지만 그러나 그것이 내 짐작에 그치기만을 바랐다.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 일이 그녀를 가족들로부터 멀어지게 한 게 아니기를 바랐다. 그러나 우리들의 아버지는, 오, 어김없이 어떤 자식들을 학대했다. 직접적 학대를 당한 자식이 둘이라면 그렇다면 나머지 둘은 그 학대를 직접 당하지 않기 때문에 괜찮았던 걸까. 아니, 넷중 둘이 학대당했다면 나머지 둘 역시 다른 형태의 학대에 노출된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언니를 학대하고 그 언니가 잘못될까봐 내내 언니만 돌보았기 때문에 뒤로 밀쳐졌던 동생들이 거기 있었으며, 그래서 언니가 가족들로부터 멀어졌을 때 부모님의 곁에서 부모님과 늘 함께하던 것도 동생들이었으니까. 그러니 아동학대의 피해는 단순히 그 학대의 직접적 피해자가 아니라 다른 형제들 모두에게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아동학대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자극적으로 그것을 묘사한다거나, 그 고통 때문에 펑펑 눈물을 쏟게 되는 작품은 아니다. 폭력에 노출된 아들은 이제 예순이 다 되었고 베르기요트 역시 오십대에서 시작하는 얘기인만큼 어린 시절의 그 일이 당사자들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쳤는지, 그것이 그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 늘 항상 함께 있었는지를 얘기한다.

아동학대는 생존당사자에게 고통이지만 가족에게는 불편한 얘기가 되어 입밖으로 내기가 꺼려지며 설사 입밖으로 낸다해도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베르기요트가 괴로웠던 것은 자신이 당한 학대에 더해 자신의 말을 믿지 않고 자신을 사이코패스로 몰고 거짓말쟁이로 몰고 극본을 써낸것으로 모는 다른 가족들 때문이었다.



가해자는 아빠이지만 그러나 엄마에게 다른 삶이 가능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예쁜게 능력인 여자가 아니라, 경제적 능력이 있었다면 혹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면, 그래서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아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 남자에게서 탈출하는 게 저 남자여야 하는게 아니라, 이 남자에게서 탈출해서도 다른 삶을 살아낼 가능성이 있었다면, 그것이 가능한 여건이었다면 그러면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야기는 다시 쓰여졌을 것이다. 애써 없던 일로 여기며 살아가지 않아도 되었을테니까.




가장 아픈건 학대가 주는 고통보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고 싶었던 어린아이가 바로 그 때에 존재했었다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나를 어떻게 대해도 나는 그저 사랑받고 싶어서 그렁그렁하는 어린아이가 거기 있었고, 그 아이는 자라서 부모로부터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는다. 이 생존자의 삶은 남들처럼 가정을 이루고 직업을 갖고 연애를 해도, 자꾸만 자꾸만 부저실듯 위태롭다.



아주 오래전에 텔레비젼을 통해 아동성폭력 피해자에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다. 생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한 까닭은, 생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린시절에 당한 성폭력으로 성인이 되어 자살했기 때문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왜 이제서야 죽는거냐고, 여태 잘 버텨왔으면서 왜 이제서야, 라고 말을 하지만, 여기까지 버티려고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를 악물었을까. 나는 그 프로를 보다가 소리내어 울었다. 학교를 다니고, 직업을 갖고, 연애를 하고, 자식을 낳는다고 해서 그 모든 것들이 없던 일이 되지도 않으며, 그렇게 쉰이 되고 예순이 되어도 풀어내지 못한 것이 차마 바깥으로 드러내지 못한 것이 그 안에 있다. 베르기요트는 쉰이 넘어서, 남들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라고 말하는데도 기어코 말을 꺼낸다. 지금이 아니라면 대체 언제, 언제 말하란 말야? 언제 어디서 말을 해야 내 말은 신뢰를 갖게 되지?


당시의 증거는 베르기요트에게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삶 전체가 바로 그 증거엿다.

그녀의 삶이 바로 그 증거라고 그녀의 딸이 증언한다.



