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 82 | 8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첫사랑
페르 닐손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언제나 어른인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더 먹는다고 해서 내 사랑이 언제나 더 현명해지는 건 아니었던거다.

 

여기, '그'가 있다. 미국에 있는 한 달 동안 스웨덴에 있는 그녀에게 열두 통의 편지를 보낸 그. 그녀가 그의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던 그.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자신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그녀를 보고, 그녀의 집에서 바지의 단추를 잠그며 나타나는 다른 남자를 보고, 그리고 그녀가 그의 침대에서 함께 누웠던 일을 '실수'라고 말했던 일을 떠올리며, 그는 이제 파란 알약 한 통을 준비해놓는다. 그는 자신의 비극적인 사랑을 견뎌낼 수 없었으니까.

 

 

단순히 첫사랑이어서 이 사랑이 비극이었을까? 첫사랑이어서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한쪽은 사랑이라 말하고 한쪽은 영원히 오래오래 알고 지내고 싶은 친구이길 원한다면 이건 어떤 식으로 결론지어져야 할까. 그는 알약통을 눈 앞에 두고, 그녀와의 추억을 하나씩 지워가면서 그리고 전화기를 바라본다.

 

 

분명 나도 사랑의 비극에 있어서 가해자가 된 적이 있다. 내가 아팠던 만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 적이 있다. 그 모든 비극들속에 내가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 만큼 누군가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비극들이 있기 전, 거기에는 햇살 찬란한 기억들이 분명히 존재하지 않았나. 우리는 우리를 비극으로 몰아넣은 상대를 용서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 비극 역시도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지고 말것이다. 사랑을 잊고 상대조차도 잊혀지는 순간들. 그건 십 대여도 삼십대여도 마찬가지. '햇빛 가득한 어떤 기억'(p.188) 이 그를 녹여준다. 그는 알약통을 눈 앞에서 치운다. 사노라면 다시 눈 앞에 알약통을 꺼내고 싶은 충동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통을 다시 치우게 되는 기억들을 불러낼 수 있다. 햇빛 가득한 일들은 다시 찾아와서 켜켜이 기억으로 쌓일테니까.

 

 

 

그의 몸속에 있는 커다랗고 무거운 덩어리는 콘크리트로 된 것이 아니었다. 얼음으로 되어 있었다. 그의 햇빛 찬란한 기억이 덩어리를 녹이기 시작하는 지금, 그는 그 사실을 깨닫는다. (p.189)

 


댓글(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2-10-08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받았던 상처보다는 내가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커져가더군요.

도서관에 신청한 '소수의견'이 얼마전에 왔길래 주말에 읽었어요. 법률쪽으로 공부한 사람도 아닌데 작가가 쓰면서 공부 많이 한듯 하더군요. 전 소설이 너무 현실적이면 '에잇, 소설에서라도 좀 비현실적이게 해피앤딩이면 안돼?' 이러다가도 또 해피앤딩의 소설을 만나면 '뭐냐 이게 너무 비현실적이잖아. 세상에 해피앤딩이 어딨어?'이러면서 혼자 투정을 부려요. 소수의견도 그랬답니다 '에잇!!!'하고 말이에요.

월욜 아침부터 머그잔을 씻다가 놓쳐서 홀랑 깨뜨려 먹었네요. 에잇!!

다락방 2012-10-08 09:55   좋아요 0 | URL
마중물님, 저도 그랬어요. [소수의견]을 읽을 때, 에잇, 소설에서만이라도 좀 다르게 끝나면 좋잖아, 했다가 아니 그러면 현실적이질 못하지, 현실은 이따위인거야, 하고.

아니, 그나저나 머그컵을 깨버리셨다니!! 흑흑. 그런 기억은 빨리 잊으세요, 빨리. 마중물님 다음 책은 어떤걸 읽으려고 골라두셨나요?

아무개 2012-10-08 10:11   좋아요 0 | URL
<생의 이면> <굿바이 카뮈> <인간의 굴레에서> <이반데니소 비치,수용소의 하루>를 대출해왔어요.
지금 회사에서 읽고 있는 책은 <굿바이 카뮈>입니다.

머그컵이 깨져서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까봐 신경쓰였는데
'김치찌개'를 먹고싶다는 생각으로 올인 되버렸습니다.
다락방님 덕.분.입.니.다! ^^

다락방 2012-10-08 12:05   좋아요 0 | URL
[굿바이 카뮈]는..뭔가요. 제목 되게 어렵게 생겼어요. ㅎㅎ [인간의 굴레에서] 도 어려울 것 같고. ㅎㅎ

저는 어이없게도 [연애와 결혼의 원칙]을 시작했어요. 이게 좀 황당한게, 이런 책(?)인줄 모르고 읽었는데 이런 책(?)이라서 당황스러워요. 그런데 좀 재미있기도 해서 일단 끝까지 읽어보려구요. ㅎㅎ

moonnight 2012-10-0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책부터 보관함에 넣고;;
저는요. (뜬금없지만;;) 파란 알약 한 통. 이 무척 부럽습니다. 뭐랄까.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해질 것 같아요.

다락방 2012-10-08 12:36   좋아요 0 | URL
전화벨 소리를 기다리면서 파란 알약을 한 통 준비해놓은 주인공 때문에 애가탔어요, 문나잇님. 이것은 그의 첫사랑이었고 또 아팠죠. 그가 이 순간을 견뎌내야하는데, 그걸 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더라구요. 애잔하다고 해야하나, 여운이 있는 책이에요, 문나잇님. 게다가 아주 빠르게 읽히고요.
 
엄마도 때론 사표 내고 싶다 -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
문현아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네가 세상에 태어나서 접하는 모든 것들이 다 처음이듯이, 나도 너를 통해서 엄마가 되는 게 처음인 거다. 네가 새롭게 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런 아이를 가진 엄마로, 그렇게 처음 엄마가 되는 거니까." (p.58)



당연히 엄마도 엄마가 되는게 처음인데, 우리 모두는 마치 엄마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줄 아는 것 같다. 당연히 엄마의 역할로서.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여동생을 옆에서 보아오면서 엄마라는게 정말 힘들다는 걸 깨달아가던 내게, 그래서 차마 그건 내가 못할 것 같은 엄청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던 내게 '나도 너를 통해서 엄마가 되는 게 처음인거다' 라는 문장은 구원처럼 다가왔다. 그래, 그렇지. 이 당연한 말을 왜 그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 너무 당연해서인가, 아니면 그들 모두 그걸 모르는채로 지내는 편이 더 편했기 때문인가?



