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로봇의 별 1~3  

'전 3권 세트' 상품이 있는데도 굳이 이렇게 세 권을 늘어놓은 것은 나름대로 이 작품에 예의를 갖추느라고 그런 거다. 벌써 여러 번 말했지만 이현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번 <로봇의 별>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 생각해봤다. 나는 왜 그녀를 좋아하는가. 그녀의 심장이 뜨겁기 때문이다.  

그 모양도 귀여운 동그란 청소기로 우리 일상에도 출현하기 시작한 로봇들은 백 년 뒤 어떤 모습일까? 벌써 도를 넘어 선 양극화 현상이 백 년 뒤면 어떻게 될까? 아니, 더 좁혀서, 무상급식이 번번이 좌절되어 아이들이 먹을것에서부터 차별을 받기 시작한다면 백 년 뒤에, 어떻게 될까? 국경과 국적은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 오로지 '책임지수'(실질적으로는 재산)로 계급이 나뉜 사회에서 로봇과 인간 / 인간과 인간의 대립은 극단적이고 암울하다, 그러나, 현실감 있다. 손으로 가꾼 채소와 직접 기른 가축으로 만든 '진짜' 음식은 일부 사람들만 먹을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은 병원, 군대, 경찰, 국가의 보호 밖에 있다. 이것이 과연, "SF"일까? (슬프구나.) 형식적인 면에서도 이현은 이른바 장르동화의 벽을 가볍게 넘어버렸다. 작가가 보고 겪고 들려주는듯 실감있게 그려져 독자의 흥미를 자아내는 신기한 미래 사회, 목표를 향해 쭉쭉 뻗어가는 시원한 줄거리, 목소리가 들리는 듯 활기찬 캐릭터, 무엇보다 갑갑한 지구 따위를 벗어나 우주로 내달리는 상상력이 속 시원하다. 신기한 것은, 그토록 암울한 미래인데 이상하게(정말 이상하게) 희망적이라는 거다. 읽어야 알 수 있다. 어린이한테 어떻게 3권이나? 힌트를 주자면, 3권이 제일 재밌다.  

*

  

하라 유타카, 쾌걸 조로리 씨리즈  

그러니까, 세상에 웃기는 것보다 좋은 게 있을까? 정말 너무 너무 웃기는 책이다. 주변에 책을 안 좋아해서 걱정인 어린이가 있다면 주저 말고 이 책을 권하시길. "하늘에 계신 엄마, 지켜봐주세요. 장난의 왕이 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어요"를 노래하며 못된 짓을 일삼기 위해 장난 수련을 떠난 조로리의 멍청하고 귀여운 장난담이다. '장난 노트'(각종 장난거리를 제공한다) 등 별책부록도 귀엽기 그지없는데, 부록만 본다면 3편이 제일 좋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스티커를 되게 많이 준다. 아아, 이렇게 박력있게 웃기는 책, 우리나라에도 좀 나와다오.   

 

필 베인스, 펭귄북디자인(1935-2005)  

알 만한 분들은 다 아실 책이지만...  

그림을 공부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림을 (약간 무조건) 많이 보는 것이라고 들었다. 특별히 예민한 사람이라서 남의 감각에 내 감각이 잠식되는 사람만 아니라면, 이렇게 멋진 표지들을 자꾸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로 요즘 한번씩 들추어보는 책. 제목으로 짐작되는 책의 내용과 표지 컨셉의 절묘한 결합을 보고 있노라면 남들은 머리에 뭘 넣고 있나 새삼 감탄하게 된다. (뭐래?) 아무튼 펭귄이라니, 이 세상에 무슨무슨 책이 있나 보는 재미만도 쏠쏠해라.  

 

Jason Mraz, Mr. A-Z /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무언가 구입하는 데 있어 투자가치가 제일 높은 물건이 뭘까, 역시 음반이 아닐까 하고 오늘 아침에 또 생각했다. <Mr. A-Z>는 몇 해 전에 사서 물리도록 들었던 앨범인데, 한동안 사정이 있어서 듣지 못했더랬다. 사실은 그래서 괜히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가 발매되고도 모른척하고 있었는데, 다락님한테 물어봤더니 막 좋다고 그래서 에라 하고 사서 들었다. 그랬더니 세상에, 그래그래 제이슨 너는 참 노래를 잘하지, 하고 퍼뜩 정신이 드는 거다. 큰맘먹고 다시 찾은 <Mr. A-Z>. 'Geek in the Pink'가 세상에, 얼마나 좋은지 아침 출근길에만 세 번을 다시 들었다. 몇 년이 지나서 들어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곡이 있다면 투자할 만하지 않은가. 책 버리기는 쉬워도 (응?) 음반 버리기 어려운 게 다 그래서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어요. 얼른 다 읽고 리뷰 쓸래요. 누구, 같이 읽으실 분?  :)

 

 호사카 가즈시, 계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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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5-18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이여자, 이상한 방식으로 책 사게 하네.
내가 읽을게요, 내가 읽을게요. 나 지금 땡스투 눌렀어요. 계절의 기억, 이라니. 제목 참 예쁘잖아요! 내가 읽을게요. 읽을책이 줄을 서 있지만 내가 네꼬님하고 같이 읽을게요. 그러니 이 책 읽으면서 외로워하거나 쓸쓸해하지 말아요. 내가 읽는다고 생각하고.

