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뜻밖의 사실을 하나 알았다.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7월부터 교직원 복지비조로 50000만원씩을 지급하고 있었단다. 다만 포인트로. 알아봤더니 복지향상을 위해 각종 문화생활에 쓸 수 있게끔 50000원 상당의 금액을 포인트로 지급하는 거란다. 이를테면, 영화나 연극을 관람한다던지, 놀이공원엘 간다던지, 또는 나처럼 책을 사본다던지 하면 그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이 뜻밖의 사실을 오늘 알았기에 냉큼 알아봤더니 글쎄 지금까지 15만원이나 적립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급방긋이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이 돈으로 무슨 책을 사볼까 행복해졌다.
밤늦게 집에 왔더니 새삼스레 방 안이 지저분해 보인다. 하루이틀 일도 아닌데 말이다. 책상위로 눈길이 돌아가고, 이내 수북하게 쌓이 책들이 안스러워졌다. 책 정리를 해야했다. 왜냐? 곧 15만원어치의 책들이 오실테니까. 그런데 이 책들이 정리될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 방 안의 책장들에다가 겹겹이 꽂고 쌓고 해도 모자란다. 이제 책장을 들여놓아야 한다. 뜻밖의 고민이 생긴 것이다. 이 넓지 않은 방안에 책장을 더 들어오면 어떻게 배치를 해야할까? 나는 꿈꿔왔다. 사방 벽면이 책으로 가득한 꿈을. 조금씩 실현해 가는 길이다. 내 방안에 천권이 넘는 책이 있다. 기쁜 일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4천 권이 목표니까. 그리고 또 부족하다. 책장이 필요하다.
뜻밖에 책(을 살 돈)이 왔지만, 책장은 뜻밖에 오지 않을 것이다. '뜻밖'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 글을 보고 누군가 나에게 책장을 선뜻 보내주어도 그걸 '뜻밖'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아직 살 날이 (담배을 끊으면) 많이 남았다. 뜻밖에 오는 것들도 그만큼 많을 것이다. 그 많고 많은 것중에 책장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랑도 이렇게 뜻밖에 올까? 난 지금 책장이 필요하고 책장을 구할 것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면 되니까. 그런데 사랑은 살 수 없다.
뜻밖에 오는 것이 사랑이라면 좋겠다. 그런데 이러면 그건 '뜻밖'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책장만 생각할 것이다. 가을은 그렇게 책장과 함께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