여동생은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체력이 많이 약해졌고 몸무게도 많이 줄었다. 아이를 막 낳고 나서는 행복과 슬픔 사랑과 절망 그리고 분노까지 그 많은 감정들을 순식간에 왔다갔다했다. 몸 여기저기가 고장나서 육체적으로도 힘겨워했고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이겨내느라 우울증까지 걸렸었다. 그토록 원하던 순간순간들이었는데, 그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아이가 자라면서 이제 동생은 많이 안정을 찾았고 어떻게 자신을 돌봐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잠든 후에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면서 자기를 위한 시간을 갖기도 하고, 과외선생님을 하면서 자신이 녹슬지 않았음을 깨닫고 기뻐하기도 한다. 



여동생이 아이를 낳고 힘들어할 때 무엇보다 그런 여동생을 더 힘들게 한건 주변 어른들의 한마디 말이었다. 야, 옛날 엄마들은 애를 여럿 낳았다, 남들도 다 하는데 너는 왜 유난이냐, 하는 그런 말들. 세상에 그렇게 무식한 말이 어딨을까. 남들도 다 해낸 일이니 나 역시도 쉽게 해내야 한다는 건 대체 어디서 온 논리일까. 누구는 애를 열을 낳았고 누구는 하나를 낳았다고 해서 그게 힘들지 않은건 아니다. 열을 낳든 하나를 낳든 힘들다. 똑같이 둘을 낳았다 해도 누군가에겐 더 벅차고 힘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가 같은 과정을 거치고 같은 경험을 하면서 받게 되는 고통의 강도는 다 다르다. 물론 기쁨의 강도도 다르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 각자가 나름의 위치에서 애쓰고 있는데 거기에 '남들도 다 했어' 라는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그 힘겨움을 들어주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쪽이 훨씬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남들도 다 했어, 라니. 그럼 못하는 나는 병신이란 말인가?



그런차에 이 책, 『엄마도 때론 사표 내고 싶다』는 꽤 반가웠다. 무엇보다 그런 엄마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아서 무척 안심이 됐다. 누군가는, 어딘가에서는 엄마가 처음인 사람들의 편에 서려고 한다는 것, 그들이 괜한 엄살을 하는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나도 한 편이 되어 응원해주고 싶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아마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될 것 같다. 아이를 임신하고 낳는 과정에서 당연히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그 과정이 행복하기만 하다는 건 다른 사람들이 갖는 환상 아닐까. 그 과정이 왜 무섭지 않겠는가, 왜 두렵지 않겠는가. 나의 스케쥴이 내가 아니라 다른 생명으로 인해 정해져야 한다는 사실이, 내가 먹고 싶은걸 내가 아니라 다른 생명 때문에 먹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이지 끔찍하게 두렵지 않은가 말이다. 내 생활이 그동안 몰랐던, 알지 못했던 '타인'에 의해 결정되어지다니, 그걸 마냥 환영하고 기뻐하기에는, 사실, 엄마인 당사자 말고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은 없지 않은가 말이다. 먹지 않아야 하고, 자지 못하게 되고, 참아야 하는 것들이 왜 모두 엄마의 역할인걸까. 그런데 왜 그것들을 감당하는 것을 그토록 당연스럽게 여겨야 한단 말인가. 



뒷부분에서는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부담도 나온다. 왜 강남 엄마는 있고 강남 아빠는 없는것일까. 왜 아빠의 무관심이 아이들 교육에 더 도움이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와야 하는걸까. 왜 할아버지의 재력이 아이의 교육에 영향을 미친다는 농담아닌 농담이 돌아야 하는걸까. 왜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엄마만 존재하고 바짓바람을 일으키는 아빠는 존재하지 않는가. 그들은 돈을 벌기 때문에? 그렇다면 돈을 버는 엄마는 교육에서 무관심해도 좋은가? 엄마가 직장생활을 하든 하지 않든 가정과 사회는 아이들의 교육을 당연히 엄마가 책임지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 인터뷰한 몇몇 엄마들은 그것이 엄마들의 잘못이 아니라 이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 탓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렇게 말하는 엄마들을 보는것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지금 당장 그들이 액션을 취하는게 아니라도, 일단 그들은 '내 잘못' 혹은 '내가 엄마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야'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교육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걸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게 좋아서. 일류대를 보내려는, 인 서울을 하려는 엄마들을 만나는 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이 사회가 그런 대학만을 위에 올려놓았으니까. 거기에 가야만 살아남는다고 말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 책에서 인용된 신문기사들을 보더라도 끔찍한 교육으로 아이들을 몰아넣은건 모두 엄마들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멍청하기 짝이없다.



엄마가 아닌 저자가 엄마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인터뷰를 하고 책을 쓰려는 의도도 좋았고, 무엇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이 반가워서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지만, 오타가 지나치게 많다. 툭툭 어색한 문장도 튀어나온다. 게다가 재미도 없다. 육아서적도 그리고 엄마의 아이덴티티에 관한것도 읽고나서 위로가 될만하다 싶으면 여동생에게 건네주는데, 강남 엄마에 대한 부분부터는 의미는 있으되 재미는 없어서 책장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아 읽어보라 권하지를 못하겠다. 단어와 문장을 조금 더 손보았다면, 그리고 음, 좀 더 '재미있게' 썼다면 약간 찝찝한 별 넷이 아니라 확실한 별 넷을 줄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2-09-2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게 쓸려 그랬는데 또 길어졌어..병인가..orz

