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 - 깨달음의 노래, 이현주 시집
이아무개 (이현주) 지음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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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주 목사님의 이 시들은 그가 사물과 나눈 진실한 대화를 글로 옮겨놓은 것들이다. 그가 나눈 사물과의 대화 속에는 사물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으며 그 사물이 가진 여러 속성을 세상의 가장 아름답고 진솔한 언어로 표현하였다. 때로는 너무나도 솔직한 표현이 우리들의 밖으로 드러내기 꺼리는 그런 면들조차도 그의 마음의 눈을 거쳐 아름다움으로 변해 있을 때면 나는 그의 언어의 나라 속으로 깊숙히 몰입되고 있다.

어느 시인의 글이 아름답지 아니하고 어느 예술가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 훌륭하지 않겠는가마는 그의 마음의 눈을 거친 사물들은 지극히 우리들의 일상에서 쉽게 눈에 띄고 보이는 것들이며 따라서 그가 그의 일상과 생활에서 마주치는 사물과 자연에 얼마나 깊이 몰입하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같은 세상을 보아도 그 미추가 다르며 선악이 다르고 아름다움의 깊이가 다르다고 했다.

그의 눈은 그가 얼마나 맑고 투명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의 글을 읽다가 보면 일상의 생활의 한자락을 따라가다가도 그 깊은 사물의 본질과 그 현상적인 모습 너머에 자리한 존재의 깊은 면들과도 맞닥뜨리게 된다. 시인이되 목사이고 또한 수행자의 글을 대하는 것처럼 그의 글의 의미를 따라가면서 나는 이미 맑고 투명한 마음으로 가슴그윽히 피어오르는 삶의 기쁨을 접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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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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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언어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오래전부터 서부 히말라야 고원의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고원인 라다크에서 생활하며 서구의 물질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게 된다. '작은 티벳'이라고 불리우는 이 곳에서 그는 근대화 이전의 전통적인 사회의 문화와 생활이 주는 사회적, 심리적 안정감과 삶의 기쁨에서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오염되고 공동체의 파괴와 해체를 경험하고 있는 서구 사회의 작동원리에 대해 원칙적인 회의와 의문을 갖게 된다. '우리 사회는 과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회인가?' '우리 사회의 일과 노동은 과연 행복한 것인가?' 과로와 스트레스에 지쳐 생명의 뿌리를 조금씩 잘려가는 우리들의 삶에서 과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책이다. 오래된 미래.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라다크의 전통적인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둘째는 이러한 전통사회에 불어닥친 서구화의 물결과 그로 인한 사회의 변화이다. 셋째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과정을 거치며 저자가 진보의 본질을 깊숙히 파헤치며 내린 정말로 값진 교훈들이다.

전통사회에서 라다크는 비록 물질적인 풍요로움이나 땅과 자연물에 대한 소유관념은 없었으나 구성원들의 자급자족에 의해 운영되는 의식주생활과 자신이 공동체의 일부이며 따라서 공동체의 유지와 보존에 대해 갖는 깊은 애착이 있었다. 또한 풍요롭지는 않았으나 가족구성원간에 공동체 구성원간에 애정과 신뢰와 존중이 존재하였으며 이러한 자비와 사랑이 개인들간의 사소한 갈등을 조화롭게 중재하였으며, 자신들 또한 이러한 공동체로부터 어떠한 억압과 착취도 받지 않았다. 그들의 삶은 작은 노동과 많은 삶의 여유를 향유하였으며 진정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서구화의 물결이 거세게 휘몰아치면서 젊은 세대부터 바뀐 의식의 변화는 라다크인들의 생활을 엄청나고 급격하게 변화시켜버렸다. 자신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부끄러움을 가지게 되었으며 편안한 물질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그들은 편안함을 추구하며 서구화에 편승해갔다. 그러면서 라다크의 경제는 외부경제에 더욱 의존성이 심화되었고 공동체는 점차 해체되어가는 과정을 밟게 되었다. 가족의 일부 구성원들은 도시로 돈을 벌러 가야 했으며 돈이라는 목표로 인하여 가족간의 교류는 더욱 드물어졌으며 공동체의 아름다운 미덕과 타인에 대한 자비와 사랑은 돈이라는 목표로 인해 사라져갔다. 더더욱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스스로 행복함을 느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저자는 이러한 서구의 물질문화가 가진 편리함과 풍요로움 속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 본성을 파괴하는 악마적 요소를 보았으며, 짧은 인류의 역사에서 급속하게 이루어진 과학기술이 오랜 전통속에 쌓여 온 인류의 지혜보다 우월하지 못함을 보았다. 더욱이 제 3세계에서의 무분별한 서구화의 추종은 인간의 삶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고 있음을 그는 지적한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추세 속에서 좌절만 하고 있지는 않는다. 그는 환경을 보호하고 전통적 사회의 미덕을 지키고 물질문명에 대응하기 위한 모임을 만들고 라다크 사람들로 하여금 물질문명에 맞서는 자생력을 내부로부터 심어 주고 있었다. 그는 서구화에 의한 원시사회의 개발이란 명분을 반대하며 '반개발'과 '적정기술'로서 일방적인 서구문명의 세계화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제기와 전통적 지혜에 근거한 대안을 우리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에게 과연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물음을 던질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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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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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루게릭 병에 걸려 시한부생명을 살고 있는 모리 슈워츠 교수와 대학시절 그 교수에게 수학하고 난 후 기자 생활을 하고 있으며 세상에 물들어 삶에 지친 인생을 살아가는 그의 제자와의 면담을 담아낸 것이다. 모리 교수는 발에서부터 천천히 몸이 마비되어가고 마비현상이 폐에까지 올라오면 죽음을 맞아야 하는 운명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삶의 고통과 고뇌를 들어주고 그 문제점에 좋은 마음의 위안을 주면서 남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죽음에 대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이미 자신은 그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 그리하여 삶도 새로운 의미로 살아갈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이러한 삶의 모습은 늘 죽음을 피하려고만 하고 죽음은 마치 남의 일인것처럼 생각하며 삶의 강렬한 의욕과 욕망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소유욕과 이기심으로 인해 가지게 되는 인생의 고통에 좌절하고마는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라고 하는 시인 오든의 말처럼 그는 세상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남은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 자신 또한 많은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의 생활을 유지해가고 있다. 먹을 것과 경제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거동의 어려움을 도와주고 밥도 먹여주고 심지어는 오줌도 누도록 통도 받쳐주는 그의 마지막 삶에서 그는 다시 아기로 돌아가 자신이 세상에 쏟아낸 많은 사랑들을 또 다른 모습으로 돌려받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의 묵묵한 성격과 애정표현의 부재를 경험하고 자신은 자상하고 늘 안고 입맞춤을 아이들에게 베풀고 받아들였으며 아내의 독자성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였으며 이러한 그의 마음이 가족을 그렇게도 사랑스러운 공동체로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그 자신의 어려웠던 유년시절의 기억으로부터 부모님의 사랑의 부재와 부족을 자신의 넘치는 사랑으로 메워내었으며 자신이 겪었던 노동자생활의 경험으로부터 남을 착취하는 삶은 절대로 살지 않겠다는 결심이 그를 학문의 길로 인도했다. 그가 가르쳤던 많은 제자들이 죽음을 앞둔 그를 찾아와 진심으로 그를 돌봐주었다. 그가 투병생활을 통해 얻은 새로운 삶에 대한 깨우침의 말들이 미치의 글을 통해 우리들에게 오래도록 남아 교훈이 되고 있는 것은 그 자신이 바로 그러한 삶을 몸소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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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 (양장)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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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을 공부하는 내게 한 수학도의 인생이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하고 내심 의문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역시 배움과 깨우침의 길은 인생 그 어느 영역에서도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3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책읽기가 보다 편안해지고 폭넓어진 한 만학도의 배움의 길에 좋은 지침이 되어주었다.

