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은 다른 곳에 - 교양선집 16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198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은 과연 진정한 나의 삶인가? 혹시 나의 진정한 생은 다른 곳에 있지는 않는가? 나는 피상적이고도 끼워맞춘 나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한 명의 배우가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가끔은 나의 일상적인 삶에서 내 스스로에게 던져진다. 이런 나의 모습에서 이 책의 제목은 그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더구나 그 저자가 '농담'이라는 책을 쓴 쿤데라였다니.....

이 책은 야로밀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기와 그가 시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상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체코에서의 사회주의 혁명과 그 속에서의 인간이 드러내는 인간성의 본질들에 대해 저자는 아주 특이한 필치로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이라고 하는 것의 본질들과 그 사랑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는 허무주의적이고도 냉소적인 관점으로 사건을 전개시켜가고 있으며 그 사건의 전개는 또한 위대한 시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시에 대한 그들의 통찰과 우연히도 연관되면서 묘한 오버랩의 기법으로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한다.

소년 야로밀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과 그 서정성은 시인으로서의 출발을 예고하였지만 또한 그 어머니의 과잉보호의 자세와 그 유아적 감상주의에서 그는 탈출하고자 한다. 그로부터 벗어나려 하면서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려고 몸부림치는 어린 시인과 그의 사랑과 그의 이기심과 욕망....사랑의 본질적인 이기심과 욕망과 허무함이 시와 자존심과 명예욕이 결국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불러오고 그 사건은 결국 시인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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