비로그인 2012-09-2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육아관련서적이라곤 오직 베이비위스퍼 하나뿐인 엄마사람인데 이런 책도 읽으시는 다락방님 일단 존경합니다... 진작에 읽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육아서적을 앞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지금으로선 다 그 말이 그 말인 것 같은 자기계발서적과 마찬가지로 쉽게 손이 안가요...다른 사람들의 의견보다도 아이들 키우며 스스로 정립해나가는 걸 더 소중히 여기게 되네요. 아이들을 대하는 기본은 사랑임이 당연하고 같은 인간으로서 예의를 지키는 것, 그렇지만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 자신을 아이들보다 하찮게 여기지 말 것 등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는데...가끔 불필요한 조언을 하는 사람들에겐 "그럼 니가 키워봐" 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못된?? 엄마네요,저는.ㅎㅎㅎ

다락방 2012-09-24 11:16   좋아요 0 | URL
저도 몇 권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도 육아서에 대한 언급이 있거든요. 아이들마다 다 다른데 육아서대로 어떻게 키우느냐는 거죠.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들조차도 성격과 취향이 다 다르잖아요. 그 애들한테 대응하는게 다 달라야 하고요. 육아서는 참고할 순 있어도 유일한 혹은 유능한 지침서는 결코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만약 제가 엄마였다면, 혹은 제 여동생이 엄마가 아니었다면 아마 육아서를 읽지 않는 여자사람이었을 거에요. 그런데 제 여동생이 엄마가 되었고, 저는 여동생이 엄마라는 역할을 함에 있어서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여동생보다 제가 더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고요. 읽는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이왕 여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한다면 가급적 재미도 있었으면 좋겠구요.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요. 비혼이고 아이도 낳지 않았지만, 그런 언니지만, 아이를 가진 여동생의 훌륭한 동무가 되고 싶어요.


아른님 댓글중에 '같은 인간으로서 예의를 지키는 것'이 제 마음과 같아요. 아이들에게도 약속을 잘 지키는 어른이 되는것이 중요해요. 아이라고, 금세 까먹을거라고 말만 내뱉는 건 정말 나쁜것 같아요. 예의를 지키자고 생각하는 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치니 2012-09-24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아서와는 다른 맥락이지만, 제가 읽은 교육론(?) 중에는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박혜란 저, 이적 어머니죠)이 제일 마음에 와닿았던 기억이 있어요. 시대가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엄마 역할에 대해서 너무 모르거나 너무 힘을 주는 오류에서 벗어나기 힘든데, 기본적으로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싶어요. 기억이 가물한데, 아무튼 박혜란 씨가 여성학자이자 세 아들의 엄마로서 주지한 것 역시, 엄마라고 다 해줄 필요는 없다, 일단 아이를 인격체로서 믿어라, 니까요. 이적이 이미 패닉으로서 성공한 이후 나왔다는 게 함정, 이긴 하지만. ㅎㅎ

윗분 말씀대로 다락방 님은 참 부지런하고 배움을 두려워 않는 미덕을 갖춘 분. 동생분이 든든할 것 같습니다. :)

다락방 2012-09-26 12:19   좋아요 0 | URL
치니님의 댓글을 읽고 검색해봤는데 품절이네요. '여성학자'라는 본인의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면서 이적의 어머니이기도 하군요.

부지런하다뇨..전 게으름의 화신인걸요!! 무언가를 배우기엔 노력하는 성향도 없고..부족한 인간인겁니다. 흑흑. 이제 점심 먹을거에요!

dreamout 2012-09-2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책꽂이엔 남편.이 놓여 있네요. 엄마,, 남편,, 아. 손님.도 있네요. ㅎㅎㅎ

다락방 2012-09-26 12:55   좋아요 0 | URL
ㅎㅎ 전 아직 엄마가 되지 않았고 남편도 없으며 절 찾아온 손님도 없네요. ㅎㅎㅎㅎㅎ 책들 다 갈아치워버렸어요. ㅎㅎ
 
블루 발렌타인 - 아웃케이스 없음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미쉘 윌리엄스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아, 이건 정말이지 가슴이 서늘해서 견딜수가 없다.



사랑이 시작될 때 우리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상대방이 하지도 않은 말에 조차 귀를 기울인다. 혹시라도 내가 그의 말을 놓치지는 않을까 내 모든 감각은 섬세해진다. 그의 모든 것을 감싸줄 수 있을 것 같고 그의 모든것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큼 그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것 같고, 역시 그 만큼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사람이 왔을까, 어쩌면 나는 신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었던건 아닐까, 몇 번이고 고맙고 감사하다고 속삭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 사랑은 왜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버리고 마는걸까. 세상에 변하지 않는건 아무것도 없다지만, 왜 이제는 더이상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되는걸까. 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먹을 수가 없는걸까. 왜 한마디를 꺼내면 그 말은 비틀리고 꼬여서 상대의 귀에 가 닿는걸까. 왜 더이상 속삭이지 못하고 크게 소리치게 되는걸까. 사랑의 제스쳐조차 상대의 분노를 일으키게 되는 일들은 대체 왜 일어나는걸까. 왜 이제 그들은 더이상 함께 있어도 웃지 못할까. 마주보던 그들이 이제는 왜 뒷모습만을 보게 된걸까. 왜 그들은 이제 더이상 함께 있는걸 견디지 못하게 된걸까. 왜 그들은 이제 이런 말을 내뱉게 되는걸까, 



이렇게는 더이상 살 수 없어.



달콤한 순간이 없었다면 고통스러운 순간도 결국 찾아오는 일이 없었을텐데. 언제 여름이었냐는 듯 바람이 찬데, 바깥에서 부는 바람보다 내 가슴에 부는 바람이 더 차다. 뜨거운 커피를 내렸는데도 도무지 마음까지 따뜻해지질 않는다. 사랑이 참, 별 게 아니다. 그건 고작 이따위였다.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꿀 듯 보였던 그것이, 이젠 바닥을 보여준다. 그래, 그게, 참 별게 아니라니까. 사랑 따위.


운명적 사랑? 웃기지마.





댓글(6)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12-09-18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봤어요. 너무 괴로웠어요. ㅠ_ㅠ 역시 변치않는 사랑 따윈 없구나. 했어요. 소주 한 병 마시고픈 맘이 들게 하는 영화였어요. 그치만 젊은 날의 라이언 고슬링이랑 미셸 윌리엄스는 너무, 너무 싱그러웠어요. +_+;

다락방 2012-09-18 17:53   좋아요 0 | URL
우앗, 문나잇님은 이 영화를 보셨군요. 이 영화를 본 다른 사람을 만나다니, 너무 반가워요!

