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문학사상 세계문학 4
밀란 쿤데라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4월
평점 :
절판


체코문학에도 이렇게 훌륭한 문인들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농담은 어처구니없게도 역사의 흐름이나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들과 사건들이 가벼운 농담에 의해 바뀌어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드빅 얀이라고 하는 이 글의 주된 관점의 소유자인 그의 삶은 여자친구를 가볍게 놀리기 위해 사용하는 트로츠키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그의 일생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는 농담때문에 뒤바뀌어 버린 그의 비극적 일생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을 단죄한 제마넥이라는 자에 대한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그 영원한 기억은 교정되어 거짓된 믿음으로 판명되고 그는 복수의 대상을 잃어버리며 허무해하게 된다. 어처구니없게도 한편의 농담처럼 모든 것이 다 허무해져버리고 일생을 꿈꾸었던 바램들이 가벼운 농담처럼 그 누구도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과정도 독특하다. 여러명의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물과 현상과 사건에 대한 관점의 차이와 대비를 통해 우리는 한 역사적 사건과 인간간의 관계 그리고 사랑에 대한 서로 어긋난 실상을 접하게 되고 이러한 여러 가지 어긋난 관점들은 우연스럽게 하지만 역사적 필연과 나란히 구성된 현실에서 가볍게 농담처럼 지나가 버린다. 글 중의 나인 루드빅과 루찌에는 똑같은 사랑에 대한 상처와 인생의 시련을 가지고 있으나 그 아픔과 사랑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는 서로에게 또 다른 아픔만을 남기고 과거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것은 이후에 헬레나와의 사랑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사랑에 대한 어긋난 기대와 그 속에 도사린 복수와 그 사랑의 방식은 결국 하나의 가벼운 농담처럼 시간에 의해 아물고 아무렇지도 않게 변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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