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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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무게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도 내 삶에 드리워진 역사의 무게를 느끼며 살아가던 날들의 기억이 있었다. 물론, 지금이라고 해서 전혀 없는 것이 아니지만... 또한 나의 삶에 드리워진 많은 사람들의 삶의 중력이 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을 함께 해나갈 한 여자의 무게도 있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도 무게감이 있는.

사실,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존재의 가벼움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존재의 무거움에서 벗어나고픈 그런 욕망을 또한 갈망할 것이다. 토마스와 같은 삶의 가벼움과 그가 버린 아내와 그의 자식은 테레사를 만나게 해 주었지만 그녀가 가진 존재의 벅찬 무거움은 그의 인생을 180도 바꾸어 버린다. 그는 그녀에게서 자꾸만 자유로우려 하면서 존재의 가벼움을 추구하지만 결국 가장 무거운 사슬에 묶여버린다. 테레사는 전형적인 존재의 무거움을 대변하지만 그녀의 삶은 결국 무거움으로 인해 또 다른 허무를 체감한다.

어쩌면 무거움과 가벼움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어쩌면 공존할 수 밖에 없으며 또한 그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밖에 아닐런지도 모른다. 서로 양립할 수 없을 정도로 보이는 이 두 가지의 요소, 무거움과 가벼움은 사실 서로에게 기대고 의존하며 서로의 모습에서 각자를 비추어보는 거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가벼운 사랑은 무거운 사랑을 만나고 무거운 사랑은 필연적으로 가벼운 사랑과 만나게 되는 것처럼.... 프란츠와 사비나의 만남처럼.... 비록 서로 양립불가능한 무거움과 가벼움은 서로를 이해시키지 못하고 그것은 남녀간의 성적 문제에서 영혼과 육체의 분리로 나타나고 물과 기름의 존재로 쿤데라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지만.... 무거움은 가벼움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역겨움과 미움을 드러내지만 결국은 화해할 수 밖에 없고 결국은 그것이 종이의 양면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종이를 자르는 것은 가위의 양날이듯이.....무거움과 가벼움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각자가 가진 의미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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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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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 바다에 위치한 갯벌을 메워 만든 괭이부리말, 그곳은 한국 경제 개발에서 소외된 민중들의 삶이 역동적으로 살아있는 공간이다. 덕지덕지 붙은 가건물들과 포장되지 않은 도로, 그곳에서 가진 것 없이 살아가는 민중들과 그 가족들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상처받고 외로운, 하지만 웃음과 사랑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그 누구로부터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이 세상과 사람에 대해 가지게 되는 닫힌 벽들과 그 벽들이 웃음과 사랑으로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아이들 사이에 오가는 열린 마음과 정,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는 기어코 나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였다.

괭이부리말에서 유년기와 초등학교를 보낸 김 명희 선생은 자신이 그 곳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아주 부끄러워하며 대학을 마친 후 받은 첫 발령지인 괭이부리말을 무척 운이 없다는 듯이 받아들였고, 잊어버리고 싶었고 그래서 별다른 기대없이 빨리 3년이 흘러 이 곳을 벗어나기만을 바라였다. 하지만 반 아이인 숙자와 쌍둥이 숙희, 초등학교 동기생 영호를 통해 알게 된 동수와 동준이 형제, 명환이를 알게 되면서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게 되었고 또한 그들의 순수함과 사랑을 보게 되면서 마음이 열린다.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열리게 되었고 자신의 교육관이 바뀌게 되었으며, 결국은 그토록 떠나고 싶어하던 이 괭이부리말에 방을 얻어 들어오면서 그들과의 더욱 친밀한 만남을 이루게 된다.