아우, 이거 그냥 가슴이 서늘해져서 좀처럼 그 서늘함이 사라지질 않아요. 다 부질없구나, 영원한 건 없구나, 사랑 그게 대체 뭐냐, 하는 생각이 들고 말이지요. 어휴..진짜 혼자 앉아서 술이나 벌컥벌컥 마시고 싶어지더라구요. 커피로는 도저히 위로가 되지 않는 영화였어요. 격한 싸움 없이도 이렇게 사람을 흔들어놓네요, 이 영화는. 아, 추워요, 문나잇님.

프레이야 2012-09-18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려다 놓친 영화ᆢ 미셀 윌리엄스도 그렇고요. 이런 영화였군요. 찾아봐야쥐^^

다락방 2012-09-19 11:0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이 영화 꼭 보세요. 프레이야님도 가슴이 서늘해지실 거에요. 아우, 전 한동안 진짜 추웠다니깐요.

2012-09-21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4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현실은 비빔밥과 라면
스페인은 맛있다! - 셰프 김문정이 요리하는 스페인 식도락 여행
김문정 지음 / 예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뭐부터 먹지? 다양하게 맛보고 싶어서 일단 핀초 모듬세트를 시켰다. 핀초 열 개가 가지런히 접시에 놓여 나왔다. 흰 아스파라거스를 훈제연어로 돌돌 말고 치즈소스로 마무리한 것, 야들야들한 빨간파프리카 속에 참치샐러드를 꽉꽉 채운 것, 새우나 양송이, 아스파라거스, 오징어 등에 마늘소스를 발라 구운 꼬치 ‥‥‥. 그때였던 것 같다. 핀초에 스페인산 레드와인을 마시던 순간, 바르셀로나가 특별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난 타파스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유럽여행의 끝자락에서 타파스는 자꾸만 나를 잡아끌었다. 다음 날에도 그 바르에 찾아가 새로운 타파스와 핀초와 몬타디토들을 먹고 아저씨와 수다를 떨었다. (pp.101-103)




아.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왔다. 내가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며 흥분했던 바로 그것을, 해보고 싶었던 바로 그것을, 그건 틀림없이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할거라고 생각했던 그것을, 이 책의 저자는 몸소 해본 것이다. 그녀는 여행중에 우연히 핀초를 와인과 곁들여 먹게 되고, 거기에 홀딱 반해 다음날에도 또 타파스 바에 간다. 아우....세상에 어떤 여행기가, 어떤 여행기의 저자가 이토록 내 취향과 일치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책은 '여행기'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이 책은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음. 맛집 순례기도 아니고..스페인 생활기도 아니고...이 책의 제목처럼 '스페인의 음식 여행' 그래, 그게 가장 정확한 설명일거다. 이 책에서 다른 감상적인 글과 사진들을 기대한다면 찾아볼 수 없을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여행기들이 가진 감상에 쩔은 글과 사진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음식 사진들이 가득가득 하다. 아, 일단 내가 반했던 핀초, 타파스(이 두개가 아마도 같은 종류인것 같다)에 대한 간략한 설명. 그것도 물론, 이 책에 나와있다.


타파스는 거나한 식사 대신 간단하게 술을 마시며 음식을 다양하게 먹는 행위 전체를 말하기도 하고, 고기나 해산물 혹은 야채등을 작은 접시에 올려 나오는 요리를 말하기도 한다. (p.110)



아, 스페인은 얼마나 훌륭한 나라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지금 당장에라도 스페인에 날아가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들은 출근길에 카페테리아에 들러 에스프레소 한 잔과 담배 한대 혹은 크루아상이나 크래커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뒤 각자의 사무실로 출근한다. 그리고 오전 11시가 되면 '정식 아침식사' 시간이 되어 다시 카페테리아로 모두들 나와 카페 콘 레체와 크루아상 등 혹은 그보다 더 양이 많게 점심 한끼 수준으로 먹는다. 그리고 오후 두시, 두시간 동안 그들에게 점심 식사 시간이 찾아왔다. 나이쓰! 2시부터 4시까지는 상점들도 문을 닫고 여유로운 점심 식사를 즐긴단다. 그리고 저녁 6시에는 간식을 먹고, 밤 10시, 비로소 저녁 식사를 시작한단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토록 아름다운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니!! 대체 나는 왜 여기에 있는건가. 



자, 다시. 이 책은 아주 친절하게 스페인에서의 맛집에 대한 정보도 알려준다.




나는 또 좋다고 분홍색 형광펜으로 줄을 박박 그었다. 내가 스페인에 간다면 기필코 찾아가리라, 불끈, 하면서. 또한 이 책에서는 스페인의 음식들 사진을 아주 많이 보여주고, 옆에 만드는 방법까지 설명해준다. 





저 위의 '감자 토르티야'는 재료도 계란과 감자, 양파만 있으면 되고 요리방법도 간단하길래 어제 몸소 만들어 보았다. 만들면서는 의욕에 가득차서, 완성된 음식을 사진 찍어 올리고 요리 블로거로 거듭나자! 하는 결심을 해두었는데, 완성된 토르티야를 보는 순간, 그냥 나는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살고 요리는 사먹자 -_- 하는 마인드로 바뀌어 버렸다. 어쨌거나 모양은 괴상해도 맛은 그럭저럭 괜찮아서 후라이판 하나 가득 한 걸 다 먹고 잤더니 오늘 아침까지도 배가 부르다. 그건 그거고, 뭐, 어쨌든 아침은 먹었지만.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서 느낀게, 스페인의 음식들이 대부분 내 취향이란 거다. 자, 감상해보자.



일단 이건 해물샐러드라고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기는 하다. 그런데 색을 보는 순간 마치 크리스마스 같은 기분이 드는거다. 보는걸로도 기분이 좋아진달까. 만약 내가 스페인에 짧게 간다면 먹을 생각이 없고, 길게 간다면 한끼쯤은 이 메뉴를 시켜보기는 할 것 같기는 한데, 뭐, 확신이 들진 않는다.