고통은 인간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 보통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누가 더 많이 고통받았나 논하는 것은 유치한 짓이다. 학대당한 아이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남는 경우가 많고, 그들의 감정적 내면은 파괴된다. 학대자의 사고방식과 학대 방식을 물려받는 일도 흔하다. 그것이야말로 학대의 가장 고약한 유산이다. 학대는 학대당한사람을 파괴하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을 어렵게 한다. 고통을 누군가에게, 특히 피해자에게 유용한 뭔가로 변화시키려면 강한 노력이필요하다. - P268




두껍지 않은 책인데 책장을 넘기는 것에는 속도가 붙지 않는것은 한 줄 한 줄 똑바로 읽어내려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자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격렬한 감정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트라우마를 건드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아주 잘 쓰여진 똑똑한 책이다. '비그디스 요르트',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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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7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리뷰만 봐도 왠지 고통이 전해지네요 ㅜㅜ 서두만 보고도 내용을 예측하는 다락방님은 진정 소설 마니아~!

다락방 2021-09-07 15:49   좋아요 2 | URL
예민하고 민감한 소재지만 성인이 되어 과거를 극복하면서 쓴 글이기 때문에 이 책을 보는 것이 고통스럽진 않아요. 다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에 대한 짐작을 미루어 할뿐이지요.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

coolcat329 2021-09-17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대 폭력 그 중에서도 어린아이들에게 가해진 (성)폭력은 죽음으로도 갚을 수 없는 최악의 죄에요.ㅠ
가볍게 당한 성추행도 평생 잊히질 않는데 참 그 고통은 상상 이상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1-09-17 09:17   좋아요 2 | URL
네, 특히나 아이들, 미성년자에게 가해진 폭력에 있어서라면 더 비열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약함을 이용했다는 데에서 더 비열하고 끔찍해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회 구성원이고 동료이고 애인이고 남편이고 심지어 아빠일 수도 있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나요. 저 역시 그것은 죽음으로도 갚을 수 없는 최악의 죄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싫어요 진짜 너무. ㅜㅜ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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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국민학생이었을 때, 내 밑으로 어린 동생 둘까지 포함해 우리만 남겨두고 엄마와 아빠는 돈을 벌러 나갔다. 밥통에  밥은 항상 있었고 나는 동생들에게 끼니때면 밥통에서 밥을 퍼서 밥상을 차려주었다. 엄마는 집에서 나서기 전 화장대에 항상 천 원짜리  한 장을 올려두셨고, 엄마 아빠가 돌아오기 전까지 그 돈으로 혹여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사 먹으라 하셨다. 우리 삼 남매는 그 돈을  가지고 슈퍼마켓으로 가 먹고 싶던 과자를 골라 사들고 와서는 엄마 아빠가 올 때까지 놀거나 숙제를 하거나 학원을 다녀오거나 혹은  내가 만들어준 간식을 먹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보냈다.

우리만 놔두는 것이 엄마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는 않았을 터,  가끔은 같은 동네에 사는 친할아버지께 우리 집에 와서 아이들 좀 봐달라 부탁드렸다. 할아버지가 오시면 나는 할아버지의 밥을 차렸고  할아버지의 간식도 챙겼다. 할아버지는 그저 가만 계셨고, 그러다 엄마가 돌아오시면 엄마가 드리는 수고비를 들고는 당신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러나 외할머니가 오면 달랐다. 엄마는 아주 가끔 천안에 계신 외할머니께 부탁을 드리기도 했는데, 버스를  타고 오셔야 했고 딸 집이기도 해 자주 방문하지 않았던 할머니가 어쩌다 우리를 봐주러 오시면 할머니는 우리에게 밥을 차려주셨고,  우리를 씻겨주셨고, 나가 놀다 다치고 돌아오면 약을 발라 주셨고, 엄마가 돌아오기 전까지 방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셨다.  외할머니가 오시면, 나는 다시 내 나이에 걸맞은 어린아이가 됐다.



'최은영'의  소설 《밝은 밤》에서의 '지연'은 희령이란 지역에 취직을 해 그곳으로 이사를 한다. 남편과 이혼하게 돼서 마음이 너덜너덜한데, 그  사랑은 다정하고 영원할 줄 알았다가 깨지게 되어 도무지 마음이 잡히지 않는데, 남편은 본인의 외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지연의  부모님을 포함해 지연 주변의 사람들은 지연 남편의 외도를 지연 탓으로 돌린다. 네가 어떻게 했으면 남편이 바람을 피우니,라고. 그  상황을 견디기가 힘들어 마침 희령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에 입사를 지원했고 그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된 거다. 자동차 뒷좌석에  짐을 싣고 희령으로 가 머무를 집을 구하고 혼자 지내게 되면서 지연은 우연히 자신의 외할머니 영옥을 만나게 된다. 열 살 때 할머니를  본 게 마지막 기억이었으니 22년 만이다. 22년 만에 할머니가 먼저 지연을 알아보았고, 그렇게 지연은 할머니와 종종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할머니는 지연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고 지연도 할머니가 부담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 둘 사이에는 저 안에 자리한 애정이 건드려지기 시작하면서 다정하고 우정 어린 사이가 되고 그 만남들 속에서 지연은  영옥의 어머니이자 본인의 증조할머니인 이정선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된다.