지르러 갑니다. 슝슝-

이매지 2010-05-18 17:46   좋아요 0 | URL
엇, 다락방님 일 년 간 책 구입 금지였는데! ㅎㅎㅎ
저도 <계절의 기억> 쌓아두고 있었는데 읽을께요 ㅎㅎㅎ

다락방 2010-05-18 20:12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ㅎㅎㅎㅎㅎ
지르려고 했는데 22일 배송이더라구요. 그래서 안질렀어요. 너무 늦어, 그때쯤이면 네꼬님은 다 읽으실거야, 이러면서요. 그런데 또 아쉬워서 다시 질러줄까 뭐 이러고 있어요. 그런데 이왕 지를거면 다른 책도 같이 지를까...아, 이매지님. 제가 한 모든 말들은 잊어주세요. ( '')

네꼬 2010-05-22 10:47   좋아요 0 | URL
다락님. <계절의 기억>은 따뜻하고 다정한 소설이니까 외롭거나 쓸쓸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누군가랑 같이 읽어가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말 없이 걸어도,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산책이 더 좋으니까요.

이매지님. 쌓아두고 있었다니, 이매지님은 안 사도 읽을 수 있는 거죠? ㅎㅎ

또 다락님. "제가 한 모든 말들은 잊어주세요"가 왤케 웃긴지. 하하하.

무해한모리군 2010-05-1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손들어야 하는 분위기인거? ㅎ
비와서 좋은 아침이예요 네꼬님

네꼬 2010-05-22 10:43   좋아요 0 | URL
비가 무지 많이 왔죠, 그날? (^^) 휘모리님, 오래간만!

웽스북스 2010-05-1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난의 왕이래. 아. 마음에 들어요.
저도 장난이 왕이 되고싶어요.

네꼬 2010-05-22 10:43   좋아요 0 | URL
웬디님은 이미... (응?)
장난의 왕 조로리가 일삼는 나쁜짓들, 웬디님 보면 좋아서 기절할지도.

nada 2010-05-1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비 종일 내리려고 작정했나 봐요.
젠젠젠젠 젠장!!!
때는 봄이 한창인데 저는 <대설주의보>를 읽고 있어요.
근데 별 감흥이 없으요. 내 20대의 윤대녕은 다시 오지 않나 봐요.ㅠ.ㅠ
아무튼 제목 참 좋다. 계절의 기억이라니. :)

네꼬 2010-05-22 10:44   좋아요 0 | URL
아아, 나도 그런 거 있어요. 다시 오지 않는 소설가들, 시인들.. ㅠㅠ
<계절의 기억>은 제목도 좋고 등장인물들도 좋고 이야기도 좋아요.
내가 얼른 읽고 빌려줄까요? (응?)

레와 2010-05-1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여기도 비와요. ^^

네꼬 2010-05-22 10:45   좋아요 0 | URL
으아, 그때 비오는 거 봤어야 되는데! (^^)

마노아 2010-05-18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유쾌하고 따뜻해요. 네꼬님은 파파 할머니가 되어도 문학소녀일 것 같아요.^^

네꼬 2010-05-22 10:45   좋아요 0 | URL
아아, 파파할머니되기 전에 한번이라도 문학소녀가 되어 봐야 될 텐데요! (마노아님의 이 긍정적이 오해, 언제까지나 계속되시라!)

희망찬샘 2010-05-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봇의 별~ 저는 2권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어요. 책 좋아하는 아이에게 빌려 주니 "완전 재밌어요."합니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바짝 붙어서 끼어드는 차 때문에 아침부터 눈에서 레이저가 나왔다. 그런 차는 타이어를 빼서 물어뜯고 싶다. 오늘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어젯밤에 내가 얼마나 멍청한지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예는 아니지만, 서프라이즈 파티에서 다른 사람을 주인공으로 착각하고 불을 켜버린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주인공은 다섯 걸음 뒤에서 이걸 보고 있었네.) 나라는 사람은 왜 이렇게 허술한지, 너무 한심스럽다. 거기다가 아침엔..... (눈물이 앞을 가려 생략.)

*

엄마는 식당일을 하다 팁으로 받은 잔돈들을
나는 그 옆에서 거들고 주인 아주머니께 받는 돈의 절반을
할머니는 장을 싸게 보고 남은 돈을 유리병에 넣는다.
엄마가 받은 팁은 꽤 많은 날도 있고 아주 조금밖에 없는 날도 있다.
아무튼 매일저녁 반짝이는 동전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유리병 속으로 들어간다. 그건 의자를 사기 위해서다.
엄마가 온종일 일해 지친 다리를 쉴 수 있는 의자.