미치겠다. 이건 보는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득찬다.



스페인에서는 대부분의 요리에 토마토를 넣더라. 이 빵도 토마토를 발라서 구운 빵이라는데, 가장 기본적인 음식이다.



토마토 얘기가 나왔으니 토마토가 주렁주렁한 스페인의 풍경도 한 컷.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져서 막 뛰어다니고 싶다. 속에서 막 열정이 샘솟아.. 




여기 또 토마토. 이 토마토는 아주 난리가 났다. 저 뚜껑을 열면 무려 고기가 들어있는 것. 고기로 속을 채운 토마토란다. ㅎㅎㅎㅎㅎㅎㅎㅎ 이거는 내가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고 벼르고 있다. 스페인 가서 먹을때까지 언제 기다려. (응?)






























































정말이지 미쳐버리겠다.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의 영화 『하몽하몽』이라는 게 있다. 포스터에서 주는 이미지와 또 하몽하몽이라는 단어가 그 영화의 에로틱함을 전면적으로 내세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몽은 뭐랄까, 너무나 좋아서 절로 나오는 신음소리의 일종인거라고 나 혼자 마음대로 추측했더랬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하몬은 '돼지 뒷허벅다리 염장햄' 이었던거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속에서 하몬의 모습이 아주 종종 보였던 것 같다. 하몬이 걸려져있는 장소에서 여자와 남자가 만났던 장면 같은 것들.. 나는 이 영화를 다시 보고자 굿다운로더로 다운 받았다. 이 하몬은 먹언본 사람들은 이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하는데, 사진으로 보면 이렇다.



저걸 썰어서 먹는건데, 이 사진만 보고도 어떤 이들에게는 굉장히 거부감을 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기는 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이 책의 저자도 이미 써놓았다.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장면이기도 할거라고. 




스페인에는 이런 음식만 풍부한게 아니다. 하루에 대여섯끼를 먹는 이들의 디저트는 또 어찌나 훌륭한지, 스페인 이 나라는 무려 초콜렛의 나라이기도 한거다.
































저 찐덕찐덕한 액체쵸콜렛에 츄러스를 찍어먹는데, 저게 저들의 해장이 되기도 한단다. 나로서는 라면이 해장의 으뜸이라 초콜렛..은 생각만해도 기겁할 노릇이지만,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동료 직원1이 술을 아주 많이 마신 다음날이면 상사가 꼭 다음날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고 또 유독 그날은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는거다. 그래서 미치도록 괴로웠는데, 어느날 자신이 술 마신 다음날이 되면 짜장면을 먹고 싶어하게 되어버렸단다. 짜장면을 해장음식으로 길들여버렸던 것. 그래서 술마신 다음날 상사가 점심 같이 먹자며 뭐 먹을래, 물어보면 짜장면이요! 라고 대답했다는 거다. 술 마신 다음날 늘상 쵸콜렛으로 속을 다스렸다면, 오, 해장이 되는건 당연한 게 아닌가.


































샹그리아와 와인. 스페인에 가서 이 모든 음식들을 먹게 된다면 그 옆에 반드시 와인을 두고 싶다. 스페인은 와인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나라라는데, 그 나라의 와인을 그 나라에서 먹으니 가격도 비싸지 않을 터. 마음놓고 마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지역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먹는다면 그 맛은 더 뛰어나지 않을까. 샹그리아는 한 번도 안먹어 봤는데 마침 이 책에 만드는 방법도 있는 바, 저것도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 음...역시 요리 블로거......가 되어볼까.......



무척 마음에 드는 책이다. 나는 여행기 대부분을 읽고 중고샵에 보내버리는데, 이 책은 언젠가 스페인에 가게 될지도 모를 그 날을 위해 책장에 고이 모셔두어야겠다. 가보고 싶은것과 만들어보고 싶은것이 수두룩해서 포스트잇이 덕지덕지하다.



하하하하하. 그런데 사실, 이 책의 처음에는 이런 말이 쓰여져 있다.



스페인에 오는 관광객들에게 기초 스페인어 실력은 필수다. 유럽인들은 대개 제2외국어로 스페인어를 배우기 때문에 다들 웬만큼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런 사정을 모르고 영어만 고집할 경우 돌아오는 건 스페인어의 메아리뿐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간단한 몇 가지 단어만 외워가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pp.28-29)



난 스페인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걸 어쩌지, 싶은거다. 엊그제 퇴근하던 길, 동료에게 잔뜩 흥분해서 스페인에 가고 싶다고 얘기하다가 이내 풀이 죽어서는, 그런데 스페인어를 조금 알고 가야 그것들을 먹을 수가 있다네...하고 말했더니 동료는 내게 이렇게 얘기해줬다.



가요, 과장님. 과장님 스페인어 사전 있잖아요.



아, 맞다. 나 스페인어 사전 있다. 사전 들고 가는건...글쎄,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사전이 있으니 일단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준비가 된 게 아닌가. 무려 사전이 있는데! 그래, 가자, 떠나자, 스페인으로! 가자! 그런데,




언제?



뭐, 그건 좀 천천히 생각하자.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urnleft 2012-09-1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는 스페인 요리가 입에 잘 안 맞더라구요. 이 글 보고 배고플 뻔 했...;;

다락방 2012-09-13 11:28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흐음. 그렇죠..좋은 재료라고 해도 요리법에 따라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는거니까...갑자기 겁나네요. 제 입에도 안맞으면 어쩌죠? 흐음. 입에 안 맞을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질 않았네요. 하아-

moonnight 2012-09-1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하몽인가 하몬인가는 매우 짜요. -_-; 그리고 제가 간 곳의 타파스도 역시 짰어요. 빠에야는 설익은 느낌이었고. 그러고보니 저에게도 스페인의 음식은 별로 좋은 기억이 없네요. 맛없는 곳만 찾아다닌 건지. 다락방님의 페이퍼가 훨씬 더 맛있어요. ^^