여성들의  삶은 언제나 고달팠지만 증조할머니의 삶은 더했다. 일본군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병든 어머니를 두고 개성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자신을 구원해주고자 했던 남자와 결혼했지만 백정의 자식이라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심지어 자신을 구원해주고자 했던 남편은 본성이  다정한 사람이 아니라 구원해주는 나에 취한 허영심 가득한 남자였다. 

지연의 할머니 영옥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스무 살이 넘어가 결혼하자고 한 남자와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그는 북에 부인과 아들이 있는 상태로 자신과 중혼한 거였고, 그에 대해  끝까지 사과하지 않으며 그들 사이의 딸 미선을 자신의 호적에 올린 채 전 부인과 함께 떠난다. 여기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영옥의 험담을  한다. 조강지처 있는 거 알면서도 결혼한 게 분명하다고. 영옥은 자신의 딸 미선을 홀로 힘들게 키우고, 미선은 정상가족에 대한  로망으로 엄마가 꺼려하는 결혼을 하여 두 딸을 낳으면서 이 결혼생활과 삶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를 힘겹게 고민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미선은 자신의 엄마와도 사이가 소원해졌고 자신의 딸 지연과도 서로 상처주기에 바쁘다. 다정한 남자랑  살았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고, 이들 모두 자신의 삶을 어쩔 수 없이 힘겹게 버텨오면서, 그러나 자신의 딸만큼은 다정한 남자와  결혼하길 바랐지만 그게 뜻대로 되질 않았다. 여기에 영옥의 친구 새비와 새비의 딸 희자가 이 가족들과 단단히 연결되는 다른  여자들로 나오는데, 영옥이 힘들 때 새비가 있었던 것처럼, 새비가 힘들 때 새비가 살아야 할 이유를 영옥은 매일 메모에 남겨준다. 넌  살아야 한다, 넌 살아야 해, 네가 살아야 할 이유는 많아. 죽고 싶어질 때마다 죽고 싶어 질 만큼 힘들 때마다 곁에서 그들은 서로를  감싸 안고 힘이 되어주었다. 서로에게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라 함께 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영옥이 말할라치면 새비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자고 말한다. 




아깝다고 생각하면 마음 아프게 되지 않았어. 그냥 충분하다구, 충분하다구 생각하구 살면 안 되갔어? 기냥 너랑 내가 서로 동무가 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주면 안 되갔어? -p.258



그들은 서로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보아주고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들어주었던 사람들 때문에 버틸 수 있었고,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건 비슷한 삶을 사는 다른 여성이었다.

영옥은 지연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어 고맙다고 얘기한다. 평생 그런 사람이 그리고 그런 시간이 필요했을 테다.


'뮤리엘 루카이저'는 '한  여자가 자기 삶에 대해서 진실을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라고 자신의 시를 통해 말했었다. 나의 외할머니의  삶 역시 고통스러웠음을, 고생길이었음을 나는 익히 잘 알고 있다. 나의 엄마로부터 그 얘기를 반복해 들었던 까닭이다. 엄마는  그렇게 험난한 할머니의 삶 속에서도 엄마를 버리지 않고 키워주어서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엄마는 매일 할머니랑 통화하고 안부를  묻고 자주 들러 할머니를 챙긴다. 이가 성치 않은 할머니를 위해 순두부찌개를 준비해 가시고,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가 좋아해서  소주 두 잔과 천천히 씹어 먹는 닭강정도 포장해가신다. 


나의  외할머니는 이제야 비로소 행복하고 평안하다 하신다. 혼자 사는데, 아들과 같이 살았던 때보다 더 평안하고 지금이 너무 좋다고  계속 말씀하신다. 할머니가 사는 연립주택은 할머니처럼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고, 그들과 벗이 되어 종종 함께 외출하시며(지금은  못하시지만) 엘리베이터 없는 4층을 아직 오르내리실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시다. 매일, 지척인 한강까지 산책하기도 잊지 않으신다.  할머니 나이가 아흔이 넘으셨는데, 나는 왜 할머니가 스스로 평안하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이렇게 늦게 온 걸까 안타깝다가도 그래도  평안하고 행복하다는 걸 지금이라도 깨달으시니 다행이다 하면서 오락가락하는 마음이 된다.