"그래요, 의자요. 멋있고, 아름답고, 푹신하고, 아늑한 안락 의자 말이에요.
우린 벨벳 바탕에 장미꽃 무늬가 가득한 의자를 사려고 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의자를요." 

-베라 B. 윌리엄스, 『엄마의 의자』 중에서 

 
따뜻하다, 사랑스럽다, 눈물이 핑 돈다, 소중하다...
너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어려운 법인데
나에게 이 그림책이 그런 것 중 하나다.
오늘 아침 다시 꺼내보고 위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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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무슨일이야, 무슨일이에요!! 왜그러는건데요!! ㅠㅠ

네꼬 2010-01-19 11:11   좋아요 0 | URL
내가 타이어 물어뜯을 때 운전자 협박은 다락님이 해줘요. ㅠㅠ

하이드 2010-01-1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지, 네꼬, 지지, 타이어 물어뜯지마, 지지!
이걸 우리 말로에 대입시키면,
말로, 지지, 봉지 먹지마, 지지, 말로, 지지!

ㅎ 네꼬님, 아무리 화가나도 타이어 같은거 물어뜯지 말아요, 차라리 그 운전자 머리통을 물어뜯어요.

네꼬 2010-01-19 15:04   좋아요 0 | URL
음.. 그런 차의 운전자라면, 머리통이라고 뭐 꼭 타이어보다 깨끗할까요...? (구체적으로 상상해버린 나.) 말로랑 저랑 일정 부분 비슷한 동지로군요. (응?)

Mephistopheles 2010-01-19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 인생을 보면 이런 장면이 있죠.
이병헌이 차를 몬다. 왠 양아치 호로쌉사구리한 놈팽이 3명이 탄 차가 옆에 나란히 달린다. 클락숀을 울리며 까분다. 담배까지 던진다. 이병헌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악셀을 밟는다. 한강다리에서 그들을 막아선다. 3명 죽도록 패버리고 자동차키 뽑아 한강에 던져 버린다.

여기서 이병헌이 실수한 건 자기 차 번호판을 미리 가렸어야 한다. 입니다.

깜빡이도 안켜고 폭력적인 운전으로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핸들잡은 이들에게 가장 효과만점인 처리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네꼬 2010-01-19 15: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장면 명장면이져. 운전할 때는 풀어둔 재킷 단추를 싸울 때 채우는 이병헌의 단호한 자세가 매력적.... 이면 뭐해요. ㅠㅠ 오늘 아침엔 정말 저도 차에서 내려 한마디 해주고 싶었어요. 아저씨, 깜빡이 잃어버리셨어요? 하고. -_-

Mephistopheles 2010-01-19 20:04   좋아요 0 | URL
"아저씨, 깜빡이 잃어버리셨어요?"(X)]
"아저씨, 뇌세포와 개념이 깜빡깜빡 하시나 봐요?"(O)

(참 좋은 거 가르쳐 준다~~~으흐.)

네꼬 2010-01-19 20:2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런 말 하려면 아무래도 주머니에 껌을 한 통 휴대해야 될 듯. (트렁크에는 가죽잠바 필수.)

치니 2010-01-1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하디 착한 고양이를 누가 이렇게 힘들게 했을까요. 에공. 토닥토닥. 맛있는 거 드세요, 그럼 괜찮아질 거여요.

네꼬 2010-01-19 15:02   좋아요 0 | URL
제가 착하지가 않을 뿐더러, 속상하게 한 것도 저 자신이에요. 어흑. 맛있는 거 먹어야겠어요, 정말. 뭐 먹을까요? 카레? 불고기? 치킨? 딸기? 새우?

레와 2010-01-19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전 핸들을 뽑아서 쿵쾅쿵쾅 밟아 버린 후 강물에 던져버릴께요!!!!

개념 상실한 운전자들은 면허증을 압수해야해욧!!!

네꼬 2010-01-19 15:05   좋아요 0 | URL
어으 맞아요, 맞아. 운전을 못하게 해야 돼. (제 선배 중 누군가는 "언젠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되면 깜빡이 안 켜는 운전자들의 손목을 자르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적이...)

무스탕 2010-01-1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끔 생각해요. 자동차 깜빡이를 아예 옵션으로 판매해서 차 값을 내리는게 어떨까..
어차피 사용하지도 않는거 뭐하러 생산단가만 높이나.. 에혀..
그렇게 무례한 차들을 보면 레이저총을 쏘고싶어요.
(가끔 성직 와락 났을땐 똑같이 보복응징을 하는 무식한 무스탕..;;;)

네꼬 2010-01-19 20:25   좋아요 0 | URL
ㅠㅠ 정말 그래요. 깜빡이를 최대한 안 켜야 운전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나봐요. 오늘 같은 날은 정말 (과격한 표현 쓰자면) 성질이 뻗쳐서 원!