다락방 2012-09-13 12:04   좋아요 0 | URL
아, 역시 환상이 가장 아름다운거군요! 저 프란세시냐 먹었을때도 좀 짰거든요. 먹어보기 전이 가장 맛있는건가...짠건 싫은데....하아- 하몬은 매우 짤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염장한거라고 해서요. 그치만 타파스도 짜다니.. 흑흑 ㅠㅠ 와인만 계속 마셔서 취하겠네요. ㅠㅠ

Forgettable. 2012-09-13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즈 타파스에서 일단 낮술 한잔합시다 ㅋㅋㅋㅋ 여기 좋아욤

다락방 2012-09-13 14:43   좋아요 0 | URL
오, 그렇습니까? 낮술이라면 서울에서도 좋은데 ㅋㅋㅋㅋㅋㅋㅋ뼈다귀해장국도 좀 짱이라능!! ㅎㅎ

람혼 2012-09-14 13:13   좋아요 0 | URL
저도 심즈 타파스 너무 너무 좋아해요. 저도 단골! ^^

다락방 2012-09-14 13:20   좋아요 0 | URL
람혼님도 그럼..같이 낮술을.. ㅎㅎㅎㅎㅎ(생각만해도 신나네요!)

기억의집 2012-09-13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여섯끼면 살은?

그리고 상사 따라가 해장으로 짜장 먹으신 분, 저 같으면 짬뽕 시켰을 것 같아요. 혹 그 상사는 그 전의 상사때문에 해장짜장을 먹게 된 것이 아닌지.

다락방 2012-09-13 14:48   좋아요 0 | URL
그런데 신기하게도 스페인 사람들이 살이 안찐다고 하더라구요. 나름 소식하는건가...그러고보니 음식에 고기는 있되 밀가루는 별로 안보이네요! 음..그래서 살이 안찌나..

아, 그건 짜장을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그 상사가 워낙 빨리 먹는데 짜장면을 먹고, 게다가 좀 ....어....불편한(?) 상사라서 그럴수 밖에 없는...뭐, 그런 상황이었어요. 본인이 편하기 위한 가장 최선의 선택을 짜장면일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요. 하핫;


그리고 이전의 그 상사는 처음부터 상사이기만 했던 사람입니다. 흠흠.

레와 2012-09-1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의 음식 블로그 원츄!! ㅎㅎㅎ 기대하겠소!

좀전에 밥먹고 빵도 먹었는데, 페이퍼보니깐 침나와요. ㅎ

다락방 2012-09-13 14:48   좋아요 0 | URL
영화 [하몽하몽]에서는 하몽으로 사람도 죽이더군요. ㅎㅎㅎㅎㅎ(스포일러)

저도 이제 오후 세시니 뭔가 간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점심 먹은 기억이 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12-09-1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저는 그 유명한 스페인의 시에스타가 경제난으로 없어질 위기라고 들어서 눈물이 날 뻔했어요, 정말.
저렇게 새벽부터 밤까지 먹는 건 정말 맞는데요, 외지인으로서는 (특히 우리 식 아침 점심 저녁에 길들여진 상태에서는) 밤 9시에도 문 여는 식당이 거의 없고 낮에 아무데나 배고프면 들어가서 먹을 식당이 없다는 건 꽤나 괴로웠던 기억이;;
제가 갔던 2005년에 본 풍경으로는 사람들이 오전 밖에 일을 안 한다고 해도 믿을 지경 - 새벽에 나와서 일하다가 10시 경에 30분 뭐 간단히 먹고, 한 시나 두 시에 밥을 먹고 (길게) 다시 일해도 5시면 돌아가고 두 시까지 빠듯하게 일하는 사람은 걍 집에 가서 시에스타 하다가 안 나오기도 한다더라고요! 오, 그때 저도 뭐 이런 환타스틱한 나라가 다 있나 그랬다죠. ㅎㅎ
암튼 다락방 님, 꼭 가보세요, 음식 뿐만 아니라 풍경도 장관이드래요.

다락방 2012-09-13 14:56   좋아요 0 | URL
치니님, 저도 그 생각 했어요. 상점들이 죄다 문닫고 점심 먹으러 가면, 잘 모르는 낯선 사람은 어디에 가서 점심 먹나.. ㅎㅎ 그리고 이 책 읽다보니 스페인 사람들 정말 일을 안하는 듯 ㅋㅋㅋㅋㅋ 두시 부터 네시까지 점심시간이라니, 원. ㅋㅋㅋㅋㅋ천국입니까, 여기는? 대박이네요. 이런 나라가 있다니. ㅋㅋㅋㅋㅋ

네, 저도 가보고 싶긴 한데 가게 될 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 음식들 보면 땡기긴 하지만 해외여행의 기회가 장기간 주어진다면 아마 저는 다른 나라를 선택하게 될 듯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이놈의 직장을 때려쳐야 어딜 가도 갈텐데요.. -_-

비로그인 2012-09-1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네이버글로벌회화앱에 스페인어도 추가했습니다~ ㅎㅎ

다락방 2012-09-13 15:11   좋아요 0 | URL
앗, 그건 뭐죠? 저도 일단 네이버글로벌회화앱? 이거 먼저 깔아야겠네요. ㅎㅎ

댈러웨이 2012-09-13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샹그리아 사진만 봐도 취하겠습니다. 한 잔 하고 싶어지네요, 좋은 사람이랑.
그나저나 다락방님, 책에 분홍색 형광펜요? 아, 미치겠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2-09-14 08:32   좋아요 0 | URL
저도 샹그리아를 취할때까지 마시고 기절하고 싶어요. ㅎㅎㅎㅎㅎ

저는 손에 잡히는게 무엇이든 가장 먼저 잡히는 걸로 줄을 긋곤 합니다. 연필이든 볼펜이든 그게 뭐든. 분홍색 형광펜도 예외일 순 없죠. 하핫

風流男兒 2012-09-1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과 우리 나라 둘 다 비슷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네 어쩌네 할 때마다 한쪽은 죽어라 놀다 당하고 다른 한쪽은 죽어라 일하다 당하는 거 생각해보면 ㅎㅎㅎ 정말 억울해요! 얘네는 남미 식민지 삼아 은 펑펑 쓰고, 유로 가입해서 유로 펑펑 쓰고. 정말 이건 진짜 제대로 된 나라라니까요. 그래서 전 언젠가 유학을 가면 스페인이나 남프랑스를 가겠어! 라고 다짐한 적이 있더랫죠 푸하하하. 오랜만입니다 크크