오랜  시간이 흘러 생사조차 모르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장면이 책에 나온다. 나는 그 이메일이 답을 받을 수 있기를 순전히  개인적으로 간절히 바랐다. 부른다면, 응답해주기를. 그리고 나는 확신했다. 우리가 서로의 삶에 깊이 스며들었던 사이라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러니까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도 부름에 응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토록 시간이 오래 지나도 내가 불러주면  응답해주는 당신이 있기 때문에라도 삶은 계속 유지해야 할 가치가 있다. 


최은영은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숱한 관계들에 상처 받다가도 그러나 돌아봐주고 들여다봐주고 응답해주는, 애정과 연대로 이어진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여기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얘기하고 당신이 들어준다면, 당신이 얘기하고 내가 들어준다면,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불렀을 때 응답해준다면, 그 밤은 밝을 것이었다.




엄마는 남자와 사는 삶에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말하곤 했지만, 그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도리어 엄마야말로 남자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 같았다. 때리지 않고 도박하지 않고 바람피우지 않는 남자만 되어도 족하다니, 인간 존재에 대한 그런 체념이 또 어디 있을까. - P17

"제가 수저라도 놓을게요."
내가 어정쩡하게 앉아서 그렇게 말하자 할머니는 손을 휘휘 저었다.
"대접받을 줄도 알아야지." - P27

삼천아, 새비에는 지금 진달래가 한창이야. 개성도 그렇니. 너랑 같이 꽃을 뽑아다가 꿀을 먹던 게 생각나. 그걸 따다가 전을 부쳐 먹던 것두, 같이 쑥을 캐다가 떡을 만들어 먹던 것도. 인제 나는 꽃을 봐도 풀을 봐도 네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됐어. 별을 봐도 달을 봐도 그걸 올려다보던 삼천이 네 얼굴만 떠올라. 새비야, 참 희한하지 않아? 밤하늘을 보면서 그리 말하던 네가 떠올라. 이것도 희한하구 저것도 희한한 우리 삼천이가 생각나누나. - P120

"이상한 일이야. 누군가에게는 아픈 상처를 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엑게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게." - P134

"놉 갔다가 받아왔어. 씻어온 거야. 먹어. 껍질이랑 씨는 봉지에 버리고."
나는 포도 한 알을 깨물어 먹었다. 혀뿌리가 뻐근해질 정도로 달았다.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내 쪽으로 부채를 부쳤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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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8-23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읽다가 약간 저 이북 사투리 때문에 덮은 채로 모셔만 뒀어요!! 언제 또 홀랑 읽으시고 이렇게 홀랑 쓰신 거예욥? 🥲 중간에 스포당하지 않으려고 문단 건너뛰고 읽었어요. 책 다 읽고 돌아오겠숩니다!!

다락방 2021-08-23 12:08   좋아요 3 | URL
저 어제 이거 다 읽고 잤어요. 책장 잘 넘어가고요 눈물도 몇 번이나 닦았네요. 사실 딱히 스포당하고 할건 없어요. 스포 당하고 뭐 그럴 내용이 아니에요. ㅎㅎ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건 아니라 아쉽지만 읽는 맛이 나는 소설이었어요. 쟝님의 독서 화이팅!

독서괭 2021-08-23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역시 최은영인가요? 장편도 잘 쓴 모양이예요. 리뷰 잘 읽었어요^^

다락방 2021-08-23 12:35   좋아요 3 | URL
네 잘 썼는데 단편이 더 좋긴 해요. 이런 이야기를 해주어서 좋긴 하지만 좀 더 새로운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휴, 책 한 권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었네요 ㅠㅠ

붕붕툐툐 2021-08-23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차이는 왜 그리 큰 걸까요??
외할머님이 건강하고 평안하셔서 너무 좋네요~~
그리고 락방님이 어려서부터 동생들을 챙기고 간식도 만들고 그래서 지금도 사이도 좋고 빵도 잘 만드시고 그런가봐요?

다락방 2021-08-24 08:10   좋아요 1 | URL
사실 그당시 제가 만들어준 간식이라고는 식빵 구워서 그 안에 계란프라이+케찹 넣어줬고요, 떡볶이.. 해줬습니다. 떡볶이 떡이 슈퍼마켓에서 350원 할 때였어요. 하하하하하.
그 당시 저희 삼남매만 집에 있었기 때문에 저희 사이가 더 돈독해진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합니다. 그 시절의 어떤 부분은 분명 제 인생에서 도려내고 싶기도 하지만, 우리 삼남매가 이렇게 친해졌다는 데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고요.