... 2010-01-1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어 빼서 물어뜯는 고양이는 곱게 자란 집고양이가 아닌 길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나 삵의 필이 오는걸요?

네꼬 2010-01-19 20:25   좋아요 0 | URL
어머, 브론테님, 저 원래 배회하는 고양이예요. 아니 제가 어딜 봐서 곱게 자란 집고양이....? (서운할라고 함.)

섬사이 2010-01-20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이 운전할 때, 제가 조수석에 앉는 거예요. 그래서 깜빡이도 안켜고 밀고 들어오는 차가 있으면 창문을 열고 확성기를 입에 대고 소리치는 거죠.
"야!거기!OOXX넘버!!깜빡이도 안켜고 어디다 들이대!!빨리 비켜!!"하고.. 뭐,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심한 말도 해줄 수 있고.
아니면 말이죠, 제가 비둘기들을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길러서, 네꼬님이 매너없이 끼여드는 차량을 신고만 해주시면, 비둘기를 몽땅 보내서 그 차를 비둘기 화장실로 만들어 버리는 거예요. 순식간에 비둘기 응가로 도배해 버리는 거죠.
그러니까, 기다려요. 내가 비둘기를 조종할 수 있을 때까지만!!

네꼬 2010-01-20 09:3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 섬사이님. 하하, 그거 참 좋은 방법이에요. (조수석에 타시는 것보다 비둘기 조종하는 거요.) 그 차를 비둘기 화장실로 만들어버린다니, 아아 생각만해도 개운해요. (개운?) 자자 어서 조종 연습을 시작해주세요. 제가 뭘 지원해드릴까요? 어떻게, 비둘기 모이로 새우깡이라도...?

2010-02-23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0-05-2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ㄴㅔ꼬님 서재는 글보다 댓글이 더 길 때가 많네요. 댓글 읽다가 날 샐라 그래요. (댓글 읽지 말란 말이야!-누군가 그러진 않겠죠?) 잘 지내시지요? 저도 안부차 일촌 순례하는 맘으로 서재 마실 중이에요. 그냥... 흔적 남겨요.
 

요즘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맘에 드는 말을 많이 한다. 며칠 전에는, 아마도 작가가 쓴 글인 듯한데, 설령 지키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결심, 좋은 결심을 자꾸 하는 편이 아무 마음도 안 먹는 것보다는 낫다고 그랬다. 그때그때라도 좋은 쪽의 생각을 하게 되니까. 오늘은 배철수 아저씨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는 걸 되게 바보같다고들 하는데, 사실 사람이니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하는 말로 내 기분을 좋게 했다. 맞다. 실수라는 게 할 만 하니까 하는 건데 또 어디 그게 안 하려고 한다고 안 하게 되나. 함정은 대체로 비슷하고, 걸리는 동물은 늘 걸리게 마련이지. 그런 뜻에서 부끄럽지만 나도 새해 결심을 한번 적어보았다. 대체로 뻔한 것들이지만 뭐 그래도 1월에는 또 새해 결심을 해주어야 제맛.  

가급적 정해진 시간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성실하게 일하자.  

건강에 해로운 것들을 멀리 하자.  

일상을 부지런하게 꾸려가자.  

차는 꼭 필요할 때만 이용하자.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열심히 쓰자.  

물건은 필요할 때, 필요한 것만, 필요한 만큼만 사자. 

좋은 것을 듣고 보고 읽고 냄새 맡고 먹고 생각하자.

정리 정돈을 잘하자.  

이름을 가리고 읽으면 누구의 결심인지 알 수도 없는 뻔한 결심들인데, 이걸 종이에 써서 지갑에 넣자니 기분이 썩 괜찮다. 그래, 매일매일 결심을 새롭게 하는 게 아주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지. 그래도 매일은 좀 그렇고, 한 달에 한 번? 음, 격주로? 음, 월요일마다? 음, 월수금? (결국 이런 식.)  

* 

   
 

용에 대해서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사는 곳도 다양하고 그 모습도 각양각색이지. 그리고 성격도 천차만별이다. 도시에 사는 용도 있고, 농촌에 사는 용도 있고, 해변의 발전소에도 있고, 역 앞의 지하상가에도 산다. 학교, 공장, 상점가, 그리고 사람들의 집에 사는 용도 있어.  