저자는 자신의 수학에 대한 능력을 평범한 사람의 것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그는 학문의 길에서 만난 많은 천재들을 접하면서도 '그들은 천재이고 난 평범한 사람이니까'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는 천재들이 노력한 두배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마음의 준비를 항상 갖고 있으며, 그 의지와 끈기는 결국 여느 천재들이 받아보지 못한 수학의 노벨상인 필드상의 수상 영예를 그에게 안겨 준다. 무한 급수의 유한 급수로의 해소에 관한 연구로 2년간 매달리다 프랑스의 한 젊은 학자에 의해 좌절한 사실과 그 좌절 속에서의 자기 편견의 극복과 소박한 마음으로의 회귀, 그것은 더욱 큰 도약을 위한 반석으로 자리매김 된다.

그의 일생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내가 가장 크게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바로 소심심고(素心深考)의 미덕이다. 비록 그 자신이 인정하듯 그는 천재는 아니었지만 천재들의 천복을 능가하는 끈기와 노력과 소심심고의 미덕이 바로 우리에게 더욱 큰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그런 자세는 일상의 모든 사람과 모든 일에서(비록 그것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교훈을 가질수 있는 그의 특별한 능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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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문학사상 세계문학 4
밀란 쿤데라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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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문학에도 이렇게 훌륭한 문인들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농담은 어처구니없게도 역사의 흐름이나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들과 사건들이 가벼운 농담에 의해 바뀌어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드빅 얀이라고 하는 이 글의 주된 관점의 소유자인 그의 삶은 여자친구를 가볍게 놀리기 위해 사용하는 트로츠키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그의 일생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는 농담때문에 뒤바뀌어 버린 그의 비극적 일생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을 단죄한 제마넥이라는 자에 대한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그 영원한 기억은 교정되어 거짓된 믿음으로 판명되고 그는 복수의 대상을 잃어버리며 허무해하게 된다. 어처구니없게도 한편의 농담처럼 모든 것이 다 허무해져버리고 일생을 꿈꾸었던 바램들이 가벼운 농담처럼 그 누구도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과정도 독특하다. 여러명의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물과 현상과 사건에 대한 관점의 차이와 대비를 통해 우리는 한 역사적 사건과 인간간의 관계 그리고 사랑에 대한 서로 어긋난 실상을 접하게 되고 이러한 여러 가지 어긋난 관점들은 우연스럽게 하지만 역사적 필연과 나란히 구성된 현실에서 가볍게 농담처럼 지나가 버린다. 글 중의 나인 루드빅과 루찌에는 똑같은 사랑에 대한 상처와 인생의 시련을 가지고 있으나 그 아픔과 사랑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는 서로에게 또 다른 아픔만을 남기고 과거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것은 이후에 헬레나와의 사랑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사랑에 대한 어긋난 기대와 그 속에 도사린 복수와 그 사랑의 방식은 결국 하나의 가벼운 농담처럼 시간에 의해 아물고 아무렇지도 않게 변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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