할아버지 진짜 싫어요. 너무 싫어요. 끔찍한 존재였어요.
그런 반면 할머니는 아흔이 넘은 지금에도 혹여 자식이나 손주들에게 민폐를 끼치진 않을까 늘 조심하려 하세요. ㅠㅠ 어휴 우리 할머니들 ㅠㅠ

2021-08-24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5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5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1-08-24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동네 살 적엔 (아이들 어릴 때) 시아버님께 아이들 (주로 막둥이 혼자) 봐달라고 부탁드린 적 있어요. 그런데 오셔선 티비만 보시다 가시고 애는 혼자 뒹굴고.... 친정 엄마가 오시면 집안 청소에 이불빨래 까지 하셔서 제가 오히려 못오시게 했어요. 그렇습니다. 친정아버진 어떠셨더라? ;;;; 아, 친정 아버진 우리 애랑 같이 놀아요. 어지르고 막. 둘이서 그림도 그리고. - -;;;;

다락방 2021-08-25 08:54   좋아요 1 | URL
ㅎㅎ 저희 아버지도 손주들을 사랑하시지만 사랑만 하십니다 ㅋㅋㅋ 짜증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말만 하죠. 애들 잘 봐라, 잘 지켜봐라.. 아, 풍선껌 같은건 잘 사다주셔요. 예전에 타미가 타요 껌을 너무 좋아해서 ㅋㅋ 타미만 오면 타요껌 사다주는게 아버지의 즐거움이었죠. 그래도 애들하고 잘 놀아주시긴 하네요. 전 아버지도 그리고 할아버지도, 그 존재들에 대해 딱히 기대하는 게 없답니다? 하하하하하.

독서괭 2021-09-10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흐 다락방님 당선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09-10 16:23   좋아요 0 | URL
이유경 작가님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09-1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

다락방 2021-09-10 1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축하 감사하지만 매번 이렇게 안해주셔도 됩니다. 하핫;;

2021-09-10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1-09-1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축하드립니다 ㅎㅎㅎㅎ
 
[eBook] 퍼스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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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들에게서 '이건 아닌 것 같아'하는 감각을 가진 걸 볼 때가 너무 좋은데, 잭 리처는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다.  도덕적 잣대를 남에게는 들이대지만 자신에게 들이대지 않는 사람이라면 진짜 싫은데, 잭 리처는 아닌 것 같은 일을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그랬지만  '윽 설마 그러는 건 아니겠지'하는 지점이 나올때마다 잭 리처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잭 리처 역시 '그런 짓 하는 쪽팔린 나'를 견딜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 나는 그런 지점이 좋다. 

쓸데없는 오지라퍼가 되지 않지만 마음은 따뜻한 우리의 셜록 홈리스! 내가 다 읽어주마.


자, 이제 소설의 정치사 읽으러 가자. 고고씽!!


**''셜록 홈리스'는 이 책속에서 나오는 표현임. 내가 만든 거 아님. 괜히 사람들이 나 센스쟁이로 오해할까봐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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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8-19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으으으아닛!! 결국 다 읽어버리셨다…
잭리처는 정말 이런 류의 작품 주인공답지 않게(?) 굉장히 절제하는 성격 같아요.

다락방 2021-08-20 07:55   좋아요 2 | URL
등장인물들에게 ‘윽 그건 아니야 그러지마‘ 하는 지점에 있어서라면 잭 리처는 그걸 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너무 좋아요. 저는 이 시리즈에서 진짜 ‘야, 여기서 너 그거하면 진짜 빻은새끼다..‘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안해서 너무 좋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스포일러 될까봐 조심조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8-2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셜록 홈리스가 무슨 의미인가요?😅
잭리처 입문 못해 이해 안되는 1인입니다~ㅎㅎ

독서괭 2021-08-20 07:06   좋아요 1 | URL
그냥 잭리처의 특징을 조합해 다락방님이 만드신 말 같습니다 ㅎㅎ 셜록처럼 추리를 잘하고 홈리스로 떠돌아댕기는..

