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패닉(Panic)
 

내 바다 속에는 깊은 슬픔과
헛된 고민들 회오리치네

그 바다 위에선 불어닥치는
세상의 추위 맘을 얼게해

때론 홀로 울기도 지칠 때
두 눈 감고 짐짓 잠이 들면
나의 바다 그 고요한 곳에
무겁게 내려가 나를 바라보네

난 이리 어리석은가 한 치도 자라지 않았나
그 어린 날의 웃음을 잃어만 갔던가

초라한 나의 세상에 폐허로 남은 추억들도
나 버릴 수는 없었던 내 삶의 일분가


'나 어릴 적 끝도 없이 가다
지쳐버려 무릎 꿇어버린 바다
옛날 너무나도 고운 모래 파다
이젠 모래위에 깊은 상처 하나
행복하고 사랑했던 그대와 나
생각만으로 웃음짓던 꿈도 많아
그런 모든 것들 저 큰 파도에 몸을 맡겨
어딘가 가더니 이젠 돌아오지 않아

바다 앞에 내 자신이 너무 작아
흐르는 눈물 두손 주먹쥐고 닦아
많은 꿈을 꾸었는데 이젠 차마
날 보기가 두려워서 그냥 참아
그때 내가 바라보던 것들 아마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눈을 감아
나의 낡은 서랍속의 깊은 바다
이젠 두눈 감고 다시 한번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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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너머

저편에

아무것도 없다

 

가야 한다

나그네는 가는 것

길에서 죽는 것

 

길 너머

저편에

고향없다

 

내 고향은

끝없는 하얀 길

 

길가에 한 송이

씀바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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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뒤늦게

나무를 사랑하는 건

 

깨달아서가 아니다

외로워서다

 

외로움은 병

 

병은

병균을 보는 현미경

 

오해였다

 

내가 뒤늦게

당신을 사랑하는 건

 

외로워서가 아니다

깨달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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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가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박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긇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지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신경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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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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