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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적인 삶에 무료해진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구분되는가? 나를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한가?' 하고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은 아마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쉽게 손에 잡힐 것이다.
한 이혼 여성이 있다. 그는 자신의 일과 자신의 새로운 사랑을 모두 얻은 성공한 직장 여성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내부의 문제점은 있다. 그는 모든 남성들에 대한 성적욕구를 자유롭게 충족하고 싶어 하고 동시에 그의 나이어린 남편이 자신을 떠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는 항상 불안함과 두려움의 꿈을 꾸고 그것은 그녀가 욕망하는 극단적인 모습의 뒤집힌 얼굴을 하고 있다. 세상 모든 남자들을 향한 자유로운 성적 욕망 충족이 꿈속에서는 항상 비극적인 모습으로 성적유린을 당하며 그녀에게서 욕망의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꿈은 더욱 확장되어 나중에는 그것이 현실인지 꿈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은 단지 그의 욕망이요 이기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그의 욕망에 의해 자신의 아름다운 과거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그려나간다는 것이다. 그녀에게서 일어난 모든 이야기는 한바탕의 꿈일 수도 있고, 아니면 꿈과 현실이 뒤섞인 모습일수도 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어디든 그것은 어쩌면 중요한 문제가 아닐런지 모른다. 오히려 작가는 우리에게 현실이 참된 삶이냐, 꿈이 참된 삶이냐 하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