다락방 2021-08-20 07:54   좋아요 2 | URL
아니 제가 저기에 ‘내가 만든 거 아님‘이라고 써놨는데 말입니다? ㅎㅎ

툐툐님, 잭 리처는 일정한 거주지가 없이 늘 떠도는 사람이거든요. 가방도 보따리도 없어요. 옷은 새로 사입고 칫솔 하나만 가지고 다니죠. 그런데 사건 해결을 잘해서 시리즈중 이 [퍼스널]에 나오는 사람들이 잭 리처를 ‘셜록 홈리스‘라고 불러요. ㅎㅎ

붕붕툐툐 2021-08-20 07:58   좋아요 1 | URL
엄훠엄훠~ 그런 사람한테 양치질 안한다고 뭐라고 하신겁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옷을 매번 새로 사입는 건, 제 입장에선 재벌인데요? 흐음~ 흥미롭네요~ 잭리처~ㅎㅎ

/독서괭님,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대답해 주셔서 감사해용~

다락방 2021-08-20 07:59   좋아요 3 | URL
아니, 양치질은 하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초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깔끔하지 못한 느낌이라서요 ㅋㅋㅋㅋㅋㅋ잠은 모텔에서 잔단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툐툐님 잭 리처 재밌어요! (영업하기 ㅋㅋ)

독서괭 2021-08-20 09:33   좋아요 1 | URL
@다락방 응?? 죄송합니다. 제가 급한 마음에 맨 아래 추신을 못 읽었나봐요. 당연히 센스쟁이 다락방님이 만드신 줄 ㅋㅋㅋ

다락방 2021-08-20 11:23   좋아요 1 | URL
제가 사실 그렇게까지 센스있진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에서 셜록 홈리스 보고 아 리 차일드 천재? 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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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지만, 다른 이야기들을 쓰면서도 언젠가 한 번은 꼭 써야 하는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생각하면서 첫 문장도 쓰지 못했던 이야기. 그것은 원한에 대한 이야기이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죽음이라기보다는 죽임에 대한 이야기라는 편이 정확하다. 나는 오래전부터 누군가를 죽이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 이야기를 써야만 비로소 원한이 사그라들것 같아서. 한 소녀가 내내 원한을 품고 살다가, 그 원한을 품게 만든 상대를  기어코 제 손으로 죽이는 이야기를, 나는 쓰고 싶었다. 그 소녀가 죽인 사람의 장례식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소녀는 그 죽음은  제 손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을 굳이 숨기지도 않는 이야기를, 나는 쓰고 싶었다. 그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까닭은, 그것이 내가  살면서 해야 했던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그 일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이 늙어서 죽어버렸기 때문에 내가 결코 해낼  수 없었던 일을, 나는 그가 늙어 저절로 죽기 전에 소녀의 손을 빌어 해내고 싶었다. 반드시 벌을 내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야기 속에서 소녀가 그 사람을  죽여버리고 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 소녀는 빛과 행복을 찾게 될까? 나는 소녀의 그다음 삶을 그려볼 수가 없어서 늘 어느  한 장면만을 상상한 채로 글은 한 줄도 쓰지 못한다.


나는 많은 여자들이 그리고 남자들도  원한을 갖고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원한을 품고 살 것이고, 그 원한을 풀어내기 위해 각자의 행동을 할 것이다.  아니, 지금 순간적으로 타오르는 화 말고, 깊은 원한. 내내 마음 저기에 응어리져 있는 것. 기어코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엉엉 울거나 자신의 가슴을 쳐내면서 토로해야만 하는 그런 원한. 유령으로라도 나타나서 어떻게든 밝히고 풀어내야 할, 그런  원한. 천국과 지옥이 존재한다면 그 천국과 지옥에 가기 전에 아직 미련이 남게 만드는, 미처 떠오르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원한.


강화길의 《대불호텔의 유령》에서는 '셜리 잭슨'이 등장해 동양의 억울한 자매 이야기를  들려준다. 억울하게 계모에 의해 죽은 자매의 이야기. 원한을 풀어달라는 자매들이 등장하면 그 공포로 죽어나가는 수령의 이야기.  자기 원한을 풀자고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세상에 원한을 하나 더하는 일이 아닌가. 자매의 억울함을 들어주었던 새로 부임한  수령은 그 뒤로도 억울한 원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사람의 존재가 사라지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세상에 억울한 영혼이 하나도 남지 않는 일이 정말 일어날 수 있을까?