하지만 어떤 용이든 사악하다는 점은 다 똑같지. 단순하고 파괴적인 용, 교활한 용, 언뜻 보면 아름다운데 실은 냉혹한 용도 있지. 커다란 용, 조그만 용, 날개 달린 용, 머리가 좋은 용, 모습이 보이지 않는 용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어. 온갖 장소에 온갖 모습을 한 용이 숨어서 똬리를 틀고 있어." - 오카다 준,『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 35-36면

 
   

계란 프라이에 뿌릴 후추를 사러 가게에 가는 일상적인 일을 무시무시한 용과의 전투로 연결짓다니, 참 대단한 작가다. 특히 연극배우이자 '용을 물리치는 기사'인 제럴드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용과 혈투를 벌일 때 제럴드의 동작을 묘사하는 것만으로 용의 크기며 움직임을 상상하게 하는, 그로써 독자가 거기에 용이 있다고 믿게 하는 능력은 어느순간 소름이 오싹 돋게 한다.  이 서재 친구들 중에 어린이는 없는 것 같으니까 편하게 얘기하자면 여기서 용은 그 무엇이다. 꿈을 잃게 하는 것, 용기를 못 내게 하는 것, 친구를 미워하는 것, 거짓말 같은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될까? 그 뜻밖의 답은 비밀로 해둔다. 그런데 나의 용은 뭘까? 새해 결심을 적으면서 찾아낸 나의 용은 걱정과 게으름이었다. 올 한해는 이 용과 잘 싸워서 (정 안 되면 타협해서) 잘 보내봐야지. 일단 한 해 독서의 시작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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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1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용은 걱정과 게으름이었다." -용용 죽겠지 되는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네꼬 2010-01-11 22:01   좋아요 0 | URL
*_* 어멋! 너무 멋진 댓글!!!

섬사이 2010-01-1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녀석 영문법 책을 하나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두고는 "기왕 주문하는 김에 책 좀 더 살까?"하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다가 네꼬님의 '물건은 필요할 때, 필요한 것만, 필요한 만큼만 사자.'는 결심을 읽고 아들녀석 책만 빼고 몽땅 다 도로 덜어냈어요.
제가, 드디어, 알라딘 일반회원이 되었거든요. 아차, 하는 순간에 실버, 골드, 플래티넘의 단계를 밟고 올라갈 뻔했지 뭐에요.
제 용은 욕심과 안이함,, 뭐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


네꼬 2010-01-11 22:41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일반회원 강등 감축드려요. (저는 언제... ㅠㅠ) 아마도 '필요할 때 필요한 것만' 기준으로만 한다면 전 아마 올해에 책을 살 수 없을 거예요. 흑흑. -차고 넘치는 보관함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네꼬.

무스탕 2010-01-1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을 잡으시거등 꼭 그 비법을 전수해 주세요!!

네꼬 2010-01-12 09:11   좋아요 0 | URL
네, 그럼요. 근데 전 타협을 할지도 몰라서.... 협상 조건이라도 알게 되면 꼭 알려드릴게요. 히히.

무해한모리군 2010-01-1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양용이 사악하지 동양용은 안그래요~
또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 ㅎ
좋은 한 주 네꼬님~

네꼬 2010-01-12 09:12   좋아요 0 | URL
그러쳐. 근데 저 작품 속에서의 용은 서양 용이었어요. (날개 달려 있고 불 뿜고.. 동양 용도 불은 뿜나?) 본문과 상괸없는 댓글에 대한 진지한 댓글. 휘모리님도 고고씽!

L.SHIN 2010-01-1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이 문구를 되내입니다.

"못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포기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네꼬 2010-01-12 09:12   좋아요 0 | URL
이런 강렬한 다짐을 보았나. 엘신님하고 어울리는데요! 한 주 강렬하게, 잘 보내시와요~

다락방 2010-01-12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네꼬님은......네꼬님은.............아 정말 멋진 여성이에요! 어떻게 이런 글을 써요? 역시 사람은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워야 하는건가봐요!! 네꼬님은 정말 글 최고로 잘써요. 감동감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네꼬 2010-01-12 09:29   좋아요 0 | URL
네에에에? 어머, 이 언니 좀 봐. *_* 대체 지금 누구 글을 읽은 거예요? (어리둥절.... 근데 일단 다락님은 좋아라. 히히.)

2010-01-12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0-01-1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퇴근길에 막히는 길에서 듣기에 단연 최고. 들을 때마다 이 정도면 장수 프로로 손색이 없다 느껴요. 그 중의 백미는 중간 쯤에 작가가 작정하고 쓰는 한 3분 되는 꼭지인데, 가끔 교조적이다 싶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대개 한번쯤 사색에 빠지게 해줄만한 좋은 주제들을 건드려주는 지라 즐겨 들었어요.
게다가 우리의 철수 아저씨, 촌철살인 멘트가 진짜 매력적이죠. :)

네꼬 2010-01-14 09: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어떤 때는 내가 좋아하는 곡이 나와서 주차를 아주 천천히 할 때도 있어요. (^^) 저도 그 "철수는 오늘~" 하는 3분 꼭지 듣다가 이런저런 생각할 때 많아요. 약간 간지러운 듯한 말들도 라디오니까 괜찮은 듯. 배철수 아저씨는 "놀기 삼아 하는 디제이"와 "진짜 제대로 디제이"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아주 잘 잡고 계신 듯해요.

