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팍팍하게 메말랐을 때

자비로운 소나기와 함께 오소서.

삶에서 자비가 사라졌을 때, 오소서,

터져나오는 노래를 들고.

 

소란스러운 일이 그 소리를 높여

사방에서 그리고 위에서도 나를 가둘 때

나에게 오소서, 내 침묵의 주여,

그대의 평화와 안식을 가지고 오소서.

 

내 가난한 마음이 웅크리고 앉아 있을 때,

구석에 갇혀 있을 때, 문을 부수어 여소서,

나의 왕이여, 왕답게 장엄하게 오소서.

 

욕망이 미망과 먼지로 내 마음을 더럽힐 때,

오 그대, 거룩한 이여, 늘 깨어 있는 이여,

그대의 빛, 그대의 천둥과 함께 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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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래는 스스로의 장식을 벗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의상과 치장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장식품들은 우리의 결합을 손상케 할 것이며,

나와 님 사이를 벌려 놓을 것입니다.

그 짤랑거림은 님의 속삭임을 지우고 말 겁니다.

님을 뵈올 때면 시인으로서의 허영은 부끄러워 꼬리를 감춥니다.

오, 최고의 시인이시여!

나는 님의 발치에 앉아 있습니다.

오직 내 삶을 단순하고 똑바르게 가꾸도록 해주소서.

음악으로 님이 채울 갈피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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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뿔을 갖고도 한번도 쓴 일이 없다

외양간에서 논밭까지 고삐에 매여서 그는

뚜벅뚜벅 평생을 그곳만을 오고 간다

때로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보면서도

저쪽에 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는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쟁기를 끌면서도 주인이 명령하는 대로

이려 하면 가고 워워 하면 서면 된다

콩깍지 여물에 배가 부르면

큰 눈을 꿈벅이며 식식 새김질을 할 뿐이다

 

도살장 앞에서 죽음을 예감하고

두어 방울 눈물을 떨구기도 하지만 이내

살과 가죽이 분리되어 한쪽은 식탁에 오르고

다른 쪽은 구두가 될 것을 그는 모른다

사나운 뿔은 아무렇게나 쓰레기 통에 버려질 것이다.

 

 

 

'과연 우리들의 뿔은 무엇인가? 아니 나의 뿔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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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녀들은 당신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그들은 생명의 아들이고 딸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통하여 왔지만

당신에게서 온 것이 아닙니다

또한 당신과 함께 있으나 당신의 것은 아닙니다

그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으나 생각을 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의 생각이 있으니까요

당신은 그들의 몸을 가둘 수는 있어도 마음을 가둘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음은 미래의 집에 거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으로서는 꿈속에서조차도 방문할 수 없는 그런 곳에 말입니다

당신은 그들처럼 되고자 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는 마십시오

왜냐하면 인생은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며 어제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 칼릴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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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발은 물고기를 잡기 위한 것이다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은 버려야 한다

올가미는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다

토끼를 잡으면 올가미를 버려야 한다

우리 인간의 말이라는 것은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그 뜻을 잡으면 말은 버려야 한다

말을 버릴 줄 아는 사람

나는 언제 그런 사람과 더불어 말을 해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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