전해져내려 오는 이야기를 지나쳐  대불호텔로 돌아오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 그 호텔에 글을 쓰기 위해 온 사람, 그 호텔에서 기어코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호텔에 살고 있는 어떤 악의를-악의는 처음부터 악의였을까?- 소리로, 그리고 모습으로 마주친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르는  채로 신뢰는 이내 불신으로 바뀌면서,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내 의지가 결코 아닌 채로 바깥으로 튀어나온다. 가까운 사람과  멀어지고 멀어진 사람과 가까워지면서, 여기에 영영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과 여기를 어떻게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공존하면서 호텔 안의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소리를 듣고, 나에게 말을 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모습을 본다.  
나는 너를 사랑해 나는 너를 증오해 나는 너랑 헤어질 거야 나는 너랑 헤어지기 싫어, 온갖 마음과 소리가 있다. 내 입을 통한 것이 아니거나, 내 입을 통해 나왔어도 내 것이 아닌 소리들.

그 모든 것들은 차곡차곡 대불 호텔이 품는 역사가 된다. 그리고 현재의 작가에게 전해지는 이야기가 된다.




원한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아주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강화길도 어떤  억울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대불호텔의 유령은 나타난 것일 테다. 그러나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원한, 거기에서 멈춰있다면,  강화길은 그다음을 진행한다. 이 이야기 속에선 이 사람이 억울하고 저 이야기 속에서는 저 사람이 눈물을 흘리지만, 그러나 그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사랑이 있었을 거라고 얘기한다. 끝내 사랑으로 마무리한다. 어떤 원한이 기어코 나를 저주하고 찾아들어도,  그래도 옆에서 손잡아주는 이가 있다면 그 저주에 귀를 막을 수도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다음의 삶을 그려낼 수 없어서 나는 늘  쓰고자 하는 마음만 간직하고 있다면, 그다음의 삶을 그려낼 수 있어서 강화길은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테다. 결국은  사람을 살게 하는 건 원한을 넘어서는 일이어야 한다는 듯이. 

원한만으로는 우리가 살 수 없다는 듯이.


그 순간, 내 안에 오랫동안 잠겨 있던 목소리들이 스르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나는 나의 목소리로 그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네가 나한테 어떤 사람인데."

그가 얼굴에서 손을 내렸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그의 목을 천천히 끌어안았다. -p.294


그렇지만,

등장인물 몇 되지도 않는데 정신 사납고 산만하다. 처음엔 뭔가 있을것처럼 악의와 원한으로 진행하다 끝에 가서 갑자기 우리 사랑 ♡ 이러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내게 어떤 저주가 들러붙어도, 내가 어떤 환청을 들어도 사랑이면 샤라라랑~ 된다는건가 싶고, 전체적으로 용두사미의 느낌.

강화길은 <다른 사람>, <음복> 그리고 지금이 세번째 만남인데 대불 호텔의 유령이 제일 별로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신형철 별로 되었지만(한때 진짜 좋아해서 뒤지면 사랑고백도 나올거다), 이 책에 대한 추천사 진짜 별로다. 이 책이 '강화길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것' 이라니, 이게 칭찬이여 저주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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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14: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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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14: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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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8 17: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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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8 18: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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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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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이 작품속에서의 해리 홀레 진짜 너무 싫다.

나는 책이나 영화에서 술이나 마약에 찌든 거 보는거에 좀 스트레스 받는 편인데, 여기서 해리 홀레가 그렇다. 술에 떡이 되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그러면서 하는 말과 행동들을 보는게 너무 싫어. 하아.

게다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살인사건 해결을 위한 인질이 되어달라 부탁하네요. 그래서.. 하아-


해리 홀레는 여기까지만 읽겠다. 더이상 읽고 싶지 않다. 무슨 해리 홀레 사랑하면 다 비극적 결말이야.

역시 잭 리처인가...


이책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책인데 나는 종결해버리게 됐다. ㅋㅋㅋㅋㅋ

잭 리처 만세!!



"돈 들여 욕구를 해결할 필요가 없었나 보군요." 해리가 말했다.
샌드러가 콧방귀를 뀌었다. "성욕이랑은 상관없어요. 성을 사려는 욕구는 별개예요. 남자들한테 그건 강렬한 쾌감이에요. 집에서못하는 걸 우리가 아주 다채롭게 해줄 수 있으니까. 진짜예요." - P151

"어렸을 때 우리 집 근처에 게이가 살았어." 해리가 기억을 더듬었다. 마흔 살쯤 됐을 텐데 혼자 살았고, 우리 동네에서 그 남자가 게이인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 겨울에는 우리가 그 남자한테 눈 뭉치를 던지면서 ‘남창‘이라고 소리치고는 죽어라 내뺐어.
그 남자한테 잡히면 엉덩이에 그 짓을 당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그는 한 번도 쫓아오지 않고 그냥 모자를 귀까지 푹 눌러쓰고 집으로 갔어.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동네를 떠났어. 나한테 해코지한 적도 없는데 왜 그렇게 그 남자를 미워했는지 늘 의문이었지."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을 두려워하니까. 그리고 두려워하는 대상을 증오하고."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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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2021-08-11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노우맨까지의 해리홀레는 하드보일드 주인공 특유의 허세로 그럭저럭 넘겨줄만 했는데, 최근작 두편은 도저히 못참아주겠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책을 읽다가 그렇게 화가 나긴 정말 오랜만 (...)