마늘빵 2010-01-1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옹씨 바쁜거 끝나면 우리 그때 그 튀김 먹으러 가쟈. 냠냠냠냠. 뜬금없는 댓글이라니.

네꼬 2010-01-14 09:43   좋아요 0 | URL
좋아요, 칠리 차차. 멤버를 모아봅시다. (많이 먹기.)

레와 2010-01-1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근길이나 저녁 지을때 배철수의 음.캠.을 들으면
'아.. 오늘도 살아 남았다. 이제 쉴 수 있어.' 하는 안도감이 들어요.
멘트에 피시식 웃기도 하고.. 저도 참 좋아하는 프로그램!^^


이렇게 훌륭한 페이퍼에 추천이 없다니, 제가 한방 크게 눌렸어요!!

다락방 2010-01-12 12:53   좋아요 0 | URL
내가 미처 추천을 누르지 못했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마워요, 레와님. 나도 지금 막 눌렀어요. 아주 크~~~으게. 하핫

네꼬 2010-01-14 09:46   좋아요 0 | URL
레와님.
전 보통 퇴근하고 차에 타서 듣기 시작하니까, 오프닝을 잘 못 들어요. 그래도 이따금 흥얼거려보면 기분이 꽤 괜찮지요. 음, 여기저기서 하루 바쁘게 지낸 사람들이 옹기종기 라디오 앞에 모여 앉는 기분이랄까요?

어머 근데 무슨 페이퍼를 보시고 추천하시는 거예요? 저 네꼬예요. 여기 다른 서잰 줄 아시는 거 아녜요? *_*


다락님.
<추노> 보고 있어요? 다락님이 진짜로 좋아할 드라마던데! 꼭 봐야 되는데!!

다락방 2010-01-1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노]에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무슨 방송에서 하는지도 모르는데 어째요 ㅎㅎ

네꼬 2010-01-19 11:07   좋아요 0 | URL
<추노>에는 장혁과 오지호, 김지석 등이 나와요. "근육의 향연"이에요. 마초 드라마예요. (꺅!) KBS2에서 수-목요일 10시에 해요. 다락님 꼭 봐요!

2010-01-14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9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5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9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아동문학평론가가 늘 하는 말인데, 동화작가는 두 종류의 눈을 갖고 있어야 한단다. 하나는 아이들과 똑같이 보는 눈, 또 하나는 어른인 작가로서 세상을 보는 눈. 동화를 쓰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서는 많은 견해가 있다. 어른의 시선을 일체 배제하고 무조건 아이들과 '눈높이'(난 이 말이 싫다)를 같이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아이들 눈치보기가 쉽다.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줘야 한다며 동화에서 현실을 지워버리는 사람들은 모두가 알듯이 동심천사주의에 빠진다. 그 반대로 아이들에게 현실을 똑바로 보게 해야 된다면서 '악역'을 자처하면서 분노의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위험한 중 제일 위험한 부류의 작가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 평론가의 말이 좋다. 소설가나 시인, 기자나 선생님과 동화작가가 다른 점은 두 개의 정직한 시선을 가져야 된다는 거다. 그래서 동화가 좋고 그래서 어렵다.  

 

 

 

 

 

 

 

『창비어린이』 2009년 겨울호 '창작'면에 '중학생을 위한 소설'  다섯편이 실렸다. 그중 이금이의 「열네살, 나이에 관한 고찰」은 명불허전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딱 좋은 '중학생을 위한 소설'이다. 동화와 소설의 경계에 선 아이들의 세계를 역시 판타지와 현실을 교묘하게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따뜻하고 깔끔하게 그렸다. 이금이 작가의 팬이라면 단박에 알아볼 만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농담도 있다. 작가가 가진 '두 가지 눈'이 참으로 미덥고 고맙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이 페이퍼를 쓰는 것은 바로 김중미의 「꿈을 지키는 카메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종이밥』의  김중미 작가는 이른바 현실주의 아동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이고, 또 '기찻길옆공부방' 아이들과 하는 완벽한(내가 봤다, 정말 완벽하다) 인형극으로도 이미 팬이 많다. 이 작가의 작품은 감동이 있고 정치적으로 옳다. 나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방심하고 읽다가 그만, 눈물 콧물을 다 뺐다. 처음 읽을 때도, 다 읽고 나서도, 혼자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울었다. 절박한 현실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친구와 친구 엄마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든 주인공의 말, "눈물 때문에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이 문장의 진심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그렇다. 울지 않고 보기만 해도 안 된다. 우느라고 못 봐도 안된다. 이 시대를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눈물 때문에 초점이 맞지 않아도 끝까지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 아주 긴 단락을 썼다 지웠다.  

작가는 두 가지 눈을 가져야 된다고 했겠다.  