비록 가진 것이 없고 먹을 것이 충분하지 못해도, 인생을 통해 세상에서 얻은 것이라곤 상처와 배고픔과 버림밖에 받은 것이 없지만,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그들이 나누는 사랑은 비록 크고 편안한 집, 맛나고 비싼 음식들, 좋고 비싼 옷들이 없어도 그들만이 나누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 그들을 웃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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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달라이 라마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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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의 삶은 행복한가?' 일상 생활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을 것이다. '과연 나의 일상은 즐거우며, 나의 하루하루 생활은 행복과 사랑으로 충만해 있는가?'하고 말이다. 책을 읽고 또 관심이 가는 책의 한 페이지를 넘기며 내가 지금 행복하고 좋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그것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 동기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나의 삶의 가치이자 내가 책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삶의 목표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이 나에게 제시해주는 것 역시 다름 아니다. 우리는 과연 행복을 향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비록 나의 삶이 종교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나는 행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의 삶의 방향을 맞추고 나아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여러 가지 고통과 괴로움은 사실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그런 일과 사건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고통을 극복하고 행복에 이르는 방법으로 그는 세 가지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우선 배우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고통과 그것을 대하는 방식에서의 우리의 마음을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선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배우기 힘이 들면 책을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확신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확신은 필연적으로 그 사람을 행동으로 이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전제 조건으로 배움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내겐 들었다. 진실로 알지 못하면 진실로 행하지 못하는 법이며, 모든 행동의 출발점은 바른 인식으로부터 출발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것이 진정으로 나에게 해가 됨을 깨우친다면 그런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 시각에서 사랑과 자비와 용서와 관용의 마음을 길러 가는 것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나 또한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깨우침을 깊이 가지기 위해서 우리는 읽고 배우고 생각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책은 진정한 행복이 외부에서 주어진 물질적 풍요로움이나 쾌락의 추구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진정한 행복은 자신의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그것을 깊이 깨우치지 못한다면 결국 자신은 현상적이고 물질적인 여러 변수들에 의해 고통받고 불행해질 것이므로 변함없는 행복함을 누리기 위해선 누구나가 자신의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반드시 종교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은 나같은 비 종교인도 마음의 성찰을 통해 행복이라는 목표에 다다를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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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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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삶에 무료해진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구분되는가? 나를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한가?' 하고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은 아마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쉽게 손에 잡힐 것이다.

한 이혼 여성이 있다. 그는 자신의 일과 자신의 새로운 사랑을 모두 얻은 성공한 직장 여성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내부의 문제점은 있다. 그는 모든 남성들에 대한 성적욕구를 자유롭게 충족하고 싶어 하고 동시에 그의 나이어린 남편이 자신을 떠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는 항상 불안함과 두려움의 꿈을 꾸고 그것은 그녀가 욕망하는 극단적인 모습의 뒤집힌 얼굴을 하고 있다. 세상 모든 남자들을 향한 자유로운 성적 욕망 충족이 꿈속에서는 항상 비극적인 모습으로 성적유린을 당하며 그녀에게서 욕망의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꿈은 더욱 확장되어 나중에는 그것이 현실인지 꿈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은 단지 그의 욕망이요 이기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그의 욕망에 의해 자신의 아름다운 과거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그려나간다는 것이다. 그녀에게서 일어난 모든 이야기는 한바탕의 꿈일 수도 있고, 아니면 꿈과 현실이 뒤섞인 모습일수도 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어디든 그것은 어쩌면 중요한 문제가 아닐런지 모른다. 오히려 작가는 우리에게 현실이 참된 삶이냐, 꿈이 참된 삶이냐 하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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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다른 곳에 - 교양선집 16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198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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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은 과연 진정한 나의 삶인가? 혹시 나의 진정한 생은 다른 곳에 있지는 않는가? 나는 피상적이고도 끼워맞춘 나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한 명의 배우가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가끔은 나의 일상적인 삶에서 내 스스로에게 던져진다. 이런 나의 모습에서 이 책의 제목은 그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더구나 그 저자가 '농담'이라는 책을 쓴 쿤데라였다니.....

이 책은 야로밀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기와 그가 시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상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체코에서의 사회주의 혁명과 그 속에서의 인간이 드러내는 인간성의 본질들에 대해 저자는 아주 특이한 필치로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이라고 하는 것의 본질들과 그 사랑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는 허무주의적이고도 냉소적인 관점으로 사건을 전개시켜가고 있으며 그 사건의 전개는 또한 위대한 시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시에 대한 그들의 통찰과 우연히도 연관되면서 묘한 오버랩의 기법으로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한다.

소년 야로밀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과 그 서정성은 시인으로서의 출발을 예고하였지만 또한 그 어머니의 과잉보호의 자세와 그 유아적 감상주의에서 그는 탈출하고자 한다. 그로부터 벗어나려 하면서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려고 몸부림치는 어린 시인과 그의 사랑과 그의 이기심과 욕망....사랑의 본질적인 이기심과 욕망과 허무함이 시와 자존심과 명예욕이 결국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불러오고 그 사건은 결국 시인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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