다락방 2012-09-14 08:46   좋아요 0 | URL
저 어제 영화 [하몽하몽]을 봤는데요, 주인공들이 분명 직업을 가진 사람들인데 일하는 장면이 거의 안나오더라구요. 예전같으면 이 영화가 뻥치는구나 싶었을텐데 어제는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길바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만큼 정말 여유롭겠구나, 하는 생각이요. ㅎㅎㅎㅎㅎ

그러게요, 풍류남아님. 대체 그동안 왜그리 뜸하셨던거에요? 이젠 종종 뵈어요! :)

dreamout 2012-09-14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단 가까운 스페인 음식 만드는 레스토랑부터.. ㅋ

다락방 2012-09-14 08:46   좋아요 0 | URL
앗, 저도 검색 한 번 해볼까봐요. 스페인식 레스토랑 ㅋㅋ (정보 공유합시다!)

람혼 2012-09-1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amos! ^^

다락방 2012-09-14 13:23   좋아요 0 | URL
번역기 돌렸더니 이건 '우리'라는 뜻이네요. 그러니까..함께 가자는 건가요? (응?) ㅎㅎ
 
에피 브리스트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8
테오도어 폰타네 지음,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을 때도 그리고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를 읽었을 때도, 나는 만약 내가 그 때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를 생각해보곤 한다. 귀족이거나 혹은 귀족이 아니거나, 나는 아마도 자유분방함과는 거리가 멀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한 가족의 구성원이라 내게 부모와 형제자매가 있었다면, 나는 사회의 틀에 얽매인채로 규범과 규칙을 어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것이다. 내가 그렇게 사는것에는 내 개인의 불만이 자리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사는 모습을 봤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게됐을까?  안나를 손가락질하는 삶을 살지는 않았을까?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안나의 편이 되어 변명을 해주는 삶을 살았을까? 정말이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내가 안나를 손가락질하는 무리중의 하나가 되지는 않기를 바랄뿐이다.



이 책의 에피 브리스트 역시 마찬가지. 이 소설은 19세기에 쓰여진 소설이다. 그때의 결혼과 명예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결혼을 했다면, 외간남자와 즐겁게 농담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바람둥이라고 소문난 남자를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열일곱살에 결혼한 에피 브리스트, 그녀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한다. 그리고 그 일은 육 년이나 지난 뒤에 남편에게  들통나고만다. 이미 그녀가 죄책감의 세월을 보내고 난 뒤에.



내가 그 시대에 살지 않았으면서 대체 왜 열일곱에 결혼을 하는거냐고 따져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다. 혼자인 삶을, 한창 피어나는 젊음을 왜 그때 사회적 계약으로 묶어두어야 했냐고 따져봤자 부질없다. 또한, 그때이든 지금이든 '이 남자와 평생 살겠다'고 약속한 것을 깨뜨려버린 에피가 결코 잘했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잘못을 했을 때 그 사람의 잘못을 비난하기는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한다. 그러니 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졌을때, 모두가 나에게 잘못했다고 비난할 때, 누군가 한 명쯤은 내 편을 들어줘도 되지 않을까? 이미 스스로도 충분히 생채기를 내고있는 마당에, 가장 의지하고 싶은 사람들마저 나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잔인하지 않은가.



가장 슬픈 건 우리도 널 받아줄 수 없다는 거야. 우리는 네게 호엔크레멘의 조용한 장소를 제공할 수 없고, 우리집에 은신처를 마련해줄 수 없단다. 그러면 우리집을 온 세상으로부터 고립시켜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고 싶지가 않구나. 우리가 세상에 너무 집착하거나 '사회'라는 것과의 결별을 도저히 견딜 수 없기 때문이 아니란다. 아니, 그것 때문이 아니란다. 이런 말을 안 할 수가 없구나.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네 행동이 잘못이라고, 사랑하는 단 하나뿐인 우리 아이의 행동이 잘못이라고 온 세상에 천명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 (pp.355-356)



모두가 잘못했다고 말하는데, 그래서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는데, 굳이 에피의 부모님까지 나서서 너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말할 필요가 있었던걸까. 내게는 남편의 복수보다도, 에피와 딸의 헤어짐보다도, 결국은 부모도 받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아프게 다가왔다. 게다가 나를 받아주지 않겠다고, 오지 말라고 말하는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은 계속 받아야 한다니. 이 모든것들이 끔찍했다. 



그 시절을 에피 브리스트가 살았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그런 협회에 들어가고 싶어요. 하지만 꿈도 꿀 수 없지. 부인들이 나를 받아주지 않을 테니까. 받아줄 수도 없을 거예요. 온 세상이 문을 닫아 걸고 좋은 일도 못 하게 하는 게 가장 끔찍해." (p.370)




물론 재미없는 남편하고 산다고 해서, 나와 아주 많이 다른 성향을 가진 남자와 산다고 해서 바람을 피는것이 '합법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다른 남자와 연애를 했다고도 확신할 수는 없다. 어떤것들은 다가오지 못하게 이를 악물어도 침투해 버리니까. 에피 브리스트가 한 일이 정정당당하고 떳떳한 일이라고도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녀에게 세상은 너무 가혹했다. 만약 결혼이라는 둘 사이의 약속이, 사회적 제도가 없었다면, 그때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게될까. 남편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버려진채로 죽을때까지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며 혼자 보내는 것이 인생인가? 그걸 과연 자업자득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명예가 걸린 일이기에 세상과 사회의 기대에 미치는대로 행동해서 결국은 불행해지는 남편은 남은 삶을 대체 어떤 재미로 살아가야 할까. 그들이 결국은 헤어져서 행복이 찾아왔나?