김중미의 「꿈을 지키는 카메라」는  어떤 면에서는 그런 두 개의 눈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어른인 작가의 눈'에 솔직한 작품이다. 균형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데도 이 작품이 나를 울린 것은 작가가 열네살의 아이들에게 '너의 눈'을 가지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제 막 동화의 세계를 통과한 아이들에게 이제 '너의 카메라'를 가지라고, 우는 한이 있어도 그걸 내려놓으면 안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열네살의 아이들은 더욱 그래야 된다. 2009년 열네살을 통과하는 아이들은 더더욱. 열네살과 열네살을 지나온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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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03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창비 어린이 겨울호가 도착했어요. 언니네 먼저 보냈는데 나중에 제가 빌려봐야겠어요. 작가의 두 가지 눈, 마음에 새겨요.

네꼬 2009-12-03 17:12   좋아요 0 | URL
나중에 꼭 빌려서 보세요. 두루 재미있어요. (응?) 제 눈도 두 개는 두 갠데... (응??)

섬사이 2009-12-0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 펴서 읽어야겠어요.
네꼬님의 눈물 콧물을 다 뺀 그 작품.
(속으로 내 눈물을 못 뺄걸~ 하고 있어요. 네꼬님처럼 방심하다 당하는 일(?) 없이 긴장하고 읽을 거예요.)

네꼬 2009-12-03 17:12   좋아요 0 | URL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하고 발을 일단 뺀 다음) 뭐 꼭 울어야 되는 건 아니지만... -_- 암튼 저는 그랬답니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자면 "막판에 감동의 골든벨을 울린" 작품이었어요. 섬사이님이 매운 눈으로 다시 읽어주세요. (저는 매운 눈 대실패.)

무해한모리군 2009-12-0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어린이는 본 적이 없는데 이 글을 보니 한번 일독해 보아야겠어요. 조카들과는 고래가그랬어만 함께 보았거든요.
네꼬님 수고가 많았어요.
참 나도 '눈높이' 싫어요. 나는 공감이라는게 그런 식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네꼬 2009-12-03 17:13   좋아요 0 | URL
창비어린이는 어린이잡지가 아니라서 좀 재미가 덜 하지요. 그래도 동화나 소설이 늘어서 많이 유연(?)해진 것 같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보셔요.^^

'눈높이' 어딘가 하여간 싫어요. 이따금 무심결에 쓰기도 하지만, 음... 어쩐지 가짜 같아!

세실 2009-12-0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딸내미가 읽으면 좋을 책이군요.
네꼬님..흐린 날씨에 님 글 읽으니 더 와닿습니다.

네꼬 2009-12-03 17:14   좋아요 0 | URL
맑은 날에는 절 안 좋아하실 건가요? (이게 무슨 집착? ㅎㅎ 농담임다;; ) 세실님도 함께 읽어보세요. 하여간 찡~ 해요.

Mephistopheles 2009-12-0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작가 뿐이겠습니다.
요즘세상 두개의 시선은 현대인으로써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네꼬 2009-12-03 17:15   좋아요 0 | URL
에혀. 맞아요 메피님. 나도 똑바로 보고 세상도 똑바로 봐야겠어요. 그런 말을 해주는 작품이 있어서, 세상에 문학이 필요한 것 같아요.

순오기 2009-12-0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금이 작가 글 읽다가 그냥 잠들었어요~ 오늘 이어서 봐야죠.

이 글만 봐도 제 눈물을 쏙 뺄 게 확실하군요.

네꼬 2009-12-03 17:15   좋아요 0 | URL
설마 재미없어서 잠드신 건 아니죠? ㅎㅎ 순오기님은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사랑하시니까 감동이 어째 더 각별하실 것 같아요!

순오기 2009-12-03 18:58   좋아요 0 | URL
전날 거의 날새서~ 잘려고 책 들었는데 어느새 잠들었더군요.ㅋㅋ
그리곤 새벽에 다시 깨서 뻘짓하고...아니 학교에 낼 서류 만들었어요.ㅜㅜ

네꼬 2009-12-04 09:19   좋아요 0 | URL
어이쿠, 순오기님 날새지 마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2009-12-03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4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질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영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조차 중력 같은 것의 지배를 받지만 “오직 은총만이 예외”라는 첫 문장부터 이 뻔뻔한 명상에 매료되었다. 이 책은 고요히 생각해보아라, 네 안의 신을 만나라, 신은 너를 사랑하니 용기를 내라, 고 말하지 않는다. “인간의 지성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다만 정리할 뿐이다. 지성은 천박한 일에만 적합하다”고 오만하게 단언하면서, 고통을 주는 신을, 이기적이고 무심한 신을, 너를 노예처럼 부리는 신을 닥치고 섬기라고 한다. 왜냐하면 너는 이미 신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람을 납작 엎드리게 하다못해 심지어 처참한 기분이 들게 하면서도 한 문장 한 문장 눈부시게 아름다워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이 책을, 밑줄을 그어가며 아껴 읽고 있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는 신이 언제 찾아왔던가 생각해본다. 유아세례를 받았을 때? 첫 영성체 때? 견진 성사 때? 아니,  