다락방 2021-08-11 10:41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초반의 서투른 해리 홀레가 너무 싫으네요. 아오.. 저 사두고 안읽은 해리 홀레 또 있는데 역시 사람은 책을 미리 쌓아두면 안되는건가봐요. 이렇게 정떨어질줄은 모르고 미리 사뒀네요.. 히융 ㅠㅠ

독서괭 2021-08-11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잭리처인가요. 잭리처 만세!!!

다락방 2021-08-11 11:02   좋아요 1 | URL
해리 홀레 너무 민폐에요. 으.. 잭 리처가 짱입니다. 잭 리처 만세! ♡

단발머리 2021-08-11 12:16   좋아요 1 | URL
잭리처 만세! 만세만세 만만세!!!

다락방 2021-08-11 12:22   좋아요 1 | URL
여름이 가기 전에 잭 리처 한 권 읽어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단발머리 2021-08-11 12:24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리차일드 마니아 4위이신데 엄청 많이 읽으시더라구요. 3위인 저로서는 무척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전 차기작품으로 <10호실> 찜해놓았다는 걸, 마니아 2위님께 미리 알려드립니다^^

다락방 2021-08-11 12:26   좋아요 1 | URL
저도 계속 치고 올라오는 독서괭님을 피하기 위해 얼른 도망가려고 합니다. 독서괭님 올라오시는 속도가 너무 무서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퍼스널> 읽으려고 시동걸다가, 종이책으로 읽고 싶은 마음에 <원티드 맨>사려고 합니다. 엣헴-

독서괭 2021-08-11 12:55   좋아요 1 | URL
저 지금 원티드맨 1/3 넘게 읽었습니다. 엣헴~

다락방 2021-08-11 13:03   좋아요 1 | URL
뭐..뭐…뭐….뭐라고욧? 😱😱😱

독서괭 2021-08-11 13:05   좋아요 1 | URL
빨리 도망가시죠 ㅋㅋㅋ

단발머리 2021-08-11 13:06   좋아요 1 | URL
큰일났어요!! 독서괭님 잭리처 만세!! 할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

다락방 2021-08-11 13:10   좋아요 1 | URL
큰일났네요. 아직 원티드맨 사지도 않았는데 ㅋㅋㅋ 퍼스널 을 먼저 읽어야겠어요. 아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11 13:31   좋아요 1 | URL
2,3,4위가 이렇게 경쟁하고 있는데 1위는 대체 누구실까요 너무 궁금하다…

다락방 2021-08-11 13:3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어쩐지 1위는 신경도 안쓰고 1위를 유지할 것만 같습니다...

syo 2021-08-11 13:44   좋아요 1 | URL
억 나 5위 왜 5위?ㅋㅋㅋㅋㅋ 😂

다락방 2021-08-11 13:45   좋아요 1 | URL
엥? 쇼님이 5위라고? 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친구라 자동으로 올라갔나? (막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1-08-11 13:5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식으로 나의 경쟁심에 불을 붙인다?

단발머리 2021-08-11 13:59   좋아요 1 | URL
1위는 하이드님이고요! 여러분! 2위 다락방님 아니고 단발머리래요!!! 🥳🥳🥳

독서괭 2021-08-11 14:01   좋아요 1 | URL
오옷 그렇군요!! syo님이 원래 4위였는데 제가 밀어냈군요?ㅋㅋ 하이드님이 1위였군요. 궁금증이 풀렸다! 감사해요 ㅋㅋ

다락방 2021-08-11 14:02   좋아요 2 | URL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잠깐 해리한테 갔다왔더니 잭이 저를 밀어냈군요.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 잭, 미안해. 어딜가도 당신만한 사람은 없었어. 곧 돌아갈게!!!

(울면서 달려나간다)

단발머리 2021-08-11 14:03   좋아요 2 | URL
저도 가만히 앉아만 있지는 않을거에요!! 🏃🏻‍♀️ 리처! 기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