책장을 덮고나서 한없이 답답했는데, 내게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에피를 둘러싼 사회를 원망만 하는 내가 싫다. 나는 이제 에피 브리스트가 살던 시대에 내가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내가 그때 어떤 사람이었을 것이다, 라는 확신은 없지만, 나는 그녀의 편이 되고 싶어서도 아니고,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그녀가 불쌍하다는 동정심 때문도 아니고, 그저 순수하게 에피 브리스트를 인간대 인간으로 그리고 여자대 여자로 만나서 가끔 차를 마시는 친구가 되고 싶다. '남편이 있는데 다른 남자랑 연애한 여자'로만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중에 하나가 되고 싶지 않다. 너는 지금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나는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어, 라는 대화를 하고 싶다. 그런데 친구가 된다한들, 한없이 쓸쓸한 그녀를 내가 웃게해줄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가 없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2-08-2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인물의 일생을 들여다보고 거기에 '나라면 어땠을까' 고민해보는 것. 이거야말로 문학을 읽고 사유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충실한 방법이 아닌가, 새삼 느꼈어요. 저라면 어땠을까요. 제가 [고통]의 여주인공이었다면, 안나였다면, 에피였다면 어땠을까요. 아니면 그 주변의 사람이었다면... 저도 장담할 수가 없네요. 위로를 해줄 수나 있을지, 비난이나 하지 않을 수 있을지, 농담으로 웃게 만들 수 있을지. 다른 사람의 입장을 두고 만약에 나라면, 이라고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여야겠어요. 그러고 보면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없다면 소설을 제대로 읽을 수도 없을 것 같아요. 그동안 저의 소설 읽기를 뒤돌아보게 되네요. 글 잘 읽고 가요, 다락방님 ^ㅡ^

다락방 2012-08-30 09:44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의 댓글을 읽으니, 어제 제가 책에 대해 생각했던것과 통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해요. 저도 어제 내내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좋은 책이란 끊임없이 나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게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새삼 (좋은)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삶의 기쁨일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

네꼬 2012-08-2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락에 있는 외로운 사람 옆에 있어주겠단 결심은 나머지 모두와 싸우겠다는 큰 결심일 거예요.
(비밀 댓글을 클릭하고) 이어서 긴 문장들을 썼다가 지웠어요.
아무튼 뭐, 그렇다고요. 다락님 술 깼어요?

다락방 2012-08-30 09:46   좋아요 0 | URL
술은 진즉에 깼죠, 네꼬님. 뭐 그쯤 가지고. ㅎㅎㅎㅎㅎ

음, 썼다가 지운 긴 문장은 뭘까요? 궁금해요. 왜지웠어요!!
나머지 모두와 싸우겠다는 큰 결심을 할만한 인물은 제가 되지 못하구요, 다만 누가 뭐라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 옆에서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꿋꿋이 살아갈 수는 있을것 같아요. 그쯤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12-08-29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30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8-30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이 내린 가장 가혹한 형벌은 부부, 그리고 가족이다ᆢ 대학살의신,에 나온 대사에요. 가식으로 사는 부부 두쌍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가식으로 살지않을 수도 없고 그걸 책망할 수도 없고요. 에피는 벼랑에서 아주 외롭고도 두려웠을거 같아요. 그런 여자의 친구가 돼주고싶다는 다락방님은 정말 다정한 사람이에요.

다락방 2012-08-30 09:4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도 [대학살의 신] 봤어요. ㅎㅎ 케이트 윈슬렛과 조디 포스터를 비롯하여 '연기 잘한다'는게 뭔지 새삼 깨닫게 된 영화였어요.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들 만으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80분이 짧게 느껴질만큼 아주 재미있게 봤답니다.

에피의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기보다는, 그녀가 어떤 잘못을 했든 저는 그녀를 그저 있는그대로 대하고 싶어요. 잘못은 에피도 하고 저도 하고 세상 모두가 다 하잖아요. 세상이 그녀를 벌 줄 필요는 없는건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그냥 에피를 만나고 얘기하고 싶어요.

기억의집 2012-08-3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그래요. 얼마나 사람들이 관습적인데요. 결혼전에는 몰랐는데 결혼하면 사회적 규범과 규칙에 대해 확 느껴져요. 그리고 남성위주의 사회라는 것을.

결혼 제도란 게 규범과 규칙 그리고 사회적 관습을 존속시키는 끈이라고 생각이 되요. 하지만 저는 이제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에 얽매어 살지 않으려고요. 아마 제가 과학책을 읽지 않았다면 저는 사회적 인습에 묶여 살았을 거에요. 저는 한 예로 나중에 제사는 다 없앨 거거든요. 하더라도 아주 간소하게 서로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할 거구요. 명절도 딸이든 아들이든 그 날에 여행가고 싶다고 하면 명절끼고 갔다오라고 삶을 즐기라고, 명절이라는 관습에 얽매이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울 아들이 딸 하나밖에 없는 집하고 결혼 한다면 굳이 우리집에 먼저 와서 명절 준비 하라고 하지 않을거에요. 명절에 며느리 집에 먼저 보내고 나중에 우리집에 와도, 안 와도 상관 없다고 말할 거에요. 이젠 딸 하나 낳고 사는 세상에 출가외인이란 말은 있을 수도 없고 없어져야 할 말이거든요. 사회가 변화도 우리의 관습이나 규범 이런 것도 다 변해야 하는데, 참 안 변하더라구요. 그리고 결혼 제도가 그 더딤에 한 몫하고요. ㅋㅋ 너무 썰을 풀엇죠.

다락방 2012-08-31 13:04   좋아요 0 | URL
네, 기억의집님. 결혼이 관습이나 규범에 얽매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것 같아요. 게다가 그런 부조리한 제도속에 살아온 우리의 부모님들 조차 거기에서 후손들을 해방시키려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묶어 두려고 하니까요. 나쁜 줄 알아도 '나도 다 겪었어!' 가 '그러니 너도 해!' 가 되는 것 같아서 불편해요. 그래도 요즘엔 좀 나아지지 않았나, 그리고 기억의집님 처럼 그 속에서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늘어나면 앞으로는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에피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이 남자랑 살겠다, 하고 세상에 대고 약속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하는 생각에 결혼이 악습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끔찍하게 느껴졌어요.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 82 | 8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