심장이 조각났다고 생각했을 때, 나를 안아준 친구가 내 머리카락에서조차 메마른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했을 때, ‘치욕’을 느끼며 번 돈이 한순간 사라졌을 때, 나쁜 남자가 너무 나쁜 방식으로 나를 떠났을 때, 가족이 찢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링거를 꽂은 채로 병원 화장실에서 혼자 토할 때, 딴 생각을 하려고 내가 내 살을 잡아 뜯을 때, 따뜻한 것은 아무것도 입에 대고 싶지 않던 때, 밤마다 아침에 깨지 않기를 바라면서 잠이 들던 때, 그러니까 내가 손톱에 피가 나도록 기를 쓰고 벼랑을 기어오를 때마다 누군가 자꾸만 다시 밀어 떨어뜨린다고 생각했을 때, 
 


이토록 나를 괴롭히는 것을 보니 진짜로 신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고, 이를 갈았다. 그러다 신이 얼마나 외로우면 자기 좀 봐 달라고 이렇게 나를 쿡쿡 찔러대나 하는 생각도 했다. 신은 그렇게 내가 숭숭 구멍이 났을 때 그 빈자리들을 채우러 왔다. 현명하고 예민하며 질투하는 신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찾아가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내가 느낀 신에 대한 서운함은 신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바로 신이 자비롭다는 오해.  

 

   
 
피할 수 없는 필연, 비참, 곤궁, 지쳐 메마르게 하는 노동, 짓누르는 결핍의 무게, 잔인함, 고문과도 같은 괴로움, 갑작스러운 죽음, 강제, 공포, 질병들. 이 모든 것이 신의 사랑이다. 신이 사랑을 통해 우리로부터 멀리 물러서야만 우리는 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공간과 시간, 그리고 물질의 보호 없이 신의 사랑에 직접 노출된다면 우리는 햇볕을 받은 물처럼 증발되어 버릴 것이다.

‘신으로부터 멀어지려는’ 힘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든 신이 될 것이다. (59면)
 
   


*

 

   
  절망의 효능은 이렇게 우리를 미래와 단절시키는 것이다. (39면)  
   

 
돌아보면 나는 두려울 때 씩씩해졌고, 외로울 때 다정해졌다. 단점이 구천 구백 개인데도 내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거다. 나란 사람은 얼마나 멋진가! (얼씨구) 그러니 네꼬 씨, 너무 걱정하지 말자. 사람은 어려울 때 강해지는 법이다. 사랑은 어려울 때 강해지는 법이다.

 

*
 

[딴 얘기] 알라딘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오히려 알라딘 밖에서 들었다. 서로 주고받는 상처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아무 말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비겁한 것처럼 만드는 것도 속상하다. 그러나 때로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나름의 방법으로 싸우기도 해야 된다는 것은 안다.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나는 쿨한 것도, 쿨한 척하는 것도(그거나 그거나) 싫다. 이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핫한, 그래서 때로 동의하기 어렵고 불편할 때도 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서재가 닫힐락 말락 하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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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0-2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멋져요.

레와 2009-10-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페이퍼도 추천, 태그도 추천합니다! ^^

프레이야 2009-10-2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추천 열다섯 개 누르고 싶은 페이퍼에요.
흑흑.. 신은 저를 너무 질투해요.

다락방 2009-10-2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사랑해요 ♡

마노아 2009-10-2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에게는 위로의 은총이 있어요. 위로해주는 고양이라니, 너무 따뜻하잖아요..

네꼬 2009-10-2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네꼬 네꼬 네꼬 네꼬, 와 다섯 분이 연달아 불러주셨어요. 신나라! (왕단순)

2009-10-21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1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라비스 2009-11-2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저더러 "시몬느 베이유같다"고 한 친구가 있었어요. 지금도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 덕분에 읽은 중력과 은총은 제게 은총이라고 할밖에는... 아직도 젤 가슴아프게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랍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리뷰를 따라오다가 네코님을 알라딘 서재에서도 만나게 되었네요^^ 앞으로 우리 친구해요^^;;

네꼬 2009-11-23 12:04   좋아요 0 | URL
아라비스님, 안녕하세요? (^^) 아니 시몬느 베이유 같다면 무지무지 지적인 것 같은데!! @_@ 저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좀 (많이) 멀지만, 그래도 친구를 해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환영이에요. ^^

잘잘라 2010-06-2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나의 질투하는 신' 페이퍼 추천수 삼땡 만들어드렸어요^^
저 이뿌죠^^ <중력과 은총> 땡스투~ 저도 읽어보려구요.^^